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의 머릿속에 너무도 명백한 진실 하나가 떠올랐다.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자신에게 얼마나 파괴적인 힘을 행사하고 있는지. - P58

"제게 해주신 일은 항상 잊지 않고 있어요. 그렇게 은혜를 모르는 인간도 아니고요. 편견을 깨고 제게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해요. 하지만 사장님을 애인으로 삼고 싶지 않을뿐더러 혹여나 아버지 행세를 하려 든다면 더더욱 싫어요." - P61

"그래서 칼레 블롬크비스트라고들 하지."
"그는 이 별명을 아주 싫어하는데, 그런 심정은 이해할 만합니다. 누가 나를 ‘말괄량이 삐삐‘라는 별명으로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싣는다면 나 역시 그자의 입술을 탱탱 붓도록 만들어버릴 테니까요." - P66

"이를테면・・・・・・ 그 기사에는 죄다 비공식 내용뿐이었죠. 벤네르스트룀 사건을 깊이 캐보지는 않았지만 칼레 블롬크비스트...... 아니,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제대로 속아넘어간 게 틀림없습니다. 이 사건에는 판결문과 전혀 다른 내용이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 P69

대화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드라간은 즉시 경계를 했다. 지금 디르크 프로데는 이미 판결이 난 범죄 사건을 다시 파헤쳐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 P71

그레게르는 두 사람 관계를 잘 알고 있어요. 삼자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삼각관계인 셈이죠. 에리카가 어떤 때는 미카엘의 집에서 자고, 또 어떤 때는 남편과 잡니다. 어떻게 이런 관계가 가능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P73

미카엘은 그레게르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았다. 어떻게 에리카가 이런 남자에게 반했는지 이해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남자 둘을 동시에 사랑하는 아내를 받아들여준다는 사실만큼은 항상 고맙게 생각했다. - P80

"고객이 누구시죠?"
"당신도 업무상 몇 번 들어봤을 겁니다. 헨리크 방에르 씨입니다."
미카엘은 놀라 몸을 뒤로 젖혔다. 헨리크 방에르… 당연히 들어본 이름이었다. 대실업가이자 목재, 광산, 강철, 금속, 섬유 업계를 망라하는 거대 제국 ‘방에르 그룹‘의 전회장을 모를 리 있겠는가? - P89

여기 오기 전에 나에 대해 조사해 봤겠지. 내가한때 스웨덴 산업과 노동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알겠고. 허나 지금은 얼마 안 있으면 죽게 될 늙은 바보에 불과해. 그러니 ‘죽음‘을 우리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 P102

이런 생각 끝에 미카엘이 추측한 결론은 헨리크가 상당히 난처한 일을 떠맡기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일은? 가능한 한 빨리 용건을 듣고 나서 ‘싫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 그러면 오후 기차를 놓치지 않을 수 있으리라. - P105

"자네에게 두 가지 일을 맡기고 싶다고 했지. 먼저 방에르 가문 연대기를 써줬으면 좋겠네. 간단히 말해 내 회고록인 셈이지. 교회에서 낭독할 만한 책은 아닐 거야. 가족 간의 증오와 분쟁과 측량할 수 없는 탐욕의 역사가 될 테니. - P107

"이제 내가 왜 자네를 고용하려는지 진정한 이유를 밝힐 때가 되었군. 우리 가문 사람 중에 누가 하리에트 방에르를 죽였는지, 그후 사십 년 가까이 나를 미치게 만들려고 집요하게 애쓰는 인간이 누군지, 부디 자네가 밝혀주게나!" - P114

"하리에트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면 여기 섬에서 일어났을 테고, 혐의자 역시 섬 안에 있던 사람들로 한정된다는 뜻이겠죠. 이를테면 섬을 무대로 한 ‘밀실 미스터리‘라고나 할까요." - P118

사고든 자살이든 죽었다면 이 섬 어딘가에 시체가 나타나야 하지 않겠나?" - P121

경제기자의 세계에서 정상적인 기자의 임무, 즉 비판적 조사를 수행하고 독자들에게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고하는 사람은 환영받지 못한다. 오히려 가장 능란한 사기꾼이 박수갈채를 받는 현실이다. - P127

"당시 이 섬에 상주하는 사람은 모두 25명이었네. 하지만 그날은 가족모임 때문에 60명 정도 있었지. 그중 25명 정도는 제외시킬 수있어. 내 생각은, 그 나머지 사람들 중 누군가가, 특히 가족 중 하나가 하리에트를 살해하고 시신을 처리했다는 거야." - P132

"순전히 시간 낭비에 불과한 일을 위해 일 년이나 제 생활과 경력을 전부 포기하라는 말씀인가요?"
헨리크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실례지만 지금으로선 할 일이 별로 없는 걸로 아는데?"
미카엘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 - P143

"내가 자네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기 때문이지. 돈으로 살 수 없으면서 자네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절실히 원하는 것."
"그게 뭐죠?"
헨리크의 눈이 가늘어졌다.
"자네에게 한스에리크 벤네르스트룀을 넘겨주겠네. 난 그자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 삼십삼 년 전 바로 우리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지. 난 그자의 목을 쟁반 위에 담아 자네에게 줄 수 있어. 수수께끼를 풀게! 그럼 법정에서 망신당한 자네를 ‘올해의 기자‘로 만들어주지!"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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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그것은 연례행사였다. 남자가 그 꽃을 받은 날은 자신의 여든두번째 생일이었다. 그는 소포를 풀고 선물 포장지를 뜯었다. - P9

매년 11월 1일이면 솜으로 속을 채운 커다란 우편봉투 하나가 어김없이 날아들었고, 그 안에는 마치 누가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이렇게 꽃이 들어 있었다. - P12

재판은 완전히 종결되었다. 법정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남김없이 말한 셈이다. 사실 그는 지금껏 한순간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결국 유죄를 선고받으리라는 것을. 판결은 오전 10시에 내려졌다. - P17

판사는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금융인 한스에리크 벤네르스트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결했다. 재판은 종결되었고 미카엘은 항소할 뜻이 없었다. - P21

<밀레니엄>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금요일 오늘 아침, 금융인 한스에리크 벤네르스트룀에 대한 명예훼손죄로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 P24

리스베트가 가져오는 결과물은 오히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기막힌 것뿐이었다. 드라간은 그녀를 유일무이한 재능의 소유자라고 확신했다. - P48

그녀를 채용한 것은 순전히 홀게르 팔름그렌 때문이었다. 과거 요한 프레드리크 밀톤의 개인적인 일들을 관리했었고 지금은 조기 은퇴한 변호사다. 그는 행동에는 약간 문제가 있지만 통찰력이 뛰어난 아가씨라고 리스베트를 소개했다. - P51

그는 곧 깨달았다. 리스베트는 밀톤의 관습적인 틀에 자신을 맞출 의사가 전혀 없음을. 앞으로 경력을 쌓기 위해 상담도 해보고 사내교육도 받아보라고 제안하면서 백방으로 그녀를 설득하려 애썼지만 헛수고였다. 그는 복잡한 딜레마에 빠졌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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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가와서 내 옆에 앉았다. "미안해, 다나."
미안하다고 자기가 저지를 뻔한 짓에 대해서 말인가, 아니면 앞으로 저지를 짓에 대해서 말인가? 미안하다니. 그는 전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여러 번 나에게 사과했지만, 그의 사과방식은 언제나 애매모호했다. - P502

"당신은 나를 미워한 적이 없어. 그렇지?" 루퍼스가 물었다.
"오랫동안 미워한 적은 없었지. 나도 이유를 모르겠어. 넌 내 미움을 사려고 참 열심이었는데 말이야, 루피." - P505

노예는 노예일 뿐이다. 노예에게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루퍼스는 루퍼스였다. 그는 변덕스러웠고, 관대하다가 잔인해지기를 반복했다. 그를 나의 조상으로, 나의 남동생으로, 나의 친구로 받아들일 수는 있어도 나의 주인으로, 나의 연인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 P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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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는 너무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너무 빨리 ‘성장‘하고 있었다. 기억이 돌아오면 그녀의 삶은 너무나 지독하게 변할 것이다. 지금보다 더 상처받을 것이고, 그상처는 대부분 루퍼스가 입힐 것이다. - P302

"엄마는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고 말겠다고 했어요." 앨리스가 말했다.
"사는 편이 나아.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있는 한은." 나는 가방 속에 든 수면제를 생각하면서 내가 얼마나 대단한 위선자인가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고 살라고 충고하기는 참으로 쉬웠다. - P302

백인들은 내가 부지런하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흑인들은 내가 멍청하거나, 백인 마음에 들고 싶어 열심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두려움과 의혹을 막고 비교적 제정신을 유지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P315

오 년이나 지났어! 당신은 편지를 한 통 더 쓰고 싶어하지. 혹시 케빈이 첫 번째 편지를 던져버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 케빈도 앨리스처럼 됐을지 모르지. 자기 동족과 함께 있고 싶어졌을지도 몰라. - P315

케빈은 예전에 당신들이 결혼한 지 사 년이 됐다고 했어. 그렇다면 당신과 함께한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여기에 혼자 있었다는 뜻이지. - P315

"내가 너한테 너무 물렀지." 루퍼스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고 험악해졌다. "보통 검둥이보다 나은 사람처럼 대했어. 이제보니 내가 실수했군!" - P316

앨리스는 드레스를 바닥에 떨어뜨리며 일어나서 나를 붙잡았다. "안 돼, 다나! 가지 마!"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더니 어깨를 늘어뜨렸다. "다 거짓말이야. 난 다시 도망칠 수 없어. 못해. 저 바깥에선 굶주리고 춥고 아프고, 지쳐서 걸을 수도 없게 돼. 그러면 놈들이 개를 풀어 찾아내겠지...... 주여, 그 개들은......." 앨리스는 잠시 침묵했다. - P325

"내가 보면 안 될 곳을 들여다봤거든. 루피 도련님의 침대 서랍 말이야. 그런데 거기 있어서는 안 될 물건을 찾아냈어."
앨리스는 앞치마 주머니에서 편지 두 통을 꺼냈다. 두 통이었다. 밀봉이 뜯어져서 내 손글씨가 드러난 편지 두통. - P328

두 사람은 거의 내 바로 앞에 멈춰 섰다. 루퍼스는 평소에 타던 회색 말을 탔고, 톰 와일린은 그보다 색이 어두운 말을타고 있었다.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나를 찾고 있었다. - P334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왜 아직도 목숨을 구해준 보답으로 나를 죽일 뻔한 남자의 노예로 남아 있을까? 왜 그러고도 또 채찍질을 당했을까? 그리고 왜...... 왜 나는 지금 이렇게 겁을 먹었을까. 왜 조만간 다시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릴 만큼 겁이 날까? - P342

앨리스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젖은 눈은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본 적이 없는 고통이 담긴 눈으로 보고 있었다. 내 남편은 결국 돌아왔지만, 그녀의 남편은 오지 않을 것이다. - P357

"여전히 더러운 일은 다른 사람에게 시키려고 하는구나. 안그래, 루피?" 나는 씁쓸하게 말했다. "처음에는 네 아버지에게, 이제는 케빈에게. 너 같은 쓸모없는 인생을 구하려고 내 시간을 허비하다니!" - P364

루퍼스의 시대는 나에게 여태껏 요구받아본 적 없는 것들을 요구했고, 그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쉽사리 나를 죽일 수 있었다. - P370

"케빈, 가서 내 가방 가져와 침실에 두고 왔어."
"뭐라고? 왜......?"
"어서, 케빈!"
그는 겨우 상황을 이해하고 침실로 향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제발 케빈이 제시간에 돌아오기를 기도했다. 얼굴에 흘러내리는 눈물이 느껴졌다. 이렇게 빨리, 이렇게 빨리. - P382

복도를 따라 천천히 계단으로 향하면서 왜 내가 자기변호에 나서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적어도 시도는 해보았어야 하지 않나. 나도 순종하는 삶에 익숙해지고 있는 걸까? - P429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어!" 나는 자세를 바로잡는 루퍼스를 비난했다. "테스를………… 다른 사람들을…………."
"모두 내 재산일 뿐이야!"
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 그를 멍하니 응시했다. - P432

루퍼스가 나빠. 이젠 다 자라서 이체계의 일부가 되어버렸어. 아버지가 운영할 때는 우리를 불쌍히 여길 수 있었겠지. 자기도 완전히 자유의 몸이 아니었을때는 말이야. 하지만 이제는 책임자야. 그리고 당장 일을 벌여서 그 점을 증명해야 했겠지. - P434

"다나, 흑인이란 건 벗겨지지 않는 거래요. 당신보고 당신이 아니라고 말하는 작자들 따위 알 게 뭐나는군요." - P436

우리는 꽤 비슷하게 생겼어."
"우리가 봐도 비슷하게 생겼지!"
"그렇겠지. 어쨌든 그건 우리가 같은 여자의 반쪽씩이라는 뜻이야. 적어도 루피의 미친 머릿속에서는." - P445

"도대체 어쩌다가 손목을 다쳤어? 출혈로 죽을 수도 있었어! 설마 직접 그은 거야?"
"응. 그래서 집에 올 수 있었어."
"더 안전한 방법이 있었을 텐데."
나는 조심스럽게 손목을 문질렀다. "죽음 직전에 이르는 안전한 방법은 없어. - P468

"나는 생각했어. 나일 수도 있다고, 그 자리에서 목에 밧줄을 걸고 개처럼 끌려가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나일 수도 있다고!" - P479

그는 내가 노예들을 풀어주기 위해 자기를 죽일 것이라고 믿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순수하게 내놓은 제안이었다. 그러나 루퍼스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결국에는 내게도그런 생각이 떠올랐을 것이다. - P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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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는 아침마다 전철을 타고 서울에서 인천으로 출근한다. 소요시간은 장장 한시간 반. 저녁마다 인천에서 서울로 퇴근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하루에만 왕복 세시간을 길바닥에서 보내는 셈이다. - P86

"집이 어디니? 여기서 얼마나 걸리지?"
"배 타고 이십사시간."
수는 흠칫 놀라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금 어디에 사는지를 물은 것인데 그는 중국의 진짜 집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 P100

헤어질 때 하는 인사말, 짜이지엔. 어쩌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의미의 인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은 진짜 작별의 인사를, 다른 한 사람은 다시 만나자는 기약의 인사를 한 것인지도. - P109

영어회화 강사가 이번에는 나를 지목했다. 그는 내게 한 번이라도 장례식에 가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물론 영어로 말이다.
"노" - P114

올해는 정초부터 유난히 부고가 많았다. 푸른 이십대가 이미 지나가버렸음을 상기시켜 주듯 삶은 수시로 내게 검은 옷을 입을 것을 요구했다. 죽음은 겪고 또 겪어도 늘 갑작스러웠다. - P118

하기야 산자가 죽은 자를 어떻게 이해하랴. 뒷부분이 찢겨나간 책처럼 죽은 자의 이야기는 산 자에게 영영 미지의 페이지로 남기 마련인 것을. - P120

어떻게 안부를 단체로 물을 수 있는가. 잘 있느냐고, 잘 지내라고, 이런 말을 어떻게 다수에게 한꺼번에 건넬 수 있냔 말이다. - P123

생전에 가까운 사이였든 아니든 간에 우리는 대개 사람이 죽고 나서야 비로소 그 사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는 점이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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