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중 98명이 헷갈리는 우리 말 우리 문장
김남미 지음 / 나무의철학 / 201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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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만만치 않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대화는 머릿속에서 바로 만들어낸 문장을 얘기하면 되고(물론 때때로 뇌를 거치지 않고 말을 뱉어내는 사람도 있긴 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반면에 글은 기록되는 것이고, 파기하거나 삭제하지 않는 한 남아서 다시 읽을 수 있다. 때로는 예전에 써 놓은 글을 읽고서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고, 내가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감탄할 때도 있다. 글은 말과 다르게 기록으로 남는다. 말도 조심스레 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글도 잘 써야 한다. 남아서 두고두고 괴롭힐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조건은 여러가지가 있다. 어지러운 글이 되지 않도록 주제를 잘 잡아서 벗어나지 않게 써야 할 것이다. 단락도 적절하게 잘 나누어 놓아야 가독성이 좋다.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해 두면 글의 내용을 쓰는데 많은 훈련이 된다. 앞에서 쓴 것들이 내용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 전에 먼저 익혀야 할 것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맞춤법이다. 맞춤법이 틀린 글은 신뢰성이 떨어진다. 문장도 좋아야 한다. 문장이 좋다는 것은 필력이 좋다는 것일 수도 있는데, 이건 내용의 측면에서 문장을 보는 것이다. 형식의 측면에서 보자면 정확한 문장을 써야 한다. 정확하지 않은 문장을 쓰면 내용을 전달할 때 뜻이 바뀔 수 밖에 없다. 글쓴이 김남미 교수는 이 책을 쓰기 전에 <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을 썼다. 이 책은 저자의 두 번째 책으로 올바른 문장을 쓰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 김남미,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졸엄. 현재 서강대학교 글쓰기센터 연구교수.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이 책은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은 후 서평을 남기든지, 다른 이유에서 쓰든지 항상 끊임없이 글을 쓰랴고 노력하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면서도 얼마나 참고할 것이 많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했다. 정상적으로 고등교육을 마쳤는데, 글의 주제나 구조에 대해서라면 몰라도 문장에서 고칠 것이 굉장히 많지는 않을 것 같았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그랬다. 하지만 항상 자만심은 깨지게 마련이다.

 

한국어는 참 어렵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어려운 것이 어찌 한국어 뿐일까? 모든 언어는 나름대로 어렵고 단순히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글을 쓰는 것은 더욱 어렵기 마련이다.


문장 구조로부터 시작..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첫 장을 문장 성분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할애한다. 좀 지루할 것 같은 주어, 목적어, 보어, 동사들을 다루는데 잘못 썼을 때 문장이 어떻게 비문이 되는지 찬찬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영어를 공부히고 영문장을 쓸 때는 수의 일치, 문장성분같은 문법적인 요소를 문장을 쓰는데 방해가 될 정도로 많이 따진다. 반면에 우리 말을 하고 우리 글을 쓸 때는 이미 모국어로서 체화되어 있는 우리 말의 문법적인 요소는 크게 신경쓰지 않게 마련이다. 비문은 여기서 발생한다. 너무 자신만만해서 소홀히 지나치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쓸 때 최대한 문장을 짧게 쓰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생략을 할 때가 많은데 너무 무리하게 생략하면 내용을 전달하는데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그외에도 글을 쓸 때 좋지 않은 몇가지 버릇이 있는데(주어부가 길어진다든지, '~것이다'라는 강조 표현을 많이 쓴다든지), 첫장이 나의 글쓰기 습관을 되돌아 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후 2장과 3장은 어휘를 다루고 4장에서는 중의적인 표현을 다룸으로써 우리가 일상적으로 글을 쓸 때에 아무 의식없이 사용하던 잘못된 표현을 예를 들어가면서 다양하게 설명한다. 거의 관용적으로 사용해 오던 말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생각해 보면 잘못된 말임을 알 수 있다. 그런 표현들이 수두룩하게 나오고 글쓴이는 올바른 표현이 어떤 것인지를 친절하게 알려 준다. 첫 장이 총론이라면 나머지 부분은 각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글을 쓸 때 키보드를 많이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글씨체도 나빠지고 점점 글을 쓰는 법을 잊는 것 같아 최근에는 펜(특히 만년필)으로 종이에 글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 전자책도 좋지만 종이책이 그립고, 키보드도 좋지만 종이에 쓰는 글씨도 그립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몇 개 배우고 가자

열차가 도착하고 있습니다(X) → 열차가 곧 도착합니다.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O)
잊혀진 계절(X) → 잊힌 계절, 잊어진 계절(O)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X) →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줘(O)
절 받으세요(X) → 절 올리겠습니다(O)
피로회복제(X) → 피로해소제(O)
나도 이전에는 생각 못했던 표현들인데 책을 읽고 보니 잘못쓰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들이다.


★★★★

맨 처음에도 썼지만 글을 쓰는 건 참 어렵다. 내용도 생각해야 하고, 문장도 생각해야 하고, 단어도 생각해야 한다. 이 책은 그 중에서 문장과 표현에 대한 조언을 하는 책이다. 어려운 책은 아니다. 가볍게 읽으면서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써왔던 표현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었다. 물론 이 책 하나 읽는다고 해서 문장이 순식간에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의식없이 썼던 글들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만 해도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토대로 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겠지. 다른 글을 쓸 때보다 이 글을 쓸 때 신경이 많이 쓰였다. 틀린 문장이 있으면.. 뭐.. 어쩔 수 없지. 기회가 되면 글쓴이가 쓴 다른 책도 읽어 보고 싶다. 그리고 생각만 하고 선뜻 손에 들지 못하고 있는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 글 바로쓰기> 세트도 읽어 봐야 할 것 같다.


가볍게 읽으면서 글쓰기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고 도움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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