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베트가 상트스테판 병원에 강제 입원당한 일에 라켈도 한몫했을거라고 봐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라켈의 친구인 페테르 텔레보리안이 그 병원에서 일했으니까요." - P324

친구나 지인이 흉측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모두들 예외 없이 그런 말을 한다고, 미카엘은 그렇게 대꾸할 뻔했다. 이해할 수 없어요! 말도 안 돼요! 그럴 사람이 절대 아니에요! 하지만 그런 일들은 실제로 일어난다. - P325

카릴은 파리아가 더이상 그들의 형제로, 심지어 인간으로도 여겨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몸도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파리아의 앞날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카릴은 짐작할 수 있었다. - P330

"카릴, 넌 우리 형제들 가운데 유일하게 경찰에게 알려지지 않았잖아. 넌 평판도 좋아. 우리 집안에 적대적인 사람들까지 너를 좋게 보니까. 무엇보다, 너도 우리 가족을 배신했으니 자말을 죽이면 속죄할 수 있어." - P331

댄은 레오의 정장과 셔츠와 신발을 빌려입고 헤어스타일도 똑같이 한 채 레오의 역할을 연습했다. 레오는 본인보다 댄이 더 그럴듯하다고 말했다.
"네가 더 레오 같아!" - P340

레오와 댄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과거를 분석했다. 각자의 생각과 추억과 소소한 이야기를 공유했다. 둘은 무엇으로도 깨뜨릴 수 없을 동맹관계가 되었고, 라켈이 집에 왔을 때 해야 할 일들을 치밀하게 연습했다. 댄이 숨어 있는 동안 레오가 먼저 그녀에게 질문을 할 것이다. 조심스럽게 시작해 점점 공격적으로 몰아갈 생각이었다. - P340

"불공평?"
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불공평이라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듯. 댄에게 이 상황은 그 이상이었다. 상스럽고 정도를 넘어선 일이었다. 그렇게 언쟁이 시작돼 댄은 레오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 P340

천장에 파란 하늘이 그려진 건물 계단을 오르는 동안 라켈은 레오의 집안에서 흥분된 목소리들을, 기이할 정도로 닮은 두 개의 목소리를 들었다. 라켈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고, 소스라치게 놀라 잠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 P348

"다 말해줄게. 진실을 전부. 그전에 먼저 언론에 이 얘길 했는지부터 알고 싶구나.",
댄은 대답하지 않았다.
"너희가 충격을 받은 건 이해해." 라켈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림 전체를 알기 전에 이 얘기가 새어나가는 건 위험한 일이야. 너희의 상상과는 전혀 달라."
"아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요." - P353

실력자 해커 그룹인 해커 공화국의 모든 멤버는 극도의 위급 상황에서만 비상버튼을 사용하기로 맹세했다. 그리고 지금, 세계 도처의 젊은 인재들이 승합차에서 벌어지는 이 드라마를 주시하고 있다. - P370

눈을 감고 레오를 떠올렸어요. 비틀비틀 숲속으로 들어가 추위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몰랐으니 레오가 눈밭에 누워 추위로 죽어가는 모습만 자꾸 떠올랐어요.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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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적극성을 동력 삼아 움직이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그러한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자신의 큰 단점임을 댄은 그때껏 깨닫지 못했다. 그후 모교의 침묵으로 힘들어하다 혼자만의 껍데기 속으로 파고든 그는 큰 열정 없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 P255

그녀가 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스웨덴어로 말했다.
"오늘 굉장했어! 네가 피아노를 치는 건 알았지만, 오늘은... 정말 황홀했어. 대단했다고, 레오!"
"제 이름은 레오가 아닙니다." - P256

그들은 거리 아래쪽의 작은 바에 들어가 마르가리타를 주문했다. 댄은 그녀가 대화를 주도하도록 하면서 많은 단서를 얻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을 알 순 없었고 선뜻 물어보지도 못했다. - P265

장고 라인하르트를 알게 된 후 댄은 로큰롤, 팝, 힙합에 열광하는 동시대의 취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아갈 길을 찾았다. 그때는 자신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라고 믿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그와 똑같이 생긴 누군가가 그와 똑같은 화음과 음계를 구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 P269

"젠장, 뭐야 이거?"
"너잖아. 면도를 못해서 까칠하네. 허리 높이에서 찍는 게 힘들어서 좀 흐릿하지만 걱정 마, 뒤로 가면 나아질 테니 좀더 활기찬 모습도 있잖아. 자, 네가 멋지게 한 방 날리는 거. 그리고 잘 들어봐! 네가 자말 초두리를 살해했다고 자백하는 것 같은데?" - P279

서로의 존재를 까맣게 모르고 살다가 성인이 되어 만난 일란성 쌍둥이들에 관한 글들을 읽었어. 대부분 그 첫 만남이 환상적이었다고 묘사해. 땅이 뒤흔들리는 엄청난 경험이었겠지. - P287

"네 연주를 들었을 때.. 내 평생 스스로를 반쪽 인간으로 느끼며 살아왔다는 걸 깨달았어. 마치 뭔가가 빠진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마침내..."
댄은 더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 P293

1930년대 스웨덴에서는 수백 명에 달하는 쌍둥이들이 태어나자마자 분리되었으니까요. 대부분은 가난 때문이었죠. 그중 대다수가 성인이 되어서야 상봉했는데, 연구자들에게는 이들이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과학적 자료였던 거예요. - P300

"칼이 그녀를 만나러 갔었다고 하셨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레오에게 사실을 전부 밝히겠다고 선언했었어요. 그로부터 며칠 후 숲에서 들짐승처럼 총에 맞아 죽었고요."
"살인이었다고 생각하세요?"
"모르겠어요. 살인도 서슴지 않는 조직에 내가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어요." - P306

"리스베트도 그 프로젝트에 속했었나요?"
"그 쌍둥이들을 전부 합친들 리스베트만큼 라켈을 골치 아프게 만들 순 없었을 거예요." - P310

쌍둥이 형제와 연주하는 일의 즐거움이 너무도 압도적이었던 나머지 레오는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기까지 했다. 레오의 연주는 더욱 대담해졌고 창의적으로 변모했다. 기교는 댄이 더 나았지만, 레오는 과거의 열정을 되찾았다. - P313

억누를 수 없는 복수의 갈망이 두 사람을 한데 묶었다. 일요일 저녁이 밤이 되고 월요일 새벽이 되는 사이, 그들은 이 재회를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고 조용히 지내기로 뜻을 모았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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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 결정이 당장 철회될 수 있다는 거 잊지 마!"
"그럼 철회해. 내 관심사는 하나뿐이니까."
리카르드의 인중에 땀이 번졌다.
"뭔데?"
"파리아가 도움을 받는 것. 변호사 안니카 잔니니가 파리아를 이곳에서 빼내줄 때까지 전적으로 안전하게 있는 것. 증인보호 프로그램도 필요할 거야." - P201

"미카엘, 그때 레오는 왼손으로 글을 썼어. 아까 레오가 왼손잡이였다는 게 갑자기 떠올랐지. 언제나 왼손으로 글을 썼어. 사과든 오렌지든 무엇이든 왼손으로 잡았다고. 그런데 지금 그는 오른손잡이야." - P205

미카엘은 건물 입구에서 어느 노년 여성과 마주쳤다. 지팡이를 들고 모자를 쓴 차림에 인상이 사나웠다. 그 뒤에는 미카엘과 비슷한 나이에 키가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건장한 남자가 서 있었다. - P218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로서 힐다가 ‘유일무이한 환경‘이라고 지목한 것은, 같은 배에서 난 형제자매와도 공유하지 않는 자신만의 환경이었다. 가령 자신이 즐거움이나 매력을 느끼거나 특정 방향으로 이끌리는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스스로 추구하고 창조해내는 환경 말이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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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자산이 절대로 복구될 수 없다는 가짜 주장들이 트위터에서 대거 쏟아져나왔죠. 즉 해킹 공격이 노린 건 돈 그 자체라기보다 우리의 믿음이었음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 P124

리스베트랑 함께 구내식당을 지나가는데 수감자들이 일제히 컵으로 식탁을 두드리기 시작하는 거야. 리스베트를 영웅으로 바라보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사형수로 여긴다는 느낌도 들었어. - P130

적어도 그녀의 집에서 신은 영적이거나 관대한 존재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머리를 내려치는 망치, 하산 페르시의 말처럼 편협함과 억압의 도구일 뿐이었다. - P135

항상 도망갈 구멍을 찾느라 파리아는 도저히 다른 일을 생각할 수 없었다. 밤마다 도망가는 꿈을 꿨고 아침에 일어날 때도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 P135

파리아는 수감실에 앉아 있었다. 곧 다시 불려가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생각만큼 두렵지 않았다. 그동안 엄중감시구역에서 당해온 폭행과 학대에 대해 벌써 두 번이나 전부 진술했을 뿐 아니라 거짓말까지 제대로 해냈으므로. 리스베트에 대해 경찰이 계속 압박 질문을 해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 P140

"나예요, 파리아 카지."
"파리아?"
"오래 통화할 수 없어요."
"그래요, 얘기해요."
자말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목이 메었다. - P143

그렇게 빌어먹을 하루가 시작될 때마다 레오는 명랑한 가면을 썼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이바르와 맺어온 우정이 이런 시련에도 불구하고 계속될 거라고 여겨지도록 만들기 위해. 하지만 속마음은 전혀 달랐다. 레오는 복수를 계획하고 있었다. - P149

파리아 아버지와 오빠들의 명예뿐 아니라 자금 사정도 위협받게 되었으니까. 즉 그들에겐 자말을 제거해야 할 분명한 동기가 있었고, 자말은 이미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뛰어들었음을 알고 있었지. 하지만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어. - P157

승강장에 있던 여자에게 젊은 남자가 다가와 영어로 말을 거는 순간에 열차가 진입하면서 동시에 자말이 철로로 떨어진 일은 우연이 아니었을 거라고 봐. - P162

파리아는 말없이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어. 바깥세상에 귀를 막은 채 자신이 기소당하는 일에도 묵묵부답이었고. - P169

그 현기증나는 일 초간, 리스베트는 살인이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었다. 일을 순서대로 처리해야 한다. 먼저 진실을 찾는다. 그리고 복수한다. - P175

얼마 전 홀게르는 리스베트 면회를 갔었어. 현재 리스베트가 위협당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홀게르도 그녀의 일에 연루되었을 수 있어. 뭔가를 발견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도움을 주려고 했을지도. - P178

도망친 파리아가 다른 놈도 아닌 자말에게 갔을 때 오빠들이 얼마나 광분했을지는 충분히상이 가지. 그들에게 자말은 가족의 명예만 박살낸 녀석이 아니었어. 종교적, 정치적으로도 적이었지. - P183

수감자들은 경찰이나 교도관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 모두는 베니토의 턱을 박살낸 사람은 리스베트이며, 이제는 리스베트의 생명이 위험해졌다는 걸 알았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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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기강을 다시 잡을 수 있게 도와주겠어. 베니토와 그 수하들이 파리아 머리카락 하나 건들지 못하게 해주겠단 말이야. 대신 당신은... 내게 컴퓨터를 빌려줘." - P33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으니까. 그 대가로 베니토를 박살낼 수 있게 도와주겠어."
"그년은 무자비한 년이야."
"나도 그래."
리스베트는 여기서 점수를 얻었다. - P37

어느새 국내 거래량이 줄기 시작해 곧이어 거래가 완전히 중단되더니 고객 수천 명의 계좌가 웹상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간단히 말해 그들 계좌의 자산이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 P52

"아니, 지금 어떤 개자식이 증권시장을 모조리 붕괴시키려고 수작부리는 거 아냐?" - P53

수감실 문가에 불쑥 모습을 드러낸 베니토가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파리아의 오빠들이 보냈다는 안부의 말들을 전할 때면 그저 두려움에 온몸이 얼어붙을 뿐이었다. - P83

리스베트를 바라보며 그녀가 한 말을 곱씹어보았다. 당신이 오래전에 했어야 할 일...... 알바르는 자신이 뭔가를 해 보여야 한다는걸 알았다. 자신의 위엄을 되찾아야 했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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