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솔라리아인의 생활방식을 통찰하려면 솔라리아의 소설을 읽는 일보다 더 좋은 방법을 없을 거라는 가설을 갖고 있었다. 솔라리아에서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그런 통찰력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그 가설을 기각해야 했다. 여러 권의 소설을 훑어봤지만, 이곳 사람들은 별것 아닌 문제를 가지고 어리석은 행동에 몰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인다는 걸 파악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 P125
"솔라리아에서 어떤 못된 장난을 하더라도 아무일 없을 것 같소? 오로라와 다른 외계의 강국들은 솔라리아를 예의 주시하고 있소. 당신이 우릴 쫓아보낸다면, 다음으로 솔라리아를 찾는 외계의 손님들은 아마 전함을 타고 올 거요. 난 지구에서 왔기 때문에 잘 알지요. 감정을 잘못 다스린 탓으로 전함을 선사받게 되는 거요." - P131
"꼭 만나봐야 하는 이유는 뭡니까, 파트너 일라이저?" "나도 모르겠네." "이 점을 생각해보십시오. 이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솔라리아의 핵심 인물인 그루어 씨는 음독을 당했습니다. 당신이 여기저기 사람들 앞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돌아다닌다면, 다음 희생자는 바로 당신이 될 게 뻔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을 이 안전한 집 밖으로 내보낼수 있겠습니까?" "내가 나간다는데, 자네가 어떻게 제지할 건가?" "필요하다면 힘으로라도 해야지요, 좀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안 그러면 당신은 죽습니다." - P136
베일리는 다시 한 번 부끄러움이 느껴져 뭔가 위로의 말을 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닐, 설령 내가 위험 속으로 걸어들어간다고 해도・・・・・・ 아니, 사실 그건 위험이 아니야 (그는 다른 로봇들을 둘러보며 급히 그 말을 덧붙였다). 그건 내 일일 뿐이야. 난 그걸 감수할 수밖에 없다네. 네 임무는 한 사람이 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거지만 내 임무는 인류가 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거라구. 알겠나?" - P142
메시지를 읽은 그의 얼굴에 만족감이 감돌았다. 상대가 허락할 경우 직접 대면 인터뷰를 허가한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인터뷰 요청을 받은 사람은 ‘베일리와 올리버 수사관‘ 에게 가능한 한 모든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단서까지 붙어 있었다. 애틀비시가 완전히 두 손을 든 셈이다. 메시지에 지구인의 이름을 앞에 써넣을 정도로까지 그의 자세는 달라져 있었다. 이제야 수사다운 수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P143
"솔라리아의 문화는 과거의 지구에 존재했던 한 국가의 문화를 토대로 하여 만들어졌다는 이론이오." 베일리는 ‘또 시작이로군‘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만일 여기서 상대에게 가슴 속에 있는 것을 털어내지 못하게 한다면 이후 이 사람으로부터 협조를 끌어내기가 무척 어려워질 것이다. "그게 어딥니까?" "스파르타!" 퀴멋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처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 P160
이곳 솔라리아에서 처음으로 피라미드의 정점만이 존재하는사회가 만들어졌소. 피억압자의 자리는 로봇이 차지하고 있지. 우린처음으로 새로운 사회, 진정으로 새로운 사회를 이룩했소. - P162
로봇의 노동력을 인정한 사회에서 로봇 대 인간의 비율은 지속적으로커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런 현상을 막기 위한 법률들이 제정되긴 하지만 그 증가세를 둔화시킬 뿐 막지는 못한다, 처음에는 인구도 증가하지만 로봇의 증가속도는 그보다 훨씬 빠르다, 일단 임계점을 지나고 나면...….. - P169
"하긴 지구인이니까! 그런데, 왜 이러는 거죠? 글래디아 델메어를 살인자로 결말내면 되는 건데……… 또 꼭 그렇게 해야 하구요." "글쎄요, 딱 그렇다고 확신이 가질 않는군요." "확실치 않으면요? 가능성이 있는 다른 사람이라도 있나요?" "다른 가능성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음, 예를 들어 당신일 수도 있고…………." 다음 순간, 클로리사의 반응은 정말 베일리를 놀라게 만들었다. - P181
"당신한테는 이런 동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동기?" "그의 죽음은 곧 당신의 승진을 의미한다는 거죠." "그걸 동기라고 했어요? 세상에, 누가 이 자리를 탐낸다고! 솔라리아 사람 누가 과연 그 자리를 탐내겠어요? 그건 박사가 살아 있는 동기였을 뿐이에요. 그 사람을 보호해주고, 감싸주는 동기라구요. 지구인, 이래 가지고는 아무것도 못 하겠군요." - P185
베일리는 로봇을 향해 돌아섰다. "이봐, 보이! 저 소년이 어떻게 내가 지구인인 걸 알았지? 활을 쏠때 넌 소년하고 같이 있었지?" "그렇습니다, 마스터. 제가 지구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지구인이 어떤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나?" "네, 마스터." "지구인은 어떤 사람이지?" "인간 가운데 가장 열등한 종족으로서 병을 퍼뜨리기 때문에, 솔라리아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입니다." "누가 그런 얘기를 해주던가, 보이?" 로봇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누가 그런 얘기를 해줬는지 아나?" "모릅니다, 마스터. 그건 그저 제 기억장치에 들어 있는 겁니다." - P198
"당신은 아직도 델메어 부인이 남편을 죽였다고 믿습니까?" "그럼요, 현장에 있던 유일한 사람인데요." "그렇겠군요. 그렇다면 독화살이 나한테 날아왔을 때 이 영지에 있던 사람은 유일하게 당신뿐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P203
"리비그 박사에게 직접, 그게 안 되면, 로봇한테 이렇게 전해라. 나는 박사의 동료이자 좋은 솔라리아인이었던 사람의 피살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또 내가 박사의 일 때문에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5분 내에 접촉할 수 없으면 한 시간 안에 비행기를 타고 박사의 영지로 가서 직접 만나겠다고 말이야. 직접 만나겠다는 말을 차질없이 전하라구." - P210
"그럴까요? 그럼 한번 들어보시죠. 나는 이렇게 믿고 있습니다. 양전자 로봇의 역사를 통해서 로봇공학의 제1원칙은 잘못 인용되어 왔다고 말입니다." 리비그가 발작적인 행동을 보였다. "잘못 인용되어 왔다고? 얼토당토않은 소리! 당신 미쳤구만! 도대체 왜?"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입니다." 베일리는 아주 침착한 태도로 말했다. "로봇이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말입니다." - P214
베일리는 의자에서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아하! 그럼 제1원칙을 이렇게 말해도 되겠군요. ‘로봇은 그것이 아는 한도 내에서 인간에게 위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고의로 인간에게 위험이 닥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어서도 안 된다." "무슨 뜻인지 알겠소." "그러니까 로봇이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겁니다." "살인이라고! 미쳤군요!" 리비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 P219
"내가 이미 한 가지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나는 그것이 과연 가능한 방법인지 알고 싶습니다. 두 개의 로봇이 각자 다른 행동을 해서 결국 살인을 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느냐는 겁니다. 전문가인 당신의견해를 묻는 거지요. 리비그 박사님, 그게 가능합니까?" 리비그는 잠시 주저하더니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대답했다. "가능합니다." - P221
"아무도 그 동기에 대해서는 말을 못하더군요. 하지만 글래디아가 동기도 없이 살인을 하지는 않았겠지요?" "원, 세상에!" 리비그는 웃음을 터뜨리기라도 하려는 듯 머리를 젖혔다. 그러나 그는 웃지 않았다. "아니, 아무도 그걸 말해주지 않던가요? 하긴, 아무도 모르겠지. 나밖에는 아무도 모를 거요. 그 여자는 나한테 얘기했소. 그것도 아주 자주 말이오." "뭐라고 하던가요?" "남편하고 싸웠거든. 심하게 다투었다고 했소. 그것도 자주 그랬다지? 그녀는 남편을 증오했소. 이것 봐요, 지구인, 그래, 아무도 그 얘기를 안 해줬단 말이오? 그 여자도 아무말 않고?" - P228
"그런데 왜 리비그 박사는 당신한테 로봇공학을 그렇게 열심히 가르치려고 했을까요? 당신 생각엔 그가 왜 그런 것 같았습니까?" . . . "내 생각엔 날 자기 조수로 삼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 P244
"우린 그때, 그러니까 그이가 죽었을 때도 말다툼을 하고 있었어요. 케케묵은 논쟁이었지요. 나는 열이 뻗쳐서 소리를 지르는데 그이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 거예요. 나는 그이가 아무말도 하지 않는게 너무너무 분했어요.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됐는지 아무 기억도 나지않아요." . . . "당신이 죽였습니까?" "일라이저, 정말 기억이 안 나요. 내가 죽였다면 기억이 날 텐데 말예요. 그냥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난 너무 놀라서, 정말 너무 놀라서 정신이 나갔었어요. 일라이저, 날 좀 도와줘요. 제발 날 좀 도와 주세요." - P246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네. 자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어떻게 로봇들한테서 빠져나왔지?" . . . "당신이 저를 가두려고 로봇들에게 내린 명령은 ‘저자가 다른 사람이나 로봇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해라. 홀로그램도 안 되고, 직접 만나도 안 된다‘ 였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다른 사람이나 로봇이 저를 접촉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이 없었습니다. 그 차이를 아시겠죠?" - P250
다닐의 차분하고도 무시무시한 말이 게속되었다. "델메어 부인은 당신 옆에 앉아 있었고 당신이 쓰러지는 것을 보았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물에 빠졌어도 아마 그대로 놔두었을 겁니다. 물론 로봇이야 부르겠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을 게 확실합니다. 나중에 이렇게 설명하겠죠. 아무리 목숨을 구하는 일이라지만 도저히 당신을 만질 수가 없었다고요." - P257
델메어 박사는 솔라리아에서 진행되는 음모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지요. 그 음모란 나머지 은하세계를 정복하기 위한 공격음모였습니다. 그는 그것을 막는 데 관심을 가졌습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음모에 관련된 사람들은 그를 제거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 P269
평생 홀로그램으로만 접촉을 해왔고 다른 사람을 직접 만난 적이 없는 한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단지 부인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직접 만난다고 가정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부인 아닌 다른 사람이 직접 대면하려고 자기에게 걸어온다면.……… 그럴 경우 그 사람은 당연히 홀로그램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일테죠. 특히 로봇이 홀로그램 접촉이 준비됐다는 메시지를 델메어 박사에게 전달한 시점에서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 P270
"그럼 분명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믿기 어려워도,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뭣니까? 바로 그게 진실입니다. 그 현장에 있던 로봇이 바로 흉기였고, 그랬기 때문에 당신들은 역시 배운대로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던 겁니다." - P273
누군가가 로봇에게 인간을 해칠 방법을 가르치려는 위험한 시도를 한다면?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반란의 가능성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최후의 범죄였다. 솔라리아 같은 세계에서 누군가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든다는 의심을 받는다면, 어느 누구라도 그 사람에게 분노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인간과 로봇의 비율이 1대 2만이나 되는 솔라리아에서. - P284
"차관님께서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다니……… 솔라리아에 가라고 명령하실 때 차관님께서는 저에게 외계의 약점이 뭔지 알아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들의 강점은 로봇과 적은 인구와 긴 수명이다, 그런데 약점은 뭘까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솔라리아인들의 약점을 알아냈다고 믿습니다." "내 질문에 대답할 수 있겠군. 좋아, 계속 얘기해보게." "차관님, 그들의 약점은 바로 로봇과 적은 인구 그리고 긴 수명입니다." - P290
"차관님 말씀이 맞습니다. 솔라리아인들은 리비그가 로봇을 악용한 것에 너무 놀란 나머지 그걸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고 계산했습니다." "그럼 누가 델메어를 죽였나?" 미님의 질문에 베일리는 천천히 대답했다. "누가 실제로 쳤느냐고 물으시는 거라면, 그건 모두들 그랬을 거라고 알고 있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피살자의 부인, 글래디아 델메어입니다." - P294
베일리는 아직도 열린 공간이 두려웠다. 하지만 더 이상은 그 공포심에 짓눌리지 않을 터였다. 결코 그 공포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맞서 싸우리라! 베일리는 광기 비슷한 것에 휩싸이는 자신을 느꼈다. 처음부터 열린 공간은 불가사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열린 공기를 맛보기 위해 지상차에서 다닐에게 속임수를 쓰던 그 순간부터.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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