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는 너무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너무 빨리 ‘성장‘하고 있었다. 기억이 돌아오면 그녀의 삶은 너무나 지독하게 변할 것이다. 지금보다 더 상처받을 것이고, 그상처는 대부분 루퍼스가 입힐 것이다. - P302

"엄마는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고 말겠다고 했어요." 앨리스가 말했다.
"사는 편이 나아.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있는 한은." 나는 가방 속에 든 수면제를 생각하면서 내가 얼마나 대단한 위선자인가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고 살라고 충고하기는 참으로 쉬웠다. - P302

백인들은 내가 부지런하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흑인들은 내가 멍청하거나, 백인 마음에 들고 싶어 열심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두려움과 의혹을 막고 비교적 제정신을 유지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P315

오 년이나 지났어! 당신은 편지를 한 통 더 쓰고 싶어하지. 혹시 케빈이 첫 번째 편지를 던져버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 케빈도 앨리스처럼 됐을지 모르지. 자기 동족과 함께 있고 싶어졌을지도 몰라. - P315

케빈은 예전에 당신들이 결혼한 지 사 년이 됐다고 했어. 그렇다면 당신과 함께한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여기에 혼자 있었다는 뜻이지. - P315

"내가 너한테 너무 물렀지." 루퍼스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고 험악해졌다. "보통 검둥이보다 나은 사람처럼 대했어. 이제보니 내가 실수했군!" - P316

앨리스는 드레스를 바닥에 떨어뜨리며 일어나서 나를 붙잡았다. "안 돼, 다나! 가지 마!"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더니 어깨를 늘어뜨렸다. "다 거짓말이야. 난 다시 도망칠 수 없어. 못해. 저 바깥에선 굶주리고 춥고 아프고, 지쳐서 걸을 수도 없게 돼. 그러면 놈들이 개를 풀어 찾아내겠지...... 주여, 그 개들은......." 앨리스는 잠시 침묵했다. - P325

"내가 보면 안 될 곳을 들여다봤거든. 루피 도련님의 침대 서랍 말이야. 그런데 거기 있어서는 안 될 물건을 찾아냈어."
앨리스는 앞치마 주머니에서 편지 두 통을 꺼냈다. 두 통이었다. 밀봉이 뜯어져서 내 손글씨가 드러난 편지 두통. - P328

두 사람은 거의 내 바로 앞에 멈춰 섰다. 루퍼스는 평소에 타던 회색 말을 탔고, 톰 와일린은 그보다 색이 어두운 말을타고 있었다.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나를 찾고 있었다. - P334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왜 아직도 목숨을 구해준 보답으로 나를 죽일 뻔한 남자의 노예로 남아 있을까? 왜 그러고도 또 채찍질을 당했을까? 그리고 왜...... 왜 나는 지금 이렇게 겁을 먹었을까. 왜 조만간 다시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릴 만큼 겁이 날까? - P342

앨리스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젖은 눈은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본 적이 없는 고통이 담긴 눈으로 보고 있었다. 내 남편은 결국 돌아왔지만, 그녀의 남편은 오지 않을 것이다. - P357

"여전히 더러운 일은 다른 사람에게 시키려고 하는구나. 안그래, 루피?" 나는 씁쓸하게 말했다. "처음에는 네 아버지에게, 이제는 케빈에게. 너 같은 쓸모없는 인생을 구하려고 내 시간을 허비하다니!" - P364

루퍼스의 시대는 나에게 여태껏 요구받아본 적 없는 것들을 요구했고, 그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쉽사리 나를 죽일 수 있었다. - P370

"케빈, 가서 내 가방 가져와 침실에 두고 왔어."
"뭐라고? 왜......?"
"어서, 케빈!"
그는 겨우 상황을 이해하고 침실로 향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제발 케빈이 제시간에 돌아오기를 기도했다. 얼굴에 흘러내리는 눈물이 느껴졌다. 이렇게 빨리, 이렇게 빨리. - P382

복도를 따라 천천히 계단으로 향하면서 왜 내가 자기변호에 나서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적어도 시도는 해보았어야 하지 않나. 나도 순종하는 삶에 익숙해지고 있는 걸까? - P429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어!" 나는 자세를 바로잡는 루퍼스를 비난했다. "테스를………… 다른 사람들을…………."
"모두 내 재산일 뿐이야!"
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 그를 멍하니 응시했다. - P432

루퍼스가 나빠. 이젠 다 자라서 이체계의 일부가 되어버렸어. 아버지가 운영할 때는 우리를 불쌍히 여길 수 있었겠지. 자기도 완전히 자유의 몸이 아니었을때는 말이야. 하지만 이제는 책임자야. 그리고 당장 일을 벌여서 그 점을 증명해야 했겠지. - P434

"다나, 흑인이란 건 벗겨지지 않는 거래요. 당신보고 당신이 아니라고 말하는 작자들 따위 알 게 뭐나는군요." - P436

우리는 꽤 비슷하게 생겼어."
"우리가 봐도 비슷하게 생겼지!"
"그렇겠지. 어쨌든 그건 우리가 같은 여자의 반쪽씩이라는 뜻이야. 적어도 루피의 미친 머릿속에서는." - P445

"도대체 어쩌다가 손목을 다쳤어? 출혈로 죽을 수도 있었어! 설마 직접 그은 거야?"
"응. 그래서 집에 올 수 있었어."
"더 안전한 방법이 있었을 텐데."
나는 조심스럽게 손목을 문질렀다. "죽음 직전에 이르는 안전한 방법은 없어. - P468

"나는 생각했어. 나일 수도 있다고, 그 자리에서 목에 밧줄을 걸고 개처럼 끌려가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나일 수도 있다고!" - P479

그는 내가 노예들을 풀어주기 위해 자기를 죽일 것이라고 믿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순수하게 내놓은 제안이었다. 그러나 루퍼스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결국에는 내게도그런 생각이 떠올랐을 것이다. - P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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