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카트에 열중해온 탓에, 자기가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지 그녀는 기억도 못했다. 카트! 옷감의 황제, 옷감의 신. - P120

사미어는 나이를 먹은 다음 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카트란 게 뭐죠, 아빠?"
"네 생활을 받쳐주는 거란다, 미어."
"내 생활?"
"너뿐만이 아니야, 미어. 사크 전체를 먹여살려주는 거지." - P121

두 사람이 밀항한다 해도 곧 발각되어 잡힐테니까. 근대적인 우주선으로는 절대 밀항이 불가능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마 플로리나의 촌뜨기와 정신이상자뿐일 것이다. 게다가 하필 두 사람은 파이프 경의 딸이 탄 우주선을 선택한 것이다.
파이프 경의 우주선을 - P129

트랜터는 플로리나를 탐내고 있었고 다른 여러 세계들도 플로리나에 촉수를 뻗쳐왔다. 몇 세기 동안 모든 우주의 지배자들이 플로리나에 군침을 삼키며 음모를 꾸며왔지만, 결국 이 행성을 장악한 것은 사크였다. 사크는 플로리나의 지배권을 위해서라면 전 은하계와의 전쟁조차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 P133

테렌스는 살며시 신경채찍을 뽑아들었다. 귀족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채찍이 나지막하게 울리자 귀족의 몸은 뻣뻣하게 굳은 채 앞으로 푹 쓰러졌다. 테렌스는 지금까지 한 번도 귀족에게 폭력을 휘두른 적이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잠깐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 P156

"지구입니다! 지구에서 왔어요!"
"지구?"
리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미어는 선장 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지구라는 행성이 어디 있죠?"
레이스티 선장은 잠깐 미소를 띠고 말했다.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 P168

"지구가 생각나요. 지구는 방사능을 갖고 있었습니다. 출입금지 지역도, 한밤의 파란 지평선도 기억납니다. 대지는 작열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자라지 못합니다. 인간이 살 수 있는 지역은 아주 조금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간분석가가 된 겁니다. 저는 우주에 머무는 걸 좋아했어요. 저희 세계는 이미 죽은 세계입니다." - P171

"우리에게 고향 행성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군요."
"글쎄요, 어딘가 발상지야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이 어느 행성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걸요." - P172

사체의 유골을 조사한 검시관의 보고에 의하면 사체의 유골은 순찰대원이나 플로리나인이 아니었다고 하오. 그건 사크인의 뼈였소. - P187

젠로는 태연자약했다.
"그들이 살아있는 너를 사크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잖아. 내가 말하는 ‘그들‘은 보안성이 아니야. 트랜터라구!"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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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누워 있는 시체들 중 죽어 마땅한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 P360

지난 몇 년간 관전둬는 홍콩섬 총구 중안조를 주관하면서 큰 사건들을 연이어 해결했다. 수사 성공률이 어찌나 높은지 다른 총구의 형사들이 부러워하면서도 시기할 정도였다.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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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나는 매혹당한 기색이 역력한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빵장수는 한술 더 떴다.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소! 이 플로리나에 귀족이 몇 놈인지 아시오? 만 명이오. 순찰대원은 이만 명쯤 될까? 그런데 우리 원주민은 5억이오. 만약 우리가 단결해서 놈들에게 맞선다면......" - P67

그 어느날 밤인가 순찰대원이 그녀를 깨워 영문을 알 수 없는 질문을 퍼부어댔다. 그 후로 그녀는 다시 부모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 P70

플로리나에서 지적 수준이 제일 높은 무리들은 사크인을 위해 전심전력으로 일하고 있어. 사크인에게 충실하면 할수록 좋은 대접을 받게 되니까. 하지만 사크에게 등을 돌리면 잘 돼봐야 플로리나인의 생활로 돌아가는 게 고작이라구. 절대로 달가운 일이 아니지. - P74

사정관이든 사무적인 업무로 사크인들을 돕는 무리든 간에 아이를 낳으면 그 지위를 잃게 돼. 플로리나인 여자도 마찬가지야. - P74

공간분석에 관한 표준적인 책을 몇 권 지정해두고 사크인이 아닌 사람이 그 책을 읽고 싶다고 하면 모두 붙잡아두고 심문하도록 부탁해두면 될겁니다. - P82

그는 귀족들이 자기들만의 행복을 위해 플로리나에서 부를 쥐어짜며, 중노동하는 원주민들을 무지와 빈곤에 묶어두려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진 플로리나인들이 적어도 몇몇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사크에 반대하는 대규모 폭동이 일어날 시기가 다가오고 있으며, 플로리나의 모든 부와 즐거움이 머지 않아 진짜 소유자의 것으로 되돌려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 P91

그들은 트랜터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트랜터는 지난 몇세기 동안 전 은하계 가운데 사람이 거주하는 행성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세력이 커진 대제국이며, 머지 않아 플로리나인의 도움을 받아 사크를 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P91

그의 마음 속에는 불타는 무엇이 있었다. 24시간 전에 그는 사크에 대한 최대의 무기를 손에 넣었던 것이다. 그는 리크가 정확히 기억을 회복한 사실, 그가 공간분석가였다는 사실, 신경충격침을 맞아 사고능력을 거의 상실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리크가 생각해낸 것이 엄청난 사실이라는 것도 알았다. - P93

난 공간분석가였어. 공간 속을 여기저기 날아다니면서 거기에 있는 아주 적은 원소를 모아서 분석하는 일을 했지. 수소가 우주공간에 어느 정도 있고 헬륨이 어느 정도 있고 다른 원소는 어느 정도 있는지 측정하는 거야. - P113

우리는 전 은하계 모든 공간의 가스 농도를...... 농도란 짙은 정도를 말하는 거지. 그걸 재고 있었던 거야. 장소에 따라 다르거든. 우주선이 어떻게 초공간을 비행하면 좋은지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해서도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어.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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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어두컴컴한 복도로 들어섰다. 먼지가 하얗게 내려앉은 전구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부서진 벽돌바닥, 기원을 알 수 없는 얼룩이며 낙서로 가득한 흰 벽. 전구가 그것들을 깜빡깜빡 비추고 있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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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지구인은 결론에 도달했다. 확실히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이제는 결정한 것이다. - P11

리크는 발로나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공장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아."
발로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넓적하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둥근 얼굴에 근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
"공장을 그만두면 안 돼요. 그건 옳지 않은 일이에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많이 알아내야만 해." - P19

리크가 가버리면 어쩌지? 리크는 그녀보다 키도 작고 몸무게도 덜 나갈 만큼 자그마한 남자였다. 아직도 어린애처럼 미덥지 못한 구석이 많았다. 그러나 정신이 이상해지기 전에는 분명히 교양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었던것 같다. - P21

그녀는 리크가 기억을 되찾는 걸 원치 않았다. 자신이 리크에게 줄 수 있는 게 이젠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모자라는 상태가 이대로 지속되어 그를 영원히 보살펴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그녀의 소박한 욕심이었다. - P23

"분명한 의미를 띤 건 아니었어, 로나. 전에 어떤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뿐이야. 하지만 그게 어떤 일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
"무슨 일이었죠?"
"‘무(無)‘를 분석하고 있었어." - P25

테렌스는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접 귀족을 위해 일하는 자들은 대부분 자기가 무슨 귀족의 동료나 되는 양 계급차별 규칙을 엄하게 적용했으며, 일반 플로리나인을 거칠고 오만한 태도로 대함으로써 마음 밑바닥에 있는 열등감을 해소하려 들기 일쑤였다. - P48

"공간분석가가 기질적으로 내성적이고 적응력이 낮은 인간이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별 사이에 펼쳐진 무시무시한 공허를 기록하는 고독한 일에 평생을 바친다는 것은 정상적인 인간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공간분석연구소가 ‘우리는 무를 분석한다‘는 조금 괴팍한 슬로건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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