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움찔했다. 얼굴 윗면에 눈 없는 가죽 가면을 씌웠기때문이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하려는 거라지만 우스꽝스러운 데다 쓸데없는 짓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물론 저항은 하지 않았다. 절차라는 정도는 소녀도 알고 있었다. - P11

‘모두 꺼내야 해요. 아니면 정상란들이 감염되거든요. 그래서날마다 점검하죠."
클레어는 어쩐지 마음이 불편했다. 수정이 잘못되었다고? 나도 그랬던 걸까? 내 상품도 저 탈색된 알처럼 어딘가 버려지고만 걸까? 아니, 그럴 리가 없어. 36호는 관찮다고 하지 않았던가. - P33

감정의 정체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너무도 이상했다. 전에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건만, 아이와 함께 있고 싶고 아이의 얼굴만 계속 떠올랐다. - P64

"공동체가 일제히 그의 이름을 연호했거든. 일종의 의식이라는데…… 그걸 뭐라고 하더라? 각인? 아무튼 우리는 그 이름을계속해서 불렀어. 조너스!" - P93

클레어는 돌아섰다.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도대체 어쩌다가이 지경이 된 거지?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이런 식의 애착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신생아에게도 배우자에게도 동료나 친구에게도 그녀 또한 자신의 부모나 오빠에게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없건만, 침이나 질질 흘리고 간신히 걸음마를 떼는 갓난아이한테…. - P119

클레어는 환약을 복용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단순한 실수겠지? 끔찍한 출산 경험, 그리고 그 후의 임무 중지가 너무도 급작스럽고 놀라운 탓에 출산동에서도 그녀에게 환약을제공하거나 지시할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다들 누군가 처리했다고 여겼을 수도 있겠다. - P128

노파는 자주 눈에 띄었다. 우거진 강변 솔밭에 갑자기 나타나서는 게이브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손으로 짠 우중충한 옷, 굽은 허리, 그리고 어디에선가 본 듯한 저 친근하고도깊은 시선, 하지만 어느 순간 노파는 어두운 나무들 사이로 슬며시 사라져 버렸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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