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적극성을 동력 삼아 움직이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그러한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자신의 큰 단점임을 댄은 그때껏 깨닫지 못했다. 그후 모교의 침묵으로 힘들어하다 혼자만의 껍데기 속으로 파고든 그는 큰 열정 없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 P255

그녀가 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스웨덴어로 말했다.
"오늘 굉장했어! 네가 피아노를 치는 건 알았지만, 오늘은... 정말 황홀했어. 대단했다고, 레오!"
"제 이름은 레오가 아닙니다." - P256

그들은 거리 아래쪽의 작은 바에 들어가 마르가리타를 주문했다. 댄은 그녀가 대화를 주도하도록 하면서 많은 단서를 얻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을 알 순 없었고 선뜻 물어보지도 못했다. - P265

장고 라인하르트를 알게 된 후 댄은 로큰롤, 팝, 힙합에 열광하는 동시대의 취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아갈 길을 찾았다. 그때는 자신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라고 믿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그와 똑같이 생긴 누군가가 그와 똑같은 화음과 음계를 구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 P269

"젠장, 뭐야 이거?"
"너잖아. 면도를 못해서 까칠하네. 허리 높이에서 찍는 게 힘들어서 좀 흐릿하지만 걱정 마, 뒤로 가면 나아질 테니 좀더 활기찬 모습도 있잖아. 자, 네가 멋지게 한 방 날리는 거. 그리고 잘 들어봐! 네가 자말 초두리를 살해했다고 자백하는 것 같은데?" - P279

서로의 존재를 까맣게 모르고 살다가 성인이 되어 만난 일란성 쌍둥이들에 관한 글들을 읽었어. 대부분 그 첫 만남이 환상적이었다고 묘사해. 땅이 뒤흔들리는 엄청난 경험이었겠지. - P287

"네 연주를 들었을 때.. 내 평생 스스로를 반쪽 인간으로 느끼며 살아왔다는 걸 깨달았어. 마치 뭔가가 빠진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마침내..."
댄은 더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 P293

1930년대 스웨덴에서는 수백 명에 달하는 쌍둥이들이 태어나자마자 분리되었으니까요. 대부분은 가난 때문이었죠. 그중 대다수가 성인이 되어서야 상봉했는데, 연구자들에게는 이들이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과학적 자료였던 거예요. - P300

"칼이 그녀를 만나러 갔었다고 하셨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레오에게 사실을 전부 밝히겠다고 선언했었어요. 그로부터 며칠 후 숲에서 들짐승처럼 총에 맞아 죽었고요."
"살인이었다고 생각하세요?"
"모르겠어요. 살인도 서슴지 않는 조직에 내가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어요." - P306

"리스베트도 그 프로젝트에 속했었나요?"
"그 쌍둥이들을 전부 합친들 리스베트만큼 라켈을 골치 아프게 만들 순 없었을 거예요." - P310

쌍둥이 형제와 연주하는 일의 즐거움이 너무도 압도적이었던 나머지 레오는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기까지 했다. 레오의 연주는 더욱 대담해졌고 창의적으로 변모했다. 기교는 댄이 더 나았지만, 레오는 과거의 열정을 되찾았다. - P313

억누를 수 없는 복수의 갈망이 두 사람을 한데 묶었다. 일요일 저녁이 밤이 되고 월요일 새벽이 되는 사이, 그들은 이 재회를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고 조용히 지내기로 뜻을 모았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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