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이란 자신의 가설이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밖의 다른 정보는 무시하기 쉬운 경향을 말한다. - P16

바넘 효과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을 듣고 자신에 대해 지적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 즉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적 경향이다. - P17

우리는 성공하고 살아남은 것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실패하고 사라진 것은애당초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생존자 편향‘이라 한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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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그들은 커버롤을 벗어 수행원에게 넘겨주었다. 다닐과 지스카드도 커버롤을 벗었다. 그러자 수행원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지스카드에게 꽂혔다.
글래디아는 불안감을 억누르기라도 하려는 듯 신경질적으로 콧구멍에 필터를 틀어막았다. 지금까지 한번도 이토록 많은 단명한 인종들 앞에 서본 적이 없었다. 그들이 단명한 것은 체내에 만성질환의 병균과 수많은 기생생물들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귀가따갑도록 들어온 터였다. - P257

"그러면 마담 글래디아의 연설이 있겠습니다."
글래디아는 불빛이 자신에게 옮겨지자 가슴 속으로부터 심한 공포의 전율을 느꼈다. 귓전에는 아우성치는 환호성이 정신없이 웅웅 울려댔다. 옆에 서 있는 DG도 열심히 손뼉을 치고 있었다. 그는 그녀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이더니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들을 사랑하지 않습니까? 당신은 평화를 원하지요? 마담은 입법부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원하는 건 장황한 연설이 아니에요. 대강 인삿말만 하고 자리에 앉으셔도 되는 겁니다." - P264

"괜찮으시다면 그대로 서 계시겠어요, 마담? 제가 대답하기 전에 한 가지 질문에 대답해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은 나이를 이야기할 때 어떤 식으로 따지시나요? 태어난 이후 살아온 해수를 계산하시나요?" - P270

"인생의 길이를 자신이 겪는 사건과 행위, 성취와 흥분의 양으로 측정한다면 저는 여러분 그 누구보다도 어립니다. 가히 어린아이라 할수 있을 정도지요. 내가 살아온 기간의 대부분은 단지 지루하고 권태로운 시간의 연속이었을 뿐입니다. 여러분들 중 그 누구도 저보다는 많은 흥분과 즐거움을 누렸을 것입니다. 자, 마담 램비드! 다시 한번 당신의 나이를 제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램비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충실한 쉰네 살입니다, 마담 글래디아."
그녀는 자리에 앉았다. - P272

그녀는 나무나 풀 같은 수동적인 생활에 대해서, 그리고 지나치게 잘 정돈된 사회와 간섭에 가까울 정도로 시중을 드는 로봇으로 인한 불행한 생활에 대해서 주절주절 호소했습니다. 얼마나 그 생활이 혐오스러운 건지 엄살을 떨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행성에 무슨 위험이 있습니까? 무슨 재앙이 있다고 두 로봇까지 대동하고 왔단 말입니까! 우리는 그녀를 환영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환영하는 이 자리에까지 그 로봇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지금 그 로봇들은 연단 위에 그녀와 함께 있습니다. 이제 실내에 불이 들어와서 여러분들도 그들의 모습을 쉽게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하나는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 다닐 올리버이고, 다른 하나는 쇳덩어리로 된 모습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아예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있는 R. 지스카드 레벤트로프입니다. 친애하는 베일리 행성의 시민 여러분! 그들을 환영합시다. 그들이야말로 이 여자와 피를 나눈 친척 아닙니까?" - P277

"약 160년 전 바로 이 행성에서 일라이저 베일리가 죽어갈 때 그의 임종을 지킨 것은 그의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저도 아니었지요."
.
.
.
"이 행성에 착륙해서 일라이저의 마지막 유언을 들을 수 있었던 사람은 다닐 그뿐이었습니다. 그래도 다닐이 여러분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나요?"
그녀는 주먹을 하늘로 치켜 흔들었고, 목소리도 한 옥타브쯤 높였다. - P279

"다닐과 지스카드는 이 세계의 영광된 이름입니다. 일라이저 베일리의 뜻을 따라 그 이름은 그의 후손들에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타고 온 우주선의 선장은 다닐 지스카드 베일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입니다. 지금 저와 얼굴을 마주하고 계신, 그리고 하이퍼비전을 보고 계신 분들 중에도 수많은 다닐과 지스카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 뒤에 서 있는 이 로봇들이 바로 그 이름을 가진 로봇들입니다. 왜 이들이 토마스 비스터반 씨에게 비난을 받아야 합니까?" - P280

"이 두 로봇들은 결코 일라이저 베일리를 잊지 못합니다. 제가 그를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요. 그들의 기억 속에는 지난 세월이 조금도 퇴색하지 않고 그대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제가 베일리 선장의 우주선에 동승하게 되었을 때, 어쩌면 베일리 행성을 방문할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때, 다닐과 지스카드를 데리고 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라이저 베일리로 인해 탄생되었고 그가 말년을 보냈던 이 행성을 이들이 얼마나 보고 싶어했는데요.
그렇습니다. 이들은 로봇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일라이저 베일리에 게 충직하게 봉사했던 지능을 가진 로봇들이지요. 저는 지능과 지성을 가진 모든 존재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들을 데리고 온 것입니다." - P280

글래디아는 그런 청중들의 모습을 보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고함과 환호성이 끝없이 이어지는 동안 그녀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나는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이처럼 행복한 순간은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평생 이런 순간을 기다려온 듯한 기분이었다. 고독에 익숙하도록 교육받은 이백삼십 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지나, 군중들을 마주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게 된 이 순간을… - P281

"그게 왜 나쁜 결과였다는 거지요? 사람들은 모두 만족해했는데?"
"도가 지나칠 정도로 만족했지요, 마담, 우리는 당신이 귀여운 우주인 영웅이 되어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시기상조의 전쟁을 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냉각시켜주길 바란 겁니다. ‘장수‘에 대해서는 설득력을 발휘한 편이었습니다. 단명한 우리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로봇에 갈채를 보내게 만든 점입니다. 그건 우리가 바라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 때문에 일반 대중들이 우주인과 혈연관계라는 생각을 품는 건 좋지 않습니다."
"시기상조의 전쟁도 원하지 않지만 시기상조의 평화도 원치 않는다는 말이로군요."
"그렇습니다, 마담." - P286

다닐, 나는 사람이 아니야. 복잡하고 모순으로 가득차 있는 인간의 정신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이 반응하는 메카니즘은 잘 몰라. 하지만 개인보다는 군중들이 훨씬 더 조작하기 쉽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됐지. - P290

노인의 눈이 다닐을 알아차리자 그의 창백하고 말라 비틀어진 입술에 가느다란 미소가 실렸다.
"다닐, 내 옛 친구…."
그의 말소리는 희미했지만 분명히 일라이저 베일리의 음성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시트 아래쪽에서 팔 하나가 빠져나왔다. 그것은 자신이 일라이저임을 확신시키려는 동작이었으리라.
"파트너 일라이저!"
"고맙네. 이렇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파트너 일라이저." - P296

내가 염려하는것은 자네에게 미칠 영향이야. 자네는… 항상 자네가 주장하고 내가 반박하듯이 로봇 아닌가. 오랜 옛날부터 자네는 내가 죽지 않도록 지키는 것을 임무로 삼아왔어. 그런데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자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까봐… 그래서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자넬 부른 거야. - P298

"각 개인의 업적은 인류 전체에 공헌하는 것이고, 그것은 전체의 일부로 영원히 살아남게 되는 거야. 그 전체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에까지 수만 년에 걸쳐 짜여질 하나의 거대한 직물(織物)을 이루지. 그 직물은 날이 갈수록 더욱 정교해지고 아름다워져. 우주인들도 그 직물의 일부에 아름다움을 새겨넣을 수 있지. 개인의 삶은 그 거대한 직물의 날실과 같은 거야. 그 어마어마한 전체에 비한다면 한 가닥의 실이 무어 그리 중요하겠어?
다닐, 자네는 그 직물 전체에 관심을 가져야 해. 한 가닥의 실이 끊어진다 해서 흔들려서는 안 된다구. 거기에는 무수한 많은 씨줄, 날줄들이 있어. 하나 하나가 모두 큰 몫을 하고 있는…" - P298

"오로라가 메시지를 보냈더군. 지구를 경유해서 보낸 것이 아니라 직접 우리에게 보낸 거야."
"그들에겐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 모양이군요. 어떤 얘깁니까?"
"솔라리아 여인을 다시 돌려달라는 거야." - P309

우리에게는 세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로봇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 손으로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번째는 빠른 세대교체입니다. 그것이 지속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해주지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뿌리이자 핵인 지구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P320

"지스카드, 자네는 마담이 자네나 나 없이 귀환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불가능하지. 그렇다고 오로라 의회가 자네나 나를 필요로 할 리가 있겠나?"
"나라면 그들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을지 몰라. 하지만 자네는 달라. 자네는 인간의 마음을 직접 느낄 수 있잖나."
"하지만 그들은 그런 사실을 몰라."
"우리가 오로라를 떠난 이후 그들이 사실을 알아냈을 가능성도 있지. 그래서 자네가 오로라를 떠나도록 허용했던 걸 후회하고 있는 건 아닐까?" - P325

사실 오로라인들 사이에서 그녀는 반역자일 뿐이다. 이런 대단한 환영행사 자체가 훌륭한 증거 아닌가?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하고 있을 여유도 없었다. 그녀에겐 평화와 화해를 정착시켜야 할 막중한 임무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겐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길이라면 기꺼이 걸어갈 각오가 되어 있었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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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는 지도에서 눈을 떼고 양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나 다른 승무원들이 그들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건 아무런 문제도 아니야. 책임자는 나고 결정도 내가 내린다. 만약 저 여인이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면 착륙 후 여섯 시간 이내에 우린 모두 죽고 말 거야." - P164

"당시뿐 아니라 지금도 있어. 하지만 다닐은 단순한 로봇이 아니었어. 그는 우주인과 아주 흡사한 우주인 로봇이었지. 잘 생각해보게, 니스, 자네와 싸웠던 우주인이 누구였는지…"
그러자 니스의 눈이 등잔만하게 커지면서 얼굴이 벌개졌다.
"그렇다면 그 우주인이 로봇…"
"그가 R. 다닐 올리버라네." - P184

DG는 포토큐브를 한쪽으로 밀어놓고는 몸을 앞으로 굽혔다.
"제1원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알고 있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어떤 행동을 묵과함으로써 인간이 해를 입도록 해서는 안 된다‘, 맞지? 하지만 그것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되지. 우리는 바로 그 원칙 때문에 로봇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물론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이 잘못된 확신이라면 정말 큰일 아닌가? R. 다닐은 니스에게 해를 입혔어. 그러고도 그 로봇은 제1원칙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에 괴로워하는 기색도 전혀 없었네." - P188

DG는 가능한 한 오로라 귀족풍의 말투를 흉내내어 점잖게 말했다.
"마담, 이 영지의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 여자는 한동안 DG를 쏘아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 말씨는 아주 투박한 솔라리아 방언이었는데 한껏 혀를 굴리며 발음하는 모습은 코미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당신은 사람이 아니야."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가 어찌나 재빨리 움직였는지, 10미터 정도 뒤에 있던 글래디아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아채지 못했다. 단지 살짝 움직이기만 한 것 같았는데 이미 DG는 뒤로 나가떨어져 꼼짝도 못하고 있었고, 그 여자의 양 손에는 그의 무기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 P205

다닐의 손가락이 랜드리의 손에 의해 억지로 벌려졌고, 블라스터는 랜드리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순간 글래디아가 몸을 날려 다닐을 가로막았다.
"설마 인간인 나를 해치지는 못하겠지!"
랜드리는 블라스터를 글래디아 쪽으로 향한 채 이렇게 말했다.
"마담, 당신이 지금 가로막고 있는 것은 사람과 흡사하지만 절대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그러한 존재들을 보는 즉시 죽여버리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 P211

그 감독의 경우, 인간인지의 여부를 판별하는 핵심적인 특성은 언어였습니다. 솔라리아 억양은 아주 독특하거든요. 감독은 인간의 외형을 가졌더라도 솔라리아 사투리를 쓰지 않는 인간은 인간이 아닌 걸로 간주하여 가차없이 파괴시키도록 입력된 겁니다. 그런 인간을 싣고 온 우주선도 마찬가지겠지요. - P223

지스카드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는 방금 벌어졌던 일들을 승무원에게 알리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담이 놀라운 용기를 발휘하여 싸움의 주도권을 빼앗았다는 사실을 승무원들에게 강조한다면, 마담에 대한 승무원들의 불신을 완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담 덕택에 모두가 생명을 건진 셈이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필경 하급 선원들이 제기했을 반대를 무릅쓰고 이번 여행에 마담을 동승시킨 당신의 통찰력이 얼마나 탁월한 것이 었는지를 입증할 수도 있을 거구요." - P225

박사는 지난 이백 년간 지구에 대한 반감은 한시도 감춘 적이 없었지. 아마디로 박사가 상당한 숫자의 인간형 로봇을 만들었는데 그들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면 그 로봇들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 P236

우리는 무사히 솔라리아를 빠져나왔습니다. 솔라리아의 위험이 무엇인지도 밝혀냈구요. 더군다나 군(軍)의 비상한 관심을 끌 만한 특수한 무기를 손에 넣기까지 했습니다. 마담은 이제 곧 베일리 행성의 영웅이 될 겁니다. 우리 행성의 고관들은 이미 사건의 개요를 보고받고 두 팔을 활짝 벌려 당신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 P242

옆문이 미끄러지듯 열리자 DG가 좌석을 옆으로 돌린 다음 먼저 차량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는 글래디아를 부축하기 위해 한 손을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다.
"곧 행성 의회에서 연설을 하셔야 할 겁니다. 이제 모든 정부 고관들이 머리가 터지도록 몰려들어오겠지요."
글래디아는 DG의 손을 잡으려고 손을 뻗다가 고통스럽게 얼굴을 때리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자 움찔 뒤로 물러났다.
"내가 연설을 해야 한다고요? 그런 얘긴 하지 않았잖아요?"
DG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당신이 당연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줄 알았습니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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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카드는 특히 군중들의 의식에 주의를 기울였다.
군중들의 의식은 너무나 두터운 것이어서 지스카드는 한 사람 한사람 일일이 식별할 수 없었다. 집단의식은 한데 뒤엉켜 거대한 회색물질로 용해되어 있었다. - P85

지스카드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야기를 계속했다.
"다닐,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내게 그만한 대가를 요구한다네. 난 항상 끊임없이 딜레마 속으로 내팽개쳐지고 있어. 인간에게 해를 입힐 수 없도록 금하고 있는 로봇공학 제1원칙은 통상 눈으로 볼 수 있는 육체적인 위해를 말하지. 그것은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고 판단을 내리기도 어렵지 않다네. 하지만 내겐 인간의 감정과 그 인간이 짓고 있는 마음의 표정이 읽힌다구. 그러니 훨씬 포착하기 어려운 교묘한 위해들을 외면할 수가 없는 거야. - P98

제 생각엔 우리의 선조 베일리는 더 이상의 글래디아를 원치 않았던 것같아요. 어떤 복제인간도 필요없는 오직 하나뿐인 글래디아, 유일무이한 글래디아를 원한 겁니다. 그분이 더 이상의 일라이저를 원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일 겁니다. - P121

설사 솔라리아인들이 정말 한 사람도 남지않고 모두 떠났다 하더라도 그 행성은 비어 있지 않을 겁니다. 그 행성에는 약 2억 이상의 로봇들이… 주인없는 로봇들이 있습니다. 그중 일부는 은하계에서 가장 진보된 로봇들이지요. - P128

"굳이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텐데요, 마담. 그 행성을 떠난 솔라리아인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로 가버렸습니다. 물론 그 행성에 솔라리아인들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들은 이미 우리의 적이 됐습니다. 솔라리아를 제외하고 솔라리아 태생의 우주인이 살고 있는 우주인 행성은 한 곳도 없습니다. 당신 말고는요. 제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솔라리아인은 오직 당신뿐입니다. 은하계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존재지요. 내가 반드시 당신과 함께 가야 하고 당신이 반드시 가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겁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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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디아는 론 안락의자에 앉았다. 접촉부를 건드리자 의자는 반쯤 누운 자세가 되었고, 다시 한번 건드리자 반자성 자장이 생겨나 그녀를 더할 나위 없는 안락함 속으로 이끌어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론 안락의자의 표면 위로 1센티미터 가량 떠 있는것이다.
정말 따뜻하고 상쾌한 밤이었다. 행성 오로라에서 맞이할 수 있는 최고의 밤! 별들은 아름답게 반짝였고 공기는 향기로웠다. - P11

이제 그녀의 생각은 다닐에게로 옮아갔다. 그녀가 그를 안 지는 2백 년이나 되었지만, 그가 ‘그녀의 것‘이 된 건 작년이었다. 한 패스톨프 박사는 임종시에 모든 것을 에오스 시(市)에 헌납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것은 일반적인 관례였다. 그러나 그는 두 가지를 글래디아 앞으로 넘겼다.
그 중 하나가 다닐이었다. - P16

"사람이라면 할 수 있지. 네 두뇌를 모두 깨끗이 비워버린 다음에중요한 기억만 다시 채워넣는 거야. 가령 10분의 1 정도만………. 그렇게 되면 수세기 동안 더 기억을 저장할 수 있게 되겠지. 그런 작업을반복하면 무한히 저장할 수도 있을 거고………. 비용이 엄청나게 들겠지만 네 가치를 생각해볼 때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
.
.
"왜지, 다닐?"
다닐은 목소리를 낮추더니 천천히 대답했다.
"그 과정을 담당할 처리자의 오판이나 부주의로 인해 잃어버리고싶지 않은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별들이 뜨고 지는가 그런 것? ・・・・・・ 용서해. 농담을 하려던 건아니었어. 도대체 어떤 기억이지?"
"그건...….… 한때 제 파트너였던 지구인 일라이저 베일리에 대한 기억입니다."
글래디아는 그 자리에 선 채 굳어버렸다. - P18

글래디아는 일라이저 베일리라는 이름을 먼 과거로부터 기억해냈다. 그러자 의식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속삭임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다닐이 당신을 돌보아 줄 거요. 단순한 보호자가 아니라 친구로서 말이오. 나를 생각해서라도 그와 친구처럼 지내요. 그리고 지스카드를 조언자로 삼아요.‘ - P19

다닐은 고통스러운 듯 천천히 말했다.
"자네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자네가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건 자네를 왜곡시키고 종국에는 자네를 파괴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생각이라구. 난 생각만 해도 가슴아파. 자네 스스로 중지할 수만 있다면 그 일을 당장 그만두도록 하게."
지스카드는 고개를 돌리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럴 수가 없네, 다닐, 또 그럴 생각도 없고… 오히려 나는 3원칙 때문에 그 정도밖에 인간의 마음을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네. 난 마음껏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지만 나로서는 인간의 마음을 깊이 조사할 수도 없고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도 없다네, 혹시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 P29

맨더머스는 눈을 아래로 깔았다. 알듯 말듯 당황한 기색이 그의 얼굴을 스쳐갔다.
"그러시다면 다시 저를 소개하지요. 제 이름은 레뷸러 맨더머스입니다. 당신의 5대손이지요. 그러니까 저는 샌트릭스와 글래디아 그레미오니스의 손녀의 증손자인 셈입니다. 당신은 제 5대조 할머니구요." - P38

맨더머스는 얼굴을 붉히며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례하게 굴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무슨 진실?"
"저는 당신의 5대손입니다. 그것은 족보상으로 명백히 드러납니다. 하지만 제가 샌트릭스의 자손이 아니라 지구인 일라이저 베일리의 5대손일 가능성도 있다는 걸 모르십니까?" - P40

"전해줄 말이 있소, 글래디아."
.
.
.
"당신의 옛 친구 소식이오."
"제게도 옛 친구가 있다니 정말 멋진 이야기로군요."
그녀의 대답은 사뭇 진지했다.
"일라이저 베일리에 대한 소식이오."
갑자기 5년이라는 세월이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휘몰아쳐오는 추억앞에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그는 잘 있나요?"
족히 1분이 넘도록 벙어리가 되었던 그녀가 반쯤 목이 졸린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 잘 있지요. 더 중요한 사실은 그가 아주 가까이 와 있다는 거요"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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