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지구인은 결론에 도달했다. 확실히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이제는 결정한 것이다. - P11

리크는 발로나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공장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아."
발로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넓적하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둥근 얼굴에 근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
"공장을 그만두면 안 돼요. 그건 옳지 않은 일이에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많이 알아내야만 해." - P19

리크가 가버리면 어쩌지? 리크는 그녀보다 키도 작고 몸무게도 덜 나갈 만큼 자그마한 남자였다. 아직도 어린애처럼 미덥지 못한 구석이 많았다. 그러나 정신이 이상해지기 전에는 분명히 교양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었던것 같다. - P21

그녀는 리크가 기억을 되찾는 걸 원치 않았다. 자신이 리크에게 줄 수 있는 게 이젠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모자라는 상태가 이대로 지속되어 그를 영원히 보살펴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그녀의 소박한 욕심이었다. - P23

"분명한 의미를 띤 건 아니었어, 로나. 전에 어떤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뿐이야. 하지만 그게 어떤 일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
"무슨 일이었죠?"
"‘무(無)‘를 분석하고 있었어." - P25

테렌스는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접 귀족을 위해 일하는 자들은 대부분 자기가 무슨 귀족의 동료나 되는 양 계급차별 규칙을 엄하게 적용했으며, 일반 플로리나인을 거칠고 오만한 태도로 대함으로써 마음 밑바닥에 있는 열등감을 해소하려 들기 일쑤였다. - P48

"공간분석가가 기질적으로 내성적이고 적응력이 낮은 인간이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별 사이에 펼쳐진 무시무시한 공허를 기록하는 고독한 일에 평생을 바친다는 것은 정상적인 인간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공간분석연구소가 ‘우리는 무를 분석한다‘는 조금 괴팍한 슬로건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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