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어두컴컴한 복도로 들어섰다. 먼지가 하얗게 내려앉은 전구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부서진 벽돌바닥, 기원을 알 수 없는 얼룩이며 낙서로 가득한 흰 벽. 전구가 그것들을 깜빡깜빡 비추고 있다. - P3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침내 지구인은 결론에 도달했다. 확실히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이제는 결정한 것이다. - P11

리크는 발로나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공장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아."
발로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넓적하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둥근 얼굴에 근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
"공장을 그만두면 안 돼요. 그건 옳지 않은 일이에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많이 알아내야만 해." - P19

리크가 가버리면 어쩌지? 리크는 그녀보다 키도 작고 몸무게도 덜 나갈 만큼 자그마한 남자였다. 아직도 어린애처럼 미덥지 못한 구석이 많았다. 그러나 정신이 이상해지기 전에는 분명히 교양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었던것 같다. - P21

그녀는 리크가 기억을 되찾는 걸 원치 않았다. 자신이 리크에게 줄 수 있는 게 이젠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모자라는 상태가 이대로 지속되어 그를 영원히 보살펴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그녀의 소박한 욕심이었다. - P23

"분명한 의미를 띤 건 아니었어, 로나. 전에 어떤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뿐이야. 하지만 그게 어떤 일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
"무슨 일이었죠?"
"‘무(無)‘를 분석하고 있었어." - P25

테렌스는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접 귀족을 위해 일하는 자들은 대부분 자기가 무슨 귀족의 동료나 되는 양 계급차별 규칙을 엄하게 적용했으며, 일반 플로리나인을 거칠고 오만한 태도로 대함으로써 마음 밑바닥에 있는 열등감을 해소하려 들기 일쑤였다. - P48

"공간분석가가 기질적으로 내성적이고 적응력이 낮은 인간이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별 사이에 펼쳐진 무시무시한 공허를 기록하는 고독한 일에 평생을 바친다는 것은 정상적인 인간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공간분석연구소가 ‘우리는 무를 분석한다‘는 조금 괴팍한 슬로건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 P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담 글래디아! 솔라리아 행성에서 태어난 우주인, 오로라에서 살아온 우주인, 하지만 이주자 세계인 베일리 행성에서 은하계의 시민으로 다시 태어난 마담 글래디아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 P213

안드레프는 이런 소동에 아무런 주의도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그는 DG에게 말했다.
"당신이 겪었던 모든 에피소드는 그 사람들을 지구에 착륙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오." - P214

암살자가 말했다.
"당신은 내게 명령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R. 다닐 올리버입니다. 내겐 당신에 대한 정보가 입력되어 있습니다. 당신 명령에는 복종할 필요가 없습니다." - P217

"제1원칙에 따르자면, 자넨 누구보다도 우선 글래디아를 보호해야 했네. 어떤 추론도 어떤 사고도 그 원칙을 바꿀 수는 없어."
"아니야, 지스카드. 지금으로서는 마담보다 자네가 더 중요해. 자네는 지금 이 순간 어느 인간보다도 가장 중요한 존재야. 지구의 파괴를 중단시킬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건 오직 자네뿐이라구. - P229

"다닐, 사실 이런 토론은 소용없는 일이야. 위기가 눈앞에 닥쳐왔는데도 우린 그 성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다닐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렇지 않아. 난 위기의 성격을 알 것 같아." - P232

지스카드는 한동안 미동도 없이 다닐을 응시하고 있었다. 한동안의 침묵 끝에 그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자네 말은 아마디로 박사의 계획이 지구의 지각을 폭발시켜서 모든 생물의 보금자리라 할 수 있는 행성 자체를 폭발시키려 한단 말인가?" - P236

방사능은 점점 더 강해지고 그 결과 지구는 점차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의 땅으로 바뀌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행성의 사회구조 자체가 완전히 붕괴되고, 지구는 인류의 안식처로서의 생명을 잃게 됩니다. - P244

어젯밤 그 로봇은 마담을 겨냥하지 않았습니다. 로봇은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없지요. 그는 지스카드를 향해 블라스터를 발사했던 겁니다. - P252

조금 전에 자넨 내가 곧 자네의 능력을 갖게 될 거라고 했지. 그게 무슨 뜻인가? 혹시 자네가내 정신을 조작하고 있는 건가?"
"......맞았네, 다닐." - P2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관전둬는 홍콩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의 정보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의 통찰력은 다른 부서에 더욱 정확한 자료를 제공했고, 작전 실패의 위험을 크게 줄였으며, 일선 경찰관의 안전을 보장했다. - P241

자네에게 특수고문 신분을 주면 어떨까 하고 말이야. 명의상으로는 정보과에 소속되는 거지만 자네는 자유롭게 어떤 사건이든 수사에 협조할 수 있지. - P251

사실상 B조 사람들은 모두 관전둬가 수사에 의견을 제시해주길 바랐다. 그는 뛰어난 수사능력을 갖춘 것 외에도 현재 유일하게 스번톈과 겨뤄본 경찰관이기도 했다. 관전둬는 정식으로 스번톈과 얼굴을 마주한 적은 없지만 그에 대해서는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 P258

차이 독찰은 원래 ‘스번텐이 우연한 기회를 용케 잡아 탈주했다‘는 가설에 기울어 있었다. 하지만 관전둬의 설명을 들어보니 순전히 계획적인 탈주였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 P278

샤오밍이 얼른 발걸음을 빨리해 관전둬 옆에 붙었다. 지난 반년간 그는 자주 관전둬에 의해 여기저기 파견되었지만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사실상 경찰 세계에서 최고의 두뇌라고 불리는 사람 옆에서 사건 수사과정을 지켜보고 설명을 듣는다는 것은 이쪽 일을하는 형사로서는 꿈에서라도 얻고 싶은 기회였다. - P283

정확하게 생각해야지. ‘범행을 저지른 후 겉모습을바꾸는 건 흔하지만 ‘범행을 저지르기 전 외모를 바꾸는 건 일반적이지가 않아. - P325

이런 범죄의 어려운 부분은 ‘과정‘이 아니라 ‘끝‘이지. 사람을 죽인 뒤 어떻게 경찰의 눈을 피할 것인가? 탈옥 후 어떻게 경찰의 추적을 피할 것인가? 이것이 살인과 탈옥이 어려운 원인이야. - P346

내가 스번톈을 속인 건 단지 작은 징벌이지. 그에게 이 세상에 누군가 한 사람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어볼 수 있다는 걸 알려주려는 거였어. 그는 범죄의 천재가 아니라단지 늙은 경찰에게도 진 비루먹은 개에 불과하다고 말이야. - P3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녀는 이렇게 읊조리며 갑자기 DG를 향해 돌아섰다.
"DG, 나를 지구로 데려다줄 수 있나요?"
DG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정말 가시려구요.... 글래디아?"
"네, 가고 싶어요." - P107

"그렇다면 그녀는 왜 지구로 가고 싶어하는 거지?"
"베일리 행성의 경험이 그녀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것 같아. 이제 그녀는 은하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을 자신의 사명으로 간주하고 있고 그것을 위해 모든 걸 바칠 각오를 하고 있다네." - P109

"그렇다면 솔라리아인들이 ‘인간‘에 대한 정의를 협의로, 즉 솔라리아인에만 한정되게 정의했다는 게 당신 주장의 요지입니까?"
"저는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의장님. 단지 아무도 그 이외의 설명을 하지 못했다는 점만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 P116

너는 네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가 무엇이고 얼마나 근본적인 것인지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래서 저 솔라리아 여자가 깨지 않도록 만들었지? 너로서는 저 여자가 그런 사실을 아는 걸 원치 않을 테니까… 저 여자는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박사님." - P130

지스카드,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만약 법정이 내가 너를 재설계하기 전까지는 단순한 로봇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그 이후에 사람들의 정신상태를 감지하고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로봇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들은 분명히 그 재설계작업을 높이 평가해서 너에 대한 소유권을 내게 양도할 거야. - P131

"이젠 알겠지, 다닐? 너는 아무 말도 못해!"
그때 다닐이 잔뜩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천만에! 어렵긴 하지만 말할 수 있습니다. 그건 당신의 명령에 우선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제2원칙을 제압하는 것입니다." - P133

저는 제1원칙보다 더 위대한 법칙이 있다고 믿습니다. ‘로봇은 인류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되고, 위험을 간과함으로써 인류에게 해가 돌아가게 해서도 안 된다‘, 저는 그것이 로봇공학 제1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 P136

아마디로 박사가 두 차례에 걸쳐서 아주 강한 불안감을 느꼈다고.. 한 번은 핵반응 증강장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고, 다른 한 번은 마담이 지구로 가겠다는 말을 했을 때였지. 그 두 가지 사실은 분명히 서로 관련되어 있을 거야. 즉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에는 지구에 대한 핵반응 증강장치의 사용이 포함되어있다는 거지. 아마디로 박사는 우리가 지구로 가서 그 계획을 방해할까봐 불안했던 거야. - P162

베일리 선장, 그 로봇은 오로라 제품이기 때문에 그 책임 역시 오로라에게 있소. 본인은 그로봇이 귀함의 승무원들이나 지구인들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원치 않소. 따라서 문제의 로봇을 우리에게 인도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오. - P166

글래디아가 물었다.
"정말이에요, DG? 정말 오로라 우주선과 충돌할 작정이었나요?"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렇게 되리라고는 예상도 안했어요. 그들이 물러설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한번 돌진해본 거지요. 그놈들은 자기의 긴 수명을 걸고 그렇게 쉽게 도박을 하진 않아요." - P1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