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저 베일리는 정신없이 나무 그늘을 찾아들어갔다. "웬 땀이 이리 나지." 잠시 허리를 편 후, 이마의 땀을 훔치고는 손등에 묻은 땀을 꺼림칙하게 바라보며 그는 중얼거렸다. "땀나는 건 정말 질색이야." 베일리는 투덜거리면서 우주의 법칙에 따라 그것을 털어버렸다. 자연계가 꼭 필요해서 만들어냈겠지만, 불쾌한 건 어쩔 수 없었다. - P12
베일리는 주먹을 살짝 쥐며 말했다. "너희는 젊은 놈들 치고는 영리한 축이지. 그런데도 지구 바깥으로 나가본 적이나 있니? 이 들판에 있는 사람들 중 지구 바깥으로 나가 본 사람은 하나도 없어. 하지만 나는 2년 전에 이런 순응훈련을 받기 전인데도, 나갔다가 무사히 살아 왔어." "알아요, 아빠. 하지만 짧은 기간이었고 직무의 연장이었잖아요. 그리고 이미 자기 기능을 갖고 있는 사회에서 보살핌을 받았던 거구요. 이 일과는 달라요." "아니야, 다를 게 없어." 베일리는 강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다르다고 속삭이는 소리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 P15
"아빠, 아빠가 그토록 오로라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딴 데 있는것 아니에요? 음, 그 여자를 다시 만나보고 싶어서……." 베일리는 눈썹을 찌푸렸다. "여자? 맙소사! 벤, 무슨 얘길하는 거니?" "그러지 마세요, 아빠. 이건 남자들끼리의 얘기잖아요. 엄마한테는 절대로 말하지 않을 테니 걱정마세요. 솔라리아의 여자와 무슨 일이 있었죠? 저도 이젠 컸으니까 말해주실 수 있잖아요." - P16
로봇은 천천히 베일리에게 돌아왔다. 처음에 내린 명령이 강한 편이었다고는 해도 베일리의 명령보다 훨씬 강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발음이 분명하지 않았다. "당신이 그런 말을 할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럴 때는 이렇게…" 그리고는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말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혼자라면 말입니다." . . . "명령을 철회한다. 뭘 전하라고 했나?" R. 제로니모의 소리는 곧 명료해졌다. "오로라에 관계된 일이라고 전하라고 했습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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