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잘 살아봐. 민주는 그렇게 말하고 콜리의 전원을 껐는데, 콜리는 민주가 자신에게 ‘살아‘라고 표현한 것을 잊지 않도록 메모리에 저장해두었다. - P34

연재는 어쩐지 이 기수의 말이 독특하다고 느꼈다. 지금까지 들어왔던 휴머노이드의 언어 구사력과는 사뭇 달랐다. - P65

경마경기의 약점은 기수가 인간이라는 점에 있었고, 이는 말이 최고 속도를 내지 못하게 하는 방해요인 중 하나였다. 인간보다 작고 가벼우며, 떨어진다 한들 생명과 연관되지 않는 새로운 기수가 필요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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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방은 성인 한 명이 웅크려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다. 누워 있을 수도, 발을 뻗고 앉을 수도 없을 만큼 비좁다. 하지만 이 방을 쓰는 기수는 누워 있을 이유도, 발을뻗고 앉을 이유도 없다. - P7

나는 3초 전까지 투데이의 등에 타고 있었다. 투데이는 흑마다. 빛이 반사되는 수면처럼 검은 털이 아름다운 암말이다. 투데이 이야기는 차후에 더 자세히 할 수 있으리라. 지금 중요한 것은 투데이가 나와 ‘호흡‘을 맞춘 경주마라는 점이다. 고로 나는 투데이와 ‘호흡‘을 맞춘 기수다. - P9

연재는 이번 경기가 끝나면 칠이 거의 벗겨진 내 몸체를 다시 칠하자고 했다. 어떤 색이 좋으냐고 물었다. 원래대로 초록색을 칠하는 것이 내 이름과도 잘 어울리겠지만 나는 2층 방에 앉아 창문을 바라보다 파란색이라고 말했다. - P9

연재를 만나기 전까지 콜리는 C-27로 불렸다.
2035년 미국과 중국, 일본에서 만들어진 부품들이 알맞게 조립되어 콜리는 한국 대전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콜리가 다른 기수 휴머노이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만들어지는 마지막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칩이 잘못 삽입되었다는 것이다. - P11

규정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사회질서는 모두가 약속된 규정을 어기지 않아야 유지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콜리에게도 그런 규정이 몇 가지 있었다. 하나는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간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다. - P20

세상에는 단어가 천 개의 천 배 정도 더 필요해 보였다. 동시에 걱정이 들었다. 혹시 세상에 이미 그만큼의 단어가 있는데 자신이 모르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 단어들은 어디에서 알 수 있을까. - P21

때때로 불쑥, 예기치 못한 곳에서 색다른 문장이 떠올랐다. 콜리는 몸속 어딘가에 문장을 담아두는 공간이 있고 문장이 거기에서 튀어나온다고 생각했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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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받은 느낌은... 미친 소리 같겠지만, 전 두 장소에 동시에 있었어요. 숲에 있었다고 말한 그때 터미널에도 계속 있었죠. - P248

만일 시간 여행자가 작가님 앞에 나타나 모든 걸 포기하고 즉시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그렇게 하실 건가요? - P250

「엄마, 왜 울어?」 실비가 말했다.
팬데믹에 걸려 죽을 뻔했는데 어떤 시간 여행자한테서 경고를 받았거든. 수많은 사람이 곧 죽을 텐데 나한테는 그 일을 막을 방법이 없거든. 아무것도 말이 되지 않고 내가 미쳤을 수도 있거든. - P259

「난 그냥 올리브와 대화만 나눌 생각이었어.」 개스퍼리가 말했다. 「계획에 철저히 따를 생각이었지만, 누나, 그럴 수가 없었어. 올리브가 그냥 죽도록 놔둘 수가 없었어.」 - P266

「만일 모든 순간이 세상의 종말인 게 사실이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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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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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세상의 종말을,」 올리브가 이야기했다. 「지속적이고도 끝나지 않는 과정이라고 합리적으로 생각해 볼수도 있으니까요.」 - P275

개스퍼리는 남자 화장실 문 앞에서 잠시 망설이며 파티를 지켜봤다. 그러자 행복감이 흐려졌다. 그것이 바로 조이가 경고했던 끔찍함, 모두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안다는 데서 오는 전적인 비참함이었다. - P304

개스퍼리가 한숨을 쉬었다. 「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오염이 일어났다는 식으로 생각해 보세요. 시간상의 순간들은 서로를 오염할 수 있습니다. 혼란이 벌어진:사실이지만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어요. - P316

누군가를 다른 곳으로 보내 누명을 씌우고 다른 이의 자원으로 감옥에 가둘 수 있는데, 굳이 그를 달에 평생 감금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 P324

어떤 항성도 영원히 타오르지는 않는다. - P326

시간 연구소가 영영 이해하지 못한 점은 바로 이러했다. 우리가 시뮬레이션 안에 살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타났을 때 그 소식에 대한 알맞은 반응은,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것. 시뮬레이션 안에 산대도 삶은 삶이다. - P347

나는 최근 시간과 움직임에 관해, 끊임없는 몰아침 속의 고요한 점이 된다는 것에 관해 아주 많이 생각해 왔다.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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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세기의 순간들이 서로의 안으로 피를 흘려 넣고 있다면, 글쎄, 개스퍼리,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있어. 그런 순간들을 오염된 파일이라고 보는 거지.」 - P187

시간 여행이 발명된 이후 즉시 정부 기관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불법화됐다는 뉴스 기사를 떠올렸다. - P191

시뮬레이션이라면 이보다 나아야 하지 않을까? 내 말은, 예를 들어 굳이 저 거리를 시뮬레이션으로 만드는 수고를 할 거였다면 모든 가로등이 제대로 작동하게 할 수는 없었냐는 거지. - P195

「그러니까 누군가는 이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시간여행을 해야 하지만, 그게 누나는 아닌 거구나.」 내가 말했다.
「몇 명이 가게 될 텐데 누가 될지는 몰라. 딱히 인기있는 일도 아니고.」「날 보내 줘.」 내가 말했다. - P200

때로는 우리가 시간 흐름을 바꿔 놓으면 시간 흐름이 알아서 고쳐지는 듯 보여. 내가 보기에는 말이 안 되는 방식으로, 우리가 시간 흐름을 거슬러 여행할 때마다 역사가 비가역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뭐, 그러지를 않거든. 때로는 사건이 시간 여행자의 간섭을 조정하려고 변화하는 듯해. 그래서 한 세대쯤 지나면 시간 여행자가 간 적이 없었던 것처럼 되는 거야. - P212

우리는 그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 P175

누군가를 과거로 보내면 불가피하게 역사가 바뀌어. 여행자의 존재 자체가 파열이다. 아빠가 쓰던 문구가 기억나. 돌아가서 과거와 얽히되 시간 흐름을 전혀 바꾸지 않고 떠나올 방법은 없어. - P218

시간 연구소에서는 어떤 피해가 시간 연구소에 영향을 미칠 때만 과거로 돌아가서 그 피해를 취소해. - P219

꼭 끔찍한 사람이라야 시간 흐름을 의도적으로 바꾸려 드는게 아니라는 사실. 그냥 잠깐 나약해지기만 해도 그렇게 돼. 그야말로 잠깐. 나약함이라는 말은, 인류애와 좀 더 비슷한 뜻이야.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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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떠서 나는 또 울었다. 항상 그렇다. 슬픈 건지 어떤 건지 이젠 알 수조차 없다. 그래도 눈물과 함께 감정은 어딘가로 흘러간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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