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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ㅣ 십이국기 2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평점 :
십이국기 그 두 번째 이야기..
이렇게 금새 다음 권이 나올지는 몰랐다. 첫번째 책인 '그림자의 바다, 달의 그림자'가 나오자마자 사서 읽고 빨리 두번째 책인 '바람의 바다, 기슭'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최소한 몇개월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마도 이미 번역을 다 마쳤나 보다. 다른 책들을 살펴 보다가 우연히 나온 것을 알게 되어서 바로 지르게 되었다. 1편의 요코와 게이키의 이야기도 굉장히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 더 흥미진진한 다이키와 교소의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망설일 생각 따윈 전혀 없었다.
<오노 후유미? 젊네.. 십이국기는 작가생전에 절대로 완결되지 않을 소설로 유명하다고 한다.>
전편의 주인공이 왕이었다면 이번의 주인공은 기린이다.
십이국기 세계관에서 모든 생물은 나무에 열매의 형태로 태어난다. 이 열매를 난과라고 하는데 갑작스런 기상의 극한 이변이라고 할 수 있는 '식'이라는 자연현상에 의해서 아직 태어나기 전의 난과가 다른 세계인 봉래(일본을 말한다)로 흘러 들어갈 수 있는데 태어나기 이전의 난과는 봉래로 흘러 들어가면 임신한 여자의 태속에 들어가게 되어 봉래의 사람으로 태어나 십이국의 생명체가 아닌 봉래의 생명체로 살게 된다. 이런 생명체를 태과라고 하는데 첫 편과 두번째 편의 주인공이 모두 이런 태과들이다. 아무래도 십이국의 인물들보다는 인생의 극적인 변화를 통해 십이국에 적응하는 생명체(자꾸 사람이 아니라 생명체라고 하는 건 다이키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의 모습이 훨씬 드라마틱할 때문일 테고 십이국 태생이 아닌 사람(그냥 사람이라고 하자)에게 십이국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는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함께 설명을 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항상 미움만 받는 것 같았던 아이.. 십이국기의 세계로 돌아와 봉산궁의 주인이 되다..
추운 겨울 할머니에게 혼이나서 마당으로 쫒겨났던 다카사토는 모퉁이에서 자기를 향해 손짓하는 손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겨우 그 손에 이끌려 다른 세계로 오게 되고 이 곳에서 다이키라고 불리우며 사실은 자기 자신이 일본의 어린아이가 아니라 십이국중의 대극국의 기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일본에서 자라 야수의 습성을 잃어 버렸기 때문에 신수로 변하는 전변을 하지 못하는데다가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요마도 절복시키지 못해 스스로 기린이라는 정체성에 의심을 가지고 있던 중 하지가 다가와 왕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봉산궁으로 올라오게 되고 그 중에 리사이라는 주후 휘하의 장군과 금군 장군인 교소를 만나게 된다. 교소를 보게 된 다이키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교소를 피하게 되지만 동시에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
십이국기의 두 주인공.. 요코와 다이키..
십이국기는 열두 나라의 설정을 다 만들어 놓고서 그 십이국의 역사를 부분 부분 보여 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옴니버스식 구성의 소설이다. 여전히 열두개 나라 중의 하나의 이야기이고 게이키도 등장하지만 세계관만 같다 뿐이지 전혀 별개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두 인물의 이야기가 초반에 나오기도 하고 굉장히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에 십이국기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첫번째 편과 두번째 편의 주인공들이 모두 태과 출신으로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서 처음 십이국으로 왔을 때는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여 좌충우돌 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요코가 인간이면서 왕의 자질을 가지지 못한 하나의 인간에서 훌륭한 왕이 되어가는 노력의 측면에서 성장을 다룬다면 다이키는 오히려 본성이 기린으로서 그걸 깨닫지 못하던 것을 발견해 나가는 측면에서 성장을 다룬다는 것이 조금은 다른 것 같다.
가장 마음이 가는 에피소드..
애니메이션 십이국기를 봤을 때도 모든 에피소드가 정말 마음에 들었었다. 하지만 역시 다이키가 교소에게서 어떠한 왕으로서의 천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믿으면서도 교소와 떨어지기 싫어서 왕으로 섬기기를 맹세하는 장면이나 어떠한 요마도 사령으로 삼지 못하다가 역사상 그 어떤 기린도 사령으로 삼을 수 없었던 강력한 요마인 도철을 사령으로 삼는 장면은 십이국기 전체를 통틀어도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요코의 에피소드에서는 십이국의 일반적인 설정들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졌다면 다이키의 에피소드에서는 사실상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맨 처음과 끝에만 나와서 사실상 기린이 어떤 생물인지 알 수 없었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 기린이란 어떤건지를 자세히 알려 주기 때문에 두번째 에피소드를 읽고 나서야 거의 십이국기의 대략적인 설정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성의 아이가 있다..
그리고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이 더 흥미진진한 이유는 애니메이션에서 보면 다이키는 뿔이 잘린 상태로 행방불명이 된 상태이고 일본으로 돌아가 살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게다가 왕이 된 교소도 행방불명인데다가 나중에는 경왕인 요코를 속여서 군사를 일으키게 한다는 말까지 인터넷으로 봤기 때문에 가장 미스터리를 많이 지닌 인물인 다이키가 주인공이라 더욱 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이야기의 핵심중에 한 명인 다이키를 처음 만나는 책이다. 그리고 그동안 소문만 들어 보고 도대체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었던 '마성의 아이가' 십이국기의 프리퀄인 것처럼 0권으로 함께 출간되었다. 내용은 다이키가 고등학생이 된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것 역시 함께 샀으니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기대가 정말 크다.
반드시 봐야 할 일본식 판타지 소설의 끝판왕..
십이국기는 모든 사람에게 꼭 추천한다. 특히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은 앞편보다 더 재미있다.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가 사실 요코가 처음 식을 타고 흘러들어온 이후 늘어지는 면이 없잖아 있는데 반해 늘어지는 곳 하나 없이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패기 넘치고, 또 때로는 자신의 욕심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 죽을까 걱정하는 약한 모습을 다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게다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이번에 엘릭시르에서 나온 십이국기 시리즈는 정말 책이 잘 나왔다.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하게 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충분히 소장할만한 가치도 있다. 그래서 항상 도장을 찍어서 책을 보관하는데 이 책만큼은 찍지 말까 하는 고민도 살짝 했다.(물론 결국은 찍었지만..)
십이국기의 팬이나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빌려서도 읽지 말고 반드시 사서 소장해야할 책이다. 그리고 십이국기를 모르더라도 어지간히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사서 읽어 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난 이제 '마성의 아이' 읽고 있을테니 빨리 3권 내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