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1 - 강철도시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정철호 옮김 / 현대정보문화사 / 199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시모프 로봇 시리즈의 첫 권.
SF의 고전. 추리소설로서 마지막 반전이 멋지다. 로봇 시리즈와 결과적으로 파운데이션 시리즈까지 관통하는 인류의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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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앤이 마치 이제 막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베레스포드에 있는 내 아파트가 그냥 놀게 될 것 같은데, 당신이 쓰는 게 어때요?
"아, 그럴 수는 없어요, 앤."
"왜요?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쓴 말은 절반만 옳아요. 거긴 방이 많고도 많아요. 내가 1년 동안 빌려줄게요. 내 나름대로 빚을 갚는 거라고 생각해요." - P457

세월은 마음에 술수를 부리는 재주가 있다. 과거를 돌아보다 보면 동시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1년 동안 쭉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 계절 전체가 단 하룻밤으로 압축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 P468

"그러니까 그 팅커라는 친구는………."
디키가 말했다. 자신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아버지가 학비를 탕진해버리는 바람에 사립학교에서 쫓겨났고, 취직해서 일을 하다가 루크레치아 보르자를 만났는데, 그 여자가 그 세계에 한 발을 들여놓게 해주겠다는 약속으로 그 친구를 꾀어 뉴욕으로 오게 했다는 거지? 너와 그 밖의 사람들은 모두 우연히 만났고, 그리고 그 친구는 너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도 우유배달 트럭에 부딪혀 망가진 네 친구를 택했고, 나중에 네 친구가 팅커라는 친구를 찼어. 그리고 팅커의 형도 그 친구를 차다시피 했고……………." - P474

지금까지 함께 했던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디키는 초자연적으로 보일 만큼 초연한 태도로 물었다. 넌 아직 그 친구한테 빠져있어?
‘말하지 마, 케이티 제발 부탁이니까, 인정하지 마. 얼른 일어나서 이 무모한 장난꾸러기한테 키스해. 디키가 다시는 이 말을 꺼내지 않게 확신을 심어줘.‘
"응" 내가 말했다. - P473

내가 상당히 비참한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디키가 내 무릎을 토닥거렸다.
"우리가 자신과 완벽히 맞는 사람하고만 사랑에 빠진다면, 애당초 사랑을 둘러싸고 그런 소동이 벌어지지도 않을 거야." 그가 말했다. - P477

"잘 있었어요?"
운나는 그의 뒤로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내 목소리를 듣고 그가 몸을 돌려 일어섰다. 그 순간 나는 내가 또 틀렸음을 깨달았다. 검은 스웨터를 입고, 수염을 깨끗이 깎고,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는 팅커는 풀 죽은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케이티!" 그가 놀라움과 반가움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다가 멈칫했다. 자신이 친구로서 나와 포옹할 권리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사실이기도 했다. - P480

그러다가 중간에 내가 도대체 무슨 멍청한 생각을 한 건지 팅커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팅커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내가 주로 생각하는 건 앞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에요.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보면 이미 벌어진 일들에 대한 후회와 혹시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괴로워요. 내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향수와 지금 내게 없는 것들에 대한 욕망도 괴롭고요. 많은 것을 원하면서 동시에 원하지 않는 마음 때문에 아주 지쳐버렸어요. 그래서 이번만은 그냥 시험 삼아 현재만 생각해보려고 해요." - P487

"잘 지내던가요?" 내가 물었다.
"그게 말이지, 조금 추레했어. 살도 조금 빠졌고."
"그게 아니라, 잘 지내더냐고요."
행크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 정신적인 걸 묻는 거로군."
행크는 굳이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곧장 대답했다.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어." - P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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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경찰관이 유치장으로 통하는강철 문을 열어주었다. 유치장 안에서는 곰팡이와 암모니아 냄새가났다. 이브는 침상 위에 담요도 없이 헝겊인형처럼 늘어져 있었다. 짧은 검은색 원피스 위에 내 신여성 재킷을 입은 차림이었다. 사고가 나던 날 이브가 입었던 바로 그 옷. - P339

"팅커가 청혼했어."
"정말 근사하다, 이브, 축하해."
이브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거 무슨 농담이야? 세상에, 케이티 난 거절했어." - P345

딸이 죽으면 엄마는 딸이 결코 누릴수 없게 된 미래를 생각하며 슬퍼하지만 딸과의 그 친밀했던 추억속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딸이 부모에게서 달아났을 때는 그런 다정한 추억들이 잠들어버리고, 멀쩡히 잘 살아 있는 딸의미래도 해변에서 물러가는 파도처럼 엄마에게서 물러나버린다. - P353

내게 전화를 걸어온 팅커의 목소리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기가 죽은 목소리인 건 확실했지만, 고르고 편안했다. 거의 부럽기까지 한,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 배어 있었다. 나는 그것이 안도감임을 조금 지난 뒤에야 깨달았다. - P356

이브의 장래를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누가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우정을 그대로 간직한 오랜 친구인 줄 알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옳은 짐작일 수도 있었다. 팅커에게는 두 사람의 관계가 1월 3일에 다시 맞춰져 있어서, 지난 반년 동안의 일은 영화의 형편없는 장면처럼 싹둑 잘려나가버린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366

"당신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사실 하나만 얘기해줘요."
내 말에 팅커는 농담을 들은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내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가 내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좋아요. 우리가 트리니티 교회 맞은편의 그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날 기억하죠?"
"네…………"
"내가 당신 뒤를 따라 들어간 거예요." - P370

"저기요." 내가 말했다.
"왜요?" 빗시가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칸막이 좌석을 가리켰다.
"저기 팅커가 자기 대모랑 같이 있어요. 저 사람들한테 내가 여기있는 걸 들키기 싫어요."
빗시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빗시의 팔을 잡고 커튼 뒤로 잡아당겼다.
"앤 그랜딘을 말하는 거예요?" 빗시가 물었다.
"맞아요!"
"팅커가 저 여자의 담당 은행원 아니에요?" - P382

내가 앤의 소환장을 당연히 쓰레기통에 던져버려야 했을 것이다. 거의 모든 소환장은 굴욕적인 결말을 가져온다. 앤은 똑똑하고 의지가 강한 여성이므로, 그녀의 소환장은 특히 불신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했다. 게다가 내가 당연히 그 여자를 만나러 가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꼴이라니! 나를 어린 여자로만 취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 P406

팅커는 멀어져가는 그녀를 지켜보더니 천천히 내게 시선을 돌렸다. 의지력을 동원해서 힘겹게 시선을 옮기는 사람 같았다. 그동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사람처럼 피부가 잿빛으로 변하고, 눈주위가 퀭한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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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쏘는 소리가 들려도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내 팔다리로 스며들고, 감각을 날카롭게 다듬었다. 그래서 우쭐거리는 기분에 침착함이 어느 정도 더해졌다. 아니, 침착함에 우쭐거리는 기분이 더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한 1분 동안은 마치 내가 빗시 휴턴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총이 이렇게 자신감을 끌어올려준다고 누가 미리 말해주기만 했다면, 나는 벌써 오래전에 총쏘기를 배웠을 것이다. - P288

난 오지랖 넓은 사람을 고양이보다 더 싫어하지만 그래도 좋은 정보를 하나 줄까요?"
"좋아요."
"윌리는 러시모어 산보다 더 기품이 있지만, 수줍음은 두 배예요. 윌리가 먼저 키스할 때까지 기다리지 마세요."
내가 미처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빗시는 벌써 저만치 가 있었다. - P296

테이트가 조종간을 잡은 《고담》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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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작업은 파괴 전문가의 일과 비슷했다. 우리는 건물의 구조를 세심하게 연구한 뒤 건물 기초 주위에 폭약을 설치하고, 미리 잘 조정된 순서대로 그것을 터뜨려 건물이 자신의 무게로 폭삭 주저앉게 해야 했다. - P301

월러스와 내가 내 아파트에서 처음 카드놀이를 했던 그날 밤, 월러스는 자기 자산을 신탁에 넣으려고 변호사와 상의 중이라고 고백했다.왜? 8월 27일에 그가 공화국 군에 합류하기 위해 스페인으로 갈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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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체스에게 다가오는 남자는 모두 다 한결 같아요.
키체가 있는여자라는 것에 흥미를 갖는 사람들뿐..….
키체가 없었다면 분명 쳐다보지도 않았을걸요.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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