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가 말한 초식은 정말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닌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절륜(絶倫)의 초식이었다. 특히, 정면에서 불진으로 혈을 찍는 것은 이막수가 불진으로 구사하는 가장 위력적인 초식 중 하나였다. 그런데 양과가 말한 방법이라면 그녀는 궁지에 몰려 불진을 잃고 반격할 여지도 없이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 P23
"아버지가 화를 당하지 않으셨다면 어머니도 그렇게 어렵게 살다가 일찍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야. 그럼 나도 그렇게 천덕꾸러기로 살지 않았을 테지. 도화도에 있을 때 백부, 백모가 나를 대하는 것이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았어. 언제나 거리를 두고 피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 무씨 형제를 대하듯 편하게 이야기하고 야단치는 일도 없었고,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들이 우리 아버지를 죽여 그러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게 무공을 가르쳐주지도 않고, 전진교로 보내 고생을 시킨 것도 모두 그런 연유에서였군." - P32
"백모님이 전에는 내게 냉담하다가 요즘 갑자기 잘해주더니, 그것도 모두 거짓이었구나. 그건 그렇다 치지만, 백부님은…..…." 그는 마음속으로 줄곧 곽정을 존경하고 따랐다. 그는 인품이나 무공이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지만 결코 자만하지 않으며 자기와 같은 아이에게도 언제나 진심으로 대해주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동안 속았다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황용보다도 간사하게 느껴졌다. 가슴이 분노로 끓어올라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 P35
"당신은 한족이니 억지로 시킬 수는 없겠지요. 당신의 무공은 참으로 다양하여 오랜 수련에서 비롯된 나의 무공과는 사뭇 다르오. 여러 문파를 아우르는 다양한 무공도 대단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난삽하고 정통이 아닌 데서 오는 단점은 피하기 어렵지요. 당신이 가장 자신 있는 것은 어느 문파의 무공이오? 그리고 어떤 무공을 써서 곽정 부부를 상대할 생각이오?" 금륜국사의 질문에 양과는 말문이 막혔다. - P43
"아가야, 아가야, 자꾸만 넘어져야 그만큼 자라는 법이란다." 이 노래는 아이가 넘어졌을 때, 어른이 달래기 위해 부르는 노래였다. 순간 윤극서의 머리에 갑자기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선배님께서는 혹시 성이 주씨 아니십니까?" "그래, 하하…… 나를 아는가?" 윤극서는 벌떡 일어나 포권의 예를 취했다. "노완동(老碩童) 주백통(周伯通) 선배님께서 오셨군요." - P59
꽃나무를 자세히 보니 작은 가시가 수없이 돋아 있었다. 색깔은 무척 화려했고 향기가 유난히 좋았다. "이건 무슨 꽃이죠?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정화(情花)라는 꽃이에요. 다른 곳에선 거의 볼 수 없는 꽃이라고 들었어요. 먹어보니 맛이 어때요?"" "처음엔 무척 달았는데 나중에는 쓰던데요. 이름이 정화라구요? 독특하네요." - P87
혈도라도 찍힌 양 꼼짝도 하지 않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던 양과가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질렀다. "선자!" 복도 끝을 향해 걸어가던 여자는 양과의 목소리를 듣고 온몸에 전율이라도 느끼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과야, 과야, 어디 있니?" 여자가 고개를 돌려 대청 쪽을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애타게 찾고있는 듯하기도 했고, 꿈꾸는 듯 몽롱해 보이기도 했다. 양과는 미친듯이 그녀를 향해 달려가 손을 잡았다. "선자, 저예요. 제가 얼마나 찾았는지 모르시죠?" - P125
소용녀는 이대로 고묘로 돌아가면 반드시 양과가 자신을 찾아올 것 같아 고묘로 돌아가지 못하고 황량한 산속을 헤매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홀로 무공을 연마하다 마음속에 온갖 사념이 넘치는 것을 억제하지 못해 결국 경맥이 끊기면서 과거에 입었던 부상이 재발하고 말았다. 만약 공손곡주가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소용녀는 황량한 산속에서 외로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 P133
소용녀는 그윽한 정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양과를 바라보았다. 이말에 양과는 정신이 번뜩 들면서 목소리까지 떨렸다. "그럼 저와 함께 가고, 저 곡주와 혼인하지 않는 거죠?" "너와 함께 갈게. 다른 사람과 혼인하지 않을 거야. 과야, 난 이미 너의 아내야." 소용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P167
"이렇게 잘생기고 착한 사람에게 왜 하늘은 이다지도 가혹할까?? 왜 오늘 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려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피를 토할 것만 같았다. 그 바람에 팔의 내공도 일시에 사라졌다. 소용녀는 내공을 끌어올리기를 그만두고 돌연 양과의 몸에 자신의 몸을 덮었다. 순간 수천수만의 정화 가시가 그녀의 살을 파고들었다. "과야, 함께 고통을 나누자꾸나." - P211
"어머니, 어떻게 부를지 그냥 가르쳐 주시면 되잖아요. 양 대형이잘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이니 용서해주세요." 노파는 음험하게 웃었다. "좋다. 강호에서는 나를 철장연화(鐵掌蓮花) 구천척이라고 부른다. 네가 나를 어떻게 불러야 하냐고? 흐흐, 절 한번 꾸벅 하고 장모님이라고 하면 되지 않느냐?" "어머니, 양 대형과 전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양 대형은 저에게 그저 호의로 대해주실 뿐 다른 감정은 전혀 없어요." - P248
"공손 선생, 이분은 당신의 본부인이 아닙니까? 어찌 이렇게 대하실 수 있나요? 또 부인이 있는 사람이 어찌 나와 혼인하려 했나요? 나중에는 내게도 이렇게 대하겠군요?"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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