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훈계가 남긴 깨달음은 있었다. 엄살로 피할 수 없는 것 앞에서 낑낑대면 안 된다. 그래봐야 제 신세만 고달프다. - P52
진심과 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진심으로 설득하면 진실이라 믿어버리는 사람. 사기꾼의 전문화된 진심이 가장 잘 먹히는 부류다. 아버지가 바로 그런 유의 인간이었다. - P63
신경을 끈다는 건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관계를 맺지 않으면 내 오감에 걸리는 상대의 모든 것은 무의미한 신호에 불과하다. 무의미한 것은 편안한 것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 P73
나로 말하면 싸워서 져본 적이 없었다. 싸워본 경험 자체가 없었다. 일방적으로 얻어터진 적만 숱하게 많았다. 군대마저 의무병으로 다녀왔으므로 전투력은 최하수라 봐야 했다. - P78
베토벤은 대답 대신 커피 잔을 들고 제이 옆에 와서 앉았다. 제이는 커피 맛을 한참 음미하더니 매우 문학적인 찬사를 바쳤다. "장미 정원에 들어선 느낌입니다." 베토벤은 별 반응이 없었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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