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석약은 한 나라의 왕인 완안홍열 곁에서 부족함 없이 살아오면서도 일개 평범한 촌부인 양철심을 사무치도록 그리워했던 것이다. 완안홍열은 문득 서글프고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 - P57

한소영이 물었다.
"왕 도장, 홍 선배님이란 분은 어떤 분이시죠?"
왕처일이 미소를 띠며 자리에 앉았다.
구처기가 말을 받았다.
"동사(東邪), 서독(西毒), 남제(南帝), 북개(北)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당대 무림의 최고 고수들을 일컫는 말이라지요?"
"그렇습니다." - P74

진흙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불에 좀더 구은 다음 진흙을 떼어내니 닭털이 진흙과 함께 떨어져 나갔다. 알맞게 구워져 먹음직스러운 닭고기 냄새가 입맛을 당겼다.
황용이 막 닭을 찢으려는데 뒤에서 웬 목소리가 들렸다.
"세 사람 몫으로 찢게, 닭똥집은 내게 주고….…."
두 사람은 화들짝 놀랐다. - P96

"어르신 존함은 어찌 되십니까?"
"내성이 홍(洪)이고, 일곱째이니까 홍칠공이라고 부르면 되겠구먼." - P99

"아버지께서 그러시는데, 홍칠공에게 어떤 무공이 있는데 고금을 막론하고 천하에 단 하나뿐인 무공이래요. 전진교 왕중양마저도 두려워하던 무공이라던데 그 무공이…… 그게…..… 아, 왜 이렇게 생각이 안 나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생각이 났는데 가르쳐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는데…… 그 권법이 그게……."
어차피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허풍을 떨고 있는 것이었다.
나무 위에서 듣고 있던 홍칠공이 참다못해 뛰어 내려오며 외쳤다.
"항룡십팔장(降龍十八掌) 권법이다!"
곽정과 황용은 화들짝 놀라 몇 걸음 물러섰다. - P114

"우리는 구걸을 하기 때문에 언제나 멸시를 당하지. 개한테 물리기까지 하고, 그러니 무리를 지어 다니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들어. 북쪽의 백성들은 금나라의 지배 아래 있고, 남쪽의 백성들은 송 황제의 지배를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 거지들은 ….…."
황용이 말을 가로챘다.
"남쪽이든 북쪽이든 홍칠공께서 다스리시는군요?"
홍칠공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죽장과 호로병은 당대(唐代)부터 전해진 것이다. 벌써 수백 년이 되었지. 대대로 개방(店村)의 방주가 지니는 것이다. 황제의 옥새나 관리의 금인(金印)과도 같은 것이야." - P137

이 항룡십팔장은 외문(外門) 무학 중의 으뜸으로, 어떤 방어로도 막을 수 없는 절륜의 무공이었다. 비록 초식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각각의 초식이 모두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북송 연간 개방 방주 교봉이 이 무공으로 천하의 영웅호걸과 겨루어 대단한 실력을 발휘했으니 그 기세가 천하를 덮고도 남았다. - P1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우주는 많은 항성이나 행성, 또는 우리와 같은 생명체 등 여러 가지 존재로 가득 차 있다. 말하자면 ‘유‘의 세계이다. 그러면 ‘유’의 반대, 즉 ‘무‘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어떤 공간에서 모든 원자나 분자를 제거한 진공을 만들면 그곳은 무의 공간이라 할 수 있을까? - P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늘 마음을 왜곡한다.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이 무섭다.
없어 보일까봐 무섭고 모두에게 들킬까봐 무섭다. - P35

인간의 뇌는 특이하게도 다른 사람을 도와줄 때 보상이라는 선물을 받는다. 달리기에서 느끼는 희열인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뇌의 기제에는 남을 도울 때 생겨나는 ‘헬퍼스 하이 helpers high‘ 가 있다. - P42

"바깥으로 눈을 돌려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은, 나 자신만을 보는 것보다 더 큰 의미와 목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 P43

우리는 생각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아남기 위해 생각한다. 만약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하는 ‘행동‘이 우리를 만든다면, 어느 시점부터는 더 이상 선택지를 따지기보다 실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P70

에너지와 시간을 어디에 집중할지 스스로 단호하고 신중하게 선택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 대신 선택하게 되고 머잖아 우리는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을 전부 놓치게 된다. 자신의 의도대로 선택하지 않으면 우리 삶이 타인의 의도에 의해 통제되도록 허용하게 만든다." - P72

네덜란드어에는 이렇게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가 있다. ‘닉센niksen‘ 이라는 이 단어는 대략 ‘목적 없이 하는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겠다.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려는 의도를 버리고, 무언가를 꼭 끝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압박을 푸는 활동을 가리킨다. - P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렇게 멍청할 데가…… 나는 계속 남자로 알고 있었지 뭐야??
앞으로는 아우라고 부르면 안 되겠네."
"그렇다고 누이라고 할 수도 없을 테니, 그냥 용아(蓉兒)라고 부르세요. 저희 아버지도 그렇게 부르시는 걸요." - P198

"내가 이런 옷을 입고 있으면 누구나 내게 잘해 줄 테지요. 하지만 내가 거지 차림일 때도 오빠는 친절했어요. 그게 진심이지요." - P200

"자네가, 자네가 이렇게 컸단 말인가? 어허! 나는 눈만 감으면 자네의 부친이 생각나곤 하네."
"저희 선친을 아십니까?"
"자네 부친과 나는 의형제일세. 친형제보다 더 가까웠지."
목역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말을 듣자 곽정 역시 눈가가 젖어 왔다. 이 목역이 바로 양철심이었다. - P244

구양극은 자기의 첩들이 천하절색으로 대금, 대송 양국 황제의 후궁보다 더 아름답다고 자부했으나 조왕부에서 황용을 보는 순간 자기의 첩들은 미인 축에도 못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용의 아름다운 미모와 자태에 그만 반하고 말았던 것이다. - P275

황용은 장미꽃 덤불 속에서 곽정과 매초풍의 대화를 상당 부분 엿들었다. 그녀는 곽정이 목숨을 돌보지 않고, 자기를 걱정해 주자 고마운 마음에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황용이 매초풍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매약화! 빨리 손을 놓아요."
매약화는 매초풍이 황약사를 사부로 모시기 전에 사용하던 이름이기 때문에 강호에서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매초풍조차도 지난 수십년 동안 매약화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자기의 본명을 부르자 매약화는 깜짝 놀랐다. - P307

내가 무슨 낯으로 사부님을 뵐 수 있겠나? 고아가 된 나를 불쌍히 여기시어 길러 주시고 가르쳐 주셨는데 나는 나쁜 마음을 먹고 사문을 배신했으니 …..… 남편의 원수만 갚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다. - P3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막 안에서 나직한 소리로 뭔가를 의논하던 강남육괴는 의견이 분분했다. 한소영이 먼저 운을 뗐다.
"정이에게 상승(上乘) 내공을 전수해 준 걸 보면 악의는 없는 것같아요." - P17

며칠 후, 테무친은 간난하의 초원에 있는 모든 부족을 집합시켰다. 이때 그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으며 몽고의 전사들은 하나같이 그를 숭배하여 왕한과 찰목합의 군사도 모두 그에게 귀순했다.
그 자리에서 모든 몽고인은 테무친을 전 몽고의 대칸인 ‘칭기즈칸‘ 으로 추대했다. 그것은 대해처럼 넓고도 강대하다는 뜻이었다. - P81

"아우, 또 뭐가 필요한가?""
소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직 형님의 이름도 듣지 못했습니다."
곽정은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통성명하는 것을 잊었군. 성은 곽이고, 이름은 정이네.
아우는 어떻게 되는가?"
"저는 성은 황이고, 이름은 외자로 용을 씁니다." - P110

멀리서 보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빙 둘러서 뭔가를 구경하고 있는 듯했다. 호기심이 생긴 곽정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보니 큰 원 안에 비무초친(比武招親, 무예를 겨뤄 배우자를 구함)이라는 황금색 글씨와 흰 바탕에 붉은 꽃이 그려진 깃발이 꽂혀 있고, 깃발 아래에서는 두 사람이 한창 공방을 펼치고 있었다. - P1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