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가 지금껏 손을 쓰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우선 그날 해 노공과 싸우면서 심한 내상을 입었다. 그리고 해 노공이 분명 발로 걷어찼는데도 위소보가 멀쩡한 것을 보고 어린것이 심후한 내공을 쌓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상처가 완치되고 공력을 회복하기 전에는 섣불리 행동을 하지 않기로, 신중을 기하기로 했던 것이었다. - P33
방이가 말했다. "이젠 한편이 됐으니 솔직히 다 말해줄게 우린 오삼계의 아들 오옹웅의 부하로 위장해서 황제를 노리러 온 거야. 황제를 죽일 수 있다면 더 좋고, 그러지 못하더라도 황제가 대로해 오삼계를 죽이게끔 계획을 짠거지." - P74
그러자 조 시위가 뭐라고 묻기도 전에 위소보가 나섰다. "너희들은 오늘 겁 없이 대역무도한 짓을 저질렀는데, 대체 누구의 지시를 받은 것이냐? 솔직하게 말해라!" 그 내관이 대답했다. "억울해요! 우린 태후마마의 분부로……." 위소보는 펄쩍 뛰어 왼손으로 그의 입을 막고 호통을 쳤다. "헛소리 말아라! 어떻게 그런 말을 함부로 지껄이느냐? 또 입을 열면 당장 죽여버리겠다!" - P90
강희가 다시 말했다. "다시 잘 생각해보시오. 만약 오삼계가 보낸 자객이 아니라면, 평서왕부의 병기를 휴대하고 역모를 획책한 목적이 무엇이겠소? 당연히 오삼계를 모함하기 위해서겠죠. 오삼계는 대청제국이 천하를 차지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어요. 그를 시기하고 증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겠죠. 진짜 자객들을 사주한 자가 누군지, 다시 단단히 신문해서 확인해야 할 것이오." - P118
강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소계자는 충성심이 강하고 돈에도 욕심이 없으니 정말 기특해. 자기는 한 푼도 갖지 않고 은자 5만냥을 다 시위들에게 나눠주는군.‘ - P140
목검성은 천지회 북경의 수장인 위 향주가 어린아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게다가 백한풍을 통해 이 어린아이가 무공은 형편없고 입만 살아 있는 천덕꾸러기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그래서 사부인 진근남이 전적으로 밀어주는 바람에 향주가 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아주 침착한 게 의젓해 보이기까지 했다. 생각이 약간 달라졌다. - P156
위소보는 서천천에게 위로의 말을 해주고 나서 말했다. "서 삼형, 속상해할 필요 없어요. 노일봉 그놈은 제가 오응웅을 시켜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리라고 했어요." 서천천은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아, 네, 네・・・ 감사합니다. 향주님" 그러면서도 속으론 별로 믿지 않았다. ‘또 얼토당토않은 뻥을 치는군. 오응웅은 평서왕부의 세자로서 얼마나 도도하고 건방진데, 설마 네가 시키는 대로 하겠어?" 위소보가 자신을 위해 백한송과의 풀기 어려운 응어리를 해결해 주겠다고 장담하니, 말만으로도 너무 고마운 일이지만, 그러나 과연 자객 한 명을 구해낼 능력이 있을지는 믿어지지 않았다. - P175
강희는 무공을 연마한 후 아슬아슬하고 긴박감이 넘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일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황제의 몸이라 위험에 노출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마치 자신이 직접 겪는 것처럼 위소보를 보낼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설령 시위들을 보내면 일을 더 잘해낼 수 있다는 보장이 있다 하더라도, 기꺼이 위소보를 보낼 것이었다. - P179
방이는 처음엔 일개 내시인 위소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어전 시위 부총관 서동을 죽이는 것을 직접 목격했고, 또한 이상한 약으로 시신을 없애는 것도 지켜보았다. 게다가 궁중 시위들과 내관들이 그를 깍듯이 대하는 것을 보고 예사롭지 않은 면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 P193
"위 향주께서 저와 제자, 그리고 유 사질의 목숨을 구해줬습니다. 하해와 같은 은혜를 입었으니, 저는 귀회의 전 사부한테 약속한 바가 있습니다. 반청복명을 위한 일에 천지회에서 저와 제자를 불러주신다면, 언제든지 달려와 명에 따르겠습니다!" - P238
진근남은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궁에 있는 위 향주의 친구가 바로 위소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매우 흐뭇해했다. "소공야, 유 어른, 오 대형! 세 분은 너무 겸손하십니다. 폐회와 목왕부는 같은 뜻을 품고 있는 동지로서 서로 돕는 것이 당연지사인데, 은혜니 보은이니 하는 말은 당치 않습니다. 그 위소보는 저의 어린 제자입니다. 나이가 어려 철이 없지만 ‘의리‘만은 좀 남다른 것 같습니다." - P239
오입신은 정중하게 말했다. "험지에 몸담고 있으니 그야 당연하죠. 좀 전에도 제자 오표에게 언급했습니다. 그 소영웅은 일을 아주 깔끔하게 처리하고 간담과 기백, 용기가 있는 아주 훌륭한 인물이라고요. 오랑캐 궁중에 어떻게 그런 걸출한 인물이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제 보니 천지회의 향주였군요. 아… 허허 ・・・ 어쩐지 어쩐지 이제야 납득이 갑니다!", 그러면서 연신 엄지를 세우며 계속 고개를 흔들어댔다. 얼굴엔 감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 P240
진근남이 다시 말했다. "과연 융무와 영력, 어느 쪽이 정통을 이을지 구체적으로 논하기엔 시기상조인 것 같습니다. 목소공야, 유어른! 천하영웅중에 누구든 오삼계를 죽이면, 모두 그의 호령에 따르도록 합시다!" - P244
다시 살금살금 두 걸음을 내디뎠는데, 갑자기 낯선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유연이 어떻게 된 거지?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야?" 위소보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너무 해괴한 일이었다. ‘태후의 방 안에 어떻게 남자가 있지? 목소리를 들어보니 내관은 아닌데・・・ 그렇다면 늙은 화냥년의 기둥서방이 아닐까? 하하. 이 어르신이 간통 현장을 잡아야겠군!‘ - P293
위소보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도궁아는 내가 모든 사실을 털어놓으면 황제가 입을 봉하기 위해 날 죽일지도 모른다고 했어. 하지만・・・ 영웅호한은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대신 의리를 저버리는 일만은 절대 해서는 안 돼! 좋아! 대장부가 한 번 죽지, 두 번 죽겠나?" 그는 다과를 탁자에 내려놓고 강희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현자! 한 번만 더 소현자라고 불러봐도 되겠어요?" - P320
"겨루는 건 급하지 않고・・・ 한 가지 중대한 기밀이 있어요. 이건 분명히 내 친구 소현자한테 털어놓는 거지, 절대 황제에게 말하는 게 아네요. 황제가 들으면 분명 내 목을 칠 거예요. 하지만 소현자는 날 친구로 생각하기 때문에 어쩌면 괜찮을지도 몰라요" - P321
강희는 생각을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음..… 이렇게 하자. 내가 정식으로 선포하겠다. 오배를 제압하기 위해 넌 내 명에 따라 가짜 내관 노릇을 해왔다고 말이야. 이제 원흉을 제거했으니, 당연히 가짜 내관 노릇을 계속할 필요가 없지. 소계자, 앞으로 글공부를 좀 해라. 내가 큰 벼슬을 내려줄 테니까." 위소보가 대답했다. "좋아요! 하지만 저는 책만 보면 지근지근 골치가 아파요. 공부를 조금만 할 테니까 벼슬도 그냥 조금 작은 걸로 주세요."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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