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의 아이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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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있으니 미리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읽지 마세요..

이것은 십이국기가 아니다..

드디어 궁금했던 '마성의 아이'를 읽었다. 십이국기의 팬들이라면 당연히 마성의 아이의 내용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겠지만 나는 그동안 책을 읽지 않아서 인터넷으로만 떠도는 얘기를 알고 있었을 뿐이라 정확한 내용이 어떤 것인지 그동안 궁금했었다. 마성의 아이의 주인공은 다카사토, 대국의 기린인 다이키이다. ​나는 지금까지 마성의 아이도 십이국기의 일부인 줄 알고 있었으나 책을 읽고 보니 정확하게 십이국기는 아니다. 단, 십이국기와 세계관을 같이 한다. 마성의 아이가 십이국기의 첫 편인 '그림자의 바다, 달의 그림자'의 일년전에 출간이 되었으니 이건 프리퀄도 아니다. 정확하게는 도시괴담의 음침한 하나의 이야기로 마성의 아이를 먼저 펴낸 것이고 이 책에서 설정해 놓은 세계관에 따라 십이국기 시리즈를 시작했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위의 사람을 헤치는 아이..

자신의 모교에 교생으로 돌아온 히로세에게 눈에 띄는 한 학생이 있다. 다카사토라는 이름을 지닌 학생을 보자마자 자신과 같은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받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다카사토는 어릴 적에 1년간 가미카쿠시(신이 감추었다는 뜻으로 원인을 알 수 없이 행방불명이 된 것을 의미함)를 당했고 1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기억이 전혀 없다. 다카사토의 주변에는 그 후로 이상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데 다카사토에게 해를 끼친 사람들은 그 의도가 좋든 나쁘든 그에 상응하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로 인해 어릴 때부터 저주를 내리는 아이라는 생각에 부모마저도 두려워 하는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만다. 히로세가 교생으로 온 이후로 다카사토의 주변에서 사고가 더욱 많이 일어나게 되고 히로세는 조금씩 다카사토의 주변을 떠도는 이상한 기척을 느끼게 된다. ​자신과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고 생각한 히로세는 다카사토를 이해하고 보호하게 되고 그런 히로세에게 다카사토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조금은 이질적인.. 하지만 십이국기와 연관되어서 더 많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마성의 아이는 뿔이 잘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다시 일본(봉래)으로 돌아오게 된 다이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라졌던 일년 남짓의 시간동안 다카사토는 산시의 도움으로 십이국기의 세계로 가서 봉산궁에서 생활을 하고 고란을 절복시키고 천계를 받아 태왕을 선택하고 대국의 태보가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뿔이 잘리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버렸으니 그 사건이 무엇일지 너무나 궁금하다. 이질적이라고 하는 것은 전체적인 소설의 분위기가 십이국기와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십이국기도 물론 주인공이 어려움도 겪고 배신도 당하고 하지만 전체적인 톤은 따뜻하다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마성의 아이는 전반적으로 어두침침하다. 미소를 지을만한 장면 하나 나오질 않는다. 어떻게 보면 사랑스러워 보이는 산시와 고란마저도 그저 맹목적으로 다이키를 지키는 괴수로만 나오니 같은 생물일까 하는 의심도 들고..

무엇보다 산시와 고란이 다이키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면서도 십이국으로 데려가지 않는 것은 약간의 설정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십이국기에서는 산시가 완전히 이쪽으로 넘어올 수가 없어서 일시적으로 일으킨 식을 통해 손만으로 다이키를 불러 데리고 가는데 마성의 아이에서는 자유롭게 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사소한 설정의 차이는 크게 문제는 없다. 나중에 어떤 얘기든지 수긍할만한 이유를 쓰기만 하면 되니까..

​마성의 아이를 읽으면서 역시 제일 궁금한 점은 도대체 다이키의 뿔은 어째서 잘려 나갔을까 하는 점이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째서 이 세계로 돌아왔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죽지 않은 태왕은 도대체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 것일까? 다이키가 요코에 비해서 뒤에 나왔으면서도 십이국기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마성의 아이와 연관되서 굉장히 많은 미스터리를 지닌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리 만들어 놓은 스토리에 다른 스토리를 끼워 넣는 것이 놀랍다..

마성의 아이를 읽다 보면 작가인 오노 후유미는 마성의 아이를 쓰면서 이미 십이국기의 모든 설정을 마쳐 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십이국기에서 중요한 개념인 태과, 요수, 12개의 나라, 12개의 왕, 기와 린, 염왕과 엔린 등 중요한 개념들이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저 하나하나만 즉각적으로 만들어 낸 개념이 아니라 전체의 설정이 없으면 막 쓰기 힘든 개념들이 나오는 걸 보면 책을 쓰면서 십이국기를 구상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개념들이 처음에는 등장하지 않다가 소설의 말미에 한꺼번에 등장한다는 것은 내가 보기엔 소설의 초기에는 십이국기에 대한 구상이 되어 있지 않은 하나의 도시괴담에 관한 소설을 쓰다가 소설을 써가면서 십이국기의 구상을 하면서 십이국기와의 연관성을 생각해서 방향을 맞춰 소설을 쓴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정확히 내 느낌을 말하자면 앞의 반은 십이국기가 아니고 뒤의 반은 십이국기라는 느낌이다.

어쨌든 이 책으로 인해서 십이국기가 더욱 더 풍성한 얘깃거리를 가지게 되니 마성의 아이 또한 훌륭한 십이국기의 일부분이고 그런 면에서 '십이국기0'​으로 제목을 붙이고 하나의 시리즈로 출간한 것은 출판사의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읽어 말어?

일단 십이국기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을 알지 못해도 십이국기를 읽는데 지장은 전혀 없지만 이 책을 읽는 순간 십이국기에 대한 흥미도는 몇배쯤 커진다. 특히 (도대체 오노 후유미가 언제쯤 다음 책을 낼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낼 책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 앞에서도 적은 것처럼 뒤의 반은 분명히 십이국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십이국기를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일단 다이키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을테고 십이국기의 세계관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이 소설 하나만 가지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보면 우울한 도시괴담 판타지 소설 정도 될 것이다. 그 나름대로도 재미가 없지는 않을 정도이긴 하지만 차이는 굉장히 심할 것 같다. 따라서 '십이국기0'이라는 제목에 현혹이 되서 차례대로 읽을 생각은 하지 말고 우선은 십이국기의 세계관에 익숙해 지도록 십이국기 1권인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와 십이국기 2권인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을 먼저 읽고 읽어야 한다. 특히 십이국기의 세계관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2권을 반드시 읽고 읽어야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모든 설정을 다 마쳐 놓고 그 역사의 한면을 보여주는 '파이브 스타 스토리'라는 만화가 있다. 그 만화와 함께 십이국기가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작품으로 일본에서 꼽힌다고 한다. 잊을만하면 한권씩 나오는 ​두 작품이 모두 참 사람 감질나게 하는 면이 있나 본데..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이 있으니 조만간 십이국기는 더 볼 수 있을테지..

자.. 이제 3권을 기다려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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