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앵, 샤르트르, 캔터베리 같은 위대한 성당과 같은 양식으로 디자인된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성당도 교회도 아니다. 웨스트민스터는 왕가의 사유재산으로 간주되었으며, 국왕에게 종속되어 있었다. - P540

육중한 문이 움직이는 소리에 두 사람은 돌아보았다. 쿵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빗장이 내려졌다. 문 앞에서 한 남자가 권총을 겨눈 채 차분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남자는 뚱뚱했고, 알루미늄 목발 한 벌에 몸을 의지한 채였다.
순간 랭던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는 레이 티빙이었다. - P555

레이 티빙은 로버트 랭던과 소피 느뵈를 겨눈 메두사 리볼버의 총신을 내려다보며 슬픔을 느꼈다.
"친구들, 지난밤 자네들이 내 집 안으로 걸어들어온 순간부터 자네들을 위험한 길에서 떼어놓기 위해 온힘을 기울였네. 하지만 자네들의 고집이 이게 나를 어려운 상황으로 밀어넣고 말았군."
티빙은 소피와 랭던의 얼굴에 떠오른 충격과 배신의 표정을 읽었다. - P556

로버트 랭던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려는 노력을 포기했다. 수많은 질문이 마음에서 솟구쳤지만, 지금은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다. 소피를 여기에서 무사히 빼내야 한다. 티빙을 끌어들였던 일로 죄책감을 느꼈던 마음이 이젠 소피에게로 전이되었다.
내가 소피를 빌레트 성으로 데려갔다. 내 책임이다. - P560

로버트, 내가 크립텍스를 열었다면 자네들을 부르지도 않고 성배를 찾아 이미 떠났을 거야. 그래, 난 답을 모르네. 나는 그 사실을 솔직히 인정할 수 있어. 진정한 기사는 성배 앞에서 겸손해지는 법이니까. 기사는 자기 앞에 놓인 표지에 순종하는 법이거든, 자네가 사원으로 들어오는 걸 보고 깨달았지. 자네가 여기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이 일을 돕기 위해서지. - P561

아링가로사는 힘없는 팔을 들어올려 눈을 닦고 자기를 안고 있는 사내를 보았다. 실라였다. 거대한 몸집의 알비노가 병원을 찾아 외치며 안개 낀 보도를 내달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장(斷腸)의 고통이 담겨 있었다. 붉은 눈동자는 앞으로만 고정되어 있고, 피가 튄 창백한 얼굴에서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 P566

스승은 속삭였다.
"나는 어디에나 귀를 두고 있소, 주교, 그리고 그 귀로 어떤 정보를 얻었소, 주교가 날 도와준다면, 주교에게 엄청난 힘을 가져다줄 수 있는 성스러운 유물이 숨겨진 장소를 찾아낼 수가 있소. 당신 앞에 바티칸을 무릎 꿇게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오. 믿음을 구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이지. 단지 오푸스 데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오."
‘신이 거둬가신 것은 신이 보내주신다.’
아링가로사는 희망의 빛을 느꼈다.
"계획을 말씀해보십시오." - P570

문이 활짝 열리고, 브쥐 파슈가 황소처럼 달려들어왔다. 방을 훑어보던 그의 흉포한 눈이 목표물을 찾아냈다. 바닥에 무기력하게 쓰러져 있는 레이 티빙. 파슈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권총을 집어넣고 소피에게 돌아섰다.
"느뵈 요원, 자네와 랭던 씨가 모두 무사해서 안심이야. 하지만 내가 명령했을 때 자네는 본부로 들어왔어야 했어." - P581

경찰들이 끌고 나가자 티빙은 머리를 뒤로 젖히고 소리질렀다.
"로버트! 그것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말해주게!"
티빙이 지나갈 때 랭던은 그의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가치 있는 자만이 성배를 찾아냅니다. 레이. 내게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 P582

수도회의 가장 오랜 임무 중 하나는 성배를 그녀의 고국인 프랑스로 돌려보내는 것이었어요. 그녀가 영원히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죠. 수백년 동안, 그녀는 안전을 위해 이리저리 끌려다녔어요. 몹시 불경스러운짓이었죠. 자크가 그랜드 마스터가 되었을 때, 그의 책임은 그녀를 프랑스로 돌려보내 여왕에 걸맞은 안식처를 짓고 그녀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었답니다. - P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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