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퍼런 빛이 번뜩이며 청강검靑銅劍 한 자루가 휙 솟구쳐올라 중년사내의 왼쪽 어깨를 향해 찔러나갔다. 검을 든 소년은 자신의 이 검초劍招가 채 끝나기도 전에 손목을 꺾어 날카로운 검끝을 비스듬히 휘두르며 사내의 오른쪽 목을 베어가고 있었다. 중년 사내가 검을 곧추세워 소년의 검을 막았다. 챙 하는 소리와 함께 두 검이 격렬하게 부딪치자윙윙거리는 진동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부딪친 양날에서는 섬광이 난무하며 순식간에 삼초三招가 오가기에 이르렀다. - P30

이때, 갑자기 중년사내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맹렬한 기세로 장검을 휘두르다 순간 몸을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자 서편의 빈객들 중 청삼을 입은 한 청년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풋 하며 실소를 내뱉고 말았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행동이 결례임을 알았는지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 P31

"단 형께선 존명이 어찌 되는지 모르겠소? 어느 분 문하에 계시오?"
그는 수려한 용모를 지닌 이 청년이 일개 서생처럼 보일 뿐 무공이 출중한 것 같지는 않았다.
단씨 청년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재하 이름은 외자인 예라고 하며 무예라고는 배워본 적이 없소. 남이 자빠지는 걸 보면 그게 의도적이건 아니건 간에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겠소?"
공경의 의미라고는 조금도 없는 그의 말투를 듣자 좌자목은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 P35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화들짝 놀랐다. 아무 거리낌 없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 단예를 보고 필시 출중한 무예를 지니고 있으리라 여겼건만 공광걸이 가볍게 날리는 손찌검 하나 피하지 못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심지어 무공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 P39

‘내 몸에 있는 생사부生死府는 천산동모天山虎 그 노파 외에는 그 누구도 풀 수가 없다. 통천초가 약효는 영험하다 하나 생사부가 발작하는 날에는 살 수도 죽을 수도 없고 고통만 약간 줄어들 뿐이야 - P60

"낭자의 존성대명을 그 긴 수염 늙은이한테는 말 못해도 나한테는 말해줄 수 있지 않겠소?"
"존성대명은 무슨… 내 성은 종鐘이고 이름은 … 우리 부모님께선 절 영아靈兒라고 불러요. 존성은 있어도 대명은 없고 그냥 아명만 있는 셈이죠. 우리 저 언덕 위에 가서 앉아요. 근데 말이에요. 무량산에는 뭐 하러 온 거예요?" - P66

무례인 줄 알지만 시종 옥상의 눈동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얼마나 넋을 놓고 쳐다봤을까? 그제야 그 눈동자가 흑보석으로 조각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깊은 눈 속에 희미하게 휘돌아 감고 있는 광채가 있음을 느꼈다. 이 옥상이 살아 있는 사람과 거의 흡사하게 보이는 주원인이 바로 생동감 넘치는 그 눈빛이었다. - P130

단예는 절을 하려다가 옥상의 양쪽 신발 안쪽에 수놓아진 글자들을 발견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오른쪽 신발 위에 ‘고두천배’로 나에게 공경심을 표해라‘ 그리고 왼쪽 신발에는 ‘내 명에 따른다면 백번 죽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이 수놓아져 있었다. - P133

"종 부인께 숨겨서는 안 됐지만 조금 전에는 사실대로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제 이름은 단예라고 합니다. 자는 화예和響이고 대리 사람입니다. 제 엄친의 명휘는 정正 자, 순淳 자십니다."
종만구는 순간 ‘정 자 순 자란 네 글자가 무슨 뜻인지 전혀 생각지 못했지만 이를 들은 종 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공자 부친이… 단… 단정순이라고?"
단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종만구가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단정순!" - P164

"단 공자, 사공현한테 가서 내 말을 전하세요. ‘우리 남편은 과거 강호를 주름잡던 견인취살 종만구이며 난 감보보甘寶寶다! 또 내 별호는 그리 듣기 좋지는 않지만 소약차라고 한다. 만일 우리 딸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우리 부부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처단할 것이니 똑똑히 기억해라!‘ 이렇게 말이에요."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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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앵, 샤르트르, 캔터베리 같은 위대한 성당과 같은 양식으로 디자인된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성당도 교회도 아니다. 웨스트민스터는 왕가의 사유재산으로 간주되었으며, 국왕에게 종속되어 있었다. - P540

육중한 문이 움직이는 소리에 두 사람은 돌아보았다. 쿵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빗장이 내려졌다. 문 앞에서 한 남자가 권총을 겨눈 채 차분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남자는 뚱뚱했고, 알루미늄 목발 한 벌에 몸을 의지한 채였다.
순간 랭던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는 레이 티빙이었다. - P555

레이 티빙은 로버트 랭던과 소피 느뵈를 겨눈 메두사 리볼버의 총신을 내려다보며 슬픔을 느꼈다.
"친구들, 지난밤 자네들이 내 집 안으로 걸어들어온 순간부터 자네들을 위험한 길에서 떼어놓기 위해 온힘을 기울였네. 하지만 자네들의 고집이 이게 나를 어려운 상황으로 밀어넣고 말았군."
티빙은 소피와 랭던의 얼굴에 떠오른 충격과 배신의 표정을 읽었다. - P556

로버트 랭던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려는 노력을 포기했다. 수많은 질문이 마음에서 솟구쳤지만, 지금은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다. 소피를 여기에서 무사히 빼내야 한다. 티빙을 끌어들였던 일로 죄책감을 느꼈던 마음이 이젠 소피에게로 전이되었다.
내가 소피를 빌레트 성으로 데려갔다. 내 책임이다. - P560

로버트, 내가 크립텍스를 열었다면 자네들을 부르지도 않고 성배를 찾아 이미 떠났을 거야. 그래, 난 답을 모르네. 나는 그 사실을 솔직히 인정할 수 있어. 진정한 기사는 성배 앞에서 겸손해지는 법이니까. 기사는 자기 앞에 놓인 표지에 순종하는 법이거든, 자네가 사원으로 들어오는 걸 보고 깨달았지. 자네가 여기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이 일을 돕기 위해서지. - P561

아링가로사는 힘없는 팔을 들어올려 눈을 닦고 자기를 안고 있는 사내를 보았다. 실라였다. 거대한 몸집의 알비노가 병원을 찾아 외치며 안개 낀 보도를 내달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장(斷腸)의 고통이 담겨 있었다. 붉은 눈동자는 앞으로만 고정되어 있고, 피가 튄 창백한 얼굴에서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 P566

스승은 속삭였다.
"나는 어디에나 귀를 두고 있소, 주교, 그리고 그 귀로 어떤 정보를 얻었소, 주교가 날 도와준다면, 주교에게 엄청난 힘을 가져다줄 수 있는 성스러운 유물이 숨겨진 장소를 찾아낼 수가 있소. 당신 앞에 바티칸을 무릎 꿇게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오. 믿음을 구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이지. 단지 오푸스 데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오."
‘신이 거둬가신 것은 신이 보내주신다.’
아링가로사는 희망의 빛을 느꼈다.
"계획을 말씀해보십시오." - P570

문이 활짝 열리고, 브쥐 파슈가 황소처럼 달려들어왔다. 방을 훑어보던 그의 흉포한 눈이 목표물을 찾아냈다. 바닥에 무기력하게 쓰러져 있는 레이 티빙. 파슈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권총을 집어넣고 소피에게 돌아섰다.
"느뵈 요원, 자네와 랭던 씨가 모두 무사해서 안심이야. 하지만 내가 명령했을 때 자네는 본부로 들어왔어야 했어." - P581

경찰들이 끌고 나가자 티빙은 머리를 뒤로 젖히고 소리질렀다.
"로버트! 그것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말해주게!"
티빙이 지나갈 때 랭던은 그의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가치 있는 자만이 성배를 찾아냅니다. 레이. 내게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 P582

수도회의 가장 오랜 임무 중 하나는 성배를 그녀의 고국인 프랑스로 돌려보내는 것이었어요. 그녀가 영원히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죠. 수백년 동안, 그녀는 안전을 위해 이리저리 끌려다녔어요. 몹시 불경스러운짓이었죠. 자크가 그랜드 마스터가 되었을 때, 그의 책임은 그녀를 프랑스로 돌려보내 여왕에 걸맞은 안식처를 짓고 그녀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었답니다. - P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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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던은 성배가 영국에 있다는 티빙의 확신이정말 맞는 것인지 미심쩍었다. 대부분의 전설들은 성배가 영국 어딘가에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성배 이야기가 풍부한 아서 왕의 신비의 아발론 섬은 다름 아닌영국의 글래스턴베리라고 믿어지고 있다. - P398

"아가씨의 할아버지와 세 사람이 오늘밤에 죽었어요. 그들은 죽음으로써 이 머릿돌을 교회로부터 지켜냈지. 오늘밤 오푸스 데이가 이것을 손에 넣을 뻔했어. 나는 이 머릿돌에 이례적인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아가씨가 이해하길 원해. 아가씨는 횃불을 건네받은 것이야. 이천년 동안 타오른 불꽃이 꺼지도록 내버려 둘수는 없지. 이 횃불은 나쁜 사람의 손에 들어가선 안 되는 것이거든." - P408

"그것은 ‘히에로스 가모스(Hieros Gamos)‘라는 의식입니다. 그 기원은 이천년이상 거슬러 올라가죠. 이집트의 남자 사제와 여사제들이 여성의 창조적 힘을 축하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그 의식을 수행했죠." - P427

소피가 본 것이 성 의식처럼 보였을지라도, 히에로스 가모스는 성욕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고 랭던은 설명했다. 그것은 정신적인 행위다. 역사적으로 여자와 남자가 성교를 통해 신을 경험하는 행위다. 고대인은 남자가 신성한 여성에 대한 육체의 지식을 알기 전까지는 정신적으로 불완전하다고 믿었다. 여성과의 육체 결합은 남자가 정신적으로 완벽해지고, 궁극적인 영적 직관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여신 이시스 시절부터 성 의식은 인간을 땅에서 천국으로 이어주는 유일한 다리로 인식되었다. - P428

런던에 교황이 묻은 기사가 누워 있노라.
그의 노력의 결실이 성스러운 분노를 불러왔다.
그의 무덤 위에 있어야 할 구(球)를 찾아라.
그것이 장밋빛 살과 씨를 품은 자궁에 대해 말하리라. - P465

기사단은 현대 은행의 개념을 고안해냈지. 옛날에 유럽 귀족들이 금을 가지고 여행하는 건 위험한 일이었어. 그래서 기사단은 귀족들이 근처에 있는 템플 교회에 금을 맡길 수 있게 허용했다네. 유럽 전역에 있는 다른 어떤 템플 교회에서라도 금을 인출할 수가 있었지. 필요한 것은 적절한 서류뿐이었어. 그리고 약간의 수수료였지. 템플 교회들은 ATM의 원조라고 볼 수 있어. - P478

"느뵈 요원?"
깜짝 놀란 소피는 즉시 쉰소리의 주인을 알아보았다.
"느뵈 요원,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소피는 할 말을 잃었다. 파슈 국장은 영국 경찰에게 소피가 전화를 걸면 즉시 연락해달라는 부탁을 해놓은 게 분명하다.
간결한 프랑스어로 파슈가 말했다.
"잘 들으라고. 난 간밤에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어. 로버트 랭던은 무죄야. 그의 모든 혐의는 없어졌어. 그렇다 해도 두 사람은 지금 위험한 상황이야. 자네는 이리 오게." - P506

‘난 살해당하고 있다!‘
믿을 수 없다는 심정으로 레미는 자기 옆에 고요히 앉아 있는 스승을 돌아보았다. 스승은 차창 밖을 똑바로 내다보고 있었다. 레미는 시야가 흐려지고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나는 이 작자를 위해 모든 것을 했다! 그런 내게 이럴 수가!‘ - P528

‘스페이드는 검’ - ‘칼날, 남성.’
‘하트는 컵’ - ‘잔, 여성.’
‘클로버는 홀’ - ‘왕가의 혈통, 번성.’
‘다이아몬드는 별’ - ‘여신, 신성한 여성.’ - P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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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모든 걸 잃었습니다."
실라는 자기가 어떻게 속았는지 진실하게 얘기했다.
스승이 응답했다.
"믿음을 너무 빨리 잃었구먼. 지금 막 새로운 뉴스를 받았네. 전혀 기대하지 못한 반가운 소식이야. 그 비밀은 아직 살아 있어. 자크 소니에르는 죽기 전에 정보를 전달한 모양이야. 내가 다시 전화하겠네. 오늘밤 우리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 P274

장미목 상자의 따스한 색깔과는 대조적으로, 상감된 장미 문양은 옅은 나무색이었다. 아마도 물푸레나무인 듯했다. 흐릿한 불빛에서 장미 문양이 또렷하게빛났다.
‘장미‘
비밀단체들처럼 모든 군대와 종교는 이 상징 위에 세워졌다.
‘장미 십자회원. 장미 십자가의 기사들.‘ - P275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피는 다 빈치를 암호의 선구자로 알고 있었다. 소피의 대학 교수들은 데이터 보안을 위한 컴퓨터의 암호 체계를 설명하면서, 지머만과 슈나이어 같은 현대 암호학자들을 칭송했다. 하지만 수백년 전에 초보형태의 암호 표기법을 고안한 레오나르도에 대해서는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에 관해 소피에게 얘기해준 사람은 물론 그녀의 할아버지였다. - P279

"서브 로사(sub rosa), 우리말로는 ‘장미 아래‘ 라는 뜻이죠. 로마인들은 기밀을 요하는 회의가 있을 경우, 회의 장소에 장미를 매달았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장미 아래에서 말한 것은 무엇이든 비밀로 해야 한다고 이해했답니다." - P282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크립텍스를 상자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밖에 있는 랭던을 바라보자, 그가 함께 있는 것이 고맙게 여겨졌다.
‘P.S. 로버트 랭던을 찾아라.‘
할아버지가 그를 포함 시킨 이유는 이제 분명했다. 소피는 할아버지의 의도를 파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안내자로 로버트 랭던을 선택한 것이다. - P301

티빙이 엄숙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성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 그것이 어디에 있느냐고만 묻는다오. 하지만그 질문에 끝내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소."
티빙은 돌아서서 소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보다 적절한 질문은 이것이지. 성배란 무엇인가?"
소피는 가까이 있는 두 남자 사이에서 학문적인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 P320

소피는 그림을 열심히 조사했다.
"이 그림이 성배가 무엇인지 말해준다는 건가요?"
티빙은 속삭였다.
"무엇이 아니라 누구라고 해야겠지. 성배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 P330

"그리스도 바로 오른쪽에 앉는 영광을 차지한 사람은 어때요?"
소피는 예수의 오른쪽에 앉은 인물을 면밀히 들여다보았다. 인물의 얼굴과 몸을 살피는 동안, 내부에서 충격이 일어났다. 흐르는 듯한 붉은 머리칼과 모아쥔 섬세한 손, 그리고 살짝 솟은 가슴으로 보아…… 의심할 여지없는 여자였다.
"여자예요!"
소피가 외쳤다. - P338

"성배에 대한 전설은 왕족의 피에 대한 전설이야. 성배가 ‘그리스도의 피를 담은 잔‘ 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은 예수라는 왕족의 혈통을 품은 여자의 자궁, 즉마리아 막달레나를 가리키는 얘기지."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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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 위 상당히 높은 곳에 성가대석의 발코니가 있었다. 상드린 수녀는 이 발코니의 어둠에 몸을 웅크리고, 망토를 뒤집어쓴 수도승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것을 난간 사이로 훔쳐보았다. 갑자기 밀려온 두려움 때문에 몸이 마구 떨렸다. 수녀는 이 수상한 방문객이 혹시 그들이 경고하는 적이 아닐까 의심했다. 그리고 그녀가 오랜 세월 품고 있었던 명령을 오늘밤 실행해야 할지도 몰랐다. 수녀는 어둠에 숨어서 사내의 모든 움직임을 지켜보기로 결심했다. - P130

펜타그램에 있는 모든 선들의 비율은 정확히 PHI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기호를 황금비율의 궁극적 상징이라고 하지. 이러한 이유로 오각형의 펜타그램은 여신과 신성한 여성을 나타내는 아름다움과 완벽의 상징이 되어 왔다. - P140

오, 드라콘의 악마여!(O, Draconian devil!)
오, 절름발이 성인이여!(Oh, lame saint!)

이 글자들은 다음 말들의 완벽한 애너그램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a Vinci!)
모나리자! (The Mona Lisa!) - P142

"할아버지는 왜 〈모나리자〉가 웃고 있는지 알아요?"
할아버지는 윙크를 했다.
"아마도, 언젠가는 네게 모든 것을 말해줄게."
소피는 발을 굴렀다.
"할아버지, 말했잖아요. 난 비밀이 싫어요!"
"프린세스, 삶은 항상 비밀로 가득 차 있단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어."
할아버지는 미소지었다. - P147

초기 항해사들의 의문은 무한한 경선들 가운데 어느 것을 로즈 라인, 즉 경도 0으로 불러야 하느냐였다.
오늘날 이 라인은 영국의 그리니치에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제1자오선으로 그리니치가 선정되기 전에, 전 세계의 경도 0은 프랑스 파리의 생 쉴피스 성당을 통과했다. 생 쉴피스의 황동 선은 세계의 첫째 주요 자오선이었음을 기념하는 것이다. 비록 1888년에 그리니치가 그 영광을 가져갔지만, 본래의 로즈 라인은 여기 남아서 오늘날까지 볼 수가 있다. - P153

"소피, 이건 아주 중요합니다. 그 이니셜이 다른 상징과 함께 있었는지 말해줄수 있겠어요? 백합인가요?"
소피는 너무 놀라 뒤로 주춤거렸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알죠?"
랭던은 한숨을 토해내곤 목소리를 낮췄다.
"당신 할아버지는 비밀단체의 일원이 분명해요. 아주 오래된 비밀조직이죠." - P161

"PS라는 이니셜과 결합된 백합은 조직의 공식 문장(紋章)이자 로고입니다."
"어떻게 알았어요?"
소피는 그가 자기도 그 조직의 일원이라고 말하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 조직에 관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비밀단체들의 상징을 연구하는 것이 내 전공이죠. 그들은 자신을 시온 수도회(Priory of Sion)라고 불렀어요. 프랑스에 본부를 두고, 유럽 전역에서 힘있는 회원들을 끌어들였죠. 사실 이 조직은 지구상에 살아남은 가장 오래된 비밀조직입니다." - P161

〈모나리자〉가 유명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녀를 자기의 가장 뛰어난 업적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가는 곳마다 그 그림을 가지고 다녔다. 누가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여성의 아름다움을 가장 기품 있게 표현한 그녀와 떨어져 있기 싫어서라고 대답했다. - P170

"소피, 불멸의 여신숭배라는 시온의 전통은 어떤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그 믿음이란 초기 기독교 교회에서 강한 힘을 가진 남성들이 여성을 비하하고, 남성의 편의대로 저울질한 거짓말들을 널리 선전하면서 세상의 진로를 조종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 P178

아래층에서는 실라가 석판을 제단에 놓고 성경책에 손을 뻗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는 길고 하얀 손가락은 땀에 젖었다. 구약성서 편을 넘기다가 <욥기〉를 찾아냈다. 38장을 찾아낸 손가락이 11절을 따라 달려내려갔다. 이제 읽게 될 구절을 실라는 예상했다.
‘이 구절이 길을 안내할 것이다!‘
11절을 확인한 뒤 그는 읽기 시작했다. 고작 일곱 단어에 불과했다. 그는 혼란을 느끼며 다시 읽었다. 뭔가 아주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왔다. 구절은 간단했다.

여기까지는 와도 좋지만 그 이상은 넘어오지 마라. - P186

십자가에 박힌 예수를 바라보는기독교인들 대부분이 이름 자체에서 드러나는 잔혹한 상징의 역사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 랭던은 항상 놀라웠다. 십자가(crucifix)라는 말은 라틴어 동사 크루시아레(cruciare)‘ 에서 왔는데, 이 말은 ‘고문하다‘ 라는 뜻이다. - P207

"소피, 상그리엘이라는 말은 고대 언어에요. 그리고 시대에 따라 다른 용어로 진화해왔죠. 더 현대적인 이름으로 말입니다. 내가 그 이름들을 말하면 당신은 많은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실제로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상그리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거예요."
소피는 회의적인 표정이었다.
"난 들어보지 못했는데요."
랭던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들어봤을 거요. 성배(聖杯)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 P229

"소피, 시온에 의하면 성배는 잔이 아니에요. 성배가 그저 잔이라는 전설은 어떤 암시를 숨기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라는 주장이죠. 즉 성배 이야기는 더 강력한 뭔가를 대신하는 은유로 잔이란 단어를 사용한다는 겁니다. 그건 당신 할아버지가 오늘밤 우리에게 말하려고 애쓴 것과 정확하게 들어맞는 어떤 것일 거요. 신성한 여성을 언급하는 모든 상징들을 포함해서 말이죠." - P231

실라는 속았다. 시온의 회원들은 진실을 밝히는 대신 죽음을 택하는 거짓말을 했다. 실라는 스승에게 전화할 힘도 없었다. 머릿돌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알고 있는 네 사람을 모두 죽였을 뿐만 아니라, 생 쉴피스 성당의 수녀도 죽였다. - P235

성배를 추적하는 현대인들의 기묘한 지하세계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위대한 수수께끼의 인물로 남아 있다. 비밀이 한겹의 채색 밑에 숨겨져 있든, 평범한 풍경에 암호화되어 있든, 아니면 전혀 없든 간에, 그의 작품은 비밀을 막 터뜨리려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애를 태우는 듯한 다 빈치의 풍부한 단서들은, 뭔가 알고 있는 듯한 모나리자의 얼굴을 보고 호기심을 가진 자들이 실망하고 선웃음을 짓도록 하기 위한 공수표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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