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장 드라마가 정지화면 상태로 끝난 것 같은 순간이었다. 로봇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베일리도, 바실리아 에일리나 박사도 마찬가지였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드디어 바실리아가 한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 P11

"......우리는 친구란 말입니다."
바실리아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친구라고? 지구인과 인간형 로봇이? 그래, 잘 어울리는군. 둘 다 완전한 인간은 아니니까 말야." - P14

한 패스톨프 박사는 나를… 나를 하나의 인간으로는 보살피지 않았단 말예요. 그에게 나는 하나의 실험대상, 즉 관찰할 필요가 있는 하나의 현상에 불과했어요.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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뤄 독찰은 병원 냄새를 싫어했다.
공기 중에 흩어져 물컥대는 소독약 냄새 말이다. 병원에 무슨 좋지 못한 기억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병원 공기는 종종 냄새가 비슷한 시체보관소를 떠올리게 했다. 27년간 경찰로 일하며 무수한 시체를 봤지만 그 냄새에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 P11

경찰 조직에도 파트타이머처럼 근무하는 동료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그들은이 직업의 신성한 본질을 망각한 채 상관의 명령을 단순히 집행할 뿐이었다. 노동력을 월급으로 교환해 살아가는 보통의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었다. - P16

"간단히 말해 두뇌를 사용하기만 하면 그 사람의 기본적인 생각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라는 겁니다."
뤄 독찰이 애플의 장광설을 끊고서 컴퓨터들 중 하나의 모니터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라고 손짓했다. - P27

"잠깐만요. 그러니까 당신 말은 혼수상태의 관 경관님에게 이 기기를 씌워서 사건 상황을 추리한다는 건가요? 우리에게 사건의 결말을 알려준다고요?"
차이팅이 애플의 말을 끊고서 뤄 독찰에게 물었다.
"바로 그렇습니다." - P29

피해자는 사망 당시 책장 옆에 누운 상태였습니다. 후두부에 두군데 타박상을 입었고 치명상은 작살총으로 발출한 작살에 적중된 복부의 상처이며 출혈과다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 P36

위융이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뤄 독찰이 왜관 경관에게 도움을 청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단지 사건의 환경 정보를 서술했을 뿐인데, 혼수상태에 빠진 노인은 금세 뤄 독찰이 많은 인력과 물질을 투입하고서야 얻어낸 결론을 끌어냈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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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도 알 수 없는 것은 우리 인류가 접촉한 행성 어디나 생물체가 이렇게 적은 까닭이 뭔지, 지구만이 왜 그렇게 다종다양한 생명체가 서식하며 북적거리고 있는 건지, 왜 지구만이 지성을 진화시켜온 곳인지 하는 겁니다. - P141

한 가지가 쇠퇴하면 모든 것이 쇠퇴합니다. 확실히 우리는 모든 면에서 쇠퇴해가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오래 살고, 너무나도 쾌적하게 살고 있습니다. - P143

인간의 두뇌는 양전자 두뇌보다 확실히 복잡하지요. 로봇공학 3원칙이 있는 것처럼 인간에게도 그것이 있다면 어떨까요? 인간에게 적용되는 원칙이있다면 도대체 얼마나 있는 걸까요?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는 모릅니다. - P144

소문에 의하면 내가 인간형 양전자두뇌를 효율적으로 파괴하는 시스템을 개발해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로봇공학자가 인간형 로봇을 만드는 데 성공하면 그것을 모두 파괴해버릴 것이며, 오로라가 신천지로 이주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은하계를 나의 지구인 공범자의 손에 쥐어줄속셈이라고 말입니다. - P158

솔라리아에서 섹스란 ‘나쁜‘ 것이었어요. 섹스는 증오의 대상이었으며 모든 사람이 그것에 등을돌렸지요. 섹스로 인해 생겨나는 증오를 사람들은 너무나 혐오했어요.
그런데 오로라에서의 섹스는 권태로운 것이었어요. - P182

"R. 잔더 파넬이 당신의 애인이 아니었다면, 내 말이 틀렸다고 해요."
그러자 글래디아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R. 잔더 파넬은 내 애인이 아니었어요."
그리고는 좀더 큰 소리로 분명하게 말했다.
"그는 나의 남편이었어요." - P186

내 마음을 이해해주기 바래요. 인간과 비슷하게 보였지만 그는 로봇이었어요. 사람인 남자들을 만지는 것은 아무래도 망설여지는데, 잔더는 사람이 아니었고 태어나서부터 로봇들과 함께 생활해온 나로서는 잔더라면 아무 거리낌 없이 만질 수가 있었거든요. - P192

나는 딸들을 보육소로 보내지 않았어요. 내가 직접 기르기로 했지요. 법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지만 매우 드문 일입니다. 나는 금세기의 위인까지는 못 됐지만 이미 로봇공학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요. - P211

패스톨프는 당혹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사실은 내 딸이 나에게 섹스를 청했는데, 내가 거절했거든요.‘
"당신에게 섹스를 청했다구요?"
베일리는 깜짝 놀랐다.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오." - P212

바실리아도 그렇지요. 그녀는 몇 년 전에 세워진 오로라 로봇공학연구소의 연구원입니다. 그 연구소는 나를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없에버려야 할 ‘악마‘라고 보고 있는 로봇공학자들이 운영하는 곳이지요. - P216

패스톨프의 말투가 심상찮았다.
"잔더가 아무리 인간과 비슷하다고 해도, 글래디아가 로봇과 결혼하는 꿈을 꾸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소. 오로라 사람이라면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거요." - P219

기초이론을 알고 있다고 해도 로봇을 못쓰게 만드는 것은, 말하자면 질문과 명령을 연달아 해서 결국엔 정신동결상태로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게다가 꽤 어려운 작업이오. 공교롭게도 때맞춰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는 할 수 없소. - P222

"그녀가 자네를 가끔 재프로그래밍했다는 얘기는 들었네만...... 확실히 능숙하긴 했던가보군."
베일리가 말했다.
.
.
"나를 놀리는 것 같군. 그녀가 해놓은 일이 정확히 뭔가?"
지스카드가 잠시 주저했다. 베일리는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 곧장 알아챘다.
"재프로그래밍에 관한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습니다." - P258

패스톨프 박사는 여명의 우주에 있는 여명의 시티에 살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그는 여명이 밝아오는 것을 몰라요. 그는 미몽의 우주를 개명할 방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로봇을 보내 탐사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인데 그걸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구요!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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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저 베일리는 정신없이 나무그늘을 찾아들어갔다.
"웬 땀이 이리 나지."
잠시 허리를 편 후, 이마의 땀을 훔치고는 손등에 묻은 땀을 꺼림칙하게 바라보며 그는 중얼거렸다.
"땀나는 건 정말 질색이야." - P11

베일리는 주먹을 살짝 쥐며 말했다.
"너희는 젊은 놈들 치고는 영리한 축이지. 그런데도 지구 바깥으로 나가본 적이나 있니? 이 들판에 있는 사람들 중 지구 바깥으로 나가본 사람은 하나도 없어. 하지만 나는 2년 전에 이런 순응훈련을 받기 전인데도, 나갔다가 무사히 살아 왔어." - P15

"무엇보다도, 바깥에서 훈련받지 않은 사람은 개척자가 될 수 없습니다. 훈련을 하는 데 최상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젊은이들이죠. 제 아들이라면 언젠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딛게 될지도 모릅니다." - P31

패스톨프는 자칭 온건파요. 오로라를 포함한 우주국가 전체가 그들의 목표에서 너무 멀리까지 가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그는 몇・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요. 로봇의 수를 줄이고, 세대교체를 좀더 빨리 하고, 지구와 우호관계를 맺는 거지요. 우리는 당연히 그를 지지합니다. - P34

죽는다는 말을 써도 괜찮다면, R. 다닐이 아니라 다른 로봇이 살해된 거요.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양전자두뇌가 완전히 파괴되었소. 회복할 수 없는 영원한 로블럭 상태가 되어버린 거지."
"패스톨프 박사가 그랬다는 건가요?"
"그의 적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 P36

"이봐, 너를 어떻게 부르면 좋겠나?"
"저는 지스카드입니다."
"R. 지스카드?"
"그것도 괜찮습니다." - P46

로봇과 인간이 금방 구별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지, 다닐? 자네처럼 말일세."
"어째서 굳이 구별하려는 거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베일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아무래도 로봇에 대한 오로라의 사고방식에는 쉽사리 익숙해질 것 같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 P52

다닐과의 대화에서 끌어낸 이 결론을 확인하기 위해 지스카드에게 질문을 해볼까 어쩔까 망설였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지스카드는 그다지 민감하지도 않고 두뇌도 단순해 보인다. 끝까지
‘예‘, ‘아니오‘ 만을 거듭할 게 뻔한데, 녹음테이프에 대고 질문하는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 P57

"그러기에 충분한 기술을 가진 오로라인들의 리스트를 뽑을 수 있겠나? 용의자 그룹이 떠오르겠지만 수가 그리 많지는 않을 거야."
"벌써 했습니다, 파트너 일라이저."
"몇 명이나 되나?"
"리스트에 올려진 이름은 단 하나뿐입니다."
.
.
"한 명뿐입니다, 파트너 일라이저. 그 사람이 바로 패스톨프 박사님입니다. 박사님은 오로라에서 제일가는 로봇공학 이론의 권위자입니다." - P63

그가 오로라에 온 목적은 패스톨프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지구의 계속적인 안정을 위해, 그리고 베일리 개인에게는 앞의 두 목적과 거의 같은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계속적인 출세를 위해 반드시 달성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오로라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는 벌써 패스톨프가 사실상 죄를 인정했음을 안 것이다. - P64

"인간형 로봇 중에 하나가 살해되었다면, 남은 하나 즉 자네도 위험에 처해 있는 건 아닌가. 패스톨프 박사는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신동결상태라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생각하시지요. - P73

베일리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당신이 실제로 그 일을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라면...... 당신이 잔더를 죽였습니까?"
패스톨프가 대답했다.
"내가 범행을 부정하고 있다고 다닐이 말하지 않던가요."
"그에게 듣긴 했지만, 당신에게 직접 듣고 싶습니다."
패스톨프는 팔짱을 끼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꽉 다문 이 사이로 내뱉듯 말했다.
"그렇다면 다시 말하지. 나는 안 했소!" - P107

"그러면 자연발생적인 이상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나를 일부러 여기까지 부른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자연발생적인 이상을 제가 어떻게 증명합니까? 아무래도 당신, 지구, 그리고. 나 자신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군요."
"중요한 순서대로 말한다면··••• 당신, 나, 그리고 지구입니다. 어쨌든 나도 여러 가지로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그것을 입증할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 P108

유명한 전설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지요. 원시적인 시대에 생산된 로봇의 이야기인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조립라인의 어딘가의 사고로 인해 우연히 텔레파시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뭐라고요?"
"전설입니다! 진실이 아니라구요.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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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의 어느 등장인물보다 더 야곱은 사랑하지만, 그 결과는 레아와 라헬 사이의 갈등이었고, 또한 요셉과 그 형들 사이의 갈등이었다. 창세기의 메시지는 사랑이 필요하지만 충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에 대한 민감성이 필요하다. - P222

우리가 악을 자행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희생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경험할 때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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