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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종교 이야기 -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믿음과 분쟁의 역사
홍익희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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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Beginning God Created the heaven and the earth.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믿고 있는 아브라함 종교
2013년의 통계를 보면 세계 인구 71억명 가운데 기독교 33%, 이슬람교 23%, 유대교 0.23%로 아브라함 계열의 종교(세 개의 종교를 이야기할 때 나는 보통 이렇게 표현한다)를 믿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약 56%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힌두교도가 10억명, 불교도가 6억명 가량 있지만, 힌두교의 영향력은 사실상 인도에 국한되어 있고, 불교 역시 동아시아에서만 세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세계에 걸쳐 골고루 영향을 끼치는 종교는 아브라함 종교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기독교는 우리나라에도 카톨릭과 개신교, 모두 많은 신자가 있지만, 이슬람교 신자는 많지 않고, 유대교도는 거의 없기 때문에 기독교 이외의 다른 두 종교에 대한 이해도가 그렇게 깊지는 않은 편이다. <세 종교 이야기>는 한 부모에게서 나온 세 명의 자식과 같은 세 개의 종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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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1950 ~ ) 1978년 KOTRA에 입사한 경제 전문가. 경제의 관점에서 유대인 살펴폰 <유대인 이야기>를 써낸 대표적인 유대인 전문가이기도 하다.
수메르 문명의 중심지 우르로부터 시작한다
아직은 유대교조차 생기지 않았을 무렵, 아브라함이 믿은 야훼 하느님은 수메르의 여러 신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따라서 초기 아브라함 종교는 다른 수메르의 종교와 신화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세 종교 이야기>는 아브라함 당시의 수메르의 사회상과 종교의 모습을 설명함으로써 초기 아브라함 종교가 수메르 문명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책을 앞 부분에 나오는 수메르 신화의 모습을 보면 유대교가 애초에 완전히 독립적으로 탄생한 종교는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가 성경에서 읽은 많은 설화들은 수메르 신화에서 그 원형을 찾아 볼 수 있다.
<세 종교 이야기>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기원과 종교로 자리잡은 역사를 시간 순서에 따라 설명하고 있다. 세 종교의 기원은 아브라함과 야훼 하느님의 계약으로부터 시작한다. 아브라함은 원래 수메르 문명의 도시국가 중의 하나였던 칼데아의 우르에서 살고 있었다. 야훼 하느님은 우르에 살던 많은 사람들 중 아브라함을 선택하였고, 우르에 모든 생활터전이 있던 아브라함은 야훼의 뜻에 순종하여 지금의 팔레스타인 지역인 가나안으로 아내 사라, 조카 롯 등 식솔들을 데리고 이동을 한다. 유대교의 기원이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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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aham on the Way To Canaan 가나안으로 가는 아브라함>, Pieter Lastman 그림, 1614년 작품, 아내 사라, 조카 롯 및 식솔들과 함께 칼데아의 우르에서 가나안으로 이동하는 아브라함을 그리고 있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세 종교를 설명한다
이후 책은 이스라엘의 역사를 차근차근 밟아 나가면서 유대교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설명한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느님은 가나안이 흉년에 접어들어서 굶주릴 때, 요셉을 통해서 아브라함의 후손들을 이집트로 이주하여 살도록 인도한다. 그로부터 수백년이 지난 후, 야훼 하느님은 이번에는 모세를 통해서 노예와 다름없던 이스라엘 민족으로 가나안으로 다시 한 번 탈출시킨다. 이후 판관의 시대와 왕정의 시대를 지나 남북국 시대를 거친 후 북쪽의 이스라엘은 아시리아에 멸망당하고 남쪽의 유다는 바빌론에게 멸망당한다. 유다의 지배층은 모두 바빌론의 포로가 되어 이스라엘 땅을 떠나게 되는데,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 땅으로 귀환하게 된다. 이 때 귀환을 주도한 두 명이 제사장이었던 에스라와 왕의 술을 맡은 고위관원이었던 느헤미야이다. 나는 유대교가 정확하게는 이 때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는 기원전후 태어난 예수 그리스도를 그 기원으로 본다. 바리새인과 가까운 설교자였던 예수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기존의 종교인들을 비판하다가 반역죄로 사형을 당하고 만다. (그리고 부활을 한다.) 원래는 역사에 한 줄 정도 남을 사소한 사건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예수의 제자들과 예수를 직접 본 적도 없는 바울에 의해서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들에게 예수의 사상이 전파되면서 급속하게 그 세력을 확장하게 된다. 이후 수많은 박해에 시달리다가 로마의 황제인 콘스탄티누스에 의해서 국교로 지정된 후 유럽을 지배하는 종교로 자리잡게 된다.
이슬람교는 상인으로 성공한 예언자 무함마드가 7세기 초에 알라의 계시를 받아서 탄생했다. 유대교와 기독교가 아브라함의 정통성으로 사라의 아들인 이삭으로부터 찾는데 반해서, 이슬람교는 아브라함의 정통성을 종이었던 하갈의 아들인 이스마엘로부터 정통성을 찾는다. 무함마드는 살아 있을 동안 이슬람교를 큰 세력으로 확장시켰교, 무함마드 사후 이슬람교는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뉘어서 갈등을 겪는 가운데서도, 아랍 지역에 계속해서 영향력을 넓혀 나가서 지금의 큰 종교가 되었다.
...고 책은 역사에 따라 세 종교의 기원과 확장과정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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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별과 메노라. 유대교의 상징이다. 메노라는 모세가 십계명을 받을 때 타지않는 떨기나무에 나타난 하느님을 상징한다.
역사 속의 종교를 비교해서 잘 설명한다
종교는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이다. 믿음을 가진 사람들와 믿음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동의를 할 수 없는 결정적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믿는 사람은 그 부분을 믿음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믿지 않는 사람은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그 부분을 넘어갈 수가 없다. 종교에 관한 책도 믿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있고,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세 종교 이야기>는 대체로 믿지 않는 사람들이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쓴 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 개의 종교를 이성적으로 너무 깎아 내리지도 않는다. 세 종교의 역사를 설명할 때는 각 종교의 관점에서 담담하게 쓰고 있기 때문에 믿음을 가잔 사람들도 거부감없이 세 종교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
틈틈히 세 종교를 비교해 가면서 이해를 돕는 점 역시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8장 '세 종교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에서는 세 종교가 공유하고 있는 점과 양보할 수 없는 각 종교의 특성에 대해서 비교,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유일신으로서의 하느님, 구약을 정경으로 삼은 점과 부활 및 최후의 심판을 믿는 것은 비슷한 점이다. 반면에 예수를 보는 관점, 구원과 원죄를 보는 관점 등은 세 종교를 나누는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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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 On the Cross Between Maria and St. John 십자가상의 예수를 지켜 보는 마리아 성 요한> Denys van Alsloot 그림, 기독교는 갈릴리에서 태어나 겨우 3년간 설교를 하고 떠난 예수 그리스도록부터 시작한다. 예수에 대한 관점은 세 종교의 중요한 차이점이기도 하다.
유대교에 편향되어 있는 관점
세 종교를 잘 설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만이 없는 건 아니다. <세 종교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기독교와 이슬람교에 비해서 유대교의 관점에서 세 종교를 설명하고 있다. 수메르 문명으로부터 시작해서 유대교가 정착하는 과정까지는 유대교가 주인공이니 이해할 수 있고, 기독교가 발생하여 정착하는 단계 역시 아직은 이슬람교가 생기지 않았을 때이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슬람교가 생긴 이후 역시 이슬람교와 유대교의 차이점에 대해서 더 집중을 한다. 물론 유대교가 큰 영향을 미친 두 종교이긴 하지만 세력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기독교와 이슬람의 역사가 주가 되어야 할 때도 유대교를 중심에 두고 설명을 한다.
책 전체를 통틀어서 유대인 박해의 역사에 대해서 너무 큰 비중을 두고 다루고 있다. 특히 9장 '반목과 갈등의 역사'에서는 본격적으로 유대인들의 박해에 관해서만 한 장을 할애해서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한다. 반목과 갈등의 역사라고 하면 오히려 기독교와 이슬람의 역사에서 할 얘기가 다 많을 것 같은데 너무 유대교에 편향된 점이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다. 결국 이 책에서는 유대인 탄압의 역사를 자세하게 서술함으로써 현재 이스라엘이 국가 차원에서 행하는 비윤리적인 행태를 두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불편했다.
이슬람의 초기 역사를 다룰 때, 예언자 무함마드의 사후 4대 칼리프인 알리가 무아위야에게 패배하고 암살당함으로써 수니파와 시아파가 나누어 지는 과정은 이슬람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자세한 설명이 없이 지나갔다. 역시 많이 아쉽다. 저자인 홍익희의 다른 책들 목록을 살펴 보니 <유대인 창의성의 비밀>, <유대인 이야기>같은 책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유대인 쪽에 심정적으로 더 가깝게 느끼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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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란은 선지자 무함마드가 알라로부터 23년간 받은 계시를 받아 적은 것이다. 이슬람교에서는 토라와 복음서는 전승과정에서 변형되었지만 꾸란은 선지자 무함마드로부터 일점일획도 변형되지 않은 완전한 상태라고 믿는다. 선지자 무함마드는 글을 몰랐으므로 꾸란은 선지자 무함마드가 구술한 것을 다른 신자가 받아 적었을 것이다.
★★★★
불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입문서로써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유대교가 영향을 받은 수메르의 종교로부터 시작해서 세 종교의 기원과 정착해 나가는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거의 기독교인만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대교와 이슬람교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이 읽으면 세 종교를 비교해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간순으로 세 종교를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어떻게 세 종교가 발생하고 관계를 맺어 나갔는지 이해를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종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교양으로 읽어 두면 좋을 것 같다. 어렵게 쓴 책이 아니라서 쉽게 읽히기 때문에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다.
단, 위에서 밝혔듯이 친유대적인 관점으로 서술되어 있는 점은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세 종교에 대해서 좀더 깊이 있게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은 후에 다른 책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로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