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령으로 진급한 후로 나는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네. 서른두 살때 준장으로 진급해서 마흔다섯 살에 죽음을 맞기까지, 켈사령부는 나를 계속해서 전장에 보냈다네. 이길 수 없는 전장만 골라서 보내고 또 보냈지. 그건 내가 실력이 좋아서만은 아니었어. 솔직히 말해서, 나를 죽이기 위해서 보냈던 거나 다름없다네. 내가 슈오스이기 때문에 내가 전사하더라도 켈 장군 한 명의 목숨을 구한 셈이라는 계산이깔려 있던 거야. 그런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나? 나는 그들의 명령에 따라 모든 적과 싸워 물리쳤다네. - P133

"편히 있게." 2번 복합 지휘체는 제다오를 볼 수 있을지언정 목소리까진 들을 수 없는 듯했다. "어째서 통신을 취했는지는 짐작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위, 슈오스 제다오 대장은 물리적 형태를 가질 수 없으므로, 귀관이 대장의 손과 목소리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임무편의성을 고려하여 켈 사령부는 작전 동안 귀관을 명예대장으로 진급시키기로 결정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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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이루는 4요소가 희곡, 무대, 배우, 관객이고 ‘관객이 있어야 연극이 완성된다‘라는 말도 흔히들 하지만, 관객의 필요성이 아니라 관객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 지에 대한 고민은 그리 깊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관객성‘을 연구할 수는 있어도 연극을 보러 가는 관객 스스로 관객의 역할에 관해 고민하는 일은 거의 없을것 같다. - P149

장애인 인구가 전체 인구 중 5%를 차지하지만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 중에 장애인이 없다는 사실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사회는 이상하다. 소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지 못하게 하는 사회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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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다오 대장은 요새 확보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병력 전체를 나선 요새 속으로 몰아넣고는 사상 최초로 경계면 탈곡기를 가동시켰다. 등롱꾼 이단과 켈 병력 전부가 시쳇빛에 잠겨 익사했다. 그 병기의 치명적인 위력은 그 사건을 계기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 P74

지옥나선 요새에선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생존자는 수백 명에 불과했다.
켈 사령부는 훗날 제다오 대장을 이용하기 위해 보존해 두기로 결정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제다오 대장은 순순히 투항했으며, 사령선에 진입했을 당시 그는 시체에서 파낸 총알을 모양에 따라 배열하고 있었다고 한다. 켈 사령부는 그를 ‘검은 요람‘에 안치하여 영원한 죄수로 만들어버렸다. - P75

7번 2번 복합 지휘체가 말했다. "더 나은 작전이 있나?"
체리스는 구미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썼다. "5번 후보자는 병기 한 대로 승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만, 저는 더 나은 작전이 있습니다. 저는 한 사람으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체리스는 모두를 주목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 사람? 그게 누구지?" 2번 복합 지휘체가 말했다. 이미 눈치채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어차피 달리 물러설 곳도 없었다. 도박을 걸 수밖에.
"슈오스 제다오 대장입니다." 좋아. 해버렸다. - P82

머릿속에 자욱하게 깔려 있던 안개는 말끔히 사라졌다. 목에서부터 응어리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지는 말자고 자신을 타일렀다. 그러나 소름끼치는 건, 그 타이르는 목소리조차 자신의 것이 아니란 거였다. 그녀의 내면 목소리는 이제 낯선 남자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틀어막을 수도, 끄집어낼 수도 없는 목소리. 내 목소리가 사라졌다. 내 목소리는 결코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절규조차도, 낯선 남자가 대신 부르짖었다. - P90

순간 머릿속에서 남자 목소리가 다시 울렸지만, 이번에는 분명히 타인의 생각이었다. 방 안에는 체리스뿐이었다. 목소리가 말했다. "저쪽에서 미리 알려주지 않은 모양이로군. 실례하겠네만, 아무도 자네 이름을 알려주지 않아서 말인데."
정중하기는 해도 권위가 실린 목소리였다. - P91

육두정부에 제다오가 필요한 일이 생긴 모양이야. 켈 사령부에서도 승인한 걸 보면 꽤 시급한 일인 것 같고. 일단 네가 알아둬야 할 점은, 검은 요람의 망령을 되살리기 위해선 살아 있는 자가 필요하다는 거야. 망자와 생자를 서로 연결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를 ‘결박’이라고 부르지.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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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시장의 불공정 경쟁으로 인해 시장에서 배제되는 사업자(혹은 창작자)가 늘고 있고, 그 결과 소비자(관객)도 피해를 입고 있다. 이는 한국영화산업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생긴 영화시장의 실패다. 원래 시장 실패의 보완은 정부의 몫이지만, 시장에서 배제되는 영화사업자와 관객을 연결해주며 정부의 몫을 대신 해내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독립예술영화관이다. 정부가 독립예술영화관을 돕는 게 아니라, 독립예술영화관이 정부를 돕고 있는 셈이다. 문체부와 영진위는 이런 현실을 인지하고, 독립예술영화관과 손을 잡아야 한다.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고 공정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독립예술영화 유통의 새로운 전환을 위한 거버넌스와 정책 마련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 P118

물론 비평이 변화의 속도를 무작정 따라가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틀에 갇혀 현 상황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태도가 아직까지 비평 깊은 곳에 내재돼 있다는 점이다. 현상과 해석 사이의 괴리. 이는 현재의 비평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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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는 인류가 생존과 문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자 결과물이다. 그중에서도 현재의 상황과 잘 맞아떨어진 일부 장면들은 지독한 사유의 끝에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콘텐츠와 일부 장면들은 오랜 시간 축적되고 쌓여, 인간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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