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황 노사는 인의예법이니 하는 것을 제일 증오하고 성현이니 절개니 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이런 것들은 모두 어리석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것인데, 세상 사람들은 모두 그 함정에 빠져서 무지몽매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가련하고 우스운 일 아닌가. 난 그런 인정머리 없는 예의범절 따위는 믿지 않아. - P21

구양극이 웃으며 말했다.
"소왕야! 이 미인들, 훌륭하지 않습니까?"
양강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양강과 목염자가 혼인 약속을 한 사이라는 걸 구양극은 알 턱이 없었다. 양강은 구양극이 그녀를 품에 안은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는 분노로 이글거렸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 P45

양강은 탁자 밑에서 위를 살피며 구양극이 잔을 드는 것을 보고 재빨리 품에서 철창의 창머리를 꺼냈다. 이를 악물고 힘껏 돌진하여 구양극의 복부를 찔렀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창이 5, 6치도 들어가기 전에 구양극은 탁자 아래로 거꾸러졌다. - P47

목염자가 달려가서 아는 체를 하려는데, 두 거지는 줄곧 양강이 들고 있는 죽봉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서로 눈짓을 하더니 동시에 고개를 끄떡이고 양강 앞에 와서 두 손을 공손히 가슴 앞으로 모으고 예를 표했다. - P68

‘이건 북두칠성 별자리 형태잖아! 아, 그래. 그래서 구 도장이 천강북두로 포진하자고 말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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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칠자의 마옥이 천추 자리에 앉고, 담처단은 천선, 유처현은 천기, 구처기는 천권, 자리에 좌정하여 네 사람이 두괴를 형성했다. 또 왕처일이 옥형, 학대통이 개양, 손불이가 요광에 좌정하여 세 사람이 두병을 형성했다. - P84

매초풍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더니 마지막 힘을 다해 오른손을 들어 왼쪽 손목을 끊어 버렸다. 이어 오른손을 석판에 사정없이 내리쳤다. 즉시 손뼈가 부러지고 말았다. 이 모습을 본 황약사는 깜짝 놀랐다.
"사부님, 제게 내리신 세 가지 명령 중에서 두 가지는 못 지키고 떠납니다." - P100

"됐다, 됐어. 별것도 아닌 것을 …..…, 마음에 두지 말아라. 내 너를 다시 도화도의 제자로 삼겠다."
매초풍은 사부를 배반했던 일이 평생의 한으로 남아 있었는데, 이제 죽음을 앞두고 뜻밖의 말을 듣자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사부님께 절함으로써 사제의 예를 갖추려 했다. - P101

"홍 방주께서 네게 타구봉을 주셨다면 분명 타구봉법도 가르쳐 주셨을 터. 그렇다면 어찌 이 타구봉을 내게 빼앗긴단 말이냐?"
양강은 황용이 말끝마다 타구봉, 타구봉 하자 실수한 것이라 생각하고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이것은 본방 방주의 법장이거늘, 어찌 함부로 타구봉이라 하며 귀한 보물을 모독한단 말이냐!"
양강은 짐짓 호통을 치고는 거지들의 환심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이렇게 중요한 법장인 축장이 실제로 그런 속된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 P210

"오빠도 참…… 그래도 모르겠어요? 구천인이 둘이라면 하나는 무공의 고수 구천인이고, 하나는 허풍선이 구천인이죠. 둘이 똑같이 생겼단 말이에요. 여기 있는 구천인은 입만 살아 있는 구천인이고요."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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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님은 자신의 병을 낫게 해줄 사람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누구인지는 묻지 못하게 하셨죠. 제 생각에는 그 사람이 아마 단황야인 것 같은데,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단 말이에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사람을 찾아서 사부님을 고치도록 해야겠어요." - P242

양강이 완안홍열을 아버지‘ 라고 부르고 그 말투도 친근하기 이를 데 없자 곽정과 황용은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곽정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왠지 슬퍼졌다. 바로 달려가서 왜 그러느냐고 따져묻고 싶었다. - P253

저희 사부님 되시는 장춘진인께서 어디선가 도화도주가 강남육협을 미워하여 그들의 가족까지 몰살시키려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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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이 너에게 구음진경을 써 달라고 저렇게 난리이니, 네가 그에게 구음가경(九陰假經)‘을 써 주어라." - P34

"이 서른여섯 가지 타구봉법은 개방의 조사께서 만드신 것이다. 대대로 방주에게만 전수할 뿐, 절대 다른 사람에게 전수하지 않는것이 규칙이란다. 개방의 3대 방주께서는 무공이 조사님보다 더 강하셔서 기존의 타구봉법에 많은 기묘한 변화를 가미하셨다. 수백 년동안, 우리 개방이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방주가 직접 나서 이 타구봉법으로 적을 물리치곤 했지." - P85

"그래요, 꼭 오는 거예요. 그때 가서 약속 어기면 안 돼요. 우리 이섬에 이름이라도 붙여 줘요. 사부님,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네가 큰 바위로 그 나쁜 녀석을 눌러 놓았으니, 압귀도(壓鬼島)라고 하면 되겠구나."
황용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무 고상한 맛이 없어요."
"고상하고 싶으면 애초에 이 거지에게 묻지를 말았어야지. 생각같아서는 노독물에게 내 오줌을 먹였으니, 식뇨도(食尿島)라고 하면 딱 좋겠다마는……."
황용은 손을 내저으며 깔깔거렸다. 그러다 문득 하늘을 바라보니 선명한 노을이 눈부시게 빛나며 작은 섬 위로 드리워져 있었다.
"명하도(明霞島)라고 하겠어요."
이번에는 홍칠공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안 돼. 그건 너무 고상하지 않으냐?"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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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내 성이 주(周)가라면 알겠느냐?"
그제야 곽정은 알았다는 듯 외쳤다.
"아하! 주백통(周伯通)이라는?" - P135

"노완동 주백통, 오늘 곽정과 의형제의 연을 맺습니다. 앞으로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눌 것을 맹세합니다. 이 맹세를 깨뜨린다면 저의 무공을 모두 거두시어 개나 고양이도 상대할 수 없게 하소서."
스스로 노완동(老童, 늙은 악동이라는 뜻)이라 하고 맹세하는 말도 어쩌면 이렇게 괴상망측한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 P139

주백통이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해서, 무공을 연마하는 것 자체가 무궁한 즐거움이지.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무공을 닦지 않는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세상에 할 일이야 많지만 오래 하다 보면 모두 지겹고 재미가 없지. 하지만 무공만은 무궁무진한 재미가 있단 말이야. 아우, 아니 그런가?" - P149

곽정이 갑자기 꼼짝 않고 서서 한참 동안 멍해 있다 입을 열었다.
"대형, 뭔가가 떠올랐어요."
"뭔데?"
"대형의 두 손은 초식이 완전히 다르니, 두 사람이 각자의 초식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진짜 결투를 할 때도 이 무공을 이용한다면 둘이서 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니, 얼마나 승산이 크겠어요?
비록 내공을 두 배로 쓸 수는 없지만, 초식으로만 따지자면 상당한 우위를 차지하는 거예요." - P189

‘곽정은 전진교 제자가 아니니 내가 비급의 무공을 그에게 모두 가르쳐 주고, 그가 나에게 시범을 보인다면 사형의 유언을 어기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 P204

구양극과 나란히 서 있는 곽정을 쏘아보며 두 사람을 비교하니, 준수한 용모에 기품 있는 풍모, 재주까지 갖춘 구양극이 어딜 봐도 훨씬 뛰어나 보였다. 결국 구양극에게 시집보내리라 결심을 굳혔다. 하나 홍칠공의 체면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 P236

"왜 내게 절을 하는 게냐?"
"황용이 절을 하라고 해서요."
황약사는 속으로 끌끌 혀를 찼다.
저 녀석, 정말 바보로구나.‘ - P268

하늘의 도는 넘치는 것을 줄이고 부족한 것을 보충한다. 그런 연유로 허(虛)가 실(實)을 이기고, 부족한 것이 넘치는 것을 이기는 것이다.
天之道損有餘而補不足是故虚勝實不足勝有餘 - P272

<구음진경>의 경문을 이미 수백 번 외운 곽정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거침없이 외워 내려갔다. 그렇게 반 장 정도를 외우자 모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젊은이는 일부러 우둔한 척하고 있었던 거야, 실제로는 총명하기 그지없구나.‘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순식간에 곽정은 네 장을 단숨에 줄줄 외웠다. - P278

"주백통과 곽정이란 아이는 <구음진경>을 모조리 외우고 있소. 내가 이 두 사람을 배에 태워 바다에 빠트리면 <구음진경〉을 불태운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소? 그러면 하늘에 있는 당신의 혼령도 편안히 쉴 수 있을 것이오."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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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 괴인은 왼손으로 황용을 안고 오른손으로 천천히 얼굴의 가죽을 벗겼다. 얼굴에 인피 가면을 쓰고 있어서 그렇게 기괴하게 보였던 것이다. 원래 얼굴이 드러나니 호리호리한 체형에 학식이 넘쳐보이는 의연함과 늠름한 풍채, 신선과도 같은 청아함이 풍겼다. 청포 괴인이 바로 도화도주 황약사였던 것이다. - P17

곽정은 단천덕이라는 세 글자를 듣자 마치 청천벽력을 맞기라도한 듯 귀가 멍하게 울렸다.
"다, 당신이 단천덕이오?"
"그렇습니다요. 무슨 분부라도……?"
"18년 전, 임안(臨安)에서 무관을 지낸 적이 있지요?"
"그렇습니다만..… 어찌 아셨는지요?"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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