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올 10월까지 용산 텐트촌에 있었잖아. 거기 있을 때 젊은 애가 하나 죽었는데 그 애를 두고 야릇한 소문이 돌았단 말이지." - P105
천국을 만들었으면 일단 실물 인간을 보내봐야 하잖아. 정말로 안 죽고 신이 되는지 확인해야 할 거 아냐. 본선 티켓을 가진 VIP 투자자들을 안전하게 모시려면 예선 리그를 뛰어줄 선수가 필요하다. 이 말씀이지. - P106
아버지의 친구는 병의 진행에 관해선 어떤 것도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빠를 수도, 예상외로 늦을 수도 있다고 했다. 가급적 빨리 스케줄을 잡아 치료를 시작하자고 권유했다. 여러 치료를 병행할 것이며 치료 목표는 생존기간 연장이라고 했다. - P155
"막내지?" 제이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기울였다. 어떻게 알았느냐는 몸짓이었다. 나는 동물행동학 전공자였다. 인간은 동물의 한 종이고. 사실 그런 이론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온몸으로 ‘나는 막내다‘라고 외치는 남자였다. - P163
그때, 녀석과 눈을 맞대던 바로 그때 나는 또 다른 소리를 들었다. 울음소리였다. 처음엔 녀석이 내는 소리인가 했다. 아니었다. 내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아마도 살고 싶어 하는 내 욕망이 내는 소리였을 것이다. - P173
말은 참 이상한 힘을 가진다. 그러하다,라고 말하면 정말로 그러한 상황이 닥친다. - P175
"고국에 온 걸 환영합니다." "나는 고국이 아니라." 그는 내 손을 힘주어 잡았다. "너한테 온건데." - P183
내 입장은 달랐다. 그가 무책임하기를 바랐다. 훌쩍 떠나주기를 바랐다. 아무 약속 없이, 어떤 기대도 품지 않도록 무심하게 돌아서면 이후가 좀 쉬워질 것 같았다. 마법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가는 일이. - P187
"그래서 너를 따라갈 수가 없어. 네가 오는 것도 바라지 않고. 왜냐하면......." 나는 옆으로 맥없이 벌어진 내 오른발을 노려봤다. "아버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는지 기억하니까." - P191
제이가 살아 있는 나를 지긋지긋하게 여길까 봐 두려웠다. 이 건강한 남자의 정신을 뿌리까지 망가뜨릴까봐 미치도록 무서웠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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