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군가가 고통에 빠져 있으면 "대체 왜? 무슨 일이야?‘ 하는 사연에만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요. 당연한 일이에요. 하지만 저는 고통의 이유보다, 그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것에서 빠져나오는 것에 더 집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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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후 그 아이들이 열여덟 살이 되면 가흥부 취선루에 다시 모여 강호의 영웅호한들을 모두 초청한 뒤 연회를 베풉시다. 술기운이 무르익으면 두 아이에게 무예를 겨루도록 해 빈도의 제자가 훌륭한지, 여러분의 제자가 대단한지 지켜보는 거죠." - P179

그렇게 몇 년이 흘러 아이는 벌써 여섯 살이 되었다. 이평은 남편의 유언에 따라 아이에게 곽정이란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 아이는 말을 더디게 배웠고 조금 아둔해서 네 살이 되어서야 제대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건강하고 기운은 좋아 벌써 소와 양을 몰 줄 알았다. - P189

그가 바로 몽고 부락의 추장 테무친이란 것을 어린 곽정이 알 리가 없었다. 설사 알았다 해도 곽정은 ‘대칸(大汗)‘이 무슨 의미인지조차 몰랐다. - P192

"곽정, 돌아가자."
이때 칠괴는 멀리 벗어나 있었다. 한데 청각이 예민한 가진악은 ‘곽정‘ 이란 두 음절을 듣자 마치 감전된 듯 움찔하며 이내 말 머리를 돌려 곽정에게 뛰어갔다.
"얘야, 너의 성이 곽이냐? 몽고인이 아니고 한인이야?"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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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협소설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나의 나라와 민족은 물론, 남의 나라와 민족도 존중하자는 것이다. 배타적인 이기심을 반대하며, 신의를 중시하고 순수한 애정과 우의를 찬양하며 자신을 희생해 정의를 위해 싸우고 비겁한 사상과 행위를 멸시하는 것이다. - P6

전당강(錢塘江)의 도도한 물줄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임안(臨安) 우가촌을 휘감아 돌아 동쪽 바다로 흘러간다. 강변을 끼고 수십 그루의 오백나무가 늘어서 있는데, 그 무성한 잎사귀는 붉다 못해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길 같다. - P29

"형수님도 회임 중인데, 수고스럽지만 도장께서 좋은 이름 두 개만 지어 주십시오."
구처기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싶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곽 형의 애는 곽정으로 하고, 양 형의 애는 양강이라 하는 게 어떻겠소? 태어날 애가 사내든 계집이든 다 그 이름을 쓰는 거요."
곽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습니다. 정강지치(靖康之恥), 즉 두 황제가 포로로 잡혀간 치욕을 잊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겠죠?" - P68

사람들은 우리 형제를 ‘강남칠괴‘ 라고 부르죠. 괴짜 나부랭이들이니, 칠협이니 하는 명칭은 가당치 않습니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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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난 방금 말을 잘못 했습니다. 화재는 우리 모두의 것이 아니라 화재는 오로지 화재 자신의 것입니다. 화재에 대해서 우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기 때문에 난 화재에 흥미가 없습니다. 김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P278

5월 어느 토요일 열한시경, 해산물 수출로써 요즘 한창 번영일로에 있는 영일무역주식회사의 사원들 서른다섯 명에게 하얀 사각봉투 하나씩이 배부되었다. 이름이 주식회사일 뿐, 윤영일사장의 개인회사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 P288

가뭄이 계속되는 날씨 때문인지 가로수의 나뭇잎들은 유난히 먼지를 둘러쓰고 있었고 거리를 이루고 있는 높은 건물들은 색소를 어디엔가 흡수당해버리고 어슷비슷한 차림으로 선과 면만을 겨우 유지하고 있었고 토요일 오후를 장식하기 위하여 거리를 메우고 있는 사람들의 걸음걸이조차도 물기가 필요한 듯 시들시들했다. - P299

염소는 힘이 세다. 그러나 염소는 오늘 아침에 죽었다. 이제 우리집에 힘센 것은 하나도 없다. - P312

염소는 힘이 세다. 그러나 염소는 오늘 아침에 죽었다. 이제 우리집에는 힘센 것은 하나도 없다. 나는 때때로 홍수의 꿈을 꾼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홍수의 꿈을 꾸었다. - P313

나는 어머니와 누나를 깨끗하고 조용한 곳으로 보내드리고 싶다. 그러나 나는 깨끗하고 조용한 곳이 어디 있는지를 모른다. 내가 알고있는 곳으로서 깨끗하고 조용한 곳은 우리 학급 반장네 집의 변소뿐이다. 그러나 어머니와 누나를 남의 집 변소로 보내드릴 수는 없다. - P314

염소는 힘이 세다. 그러나 염소는 오늘 아침에 죽었다. 이제 우리집에는 힘센 것은 하나도 없다. 나는 염소가 죽는 순간까지도 힘이 세었던 것을 보았다. - P315

현주는 자기 몸에 늘어붙고 있는 사내의 시선을 느꼈다. 확인해보나마나 알지 못하는 술 취한 어떤 사내겠지. 그 사내가 자기를 향하여 다가오고 있는 것을 현주는 돌아보지 않고도 느낌으로써 알 수 있었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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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여기에 관계를 갖고 있던 그 동안 타인들로 하여금 자기를 볼 때에 몇 점 더 놓고 보게 해주던 그 회색 괴물을. 이 회색빛 괴물의 덕분으로 그는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긴 설명이 필요 없이 자기를 신용해 버리게 할 수 있었다. 만일 이 괴물이 없었다면 평생을 두고 설명해도 신용해줄지 말지 모를 사람들로 하여금 말이다. - P237

1964년 겨울을 서울에서 지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밤이 되면 거리에 나타나는 선술집 - 오뎅과 군참새와 세 가지 종류의 술 등을 팔고 있고, 얼어붙은 거리를 휩쓸며 부는 차가운 바람이 펄럭거리게 하는 포장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서게 되어 있고, 그 안에 들어서면 카바이트 불의 길쭉한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염색한 군용 잠바를 입고 있는 중년사내가 술을 따르고 안주를 구워주고 있는 그러한 선술집에서, 그날 밤, 우리 세 사람은 우연히 만났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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