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반세계의 끝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 마티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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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주문하게 된 책 한 권..

​원래는 다른 책을 주문하려고 했다. 물론 클래식 음악에 관한 책이었지만 이 책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어쩌다가 잘못 주문하게 되었고 집에 배달되었다. 원래대로라면 반품을 하든지 해야 하지만.. 뭐, 이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고이 모셔 놓고 있다가 요새 음악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을 하게 되어 슬쩍 들춰 봤더니, 오호.. 이것 참 흥미진진한 책이어서 손에 들고 다니면서 읽게 되었다.

* 이 강아지의 이름은 니퍼 Nipper​라고 하는데 죽은 주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축음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죽은 주인의 동생이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겨서 음반사 전체의 상징처럼 되었다고 한다.

마치 무협소설을 읽는 것 같은 음악의 역사..​

이 책은 정확하게 말하면 클래식의 역사에 관한 책이 아니다. 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매체인 음반이 나타나고부터 흔히 메이저 음반사라고 하는 회사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협력과 경쟁, 그리고 스타 클래식 음악가들을 초빙하여 계약을 맺고 음반을 만들고 판매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 책이다. 즉 산업화되어 성장하고 최전성기를 맞이했다가 결국은 거의 존재의미가 사라져 버린 것 같은 클래식 음악과 관련 음반 산업에 대한 역사책이다. 그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작가인 노먼 레브레히트 Norman Lebrecht는 이름 자체는 상당히 독일인같은 이름이지만 영국사람으로 문화평론가이자 소설가라고 한다. 이 소설가라는 점이 참 중요한데 무슨무슨 상까지 받을 정도로 어느 정도 필력을 인정받은 작가인 것 같다. 그래서 마치 클래식 음반의 역사를 무협소설을 쓰듯이 흥미진진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특히, 음반시장을 내부에서 가까이 볼 수 있는 위치에 있기도 하고 책을 위해서 많은 취재를 했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사실상 지금은 누구의 관심도 끌기 쉽지 않은 음반업계 내부의 일들을 적고 있다.

* 20세기의 대표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Herbert Von Karajan, 오케스트라 전체를 휘어잡는 엄청난 카리스마로 딱 떨어지는 클래식을 했다고 한다. 가장 많은 음반을 팔기도 했지만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다섯번이나 녹음했을 정도로 팔리는 음악만을 했기 때문에 클래식 음악이 발전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는 평가가 근래들어 많은 것 같다. 전형적인 독재자 스타일의 지휘자..

클래식 음반.. 예술과 산업의 위험한 줄타기..

이 책은 처음 음반 녹음을 시작했던 클래식 연주자였던 빌헬름 켐프와 슈나벨로부터 시작해서 부터 시작해서 전설의 테너 카루소를 거쳐 베를린과 빈 필의 독재자였던 카라얀, 그리고 마지막 마에스트로라고 할만한 클라우디오 아바도까지 정말 수많은 유명한 연주자와 교향악단과 지휘자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 예술가들을 음악적으로(도 분명히 다루기는 한다..)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음악을 녹음할 수 있도록 음반작업을 지휘했던 프로듀서들, 녹음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어떻게 음반작업이 바뀌게 되었고 3분짜리 싱글 LP에서 긴 음악을 녹음할 수 있는 LP, 그 후에 CD, MP3가 나오면서 클래식 음반이 어떻게 쇠락해 갔는지를 보여 준다. 또한 메이저 음반사들이 탄생하고 유명 음악가과 독점 계약하기 위해서 어떻게 접촉을 했는지 히트 음반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썼는지, 심지어는 유명한 음악가들을 초빙해 놓고 어떻게 엉망진창인 음반을 만들어 놓았는지까지 업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잘 알 수 없는 속사정을 재미있게 풀어 놓았다.

* 내 개인적으로 클래식 음악의 멸망을 상징하는 인물로 기억에 남아 있는 바네사 메이 Vanessa Mae​ 전자바이올린을 들고 수영복을 입고 연주하는 모습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바네사 메이가 첫 음반을 냈던 시기에 당대 최고의 첼리스트 중에 한 명이었던 로스트로포비치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냈는데(나도 샀다) 판매량에서 바네사 메이에게 완패를 당했다. 로스트로포비치의 음반이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하긴.. 요즘 걸그룹들이 일단 노출을 심하게 한 후에 이슈를 불러 모으고 활동을 시작하는 것하고 다를게 없어 보이긴 한다.

100대 명반뿐만 아니라 20대 똥반까지 소개하다니..

노먼 레브레히트는 비록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절대로 클래식 음악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철저하게 호불호를 표시하면서 이 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냉정하게 보인다. 게다가 책의 절반을 할애해서 '역사의 이정표가 된 불멸의 음반 100'이라는 타이틀로 명반을 소개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뒤에 '똥반(물론 번역상 그렇게 붙였겠지만..)'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최악의 음반 20'​개를 선정한 것도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다른 책에서 그냥 몇줄로 음반을 소개한 것과는 달리 음반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때로는 찬사로 때로는 악평으로 음반을 평가하고 있다. 정말 내 스타일에 딱 맞는 타입의 책이다.

음악외적인 부분은 그저 흥미롭기만 할 뿐..

이 책이 재미있긴 한데 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 클래식 음악가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다가 그들의 역사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고 있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긴 하지만 메이저 음반사의 프로듀서라든지 사장이라든지 하는 사람들의 얘기는 재미있기는 한데 인물이 워낙 많이 등장하기도 하고 전혀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흐름만 간신히 파악을 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을 읽을 때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사실 음악가를 아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음반산업 종사자까지 신경쓰기는 쉽지 않은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음악(특히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특히 클래식 음악을 좀 오래 들어서 20세기의 주요한 지휘자라든지 연주자에 대해서 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훨씬 흫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재미있게 읽기는 힘들 것 같다. 특히 도대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이 주욱 나열되기만 하는 느낌을 받을 테니 정말 지루한 책이 될 수도 있다.

음악매니아에게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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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아이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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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있으니 미리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읽지 마세요..

이것은 십이국기가 아니다..

드디어 궁금했던 '마성의 아이'를 읽었다. 십이국기의 팬들이라면 당연히 마성의 아이의 내용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겠지만 나는 그동안 책을 읽지 않아서 인터넷으로만 떠도는 얘기를 알고 있었을 뿐이라 정확한 내용이 어떤 것인지 그동안 궁금했었다. 마성의 아이의 주인공은 다카사토, 대국의 기린인 다이키이다. ​나는 지금까지 마성의 아이도 십이국기의 일부인 줄 알고 있었으나 책을 읽고 보니 정확하게 십이국기는 아니다. 단, 십이국기와 세계관을 같이 한다. 마성의 아이가 십이국기의 첫 편인 '그림자의 바다, 달의 그림자'의 일년전에 출간이 되었으니 이건 프리퀄도 아니다. 정확하게는 도시괴담의 음침한 하나의 이야기로 마성의 아이를 먼저 펴낸 것이고 이 책에서 설정해 놓은 세계관에 따라 십이국기 시리즈를 시작했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위의 사람을 헤치는 아이..

자신의 모교에 교생으로 돌아온 히로세에게 눈에 띄는 한 학생이 있다. 다카사토라는 이름을 지닌 학생을 보자마자 자신과 같은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받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다카사토는 어릴 적에 1년간 가미카쿠시(신이 감추었다는 뜻으로 원인을 알 수 없이 행방불명이 된 것을 의미함)를 당했고 1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기억이 전혀 없다. 다카사토의 주변에는 그 후로 이상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데 다카사토에게 해를 끼친 사람들은 그 의도가 좋든 나쁘든 그에 상응하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로 인해 어릴 때부터 저주를 내리는 아이라는 생각에 부모마저도 두려워 하는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만다. 히로세가 교생으로 온 이후로 다카사토의 주변에서 사고가 더욱 많이 일어나게 되고 히로세는 조금씩 다카사토의 주변을 떠도는 이상한 기척을 느끼게 된다. ​자신과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고 생각한 히로세는 다카사토를 이해하고 보호하게 되고 그런 히로세에게 다카사토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조금은 이질적인.. 하지만 십이국기와 연관되어서 더 많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마성의 아이는 뿔이 잘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다시 일본(봉래)으로 돌아오게 된 다이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라졌던 일년 남짓의 시간동안 다카사토는 산시의 도움으로 십이국기의 세계로 가서 봉산궁에서 생활을 하고 고란을 절복시키고 천계를 받아 태왕을 선택하고 대국의 태보가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뿔이 잘리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버렸으니 그 사건이 무엇일지 너무나 궁금하다. 이질적이라고 하는 것은 전체적인 소설의 분위기가 십이국기와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십이국기도 물론 주인공이 어려움도 겪고 배신도 당하고 하지만 전체적인 톤은 따뜻하다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마성의 아이는 전반적으로 어두침침하다. 미소를 지을만한 장면 하나 나오질 않는다. 어떻게 보면 사랑스러워 보이는 산시와 고란마저도 그저 맹목적으로 다이키를 지키는 괴수로만 나오니 같은 생물일까 하는 의심도 들고..

무엇보다 산시와 고란이 다이키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면서도 십이국으로 데려가지 않는 것은 약간의 설정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십이국기에서는 산시가 완전히 이쪽으로 넘어올 수가 없어서 일시적으로 일으킨 식을 통해 손만으로 다이키를 불러 데리고 가는데 마성의 아이에서는 자유롭게 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사소한 설정의 차이는 크게 문제는 없다. 나중에 어떤 얘기든지 수긍할만한 이유를 쓰기만 하면 되니까..

​마성의 아이를 읽으면서 역시 제일 궁금한 점은 도대체 다이키의 뿔은 어째서 잘려 나갔을까 하는 점이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째서 이 세계로 돌아왔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죽지 않은 태왕은 도대체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 것일까? 다이키가 요코에 비해서 뒤에 나왔으면서도 십이국기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마성의 아이와 연관되서 굉장히 많은 미스터리를 지닌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리 만들어 놓은 스토리에 다른 스토리를 끼워 넣는 것이 놀랍다..

마성의 아이를 읽다 보면 작가인 오노 후유미는 마성의 아이를 쓰면서 이미 십이국기의 모든 설정을 마쳐 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십이국기에서 중요한 개념인 태과, 요수, 12개의 나라, 12개의 왕, 기와 린, 염왕과 엔린 등 중요한 개념들이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저 하나하나만 즉각적으로 만들어 낸 개념이 아니라 전체의 설정이 없으면 막 쓰기 힘든 개념들이 나오는 걸 보면 책을 쓰면서 십이국기를 구상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개념들이 처음에는 등장하지 않다가 소설의 말미에 한꺼번에 등장한다는 것은 내가 보기엔 소설의 초기에는 십이국기에 대한 구상이 되어 있지 않은 하나의 도시괴담에 관한 소설을 쓰다가 소설을 써가면서 십이국기의 구상을 하면서 십이국기와의 연관성을 생각해서 방향을 맞춰 소설을 쓴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정확히 내 느낌을 말하자면 앞의 반은 십이국기가 아니고 뒤의 반은 십이국기라는 느낌이다.

어쨌든 이 책으로 인해서 십이국기가 더욱 더 풍성한 얘깃거리를 가지게 되니 마성의 아이 또한 훌륭한 십이국기의 일부분이고 그런 면에서 '십이국기0'​으로 제목을 붙이고 하나의 시리즈로 출간한 것은 출판사의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읽어 말어?

일단 십이국기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을 알지 못해도 십이국기를 읽는데 지장은 전혀 없지만 이 책을 읽는 순간 십이국기에 대한 흥미도는 몇배쯤 커진다. 특히 (도대체 오노 후유미가 언제쯤 다음 책을 낼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낼 책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 앞에서도 적은 것처럼 뒤의 반은 분명히 십이국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십이국기를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일단 다이키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을테고 십이국기의 세계관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이 소설 하나만 가지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보면 우울한 도시괴담 판타지 소설 정도 될 것이다. 그 나름대로도 재미가 없지는 않을 정도이긴 하지만 차이는 굉장히 심할 것 같다. 따라서 '십이국기0'이라는 제목에 현혹이 되서 차례대로 읽을 생각은 하지 말고 우선은 십이국기의 세계관에 익숙해 지도록 십이국기 1권인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와 십이국기 2권인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을 먼저 읽고 읽어야 한다. 특히 십이국기의 세계관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2권을 반드시 읽고 읽어야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모든 설정을 다 마쳐 놓고 그 역사의 한면을 보여주는 '파이브 스타 스토리'라는 만화가 있다. 그 만화와 함께 십이국기가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작품으로 일본에서 꼽힌다고 한다. 잊을만하면 한권씩 나오는 ​두 작품이 모두 참 사람 감질나게 하는 면이 있나 본데..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이 있으니 조만간 십이국기는 더 볼 수 있을테지..

자.. 이제 3권을 기다려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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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미스터리 세계사 - 법의학과 심리학으로 파헤친 세계 왕실의 20가지 비밀과 거짓말
피터 하우겐 지음, 문희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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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예전에 알 수 없었던 건 지금도 알 수 없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는 말이 있다. 어차피 역사란 것은 이미 흘러 가서 결정이 되어 버린 것이기 때문에 지금 와서 '그 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역사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지금 이렇지 않을텐데..' 따위의 말은 아무 의미없는 공염불이라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역사의 미스터리라는 것은 절대로 풀릴 수 없는 형사사건이나 마찬가지다.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수천년 전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과정에서 실제로 역사 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추측하기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얘기할 때는 항상 '가설'로 얘기할 뿐이지 '사실'로 얘기할 수는 없다. 보통은 '정사'에 기록되어 있는 것들을 사실이라고 보긴 하지만 사관이 잘못써서 오타가 나거나 다른 의도를 가지고 변형시키지나 않았을지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

<투탕카멘은 Tut+Ankh+Amun이 합쳐진 말로 '아멘의 살아있는 상징'이라는 뜻이다>​

법의학과 심리학으로 왕실의 비밀을 들여다 보다..

이 책은 역사에 있었던 사건들 중에서도 특히 왕실에 관련이 된 스무 가지를 골라서 소개를 하고 있다. 수천년전에 있었던 이집트 투탕카멘의 죽음에서부터 가장 최근까지는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이르기까지 답도 없고 답을 낼 수도 없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항상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법의학'과 '심리한'으로 파헤친다고 하니 역사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혹하는 책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유명한 여러가지 미스터리들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는데 사실 잘 모르는 사건들에 대해서 미스터리와 함께 소개를 하고 있으지 흥미롭기는 하다. 특히 나같은 경우는 철가면에 대해 약간의 로망같은 것이 있어서 이 책을 구매했다.

흥미는 있지만 너무 복잡하고, 복잡하긴 하지만 겉핥기다.​.

스무 개의 에피소드들이 모두 흥미로운 주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몇가지 에피소드들은 제목만으로도 흥미롭고 관심을 끄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여러가지의 이야기를 짧게짧게 다루는 책의 가장 큰 단점이 이 책에서도 나타나는데 주제가 굉장히 흥미롭기는 하지만 한 권의 책에 스무 개의 에피소드를 집어 넣은만큼 짧은 하나의 장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다​ 보니 배경이 되는 역사에 대해서 축약해서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열식 설명이 되고 만다. 그래서 특정 에피소드의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도대체 맥락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우리나라 왕이라고는 세종대왕밖에 모르는 외국인에게 어째서 태종이 장자인 양녕을 폐세자하고 충녕을 왕으로 삼기 위해 조선의 건국과정동안 있었던 여러가지 사건들을 나열해 놓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은 복잡해 질 수밖에 없지만 이해하긴 힘든 책이 되어 버리고 만다. 내가 영국역사를 그렇게 잘 알고 있다면 이 책을 읽을 리가 없을테니.. 특히나 현재에 가까워질수록(즉,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많아질수록..) 너무나도 많은 내용을 축약해서 썼기 때문에 더더욱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다. 인물을 하나하나 찾아 보면서 읽을 수도 없으니 결국은 수박겉핥기가 되어 버리고 만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투탕카멘왕과 헤롯왕 그리고 아서왕을 다룬 첫 세장이 훨씬 읽기 편하고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 온다.

<헤롯왕의 영아학살, 당시 베들레헴의 2살 미만의 아이는 20명이 안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역시 역사책은 자세히 봐야 훨씬 알기 쉽다..​

고등학교 다닐 때 역사는 참 싫어하는 과목이었다. 암기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도대체가 역사에 나온 사건들을 외우기가 힘들어서 항상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졸업을 한 후에 역사에 대해 흥미를 가지면서 자세히 보게 되니 오히려 더 잘 알게 되었고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훨씬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 나중에야 역사는 암기하는게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라는 것 깨달은 것이다. 이 책도 그런 면에서 볼 때 두세 가지 에피소드를 좀더 자세히 파헤치는 내용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짤막한 소개는 인터넷을 뒤져보기만 해도 충분히 나오는 내용들이라 조금 실망을 하긴 했다. 그리고 딱히 '법의학'과 '심리학'을 앞에 내세울만한 별다른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다.

흥미는 유발할 수 있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몇가지 에피소드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원래 조금 알고 있던 내용들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지만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들은 그냥 알게만 되었다. 소제목에 있는 정도까지만 머리에 남는다. 그리고 제목부터가 사실 마음에 안든다. '왕실 미스터리 세계사'라기보다는 '왕실 미스터리 유럽사'라고 하는게 더 정확한 제목일 거라고 생각한다. 마치 '서양 음악의 아버지(이것도 왜 바흐가 아버지인지는 모르겠지만)'인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격상시키는 것처럼 서양 역사를 마치 세계의 역사인 것처럼 격상시켜 놓은 것도 마음에 안든다. 그래서 원제를 보니 'Was Mapoleon Poisoned? : and Other Unsolved Mysteries of Royal History(나폴레옹은 독살되었나? 풀리지 않은 왕실역사의 미스터리)'인 걸 번역하면서 저렇게 제목을 정했나 본데 서양인의 시각으로 제목을 풀어 놓은 것이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좀 삐딱한 것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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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십이국기 2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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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그 두 번째 이야기..

이렇게 금새 다음 권이 나올지는 몰랐다. 첫번째 책인 '그림자의 바다, 달의 그림자'가 나오자마자 사서 읽고 빨리 두번째 책인 '바람의 바다, 기슭'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최소한 몇개월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마도 이미 번역을 다 마쳤나 보다. 다른 책들을 살펴 보다가 우연히 나온 것을 알게 되어서 바로 지르게 되었다. 1편의 요코와 게이키의 이야기도 굉장히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 더 흥미진진한 다이키와 교소의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망설일 생각 따윈 전혀 없었다.

<오노 후유미? 젊네.. 십이국기는 작가생전에 절대로 완결되지 않을 소설로 유명하다고 한다.>​

전편의 주인공이 왕이었다면 이번의 주인공은 기린이다.

​십이국기 세계관에서 모든 생물은 나무에 열매의 형태로 태어난다. 이 열매를 난과라고 하는데 갑작스런 기상의 극한 이변이라고 할 수 있는 '식'이라는 자연현상에 의해서 아직 태어나기 전의 난과가 다른 세계인 봉래(일본을 말한다)로 흘러 들어갈 수 있는데 태어나기 이전의 난과는 봉래로 흘러 들어가면 임신한 여자의 태속에 들어가게 되어 봉래의 사람으로 태어나 십이국의 생명체가 아닌 봉래의 생명체로 살게 된다. 이런 생명체를 태과라고 하는데 첫 편과 두번째 편의 주인공이 모두 이런 태과들이다. 아무래도 십이국의 인물들보다는 인생의 극적인 변화를 통해 십이국에 적응하는 생명체(자꾸 사람이 아니라 생명체라고 하는 건 다이키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의 모습이 훨씬 드라마틱할 때문일 테고 십이국 태생이 아닌 사람(그냥 사람이라고 하자)에게 십이국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는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함께 설명을 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항상 미움만 받는 것 같았던 아이.. 십이국기의 세계로 돌아와 봉산궁의 주인이 되다..

​추운 겨울 할머니에게 혼이나서 마당으로 쫒겨났던 다카사토는 모퉁이에서 자기를 향해 손짓하는 손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겨우 그 손에 이끌려 다른 세계로 오게 되고 이 곳에서 다이키라고 불리우며 사실은 자기 자신이 일본의 어린아이가 아니라 십이국중의 대극국의 기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일본에서 자라 야수의 습성을 잃어 버렸기 때문에 신수로 변하는 전변을 하지 못하는데다가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요마도 절복시키지 못해 스스로 기린이라는 정체성에 의심을 가지고 있던 중 하지가 다가와 왕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봉산궁으로 올라오게 되고 그 중에 리사이라는 주후 휘하의 장군과 금군 장군인 교소를 만나게 된다. 교소를 보게 된 다이키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교소를 피하게 되지만 동시에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

십이국기의 두 주인공.. 요코와 다이키..

십이국기는 열두 나라의 설정을 다 만들어 놓고서 그 십이국의 역사를 부분 부분 보여 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옴니버스식 구성의 소설이다. 여전히 열두개 나라 중의 하나의 이야기이고 게이키도 등장하지만 세계관만 같다 뿐이지 전혀 별개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두 인물의 이야기가 초반에 나오기도 하고 굉장히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에 십이국기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첫번째 편과 두번째 편의 주인공들이 모두 태과 출신으로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서 처음 십이국으로 왔을 때는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여 좌충우돌 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요코가 인간이면서 왕의 자질을 가지지 못한 하나의 인간에서 훌륭한 왕이 되어가는 노력의 측면에서 성장을 다룬다면 다이키는 오히려 본성이 기린으로서 그걸 깨닫지 못하던 것을 발견해 나가는 측면에서 성장을 다룬다는 것이 조금은 다른 것 같다.

가장 마음이 가는 에피소드..

애니메이션 십이국기를 봤을 때도 모든 에피소드가 정말 마음에 들었었다. 하지만 역시 다이키가 교소에게서 어떠한 왕으로서의 천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믿으면서도 교소와 떨어지기 싫어서 왕으로 섬기기를 맹세하는 장면이나 어떠한 요마도 사령으로 삼지 못하다가 역사상 그 어떤 기린도 사령으로 삼을 수 없었던 강력한 요마인 도철을 사령으로 삼는 장면은 십이국기 전체를 통틀어도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요코의 에피소드에서는 십이국의 일반적인 설정들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졌다면 다이키의 에피소드에서는 사실상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맨 처음과 끝에만 나와서 사실상 기린이 어떤 생물인지 알 수 없었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 기린이란 어떤건지를 자세히 알려 주기 때문에 두번째 에피소드를 읽고 나서야 거의 십이국기의 대략적인 설정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성의 아이가 있다..

그리고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이 더 흥미진진한 이유는 애니메이션에서 보면 다이키는 뿔이 잘린 상태로 행방불명이 된 상태이고 일본으로 돌아가 살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게다가 왕이 된 교소도 행방불명인데다가 나중에는 경왕인 요코를 속여서 군사를 일으키게 한다는 말까지 인터넷으로 봤기 때문에 가장 미스터리를 많이 지닌 인물인 다이키가 주인공이라 더욱 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이야기의 핵심중에 한 명인 다이키를 처음 만나는 책이다. 그리고 그동안 소문만 들어 보고 도대체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었던 '마성의 아이가' 십이국기의 프리퀄인 것처럼 0권으로 함께 출간되었다. 내용은 다이키가 고등학생이 된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것 역시 함께 샀으니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기대가 정말 크다.

반드시 봐야 할 일본식 판타지 소설의 끝판왕..

​십이국기는 모든 사람에게 꼭 추천한다. 특히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은 앞편보다 더 재미있다.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가 사실 요코가 처음 식을 타고 흘러들어온 이후 늘어지는 면이 없잖아 있는데 반해 늘어지는 곳 하나 없이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패기 넘치고, 또 때로는 자신의 욕심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 죽을까 걱정하는 약한 모습을 다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게다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이번에 엘릭시르에서 나온 십이국기 시리즈는 정말 책이 잘 나왔다.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하게 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충분히 소장할만한 가치도 있다. 그래서 항상 도장을 찍어서 책을 보관하는데 이 책만큼은 찍지 말까 하는 고민도 살짝 했다.(물론 결국은 찍었지만..)

십이국기의 팬이나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빌려서도 읽지 말고 반드시 사서 소장해야할 책이다. 그리고 십이국기를 모르더라도 어지간히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사서 읽​어 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난 이제 '마성의 아이' 읽고 있을테니 빨리 3권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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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도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4
다나카 요시키 지음, 손진성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일단 믿고 간다.. 다나카 요시키..

​아주 어릴적부터 SF소설을 정말 좋아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추리소설과 SF소설을 읽기 시작해서 당시 학교 도서관에 있던 거의 모든 추리소설하고 SF소설을 섭렵하고 중학교 때 김용의 무협소설에 빠지기 전까지 엄청나게 읽어 댔으니 아마도 내 독서의 시작은 추리소설과 SF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SF소설 작가 중에 최고로 치는 작가는 아이작 아시모프이다. '로봇공학의 3원칙'을 중심으로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어 인간형 로봇의 활약을 그리고 있는 '로봇'시리즈와 '심리역사학'을 창시한 해리 셀던을 중심으로 해서 장대한 미래의 인류를 다루다가 마지막에는 '로봇'시리즈와 연결해 버리는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정말 멋진 작품들이다.

또 하나의 걸작으로 꼽는 SF소설은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이다. 아시모프의 소설이 장대한 흐름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살펴 본다면 '은하영웅전설'은 미래 역사를 영웅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정치, 문화, 역사를 엮어내는 것이 마치 삼국지를 읽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한 번 손에 잡으면 10권을 단번에 독파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흡입력도 좋아서 매니아층도 굉장히 두꺼운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의 다른 판타지 작품 '창룡전'은 조금 읽다가 ​손에서 놔 버렸고 그 외의 작품들은 읽지를 않다가 우연히 다나카 요시키의 한권짜리 소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읽기 시작했다.

​<이게 일곱도시의 지도다. 잘 보면 북극부터 북미, 남미, 남극까지를 가로로 돌려 놓고 약간 변형한 지도다.>

인류의 환경을 제한하는 특이한 설정​과 개성넘치는 인물들..

​처음은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상상력을 동원한 환경 설정부터 시작한다. 달에 인류가 진출하여 거주하기 시작한 얼마 후 2088년에 지구의 북극점이 태평양 동북부로 이동하는 대전도에 의해서 지구는 온갖 재해에 휩싸이고 거의 모든 인류가 멸망한 후에 달에 살던 사람들이 지구에 남아 있는 인류를 모아 7개의 도시국가를 새로 만든다. 이 때 지구인들이 비행을 하지 못하도록 지상 500미터 이상으로 비행하는 물체는 모두 쏘아 떨어뜨리는 '올림포스 시스템'을 만들고 지구인들은 지상에 묶여 살게 된다. 하지만 얼마 후 운석의 바이러스에 의하여 달의 인류는 사라져 버렸지만 올림포스 시스템만큼은 자체 에너지 공급원으로 계속 활동을 하고 있다. 그 후 수십년이 지나 지구의 인구수가 5,000만명정도 되는 2190년부터 이 소설은 시작한다.

은하영웅전설처럼 이 책도 7개 도시의 전쟁과 정치를 다루고 있으며 그 와중에 영웅적인 인물들이 나와서 어떻게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어리석은 위정자들과 지휘관들이 ​어떻게 국민들과 군인들을 도탄에 빠뜨리는지를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수사는 여전히 화려하고 냉소하는 듯한 말투도 변함이 없다..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다나카 요시키의 수​사는 정말 화려하다. 각 인물들에 대해서 적절한 별명을 붙여 준다든지 어떤 상황을 설명할 때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여전하다. 이런 점은 다나카 요시키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멋진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해서 불신하는 영웅적인 군사지도자들이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그런 공화주의적인 민주주의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서도 따르는 모습 역시 은하영웅전설의 '얀 웬리'와 무척이나 닮아 있다. 아마도 다나카 요시키는 공화주의의 시스템에 대해서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작은 은하영웅전설.. 하지만 매력은 떨어진다..

너무나도 닮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어쩐지 은하영웅전설의 프리퀄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일단 첫 전쟁인 북극해 전쟁에서 두 사람의 영웅이 나와 서로 이기지도 지지도 않으면서 각 도시의 영웅이 되는 모습은 은하영웅전설에서 얀 웬리와 라인하르트가 그랬던 것과 똑같다. 게다가 위에서 적은 것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 그러면서​도 따르는 군사지도자들,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본국에서 편하게 있으면서 군인들을 사지로 모는 무능한 정치인들, 스토리는 분명히 별개인데 은하영웅전설과 너무 닮아 있다.

​하지만 은하영웅전설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다. 일단 소설이 너무 짧다. 다섯개 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결국 다섯개의 전쟁을 묘사하는 것으로 그치기 때문에 장대함에서 너무 부족하고 인물들의 개성을 너무 꼬아 놔서 매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게다가 소설을 쓰다가 중지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짧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도 설득력이 떨어지고 전쟁의 진행상황도 간단하게 처리해 버리고 만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전쟁의 모습을 좀더 현실적으로 그리기 위해서 공중전을 제한하고 육지와 바다에서만 전쟁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한정한 설정자체는 참 대담한 발상이었지만 결국은 그것 때문에 발목이 잡혀서 전술적인 재미를 주지 못한다.

아마도 다나카 요시키는 3개의 국가를 벗어나 7개의 도시로 얽혀 있는 훨씬 장대한 대서사시를 그리려다가 포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성공만 했으면 훨씬 멋진 작품이 나왔을지 모르지만 아마도 아이디어가 결국은 딸렸거나 작품을 쓰다 보니 은하영웅전설을 자기모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게 아닌가 싶다.

은하영웅전설 팬이라면 한 번 읽어 볼만은 하다.

은하영웅전설을 좋아했던 팬이라면 그냥 한 번 읽어 볼만은 하다. 워낙 필력이 좋은 작가이기 때문에 책 자체는 지루함은 없이 쉽게 넘어간다. ​한 권 읽는데 4시간 정도 걸렸으니 많은 시간을 빼앗는 건 아니다. 그외에도 SF에 관심이 있으면 쉽게 읽어넘길 수 있으니 봐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SF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찾아 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 책 이외에 읽을만한 SF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사실상 SF라기 보다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지구판 버전에 가깝다. (사실 은하영웅전설도 SF보다는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기는 하다.)

SF 광팬에게는 추천.. 그외에는 그냥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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