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라 군사들이 그토록 무력하게 주저앉는 것을 보자 패공은 문득 허망한 느낌까지 들었다.
‘이게 대진의 제도 함양 외곽을 지키던 마지막 방어선이란 말인가. 이들이 강성하던 육국을 차례로 멸망시키고 천하를 아우른 그 무서운 진병이란 말인가. - P121

지금 제후군이 관중으로 들어가 바로 진나라를 쳐 없앨 수 있다면 우리도 풀려나고 가솔에게도 탈이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일 그리되지 못하면 일은아주 고약하게 된다. - P132

항복한 진졸 20만은 진작부터 항우의 골칫거리였다. 무기를 주어 싸우게 하자니 영 미덥지 않았고, 그렇다고 그런 대군을 한곳에 가둬 둘 수도 없었다. - P133

20만의 목숨을 앗는 일이었지만 항우는 아무런 감정이 섞이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자신이 거느린 장졸이 병에 걸리면 눈물을 흘리며 먹던 밥을 나눠 줄 만큼 자애로운 장수와는 너무도 다른 일면이었다. - P136

그 뜻을 거슬러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 있더라도 상장군을 깨우치고 말렸어야 했다. 이제 관중으로 들어가면 저들의 부모 형제와 처자를 만날 것인데, 어떤 말로 그들을 달랠 수 있단 말이냐? - P147

패공은 그 어느 때보다 엄하게 장졸을 단속하여 터럭만큼도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게 했다. 자신도 이전과는 달리 힘 있는 장수보다는 너그러운 장자같은 인상을 주도록 꾸몄다. - P167

소하는 재물이 들어 있는 창고는 한번 쳐다보지도 않고 도판과 문서가들어 있는 창고만 찾았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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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특히 소외된 인물의 관점에서 한국 역사를 보여 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힘없는 사람의 이야기만큼 강력한 서사는 없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 P6

1506년 7월
절대로 삼악산을 넘으면 안 된다.
할머니의 경고가 귓가에 울려 퍼지며 이쯤에서 그만 돌아서라고 내 뒷덜미를 붙잡았다. - P10

"잘했다, 아우야."
왕이 어둠 속에서 중얼거렸다.
"오늘 하루는 더 살아도 좋다. 이 나라에 내 편은 아무도 없다는 마음을 달래 준상이다." - P59

"내가 언니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중요하지 않아. 나는 언니를 집으로 데려가야 해. 언니를 찾아낼 거야."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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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왕께서는 누구든 먼저 관중으로 쳐들어가 그 땅을 차지하는 제후를 관중왕(關中王)으로 세울 것이라 하셨소. - P11

출세하여 고향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것은 옛 기억 때문입니다. 어렸을 적 고향에서 저지른 온갖 어리석고 못난 짓을 다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열에 아홉 그때와 이제의 처지가 엇바뀌어있어 반갑기보다 거북할 때가 많겠지요. - P29

진 제국의 마지막 기둥이었던 대장군 장함의 항복을 받아내고 그가 이끌던 20만 대군을 부로로 삼자 항우의 이름은 또 한 번 천하에 떨쳐 울렸다. 이제 항우는 한낱 초 회왕의 상장군이 아니라, 진나라에 맞서 일어난 모든 제후의 우두머리인 종장 연합국의 맹장으로서 우러름을 받게 되었다. - P58

모든 일이 되돌리기는 틀려 버렸음을 어렴풋이 알아챈 이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한풀 꺾인 목소리로 말했다.
"좋다. 그럼 황제의 자리에서는 물러나겠다. 대신 군(郡) 하나를 얻어 그곳의 왕으로 지낼 수는 없겠느냐?"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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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라면서 단 한 번도 아버지처럼 행동하지 않으시는군요."
.
.
.
"그런데 저는 왜 당신의 딸처럼 행동해야 하죠?" - P266

저 녀석도 나와 다르지 않다. 바로 옆에 서 있는 것처럼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너를 좋아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여자가 생길 거야. 너보다 더 가치 있는 여자가. - P278

그 애는 알았어. 복수가 내 정당한 권리라는 걸 알았다고. 사람은 자기 부모를 죽인살인자와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어." - P338

나는 모든 감정을 억누르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딸과 아버지로서는 그와 이별을 선택했다. 하지만 의녀와 환자로서는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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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는 슬그머니 고릉군 곁으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일러 주었다.
"그래도 너무 서두르실 일은 아닌 듯싶소. 내가 보기에 무신군의 군사는 머지않아 반드시 크게 낭패를 당할 것이오. - P169

"초나라 장졸들은 들으라. 나는 무신군 항량이다. 이제 여기서 싸우다 죽기로 했으니, 그대들도 모두 떨쳐 일어나 적을 무찌르라. 죽기로 싸워 진채를 지켜 내라!" - P178

회왕을 한낱 양치기에서 왕으로 올려세운 것은 죽은 계부 항량이었건만, 그 권위는 반년도 안 되는 사이에 커질 대로 커져 한창 때의 진왕에 뒤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 P186

도읍을 팽성으로 옮기고 나라가 안팎으로 안정이 되자 여유가 생긴 회왕은 여러 장수들을 불러 놓고 공언했다.
"누구든 먼저 관중으로 들어가 진나라를 무찌르고 그곳을 평정하면 그를 관중왕으로 삼을 것이오!" - P187

그때 항우가 나섰다.
"서쪽으로 진나라를 쳐 없애는 일이라면 저와 패공이 한 번 나서 보겠습니다. 반드시 함곡관을 두들겨 부수고 관중을 평정해 조상의 한을 풀겠습니다." - P188

진 이세 황제 2년 윤9월 초나라 상장군 송의는 항우를 차장, 범증을 말장으로 데리고 군사 5만과 함께거록을 구원하러 팽성을 떠났다. - P201

"송의가 제나라와 짜고 초나라에 반역하려고 드니, 대왕께서 가만히 사람을 보내 이 적에게 그를 죽이라 명하셨다. 너희들은 두려워하지 말고 어서 나가 장수들이나 모두 이 군막으로 불러 모으라." - P209

강을 건너자마자 항우가 장졸들을 불러 모아 놓고 소리쳤다.
"배는 모두 부수거나 바닥에 구멍을 뚫어 강에 가라앉히도록 하라! 우리가 그 배를 타고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 P215

항우와 강동병은 진군에게는 거의 악몽이었다. 그들이 피를 뒤집어쓴 채 눈을 부릅뜨고 마주쳐 오면 진군들은 제대로 창칼을 맞대 보지도 않고 길을 열어 주었다. - P242

항우가 진나라의 20만 대군을 깨뜨린뒤 그 장수 소각을 목 베고 왕리를 사로잡으며 섭간까지 스스로 불타 죽게 만들자 그 위세는 다시 천하 뭇 사람을 떨게 했다. - P260

"내 비록 이 사람을 죽였으나 이 사람이 미워서가 아니다. 이웃에 살던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무겁기 태산 같은 군령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이제 이 목을 바쳐 군기에 제사를 올릴 터이니 모두 그리 알고 채비하라!"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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