양과는 무심히 그 앞에 서있는 비석으로 눈길을 돌렸다. 뭔가 글자가 새겨져 있어 손으로 먼지를 쓸어내고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내려가던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불초제자 양강지묘(不肖弟子楊康之墓)

그 옆에 작은 글씨로 또 한 줄이 새겨져 있었다.

부재업사 구처기서비(不才業師丘處機書碑)

양과는 울컥 화가 났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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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내가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남해신니에게 배운 장법을 쓰지않겠구나.‘
양과는 기를 단전에 모으고 소상자, 윤극서, 검은 얼굴의 사내를 향해 장력을 발했다. 황약사는 세 사람이 마치 파도에 쓸리는 것처럼 힘없이 당하는 것을 보며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 P119

듣자 하니, 선배님께서는 남해신니에게 장법을 배우셨다던데 제게도 한수 가르쳐주실수 있는지요?"
"남해신니? 그게 누군가? 난 처음 듣는 이름인데."
뜻밖의 대답에 양과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벌떡 일어났다.
"설마…… 설마…… 세상에 ·…남해신니가 없는 것은 ………?"
황약사는 그의 얼굴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역시 크게 놀라 덧붙였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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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는 그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 양강이 한 일들을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봐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고, 또 양과가 묻기라도 하면 말을 돌리곤 했다. 그러나 가진악은 워낙 곧은 성품에 고지식하여 양과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양강과 곽정 사이에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양강과 구양봉이 강남칠괴 중 오괴를 죽인 일, 또 철창묘에서 황용을 공격하다가 제 목숨을 잃은 일 등을 차근차근 일러주었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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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양은 자신의 생일이 이렇게 거창하게 이뤄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양과가 잊지 않고 찾아준 것만도 고마운데 이렇게까지 마음을 써준 것이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그녀는 양과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 P89

"그러면, 그 남해신니는요?"
"남해신니는 내가 꾸며낸 거란다. 애초부터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어."
"남……… 남해신니가 없다구요?"
곽양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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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은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되새기고 있었다.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가 입가에 미소가 스치기도 했고 눈에 눈물이 비치는 듯도 했다. 지금 그의 가슴을 죄어오는 고통은 지금껏 겪었던 어떤 악전고투보다도 힘겨운 것이었다. 자은은 망연히 누이를 바라보다가 사부를 돌아보고, 또 황용을 쳐다보았다. 하나는 피를 나눈 누이요, 하나는 자신을 새로운 인생으로 이끈 스승이었다. 또 다른 한 명은 형을 죽인 원수였다. - P33

"그 여자는 냉정하고 잔인하기가 독사보다 더합니다. 아주 악독하지요. 그러나 세상에는 예외가 있듯이 제 딸에게는 그렇지 못합니다. 딸을 무척 사랑하지요. 우리는 이 점을 이용해야 합니다. 제가 녹악을 꾀어낼 테니 당신이 붙잡아 정화 수풀에 던져버리시오. 이렇게 되면 그 여자도 어쩔 수 없이 영단을 꺼내 딸아이를 살리려 하지않겠소? 그때 우리가 기습해서 해독약을 빼앗으면 될 것이오. 그런데 절정단은 이제 단 하나밖에 남지 않았으니 당신에게 준다면 제딸의 목숨은 구할 수 없겠지요." - P52

‘아, 아, 그랬구나. 제 어미는 나에게 가짜 약을 가져다주라고 했지만, 과에게 마음을 빼앗긴 저 처자는 진짜 약을 집어 들었던 거야. 공손지가 빼앗아간 것이 바로 진짜 영단이다. 그러니 저렇게 놀랄 수밖에…’ - P71

주자류가 비통한 목소리로 외쳤다.
"사형, 이 자가 사숙을 죽였어요. 반드시 ……."
주자류는 숨이 차서 말을 잇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천축승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수양이 깊은 일등대사도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P91

양과는 그녀가 주는 반 알의 절정단을 받아들었다.
"우리 두 사람의 목숨을 모두 구할 수 없는 바에야 그까짓 절정단이 무슨 소용 있겠어요? 당신이 곁에 없는데 내가 어떻게 살아간단 말이에요!"
양과는 손에 든 절정단을 절벽 밑으로 던져버렸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양과의 체내에 쌓인 독을 해독시킬 수 있는 유일한 약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양과의 행동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 P105

"용이가 죽는데 저 혼자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약을 먹어요?"
"너무 걱정 마라. 용 낭자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다만, 무공이 강한데 무슨 일이야 있겠느냐? 용 낭자가 죽긴 왜 죽어?"
황용의 말에 양과는 결국 참지 못하고 사실을 말해버리고 말았다.
"백모님의 귀한 따님이 빙백은침으로 용이를 공격했을 때, 마침 경맥을 거꾸로 흐르게 해 치료를 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순식간에 독이 단전과 내장에 퍼졌다구요. 그런데 무슨 수로 살 수 있겠어요. 용이는 곧 죽을 목숨이라구요." - P129

16년 후 이곳에서 다시 만나요. 부부의 정이 깊으니 약속 꼭 지켜야 해요.

다른 한 줄은 더 작은 글씨로 다음과 같이 씌어 있었다.

소용녀가 부군 양도령에게 부탁하오니 소중한 몸부터 보전한 뒤 다시 만나기로 해요.
양과는 멍하니 글씨를 바라보았다. 머릿속이 혼란해서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 P134

"과야. 다행이다. 다행이야."
양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요? 뭐가 다행인데요?"
용 낭자가 남해신(南海神尼)를 만난 게 틀림없다. 정말 그런 우연한 인연이 없구나." - P136

"맞습니다. 그분이 바로 강호에서 유명한 신조협(神聘俠)입니다."
사천인이 물었다.
"신조협이라구요?"
"그래요. 그분은 신선처럼 용맹하고 의롭고, 약한 사람들을 도와주기로 유명하지요. 절대로 자기 이름을 밝히는 법이 없답니다. 항상 수리를 데리고 다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냥 ‘신조협‘ 이라고 부르지요. 원래는 신조대협이라고 불렀는데 그분께서 대협(大俠)이라는 말은 너무 과분하다 하셔서 그냥 신조협이라고 부른답니다. 사실 그분의 정의로운 행적으로 봐서는 대협이라는 말이 전혀 과분하지 않지요. 그분이 대협이 아니면 누가 대협이겠습니까?" - P169

양과는 근 10여 분 동안 쉬지 않고 소리를 내질렀는데도 전혀 기력이 쇠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소리가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일등대사는 탄복해마지 않았다. 소리가 너무 거칠어 순양(純陽)의 정기는 아닌 듯했지만 자신이 한창때에도 이런 내공을 지니지 못했고 지금은 나이가 들어 더욱 그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P274

양과는 주백통과 영고를 만나게 하여 평생의 한을 풀어주었고 자은은 죽음에 이르러 용서를 받고 내세의 윤회를 믿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양과는 약속한 대로 구미영호를 얻어 곽양과 수리를 데리고 만수산장으로 돌아왔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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