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반세계의 끝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 마티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우연히 주문하게 된 책 한 권..

​원래는 다른 책을 주문하려고 했다. 물론 클래식 음악에 관한 책이었지만 이 책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어쩌다가 잘못 주문하게 되었고 집에 배달되었다. 원래대로라면 반품을 하든지 해야 하지만.. 뭐, 이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고이 모셔 놓고 있다가 요새 음악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을 하게 되어 슬쩍 들춰 봤더니, 오호.. 이것 참 흥미진진한 책이어서 손에 들고 다니면서 읽게 되었다.

* 이 강아지의 이름은 니퍼 Nipper​라고 하는데 죽은 주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축음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죽은 주인의 동생이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겨서 음반사 전체의 상징처럼 되었다고 한다.

마치 무협소설을 읽는 것 같은 음악의 역사..​

이 책은 정확하게 말하면 클래식의 역사에 관한 책이 아니다. 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매체인 음반이 나타나고부터 흔히 메이저 음반사라고 하는 회사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협력과 경쟁, 그리고 스타 클래식 음악가들을 초빙하여 계약을 맺고 음반을 만들고 판매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 책이다. 즉 산업화되어 성장하고 최전성기를 맞이했다가 결국은 거의 존재의미가 사라져 버린 것 같은 클래식 음악과 관련 음반 산업에 대한 역사책이다. 그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작가인 노먼 레브레히트 Norman Lebrecht는 이름 자체는 상당히 독일인같은 이름이지만 영국사람으로 문화평론가이자 소설가라고 한다. 이 소설가라는 점이 참 중요한데 무슨무슨 상까지 받을 정도로 어느 정도 필력을 인정받은 작가인 것 같다. 그래서 마치 클래식 음반의 역사를 무협소설을 쓰듯이 흥미진진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특히, 음반시장을 내부에서 가까이 볼 수 있는 위치에 있기도 하고 책을 위해서 많은 취재를 했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사실상 지금은 누구의 관심도 끌기 쉽지 않은 음반업계 내부의 일들을 적고 있다.

* 20세기의 대표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Herbert Von Karajan, 오케스트라 전체를 휘어잡는 엄청난 카리스마로 딱 떨어지는 클래식을 했다고 한다. 가장 많은 음반을 팔기도 했지만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다섯번이나 녹음했을 정도로 팔리는 음악만을 했기 때문에 클래식 음악이 발전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는 평가가 근래들어 많은 것 같다. 전형적인 독재자 스타일의 지휘자..

클래식 음반.. 예술과 산업의 위험한 줄타기..

이 책은 처음 음반 녹음을 시작했던 클래식 연주자였던 빌헬름 켐프와 슈나벨로부터 시작해서 부터 시작해서 전설의 테너 카루소를 거쳐 베를린과 빈 필의 독재자였던 카라얀, 그리고 마지막 마에스트로라고 할만한 클라우디오 아바도까지 정말 수많은 유명한 연주자와 교향악단과 지휘자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 예술가들을 음악적으로(도 분명히 다루기는 한다..)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음악을 녹음할 수 있도록 음반작업을 지휘했던 프로듀서들, 녹음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어떻게 음반작업이 바뀌게 되었고 3분짜리 싱글 LP에서 긴 음악을 녹음할 수 있는 LP, 그 후에 CD, MP3가 나오면서 클래식 음반이 어떻게 쇠락해 갔는지를 보여 준다. 또한 메이저 음반사들이 탄생하고 유명 음악가과 독점 계약하기 위해서 어떻게 접촉을 했는지 히트 음반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썼는지, 심지어는 유명한 음악가들을 초빙해 놓고 어떻게 엉망진창인 음반을 만들어 놓았는지까지 업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잘 알 수 없는 속사정을 재미있게 풀어 놓았다.

* 내 개인적으로 클래식 음악의 멸망을 상징하는 인물로 기억에 남아 있는 바네사 메이 Vanessa Mae​ 전자바이올린을 들고 수영복을 입고 연주하는 모습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바네사 메이가 첫 음반을 냈던 시기에 당대 최고의 첼리스트 중에 한 명이었던 로스트로포비치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냈는데(나도 샀다) 판매량에서 바네사 메이에게 완패를 당했다. 로스트로포비치의 음반이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하긴.. 요즘 걸그룹들이 일단 노출을 심하게 한 후에 이슈를 불러 모으고 활동을 시작하는 것하고 다를게 없어 보이긴 한다.

100대 명반뿐만 아니라 20대 똥반까지 소개하다니..

노먼 레브레히트는 비록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절대로 클래식 음악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철저하게 호불호를 표시하면서 이 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냉정하게 보인다. 게다가 책의 절반을 할애해서 '역사의 이정표가 된 불멸의 음반 100'이라는 타이틀로 명반을 소개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뒤에 '똥반(물론 번역상 그렇게 붙였겠지만..)'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최악의 음반 20'​개를 선정한 것도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다른 책에서 그냥 몇줄로 음반을 소개한 것과는 달리 음반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때로는 찬사로 때로는 악평으로 음반을 평가하고 있다. 정말 내 스타일에 딱 맞는 타입의 책이다.

음악외적인 부분은 그저 흥미롭기만 할 뿐..

이 책이 재미있긴 한데 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 클래식 음악가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다가 그들의 역사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고 있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긴 하지만 메이저 음반사의 프로듀서라든지 사장이라든지 하는 사람들의 얘기는 재미있기는 한데 인물이 워낙 많이 등장하기도 하고 전혀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흐름만 간신히 파악을 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을 읽을 때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사실 음악가를 아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음반산업 종사자까지 신경쓰기는 쉽지 않은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음악(특히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특히 클래식 음악을 좀 오래 들어서 20세기의 주요한 지휘자라든지 연주자에 대해서 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훨씬 흫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재미있게 읽기는 힘들 것 같다. 특히 도대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이 주욱 나열되기만 하는 느낌을 받을 테니 정말 지루한 책이 될 수도 있다.

음악매니아에게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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