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미스터리 세계사 - 법의학과 심리학으로 파헤친 세계 왕실의 20가지 비밀과 거짓말
피터 하우겐 지음, 문희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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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예전에 알 수 없었던 건 지금도 알 수 없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는 말이 있다. 어차피 역사란 것은 이미 흘러 가서 결정이 되어 버린 것이기 때문에 지금 와서 '그 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역사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지금 이렇지 않을텐데..' 따위의 말은 아무 의미없는 공염불이라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역사의 미스터리라는 것은 절대로 풀릴 수 없는 형사사건이나 마찬가지다.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수천년 전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과정에서 실제로 역사 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추측하기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얘기할 때는 항상 '가설'로 얘기할 뿐이지 '사실'로 얘기할 수는 없다. 보통은 '정사'에 기록되어 있는 것들을 사실이라고 보긴 하지만 사관이 잘못써서 오타가 나거나 다른 의도를 가지고 변형시키지나 않았을지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

<투탕카멘은 Tut+Ankh+Amun이 합쳐진 말로 '아멘의 살아있는 상징'이라는 뜻이다>​

법의학과 심리학으로 왕실의 비밀을 들여다 보다..

이 책은 역사에 있었던 사건들 중에서도 특히 왕실에 관련이 된 스무 가지를 골라서 소개를 하고 있다. 수천년전에 있었던 이집트 투탕카멘의 죽음에서부터 가장 최근까지는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이르기까지 답도 없고 답을 낼 수도 없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항상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법의학'과 '심리한'으로 파헤친다고 하니 역사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혹하는 책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유명한 여러가지 미스터리들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는데 사실 잘 모르는 사건들에 대해서 미스터리와 함께 소개를 하고 있으지 흥미롭기는 하다. 특히 나같은 경우는 철가면에 대해 약간의 로망같은 것이 있어서 이 책을 구매했다.

흥미는 있지만 너무 복잡하고, 복잡하긴 하지만 겉핥기다.​.

스무 개의 에피소드들이 모두 흥미로운 주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몇가지 에피소드들은 제목만으로도 흥미롭고 관심을 끄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여러가지의 이야기를 짧게짧게 다루는 책의 가장 큰 단점이 이 책에서도 나타나는데 주제가 굉장히 흥미롭기는 하지만 한 권의 책에 스무 개의 에피소드를 집어 넣은만큼 짧은 하나의 장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다​ 보니 배경이 되는 역사에 대해서 축약해서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열식 설명이 되고 만다. 그래서 특정 에피소드의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도대체 맥락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우리나라 왕이라고는 세종대왕밖에 모르는 외국인에게 어째서 태종이 장자인 양녕을 폐세자하고 충녕을 왕으로 삼기 위해 조선의 건국과정동안 있었던 여러가지 사건들을 나열해 놓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은 복잡해 질 수밖에 없지만 이해하긴 힘든 책이 되어 버리고 만다. 내가 영국역사를 그렇게 잘 알고 있다면 이 책을 읽을 리가 없을테니.. 특히나 현재에 가까워질수록(즉,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많아질수록..) 너무나도 많은 내용을 축약해서 썼기 때문에 더더욱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다. 인물을 하나하나 찾아 보면서 읽을 수도 없으니 결국은 수박겉핥기가 되어 버리고 만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투탕카멘왕과 헤롯왕 그리고 아서왕을 다룬 첫 세장이 훨씬 읽기 편하고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 온다.

<헤롯왕의 영아학살, 당시 베들레헴의 2살 미만의 아이는 20명이 안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역시 역사책은 자세히 봐야 훨씬 알기 쉽다..​

고등학교 다닐 때 역사는 참 싫어하는 과목이었다. 암기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도대체가 역사에 나온 사건들을 외우기가 힘들어서 항상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졸업을 한 후에 역사에 대해 흥미를 가지면서 자세히 보게 되니 오히려 더 잘 알게 되었고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훨씬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 나중에야 역사는 암기하는게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라는 것 깨달은 것이다. 이 책도 그런 면에서 볼 때 두세 가지 에피소드를 좀더 자세히 파헤치는 내용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짤막한 소개는 인터넷을 뒤져보기만 해도 충분히 나오는 내용들이라 조금 실망을 하긴 했다. 그리고 딱히 '법의학'과 '심리학'을 앞에 내세울만한 별다른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다.

흥미는 유발할 수 있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몇가지 에피소드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원래 조금 알고 있던 내용들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지만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들은 그냥 알게만 되었다. 소제목에 있는 정도까지만 머리에 남는다. 그리고 제목부터가 사실 마음에 안든다. '왕실 미스터리 세계사'라기보다는 '왕실 미스터리 유럽사'라고 하는게 더 정확한 제목일 거라고 생각한다. 마치 '서양 음악의 아버지(이것도 왜 바흐가 아버지인지는 모르겠지만)'인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격상시키는 것처럼 서양 역사를 마치 세계의 역사인 것처럼 격상시켜 놓은 것도 마음에 안든다. 그래서 원제를 보니 'Was Mapoleon Poisoned? : and Other Unsolved Mysteries of Royal History(나폴레옹은 독살되었나? 풀리지 않은 왕실역사의 미스터리)'인 걸 번역하면서 저렇게 제목을 정했나 본데 서양인의 시각으로 제목을 풀어 놓은 것이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좀 삐딱한 것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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