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직접 목격한 사건과 장면만을 기술하는 내 평소 습관에 따라 쓰였다. 따라서 몇몇 장은 제삼자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 P9

매번 나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하지. 하지만 천만에,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는 걸세! 그리고 나는 그일을 받아들이고, 친구. 은퇴한 건 중요치 않다네. 이 작은 회색 뇌세포는 쓰지 않는다면 녹슬어 버리니까. - P15

에르퀼 푸아로 씨. 불쌍하고 멍청한 우리 영국 경찰에겐 너무 어려운 사건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걸 풀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총명한 푸아로 씨, 당신이 얼마나 총명한지 한번 보십시다. 필시 당신 또한 이 사건에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달 21일 앤도버를 주목하십시오.
그럼 이만.
ABC - P18

"그렇다면 당신이 주문하고 싶은 범죄는 어떤 건가요?"
내가 물었다.
푸아로는 두 눈을 감고 의자에 앉은 자세로 몸을 뒤로 기댔다. 만족스러운 듯한 목소리가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아주 단순한 범죄일세. 전혀 복잡하지 않은 범죄 말일세. 평온한 전원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극히 냉철하고 극히 ‘개인적인‘ 범죄 말일세." - P29

"철도 안내서라고 하셨죠? 브래드쇼 안내서인가요, 아니면 ABC 철도 안내서인가요?"
"맙소사. 그것은 ABC 철도 안내서였습니다." 경위가 대답했다. - P41

"몬 아미, 왜 그러나? 자네는 내가 셜록 홈즈처럼 이번 사건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군!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범인의 인상이나 그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는 물론, 도대체 어떻게 수사를 시작해야 할지조차도 모르고 있다네." - P75

벡스힐이라는 지명이 들어간 두 번째 편지를 받았을 때는 이번 희생자 역시 장소와 마찬가지로 알파벳 순서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P84

"진퇴양난이군요, 그렇죠? 이・・・・・・ 미치광이가 마음속으로 얼마나 더 많은 범죄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톰슨 박사가 푸아로를 건너다보았다.
"A부터 Z까지 같은데요."
박사가 웃음 띤 어조로 말했다.
"물론 거기까지 가진 못하겠지요." - P127

어째서 범인은 알파벳 콤플렉스를 갖게 되었을까요? 미친 사람일수록 자신이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 언제나 분명한 이유를 갖고 있는 법입니다. - P130

"그 편지가 언제 쓰였지? 날짜가 적혀 있나?"
나는 손에 든 편지를 힐긋 바라보았다.
"27일에 쓰인 겁니다."
"내가 제대로 들은 건가, 헤이스팅스? 그가 범행일자를 30일이라고 했지?"
"맞습니다. 보자, 그렇다면......."
"봉 디외(맙소사), 헤이스팅스....... 이제 알겠나? 오늘이 바로 30일이란 말일세."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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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천국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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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쓴 소설들과 결이 다른 소설
콘크리트로만 집을 지어본 건축가가 갑자기 과자로 만든 집을 만들어 풍선을 달아 띄우려고 한 듯한 느낌
메인 스토리가 몇 개 있는데 잘 붙지 않는다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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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사나운 짓을 벌인 보상이 아예 없진 않았다. 적어도 나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얻었다. 나는 달그림자를 보고 짖는 개와 다르지 않았다. 이 정도면 일상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세상은 사물로 가득 차 있고, 달이 있는 한 그림자를 피할 방법은 없을 테니까. 내일이 오기 전에 달이 안 뜨는 곳으로 가야 했다. - P434

승주와 제이의 이야기를 쓰면서 나는 내 기억을 지배하는 것이 뭔지 깨달았다. 죄책감과 슬픔과 두려움이었다. 그것은 분노의 다른 이름이었다. - P435

우리는 이제 서먹한 관계가 아니었다. 최선을 다해 서로 외면하는 사이가 됐다. - P459

"어떤 행운은 저주와 같은 말이기도 해요." - P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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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종이컵을 원하자 종이컵이 나타나 모래밭에 박혔다. 투명한 플라스틱 컵으로 생각을 바꾸자 곧장 그대로 재현이 됐다. - P378

"홀로그램이 당신을 도와줄 겁니다."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은 기억이 만들어내는 홀로그램이었다. 기억이 얼마나 구체적인가에 따라 구현의 완성도가 다를 뿐. - P379

나는 제이에 대한 기억을 압축해서 머릿속 한구석에 가둬놓았다. 다시는 화약고가 열리는 일이 없도록 빗장을 지르고 못질을 해버렸다. 아무리 그리워도 나를 태워가며 함께 살 수는 없었다. - P381

더 견딜 수 없었던 건 롤라의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스스로 시간의 태엽을 감아야 했다. 아침이 왔구나, 생각해야 해가 떴다. 이제 잘 시간이야, 해야 어둠이 왔다. 나는 내가 만든 사막에서 모래알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 P381

극장에 입장한 후 중간에 되돌아 나올 수 없습니다. 당신이 선택한 세계의 생애가 끝나야만 롤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신중하게 선택하세요. - P382

억겁을 살아도, 모든 것이 가능한 천국에서 살아간다 해도 인간은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자기 안의 고통조차 어찌하지 못하는 감정적 존재였다. - P388

"롤라 극장의 원칙 말이에요. 일단 들어가면 선택한 생애가 끝나야 나올 수 있어요. 롤라 극장을 기반으로 하는 드림시어터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이에요. 반드시 죽어야만 끝이 나요. 죽지 않으면 롤라로 돌아오지 못해요. 가상의 세계를 유령처럼 영원히 떠돌게 된다는 얘기예요." - P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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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네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 다 알고 싶냐? 나는 모르고 싶다."
가만히 생각해봤다. 나도 모르고 싶을 것 같았다. 다 안다면 과연 열렬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열렬하게 산다는 건 내가 인생을 존중하는 방식이었다. 그 존중마저 없었다면 나는 험상궂은 내 삶을 진즉에 포기했을 터였다. - P273

삼애원은 입주 경쟁률이 높은 재활원은 아니었다. 제아무리 복지나 시설이 좋아도 고립된 오지 생활을 견디지 못하는 노숙자들이 많았다. 그 바람에 입소자가들고 나는 기간이 대체로 짧았다. - P276

삼애원에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 모든 일의 원동자가 무엇일까. 답은 모르겠지만 랑이 언니의 말은 옳았다. 이곳은 복마전이었다. - P281

"당연한 거지만 개발에 성공하면 받게 될 포상도 있었지. 주식배당과 롤라 이주민 자격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해주겠다는 거였어." - P318

"롤라에 보낸다는 건 정보 형태로 네트워크에 업로드시킨다는 얘기야. 몸을 뺀 나머지, 그러니까 한 개체의 고유한 의식, 무의식, 본성, 반사작용, 감각이나 신경 회로 같은 것들 모두." - P319

"과학은 후진이 불가능해. 그저 도착하기로 예정된 곳에 도착한 것 뿐이야." - P320

세상사가 그렇다. 일이 요행처럼 풀리면 멈추고 생각해봐야 한다.
왜 이렇게 쉬울까? - P328

생각을 해봤다. 지금껏 나를 걸고 타인의 일에 끼어든 적이 있었던가. 없었다. 그것이 일관된 내 삶의 태도였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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