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탈출하려다 일생을 빼앗길 뻔한 남자

데드 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5월

* 책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충동적인 호주 여행, 치명적인 결과를 낳다

닉 호손은 기자다. 대단한 기자는 아니다. 그럴듯한 신문사나 잡지사에 근무하고 있지도 않다. 그저 몇 년에 한 번씩 이 신문사, 저 잡지사 옮겨 다니면서 그저 그런 삶을 살고 있다. 닉은 여느때처럼 잘 다니던 신문사에 사표를 던지고 오하이오 주에 있는 잡지사로 자리를 옮기려고 했다. 그런데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기 며칠 전 보스턴에서 며칠 머물다가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호주 지도에 마음이 뺏겼다. '2천 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21세기 문명의 징후를 발견할 수 없는 세계'. 닉 호손은 순간적인 충동에 빠져 얼마되지 않는 전재산을 처분하여 여행자 수표로 바꾼 후 호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하지만 막상 닉이 호주에 도착하니 호주는 생각보다 멋지지 않았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까 고민하던 닉은 그래도 온 김에 중고로 산 차, 폭스바겐 밴을 끌고 다윈시에서 퍼스시까지 가기로 한다. 직선거리로만 2,600km가 넘는 거리이다. 거리도 먼데 호주에서 주의해야 할 금기를 잊고 밤중에 다윈시를 출발하다 캥거루를 쳐서 차도 망가지고 몸도 상처를 입는다. 불운이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운좋게도 도중에 주유소에서 20대 초반, 풍만한 몸매를 가진 앤지라는 아름다우면서 왠지 '60~'70년대에 머문 것같은 아가씨를 만나 함께 차에 타고 여행을 하게 된다. 앤지는 데드하트(호주 중앙 사막지역)에 있는 울라누프라는 고립된 마을 출신 아가씨다. 처음 만났을 때의 예상대로 두 사람은 여행을 하는 중에 뜨거운 육체관계를 갖게 된다. 야성적인 매력을 지닌 앤지에게 몸은 끌리지만 마음은 완전히 주지 않는 닉. 그렇게 여행을 하던 중, 잠에 든 닉은 이상한 꿈을 꾸게 되고 잠에서 깨어 보니 쓰레기 더미로 둘러싸인 낯선 헛간같은 곳에서 정신을 차린다. 앤지가 몰래 주사한 마취약에 취해 끌려온 곳은 앤지가 살고 있는 마을인 울라누프. 여전히 약에 취해 몽롱한 닉은 자신이 앤지와 결혼했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모든 인구 53명, 네 가족만이 존재하는 지도상에 존재하는 않는 울라누프. 닉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더글라스 케네디 Douglas Kennedy 1955 ~ . 미국의 소설가.

두 번째 읽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빅 픽쳐》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초기 소설이다. 워낙 많은 소설을 썼고 상당히 유명한 작가이기 때문에 그의 책들은 눈에 자주 띈다. 처음 읽은 《빅 픽쳐》가 굉장히 재미있었고 서스펜스가 넘쳤는데 이상하게 케네디의 책에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소설가들이 쓴 책이 읽기 쉽고 재미도 있는데 이상하게 손이 잘 가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 느낌. 아니면 어릴 때부터 갖고 있는 다작 베스트셀러 작가에 대한 쓸데없는 거부감이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

책이 작고 얇아서 들고 다니기 좋은게 바쁜 아침에 갑자기 들고 나가기 좋아 책장에서 급하게 빼들고 읽기 시작했다. 일단 책 만듦새도 좋고 표지도 예쁘다. 입에 테이프를 붙여 놓고 상처난 채 꽁꽁 묶인 금발남자가 무슨 의미인지 알았을 때는 어처구니없는 충격이..

호주 지도. 북부 중앙에 닉이 출발한 다윈, 서부에 도착예정지였던 퍼스가 보인다.

지도에도 없는 마을

겨우 네 가족이 살고 있는 마을 그 가족들도 원래 친척들이기 때문에 울라누프에서 자라 어른이 된 아이들은 마을에서 배우자를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대디'라고 불리는 마을 지도자는 아이들이 스무 살이 되면 8주간 여행을 하면서 배우자를 구해오도록 하고 앤지가 스물한 살이 되어 여행을 하다 마침 만난 닉을 끌고 와 강제로 결혼을 한 것이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닉을 감시한다. 낌새가 이상하면 말보다 매타작이 시작된다. 게다가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는 800km. 닉에게 희망은 없어 보인다.

흥미진진한 설정이다. 현대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기는 한다. 우리나라처럼 조그만 나라에서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 마을이지만 광활한 호주의 자연환경, 특히 바닷가에만 주요 도시가 존재하는 호주를 생각하면 이런 마을이 있을 법하기는 하다. 게다가 '데드 하트'. 죽어버린 심장. 대륙의 중심부가 황량한 사막이라는 의미도 있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심장도 죽어 있고, 무엇보다 주인공 닉의 마음도 죽어 있으니 구체적이든 추상적이든 굉장히 탁월한 책 제목이면서 장소의 명칭이다.

폭스바겐 밴. 닉이 다윈시에서 구매한 차가 이런 모양일 듯.

해결과정보다는 잡혀 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우리나라 사람은 상상하기 힘들고 미국사람이나 생각할 수 있는 광활한 사막의 마을, 그 곳에 끌려가는 닉이 결국 탈출하지만 그 곳에 끌려가고 마을에서 당하는 과정이 훨씬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그곳에 갇혀 어떻게 탈출할까, 그리고 조력자, 끌려가서 당황하고 분노에 찼을 닉의 심정을 공감이 가도록 잘 표현했다. 하지만 탈출하는 장면은 그다지 두근거리지는 않는다.

특히 조력자가 너무 딱 맞게 설정되어 있고 닉의 프로에 가까운 차량 정비 능력은 좀 작위적이어서 탈출 장면에서 긴장감을 떨어뜨리는데 한 몫 한다. 책의 앞 부분 2/3은 소재의 신선함 덕분에 재미있는데 닉과 조력자가 의존할 수 있는 상황이 너무 쉽게 주어지는 것도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 특히 마지막에 그 두 사람을 꼭 죽였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데드하트》는 황량한 사막에서 황량한 마을에 붙잡힌 남자의 이야기이다.

★★★★

두번째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손에 땀을 쥐게하는 서스펜스가 장기인 것 같은데, 책도 술술 넘어가고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책 한 권 읽는데 크게 시간이 많이 들지 않는다. 요즘같이 어지러운 시기에 머리 식힐 겸 읽으면 좋을 듯. 인물 활용면에서, 중간까지 굉장히 매력적이고 육감적으로 표현한 앤지를 인간쓰레기로 절하시켜 버린 건 좀 아쉽다. 조력자 크리스탈의 헌신적인 도움도 왠지 좀 어색하다.

순식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추천.

뒤티유일이 자기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깨달은 것은...

뒤티유일이 자기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깨달은 것은 마흔세 살에 막 접어들었을 때였다. - P16

그의 안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이 용솟음치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벽들을 뚫고 지나가고 싶은 걷잡을 수 없는 욕구였다. - P22

그녀 곁을 떠날 때 뒤티유일은 그 집의 칸막이와 벽들을 통과하면서 여느 때와는 다르게 허리와 어깨에 무엇이 스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P34

2월 10일
항간에 터무니없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새로운 배급제에 관한 소문이다. 식량과 생필품 부족에 대처하고 노동계급의 수익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비생산적인 소비자들, 이를테면 노인, 퇴직자, 금리생활자,
실업자, 기타 다른 군입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리라는 것이다. - P39

말레프루아가 설명하기를, 쓸모없는 사람들은 한달을 다 사는 게 아니라 그 무용성의 정도에 따라 일수(日數)를 정해놓고 다달이 그 일수만큼만 살게 될 거라고 했다. - P40

4월 1일내가 정말로 살아 있다. 부활의 약속은 만우절의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흘렀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나는 일시적인 죽음에 빠져들 때의 모습 그대로 침대에 있었고 그때의 그 공포도아직 가시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 P52

6월 32 일
시간에는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지평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없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제 아침 어떤 가게에 들어가 신문을 사려고 하는데, 신문의 날짜가 6월31일로 되어 있었다. - P67

조너스도 지도권을 다른 사람들한테 넘기고 가족과 함께...

조너스도 지도권을 다른 사람들한테 넘기고 가족과 함께 홀가분한 삶을 살 수 있었다.
이제 그는 책과 지식의 수호자이다. 말하자면 학자이자 사서이다. 얼마 전 가브리엘이 배 만드는 법을 배우려고 설명과 그림이 있는 책을 빌려간 것도 조너스한테서였다. - P307

그의 무덤 바로 옆에 수양아들 맷티의 무덤도 있다. 마을 사람들은 맷티를 칠 년 전 역경의 시대에 마을을 괴롭힌 미지의 악과 싸우다 죽은 개구쟁이 소년으로 기억했다. - P321

소녀가 움찔했다. 얼굴 윗면에 눈 없는 가죽 가면을 ...

소녀가 움찔했다. 얼굴 윗면에 눈 없는 가죽 가면을 씌웠기때문이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하려는 거라지만 우스꽝스러운 데다 쓸데없는 짓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물론 저항은 하지 않았다. 절차라는 정도는 소녀도 알고 있었다. - P11

‘모두 꺼내야 해요. 아니면 정상란들이 감염되거든요. 그래서날마다 점검하죠."
클레어는 어쩐지 마음이 불편했다. 수정이 잘못되었다고? 나도 그랬던 걸까? 내 상품도 저 탈색된 알처럼 어딘가 버려지고만 걸까? 아니, 그럴 리가 없어. 36호는 관찮다고 하지 않았던가. - P33

감정의 정체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너무도 이상했다. 전에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건만, 아이와 함께 있고 싶고 아이의 얼굴만 계속 떠올랐다. - P64

"공동체가 일제히 그의 이름을 연호했거든. 일종의 의식이라는데…… 그걸 뭐라고 하더라? 각인? 아무튼 우리는 그 이름을계속해서 불렀어. 조너스!" - P93

클레어는 돌아섰다.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도대체 어쩌다가이 지경이 된 거지?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이런 식의 애착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신생아에게도 배우자에게도 동료나 친구에게도 그녀 또한 자신의 부모나 오빠에게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없건만, 침이나 질질 흘리고 간신히 걸음마를 떼는 갓난아이한테…. - P119

클레어는 환약을 복용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단순한 실수겠지? 끔찍한 출산 경험, 그리고 그 후의 임무 중지가 너무도 급작스럽고 놀라운 탓에 출산동에서도 그녀에게 환약을제공하거나 지시할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다들 누군가 처리했다고 여겼을 수도 있겠다. - P128

노파는 자주 눈에 띄었다. 우거진 강변 솔밭에 갑자기 나타나서는 게이브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손으로 짠 우중충한 옷, 굽은 허리, 그리고 어디에선가 본 듯한 저 친근하고도깊은 시선, 하지만 어느 순간 노파는 어두운 나무들 사이로 슬며시 사라져 버렸다. - P297

인간을 보는 통찰력과 위트가 넘치는 행동경제학자의 상담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 -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의 일상 속 행동심리학
댄 애리얼리 지음, 윌리엄 해펠리 그림, 안세민 옮김 / 사회평론 / 2017년 1월

나이가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흘러갈까?

어릴 때는 정말 시간이 늦게 흐른다.(최신 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는 구태여 여기서 따지지 말자.) 작년 이맘 때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년 이맘 때는 까마득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 일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정신이 없다. 순식간에 한 해가 지나가고 정신을 차려 보면 3년, 5년이 지나가 있다. 나는 주로 속도가 빨라지는 이유를 비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열 살 아이에게 일 년은 지금까지 삶의 1/10에 해당하는 기간이고, 50대 중년의 1년은 1/50의 기간이다. 그러니까 50대는 10대에 비해 시간이 다섯 배 빨리 가는 것처럼 체감한다. 나름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댄 애리얼리의 생각은 좀 다르다. 댄 애리얼리는 '생후 몇 년 동안은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에 기억에 강하게 새겨진다. 반면에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미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이 점점 줄어든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간 시간을 반추해 봐도 별게 없어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잠깐, 새롭고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있으면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거 아니었어?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를 원하기 때문에 난 앞으로는 조금이라도 새로운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난 댄 애리얼리라는 멋진 학자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왜 시간이 빨리 가는지 궁금했던 어떤 월스트리트 독자가 월스트리트 저널에 질문을 보내서 그 의문을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런 질문들을 댄 애리얼리라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에게 쓰도록 부탁했다.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모아 놓으니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이라는 책이 한 권 나왔다.

댄 애리얼리  Dan Ariely 1967 ~ . 미국의 심리학자, 경제학자. 

행동경제학의 아버지인 심리학자 댄 애리얼리

경제학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댄 애리얼리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신 경제학 이론, 특히 '행동경제학'을 아는 사람이라면 댄 애리얼리를 모를 수 없다. 댄 애리얼리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났고 원래는 심리학자였다.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설명하는 '행동심리학'을 연구한 댄 애리얼리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이 비합리적인 판단, 및 결정을 하게 만들고 이 비합리적인 결정이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다. 결국 인간은 합리적이며, 이기적으로 경제적인 결정을 한다는 전통적인 경제학의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고 행동경제학의 기초를 세웠다.

행동심리학을 경제학에 적용시킨 공로로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까지 수상했으니 정말 놀라운 학문 커리어를 가진 세계적인 석학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자가 연구를 하다 보니 노벨경제학상을 받아 새로운 경제학을 만들어낸 꼴이다. 수학자가 노벨경제학상을 받기도 하니 그나마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후 행동경제학은 발전을 거듭하여 최근에는 리차드 탈러까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으니 행동경제학이 아직 주류 경제학으로 자리잡지는 못했지만 새롭게 경제를 설명하는 이론의 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댄 애리얼리는 큰 공을 세웠다.

윌리엄 해펠리 Willam Haefeli가 그린 독특한 삽화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에 하나.

독자 질문에 대한 통찰과 위트넘치는 답변

이 책은 위에서 밝혔듯이 월 스트리트 저널에 독자들이 보낸 질문에 대해 댄 애리얼리가 답변한 내용을 추려서 낸 책이다. 댄 애리얼리가 원래 심리학자이기 때문에 독자의 질문에 적절한 상담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충분히 할 수 있다. 댄 애리얼리는 그 기대에 걸맞는 답변을 하는데 굉장히 위트 넘치는 내용을 뻔뻔하고 심각하게 써 놓는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상대방과 통화를 할 때, 내가 딴짓을 하는 걸 상대방이 알아채면 어떡할까 하고 고민하는 질문에는 상대방도 딴짓하면서 통화를 하고 있을테니 걱정말라고 한다. 또 <기말고사가 할머니의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정말 심각하게 기말고사 기간이 되면 수강중인 학생의 할머니가 돌아가실 확률이 19배나 높아지는 통계를 들이밀면서(심지어 낙제에 가까운 학생은 할머니 사망 확률이 50배나 높아진다고 한다.) 자신의 처지를 걱정하는 학생을 걱정하는 할머니들이 한탄을 하면서 건강이 나빠지는게 틀림없다고 결론을 내린다.물론 이런 위트넘치는 답변 후에는 진지하게 답변을 한다. 사실 꼭 그런 건 아니다.

댄 애리얼리의 멋진 위트는 이 책을 읽는 큰 즐거움이지만 양념일 뿐이다. 책의 곳곳에는 행동경제학에서 설명하는 전망이론, 편향이론 등 비합리적인 나, 혹은 상대방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탁월한 답변을 하기도 한다. 탁월한 식견과 위트가 넘치는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행동경제학을 실제 사회문제와 잘 접목한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의 《경제의 속살》

미국인은 정말 이런게 궁금해?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와 다른 생각이 들었는데, 도대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 질문이 많다. 꽤 심각한 질문도 있지만 상당히 많은 질문은 도대체 이게 질문거리가 되는가 하는 질문이 대부분이다. 도대체 정말 공중화장실에 갔을 때 어느 칸에 들어갈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 걸까? 독서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이 오디오북을 들은 것에 대해 부끄러워 할 필요가 있나? 마치 예전에 엉뚱한 질문에 대해 성의있는 답변을 했던 세스코라는 회사가 언뜻 떠오른다.

★★★★☆

댄 애리얼리가 쓴 책 대부분은 두껍고 좀 어렵다. 저자가 가진 《생각에 관한 생각》같은 책은 들고 다니면서 읽기도 부담스러운 두께다. 다른 책들도 대체로 각잡고 읽어야 한다. 하지만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는 얇고 작고 호흡도 짧고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일상에서 느끼는 불합리한 행동에 대한 댄 애리얼리의 적절한 해석과 조언을 담고 있어서 부지불식간에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완배 기자가 쓴 《경제의 속살》과 비슷한 면이 많은데 이완배 기자가 정치, 경제를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설명했다면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은 친구의 고민에 대해 농담을 섞어가며 설명하는 느낌이다.

두고두고 생각날 때마다 아무 곳이나 펼쳐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쉽고 재미있고 얻을 것도 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