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저 베일리는 정신없이 나무 그늘을 찾아들어갔다.
"웬 땀이 이리 나지."
잠시 허리를 편 후, 이마의 땀을 훔치고는 손등에 묻은 땀을 꺼림칙하게 바라보며 그는 중얼거렸다.
"땀나는 건 정말 질색이야."
베일리는 투덜거리면서 우주의 법칙에 따라 그것을 털어버렸다. 자연계가 꼭 필요해서 만들어냈겠지만, 불쾌한 건 어쩔 수 없었다. - P12

베일리는 주먹을 살짝 쥐며 말했다.
"너희는 젊은 놈들 치고는 영리한 축이지. 그런데도 지구 바깥으로 나가본 적이나 있니? 이 들판에 있는 사람들 중 지구 바깥으로 나가 본 사람은 하나도 없어. 하지만 나는 2년 전에 이런 순응훈련을 받기 전인데도, 나갔다가 무사히 살아 왔어."
"알아요, 아빠. 하지만 짧은 기간이었고 직무의 연장이었잖아요. 그리고 이미 자기 기능을 갖고 있는 사회에서 보살핌을 받았던 거구요. 이 일과는 달라요."
"아니야, 다를 게 없어."
베일리는 강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다르다고 속삭이는 소리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 P15

"아빠, 아빠가 그토록 오로라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딴 데 있는것 아니에요? 음, 그 여자를 다시 만나보고 싶어서……."
베일리는 눈썹을 찌푸렸다.
"여자? 맙소사! 벤, 무슨 얘길하는 거니?"
"그러지 마세요, 아빠. 이건 남자들끼리의 얘기잖아요. 엄마한테는 절대로 말하지 않을 테니 걱정마세요. 솔라리아의 여자와 무슨 일이 있었죠? 저도 이젠 컸으니까 말해주실 수 있잖아요." - P16

로봇은 천천히 베일리에게 돌아왔다. 처음에 내린 명령이 강한 편이었다고는 해도 베일리의 명령보다 훨씬 강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발음이 분명하지 않았다.
"당신이 그런 말을 할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럴 때는 이렇게…"
그리고는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말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혼자라면 말입니다."
.
.
.
"명령을 철회한다. 뭘 전하라고 했나?"
R. 제로니모의 소리는 곧 명료해졌다.
"오로라에 관계된 일이라고 전하라고 했습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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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솔라리아인의 생활방식을 통찰하려면 솔라리아의 소설을 읽는 일보다 더 좋은 방법을 없을 거라는 가설을 갖고 있었다. 솔라리아에서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그런 통찰력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그 가설을 기각해야 했다. 여러 권의 소설을 훑어봤지만, 이곳 사람들은 별것 아닌 문제를 가지고 어리석은 행동에 몰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인다는 걸 파악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 P125

"솔라리아에서 어떤 못된 장난을 하더라도 아무일 없을 것 같소? 오로라와 다른 외계의 강국들은 솔라리아를 예의 주시하고 있소. 당신이 우릴 쫓아보낸다면, 다음으로 솔라리아를 찾는 외계의 손님들은 아마 전함을 타고 올 거요. 난 지구에서 왔기 때문에 잘 알지요. 감정을 잘못 다스린 탓으로 전함을 선사받게 되는 거요." - P131

"꼭 만나봐야 하는 이유는 뭡니까, 파트너 일라이저?"
"나도 모르겠네."
"이 점을 생각해보십시오. 이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솔라리아의 핵심 인물인 그루어 씨는 음독을 당했습니다. 당신이 여기저기 사람들 앞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돌아다닌다면, 다음 희생자는 바로 당신이 될 게 뻔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을 이 안전한 집 밖으로 내보낼수 있겠습니까?"
"내가 나간다는데, 자네가 어떻게 제지할 건가?"
"필요하다면 힘으로라도 해야지요, 좀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안 그러면 당신은 죽습니다." - P136

베일리는 다시 한 번 부끄러움이 느껴져 뭔가 위로의 말을 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닐, 설령 내가 위험 속으로 걸어들어간다고 해도・・・・・・ 아니, 사실 그건 위험이 아니야 (그는 다른 로봇들을 둘러보며 급히 그 말을 덧붙였다). 그건 내 일일 뿐이야. 난 그걸 감수할 수밖에 없다네. 네 임무는 한 사람이 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거지만 내 임무는 인류가 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거라구. 알겠나?" - P142

메시지를 읽은 그의 얼굴에 만족감이 감돌았다. 상대가 허락할 경우 직접 대면 인터뷰를 허가한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인터뷰 요청을 받은 사람은 ‘베일리와 올리버 수사관‘ 에게 가능한 한 모든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단서까지 붙어 있었다.
애틀비시가 완전히 두 손을 든 셈이다. 메시지에 지구인의 이름을 앞에 써넣을 정도로까지 그의 자세는 달라져 있었다. 이제야 수사다운 수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P143

"솔라리아의 문화는 과거의 지구에 존재했던 한 국가의 문화를 토대로 하여 만들어졌다는 이론이오."
베일리는 ‘또 시작이로군‘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만일 여기서 상대에게 가슴 속에 있는 것을 털어내지 못하게 한다면 이후 이 사람으로부터 협조를 끌어내기가 무척 어려워질 것이다.
"그게 어딥니까?"
"스파르타!"
퀴멋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처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 P160

이곳 솔라리아에서 처음으로 피라미드의 정점만이 존재하는사회가 만들어졌소. 피억압자의 자리는 로봇이 차지하고 있지. 우린처음으로 새로운 사회, 진정으로 새로운 사회를 이룩했소. - P162

로봇의 노동력을 인정한 사회에서 로봇 대 인간의 비율은 지속적으로커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런 현상을 막기 위한 법률들이 제정되긴 하지만 그 증가세를 둔화시킬 뿐 막지는 못한다, 처음에는 인구도 증가하지만 로봇의 증가속도는 그보다 훨씬 빠르다, 일단 임계점을 지나고 나면...….. - P169

"하긴 지구인이니까! 그런데, 왜 이러는 거죠? 글래디아 델메어를 살인자로 결말내면 되는 건데……… 또 꼭 그렇게 해야 하구요."
"글쎄요, 딱 그렇다고 확신이 가질 않는군요."
"확실치 않으면요? 가능성이 있는 다른 사람이라도 있나요?"
"다른 가능성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음, 예를 들어 당신일 수도 있고…………."
다음 순간, 클로리사의 반응은 정말 베일리를 놀라게 만들었다. - P181

"당신한테는 이런 동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동기?"
"그의 죽음은 곧 당신의 승진을 의미한다는 거죠."
"그걸 동기라고 했어요? 세상에, 누가 이 자리를 탐낸다고! 솔라리아 사람 누가 과연 그 자리를 탐내겠어요? 그건 박사가 살아 있는 동기였을 뿐이에요. 그 사람을 보호해주고, 감싸주는 동기라구요. 지구인, 이래 가지고는 아무것도 못 하겠군요." - P185

베일리는 로봇을 향해 돌아섰다.
"이봐, 보이! 저 소년이 어떻게 내가 지구인인 걸 알았지? 활을 쏠때 넌 소년하고 같이 있었지?"
"그렇습니다, 마스터. 제가 지구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지구인이 어떤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나?"
"네, 마스터."
"지구인은 어떤 사람이지?"
"인간 가운데 가장 열등한 종족으로서 병을 퍼뜨리기 때문에, 솔라리아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입니다."
"누가 그런 얘기를 해주던가, 보이?"
로봇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누가 그런 얘기를 해줬는지 아나?"
"모릅니다, 마스터. 그건 그저 제 기억장치에 들어 있는 겁니다." - P198

"당신은 아직도 델메어 부인이 남편을 죽였다고 믿습니까?"
"그럼요, 현장에 있던 유일한 사람인데요."
"그렇겠군요. 그렇다면 독화살이 나한테 날아왔을 때 이 영지에 있던 사람은 유일하게 당신뿐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P203

"리비그 박사에게 직접, 그게 안 되면, 로봇한테 이렇게 전해라. 나는 박사의 동료이자 좋은 솔라리아인이었던 사람의 피살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또 내가 박사의 일 때문에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5분 내에 접촉할 수 없으면 한 시간 안에 비행기를 타고 박사의 영지로 가서 직접 만나겠다고 말이야. 직접 만나겠다는 말을 차질없이 전하라구." - P210

"그럴까요? 그럼 한번 들어보시죠. 나는 이렇게 믿고 있습니다. 양전자 로봇의 역사를 통해서 로봇공학의 제1원칙은 잘못 인용되어 왔다고 말입니다."
리비그가 발작적인 행동을 보였다.
"잘못 인용되어 왔다고? 얼토당토않은 소리! 당신 미쳤구만! 도대체 왜?"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입니다."
베일리는 아주 침착한 태도로 말했다.
"로봇이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말입니다." - P214

베일리는 의자에서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아하! 그럼 제1원칙을 이렇게 말해도 되겠군요. ‘로봇은 그것이 아는 한도 내에서 인간에게 위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고의로 인간에게 위험이 닥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어서도 안 된다."
"무슨 뜻인지 알겠소."
"그러니까 로봇이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겁니다."
"살인이라고! 미쳤군요!"
리비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 P219

"내가 이미 한 가지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나는 그것이 과연 가능한 방법인지 알고 싶습니다. 두 개의 로봇이 각자 다른 행동을 해서 결국 살인을 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느냐는 겁니다. 전문가인 당신의견해를 묻는 거지요. 리비그 박사님, 그게 가능합니까?"
리비그는 잠시 주저하더니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대답했다.
"가능합니다." - P221

"아무도 그 동기에 대해서는 말을 못하더군요. 하지만 글래디아가 동기도 없이 살인을 하지는 않았겠지요?"
"원, 세상에!"
리비그는 웃음을 터뜨리기라도 하려는 듯 머리를 젖혔다. 그러나 그는 웃지 않았다.
"아니, 아무도 그걸 말해주지 않던가요? 하긴, 아무도 모르겠지. 나밖에는 아무도 모를 거요. 그 여자는 나한테 얘기했소. 그것도 아주 자주 말이오."
"뭐라고 하던가요?"
"남편하고 싸웠거든. 심하게 다투었다고 했소. 그것도 자주 그랬다지? 그녀는 남편을 증오했소. 이것 봐요, 지구인, 그래, 아무도 그 얘기를 안 해줬단 말이오? 그 여자도 아무말 않고?" - P228

"그런데 왜 리비그 박사는 당신한테 로봇공학을 그렇게 열심히 가르치려고 했을까요? 당신 생각엔 그가 왜 그런 것 같았습니까?"
.
.
.
"내 생각엔 날 자기 조수로 삼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 P244

"우린 그때, 그러니까 그이가 죽었을 때도 말다툼을 하고 있었어요. 케케묵은 논쟁이었지요. 나는 열이 뻗쳐서 소리를 지르는데 그이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 거예요. 나는 그이가 아무말도 하지 않는게 너무너무 분했어요.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됐는지 아무 기억도 나지않아요."
.
.
.
"당신이 죽였습니까?"
"일라이저, 정말 기억이 안 나요. 내가 죽였다면 기억이 날 텐데 말예요. 그냥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난 너무 놀라서, 정말 너무 놀라서 정신이 나갔었어요. 일라이저, 날 좀 도와줘요. 제발 날 좀 도와 주세요." - P246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네. 자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어떻게 로봇들한테서 빠져나왔지?"
.
.
.
"당신이 저를 가두려고 로봇들에게 내린 명령은 ‘저자가 다른 사람이나 로봇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해라. 홀로그램도 안 되고, 직접 만나도 안 된다‘ 였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다른 사람이나 로봇이 저를 접촉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이 없었습니다. 그 차이를 아시겠죠?" - P250

다닐의 차분하고도 무시무시한 말이 게속되었다.
"델메어 부인은 당신 옆에 앉아 있었고 당신이 쓰러지는 것을 보았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물에 빠졌어도 아마 그대로 놔두었을 겁니다. 물론 로봇이야 부르겠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을 게 확실합니다. 나중에 이렇게 설명하겠죠. 아무리 목숨을 구하는 일이라지만 도저히 당신을 만질 수가 없었다고요." - P257

델메어 박사는 솔라리아에서 진행되는 음모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지요. 그 음모란 나머지 은하세계를 정복하기 위한 공격음모였습니다. 그는 그것을 막는 데 관심을 가졌습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음모에 관련된 사람들은 그를 제거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 P269

평생 홀로그램으로만 접촉을 해왔고 다른 사람을 직접 만난 적이 없는 한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단지 부인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직접 만난다고 가정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부인 아닌 다른 사람이 직접 대면하려고 자기에게 걸어온다면.……… 그럴 경우 그 사람은 당연히 홀로그램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일테죠. 특히 로봇이 홀로그램 접촉이 준비됐다는 메시지를 델메어 박사에게 전달한 시점에서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 P270

"그럼 분명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믿기 어려워도,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뭣니까? 바로 그게 진실입니다. 그 현장에 있던 로봇이 바로 흉기였고, 그랬기 때문에 당신들은 역시 배운대로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던 겁니다." - P273

누군가가 로봇에게 인간을 해칠 방법을 가르치려는 위험한 시도를 한다면?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반란의 가능성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최후의 범죄였다. 솔라리아 같은 세계에서 누군가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든다는 의심을 받는다면, 어느 누구라도 그 사람에게 분노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인간과 로봇의 비율이 1대 2만이나 되는 솔라리아에서. - P284

"차관님께서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다니……… 솔라리아에 가라고 명령하실 때 차관님께서는 저에게 외계의 약점이 뭔지 알아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들의 강점은 로봇과 적은 인구와 긴 수명이다, 그런데 약점은 뭘까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솔라리아인들의 약점을 알아냈다고 믿습니다."
"내 질문에 대답할 수 있겠군. 좋아, 계속 얘기해보게."
"차관님, 그들의 약점은 바로 로봇과 적은 인구 그리고 긴 수명입니다." - P290

"차관님 말씀이 맞습니다. 솔라리아인들은 리비그가 로봇을 악용한 것에 너무 놀란 나머지 그걸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고 계산했습니다."
"그럼 누가 델메어를 죽였나?"
미님의 질문에 베일리는 천천히 대답했다.
"누가 실제로 쳤느냐고 물으시는 거라면, 그건 모두들 그랬을 거라고 알고 있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피살자의 부인, 글래디아 델메어입니다." - P294

베일리는 아직도 열린 공간이 두려웠다. 하지만 더 이상은 그 공포심에 짓눌리지 않을 터였다. 결코 그 공포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맞서 싸우리라!
베일리는 광기 비슷한 것에 휩싸이는 자신을 느꼈다. 처음부터 열린 공간은 불가사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열린 공기를 맛보기 위해 지상차에서 다닐에게 속임수를 쓰던 그 순간부터.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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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솔라리아인의 생활방식을 통찰하려면 솔라리아의 소설을 읽는 일보다 더 좋은 방법을 없을 거라는 가설을 갖고 있었다. 솔라리아에서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그런 통찰력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그 가설을 기각해야 했다. 여러 권의 소설을 훑어봤지만, 이곳 사람들은 별것 아닌 문제를 가지고 어리석은 행동에 몰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인다는 걸 파악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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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넌, 듣기만 하면칠 수 있다는 얘기야?"
"물론이지! 듣지 않으면 어떻게 치냐?"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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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저 베일리는 불안감을 떨쳐버리려고 애썼다.
지난 2주 동안 그 불안감은 점점 심해졌다. 아니, 사실은 그보다 더 전부터였다. 그것은 워싱턴에서 그를 소환하면서부터, 재임용되었다는 말이 조용히 전해지면서부터 시작된 불안감이었다. - P11

이건 진짜 웃기는 얘기다. 지구인이 우주를 쳐들어간다는가정, 이 얼마나 유치한 짓거리인가. 은하탐사! 은하세계는 지구인을 차단하고 있다. 은하는 수세기 전에 지구를 떠난 사람들의 자손인 우주인이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지구 주위에 울타리를 높이 쌓았다. 열린 공간에 대한 공포와 함께 시티문명안에 지구인을 가두었다. - P14

미님이 입술에서 시가를 빼내 들고 연기를 쳐다보며 말했다.
"사법부에서는 자네를 솔라리아에 파견키로 했네."
베일리의 마음은 잠시 허공의 환상을 찾아 헤맸다. 솔라리아, 아시아? 솔라리아, 오스트레일리아?
다음 순간, 베일리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놀란 목소리를 냈다.
"외계의 솔라리아 말입니까?"
미님은 베일리의 눈길을 애써 외면했다.
"맞아." - P16

우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트너 일라이저!"
베일리는 깜짝 놀라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보았다. 순간 그는 놀라 무의식적으로 벌떡 일어섰다.
눈에 익은 얼굴이었다. 툭 튀어나온 커다란 광대뼈, 미끈한 얼굴 윤곽, 멋진 대칭을 이루고 있는 몸매, 무엇보다도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푸른 눈・・・・・…
"다, 다닐!"
우주인이 말했다.
"기억해주시니 기쁘군요, 파트너 일라이저."
"기억하다마다!"
베일리는 그를 보고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P30

베일리는 이 친구의 표정 없는 눈이 자신의 마음을 읽지 못했기를 간절히 바랐다. 순간적이긴 했지만, 아직도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격정의 순간, 자신이 이 친구에게 사랑이라고도 할 만한 친밀감을 느꼈다는 사실을 눈치채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다 해도 다닐 올리버를 친구로서 사랑할 수는 없다. 사람이 아닌 로봇을! - P31

외계의 50개 우주국가 중에서 솔라리아가 다양하고 뛰어난 로봇 모델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솔라리아는 다른 모든 우주국가에 전문화된 로봇 모델을 수출하고 있지요 - P36

"그럼, 솔라리아인이 사는 지역은 행성 전체로 보면 얼마나 되나?"
"경작할 수 있는 지역엔 모두 살고 있습니다."
"넓이가 얼마나 되는데?"
"경계지역까지 포함해서 3,000만 평방마일입니다."
"겨우 2만 명이 그 넓은 땅에 산단 말인가?"
"거기에는 대략 2억 정도의 양전자로봇들도 있습니다."
"제기랄! 사람 한 명에 로봇이 일만 대로군."
"그건 외계에서도 최고로 높은 비율이지요. 그 다음으로 비율이 높은 곳이 오로라인데, 사람 하나 당 로봇이 약 50대예요." - P40

베일리는 곤혹스런 낯빛으로 주위를 휘둘러보며 말했다.
"이 웅장한 묘 속에 날 홀로 집어넣어서 어리둥절하게 만들려고 많은 사람들을 내쫓았단 말인가?"
"이 집은 오로지 당신만을 위한 겁니다. 솔라리아에서는 한 사람한 사람이 모두 이런 집을 갖고 있습니다."
"모두 다 이런 집에서 산다구?"
"예, 모두 다요." - P48

그런데 다닐은 왜 철저하게 인간인 척하는 걸까? 베일리가 앞서 세웠던 가설, 즉 다닐을 설계한 오로라인의 자만심의 과시라는 가설만 가지고는 아무래도 설명이 부족하다. 이 가면극에 뭔가 더 중요한 동기가 있는 게 분명하다. - P60

다닐이 말했다.
"행성은 비어 있지 않습니다. 행성은 여러 개의 영지로 분할되어 있는데, 각 영지마다 하나씩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두 다 자기 영지에 살고 있단 말인가? 그러니까 2만 개의 영지마다 솔라리아인이 한 명씩 살고 있단 말이군."
"영지 수는 그보다는 적습니다, 파트너 일라이저. 남편과 아내는 한 영지를 공유하니까요." - P63

베일리가 말했다.
"한번 더 생각해봐요, 글래디아. 아무도 당신 남편을 만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조금 접어두고, 누군가 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가정해보시라구요. 그랬다면 누구겠습니까?"
"소용없는 일이에요. 아무도 그럴 수 없어요."
"누군가 있어야만 합니다. 그루어 씨는 딱 한 사람 의심받을 만한 사람이 있다고 했어요. 분명히 누군가 있을 거예요."
여자의 얼굴에 전혀 기쁜 기색이라고는 할 수 없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 사람이 누구를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요."
"그래요? 누굽니까?"
그녀는 작은 손을 자기 가슴에 얹었다.
"저예요." - P86

"정말 특이한 사건이로군요. 동기도 없고, 수단도 없고, 목격자도 없고, 증거도 없어요. 증거가 되는 게 좀 있나 했더니 그건 파괴됐다고 하고……… 당신네들은 오로지 한 사람에게만 혐의를 두고 그녀가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군요. 다른 누군가가 범인일 가능성은 아무도 염두에 두고 있질 않아요. 당신도 전혀 다를 바 없군요. 그렇다면 한 가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도대체 왜 날 불렀습니까?"
그루어가 눈살을 찌푸렸다.
"진정하시오, 베일리 씨" - P100

리케인 델메어가 뭔가 낌새를 눈치챈 모양이오. 그는 내게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고 했어요. 난 그의 말을 믿었지요. 불행히도 그는 조금밖에 얘기해주지 않았어요. 스스로 조사를 완료한 후에 당국에 알리고 싶어했지요. 그는 최근에 조사를 거의 완료했던 모양이오. 그렇지 않다면 저들이 그렇게 야만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또 공개적으로 그를 살해했을 리 없잖소? 델메어가 말한 게 있어요. 인류 전체가 위험에 빠지고 있다는 이야기였죠. - P101

베일리는 손바닥으로 뺨을 문지르며 말했다.
"그런데, 지금 만일……."
그는 얘기를 꺼내려다 말고 의자에서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러나,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홀로그램임을 깨닫고는 우뚝 멈춰섰다.
그루어가 잔을 노려보며 목을 꽉 움켜쥐고 절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목이・・・・・・목이 탄다! 목이 타!"
그루어가 잔을 떨어뜨렸다.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심하게 일그러졌다. - P103

다닐이 묘한 자세로 자리에 앉았다. 무릎이 아픈 것 같은 태도였다. 다닐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처음이다. 정말로 사람이 무릎에 어떤 이상이라도 생긴 것 같은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다닐이 말했다.
"사람이 해를 입는 모습을 보면 내 기계장치 어딘가에 이상이 옵니다."
"자네가 할 수 있었던 일은 하나도 없었네."
"네, 압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볼 때마다 내 사고 경로에 장애가 오곤 해요. 말하자면 사람이 충격을 받은 것과 같은 상태죠."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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