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이 내외가 살림을 떠싣고 양주로 내려갈 때 꺽정이도 따라가게 되었다. 갖바치가 꺽정이를 보고
"나도 앞으로 한 달 내외간에 서울을 떠날 터이다. 네가 양주가서 갑갑하게 들어앉았느니 날 따라서 훨훨 쏘다니면 좋지 않겠느냐?"
하고 말하니 꺽정이는 선뜻
"그러지요."
하고 대답하였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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꺽정이가 죄없이 고초를 받게 되며 공연한 구설까지 듣게 되었다. 몸져누운 봉학이 외조모와 징징 울고 다니는 유복이 어머니가 모두 꺽정이를 탓하고 원망하였다. - P267

꺽정이의 비위에 맞는 사람이 누구였을까. 그 사람은 별다른 사람이 아니라 김덕순이었다. 김덕순이가 본래 탈속한 사람이 환란을 겪은 뒤로 더욱이 속이 서그러져서 양반의 티가 조금도 없었다. - P270

임금이 중전의 하소연을 듣는 즉시로 윤판서를 패초하여 편전에서 인견하고 첫마디 말씀에
"경이 중전을 폐하려고 꾀한다지?"
하고 노기 있는 음성으로 하문하니, 윤판서는 황겁한 모양으로
"그럴 법이 어데 있사오리까?"
하고 국궁하였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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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은 밤하늘의 달을 이렇게 생각했다. 달은 ‘별들의 군대‘를 거느리고 인간의 운명에 관한 신탁을 내리며, 정의를 판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래서 달신의 신학은 자연스레 왕권 신학과 연결된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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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뜻하는 히브리어 샤마임은 구약성경에 무려 420번 이상 나오는 단어다. 거의 대부분 하늘‘신‘을 의미하지 않고 탈신화된 ‘공간‘을 가리킨다. - P47

구약성경에는 하늘에 인격이 있다고 오해할 만한 표현을 최대한 피하려 애쓴 노력을 찾을 수 있는데, 특히 이런 노력은 창세기에서 일관되게 보인다. - P50

아후라 마즈다는 조로아스터교의 최고신이었다. 이 신은 페르시아의 공식적 최고신으로서 다양한 호칭을 지녔다. 그 가운데 대표적 호칭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늘의 하느님‘이었다. - P55

구약성경의 하늘관은 유배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나뉜다. 유배 이전에는 공간과 피조물의 탈신화된 개념으로 인격적 요소를 탈색하는데 주력했다. 반면에 유배 이후에는 하느님을 상징하는 낱말이 되어 이스라엘의 신앙 안에 새롭게 의미를 찾았다. - P58

신약성경에서 ‘하늘의‘라는 표현은 ‘하느님의‘ 또는 ‘거룩한‘이라는 의미다. 유배 이후 ‘하늘‘이 ‘하느님‘의 상징어로 굳어져서 신약 시대로 전승된 것이다. - P59

이런 이스라엘의 종교·신학사적 맥락에서 하늘이 하느님의 강한 상징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하늘 나라‘와 ‘하느님 나라‘가 같은 의미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 P62

구약성경은 종교간의 대화를 저지하는, 곧 야훼 신앙의 배타성을 드러내는 책이 아니라, 고대근동 종교의 다양한 교류와 경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요, 타자를 받아들이고 새롭게 재창조할 수 있는 영성을 가르치는 귀한 책임을 깨닫기를 희망한다. - P63

고대 메소포타미아는 달신 숭배의 대표적 고장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인류의 종교 가운데 달신이 왕권 신학의 핵심 상징으로서 종교와 정치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곳은 고대 메소포타미아가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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꺽정이가 글공부는 아니할망정 배우는 것과 익히는 것이 없지 아니하였으니, 배우기는 대개 주인 선생의 이야기를 듣는 데서 배우고 익히기는 주장 두 동무와 장난하는 데서 익히었다. - P194

처음에 봉학이와 유복이는 섭섭이를 아주머니라고 불렀는데, 어느 날 꺽정이가 두 아이를 보고
"이애들, 우리 결의형제하자."
하고 발론하여 세 아이가 형제의를 맺으며 두 아이도 꺽정이를 따라서 누님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 P200

봉학이가 전과 같이 셋 동무로 섭슬려다니지마는 꺽정이와 유복이가 뛰엄질같은 장난을 할 때, 봉학이는 그 틈에 끼이지 않고 혼자 따로 서서 활을 쏘았다. - P205

꺽정이가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고 한번 응소리를 크게 질렀다. 그리하고 허리를 폈다. 가죽나무가 뽑혀 넘어지며 까치가 날았다. - P211

유복이 입에서 쉿쉿 소리가 나며 댓가지 창들이 빨랫줄같이 건너편으로 건너가서 담에 붙은 나무쪽 과녁에 들어가 박히었다. - P215

꺽정이가 한번 웃고 나서 한손으로 기둥을 들고 한손으로 매듭을 잡아당겨 눌리었던 기둥 밑에서 떼어놓았다. 보고 있던 늙은이는
"하늘이 내신 장사다."
하고 칭찬을 마지 아니하였다. - P227

"검술하는 사람은 까닭없는 미움과 쓸데없는 객기로 칼을 쓰지 않는 법이니 네가 할 수 있겠느냐?"
"이 세상에는 미운 것들이 많은걸요."
"악한 것을 미워함은 곧 착한 일이라, 그 미움은 금하는 것이 아니로되 까닭없는 미움으로 인명을 살해함은 천벌을 면치 못할 일이다."
"아무쪼록 천벌을 받지 않도록 하지요." - P234

처음에는 가까이 떨어지던 것이 차차로 멀리 가고 처음에는 대중없이 가던 것이 차차 대중에 맞게 가도록 되었다. 재주가 늘어가는 데 재미를 붙이어서 섭섭이가 일년 넘어 콩을 불었다. - P253

"그러나 백정의 아들이 탈이다."
하고 갖바치를 돌아보며 다시 허허 웃으니
"꺽정이에게도 탈이지만 세상에도 좋을 것은 없으리다."
하고 갖바치는 얼굴을 찡그리며 웃었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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