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모쿠렌에게 약을 주지 않았어. - P81

그렇다면
그 후 그곳에서 끝내 살아남은 나의 9년간은 어쩌지.…?
너와의 나이 차이만큼, 너희들의 시체에 둘러싸여 맛본 생지옥을
넌 당연한 보복이라고 말하는 거냐...? - P88

그녀의 유언은 ‘마지막까지 지구를 지켜줘‘
그리고 난 그것을 거역할 수 없었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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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8월 16일, 나는 발레라는 수도원장이 펴낸 한 권의 책을 손에 넣었다. 1842년 빠리의 라 수르스 수도원 출판부가 펴낸 『마비용 수도사의 편집본을 바탕으로 불역(佛)한 멜크수도원 출신의 베네딕트 회 수도사 아드송의 수기였다. - P11

눈치 빠른 독자는 벌써 알아차렸을 테지만 나는 멜크 수도원의 도서관을 샅샅이 뒤졌으나 아드소의 수기와 관련된 자료는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다. - P13

잘츠부르크에 이르기 전, 우리는 몬트제 호반에있는 조그만 호텔에서 일박했는데, 이 하룻밤이 나에게는 비극적인 밤이었다. 나와 동행하던 친구가 발레 수도사의 책과 함께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 P13

책의 내용을 훑어보면서부터는 정말 내가 그책을 번역했던 것인지, 아니면 꿈을 꾸었던 것인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 P16

늙고 병든 육신을 여기 안온한 멜크수도원의 독방에 가둔 나는 지금 소시적에 우연히 체험하게 된 저 놀랍고도 엄청난 사건의 기록을 이 양피지에다 남겨 놓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 P30

선친께서는 전부터 나를 눈여겨보시던 마르실리오와 이 문제를 상의, 결국은 나를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박식한 수도사인, 바스커빌 사람 윌리엄의 수하에 넣기로 작심하시게 된다. 당시 윌리엄 수도사께서는 모종의 은밀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큰 도시 및 큰 수도원을 차례로 순방하고 있었다. - P35

만상이 엇길로 들어서 있던 이런 시절에 나는 하느님 은혜로 윌리엄 수도사 같은 분을 스승으로 모시면서 배움에의 욕구를 채우고 사물을 바로 보는 감각을 익혔으니, 내가 험로를 헤맬 때도 스승의 교훈이 나를 인도하지 아니한 적이 없었다. - P38

그때 사부님은 웃으면서, 참기독교인이라면 상대가 이교도들이라고 하더라도 배울 것은 배워야 마땅하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 - P40

산허리로 감겨드는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나는 수도원을 보았다. 그리고는 놀라고 말았다. 기독교 세계에서 흔히 보아 왔던, 수도원을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벽 때문에 놀란 것이 아니라 그 벽 안에 자리잡고 있는 엄청나게 큰건물에 놀란 것이었다. - P49

내가 보기에, 윌리엄 수도사는 일부러 시간을끌어 수도사 패거리를 먼저 수도원으로 올려 보냈던 것 같다. 말하자면 수도사 일행으로 하여금 수도원장에게, 자기가 드러내 보인 통찰의 기적을 소상하게 보고할 시간 여유를 주었던 것 같다는 것이다. - P53

우주는 궁극적인 것(그것은 언제나 희미하게만 나타나는데)뿐만 아니라 비근한 것까지 드러내되 그 드러냄이 참으로 분명하다. 궁극적인 것 은 어려울 뿐 비근한 것과 다르지 않은 법이다. - P54

사부님은 만사가 이런 식이었다. 그는, 자연이라는 위대한 책을 읽어 내는 방법에 정통했다. 뿐만 아니라 수도사들이 성서를 읽는 태도, 그리고 성서와 성서를 통해 갖게 되는 수도사들의 사고 방식에도 정통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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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도 잘 알고 있듯이, 무거운 침묵은 누군가와 따로 얘기할 때의 필수적인 부분이었다. 그것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다음에 올 말이 가장 중요한 말이라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 P671

에밋은 샐리도 그와 마찬가지로 부끄러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점도 위안이 되었다. 다른 사람도 비슷하게 비난의 아픔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아는 데서 오는 위안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옳고 그름에 대한 자신의 감각이 다른 사람과 공유되었고, 그래서 더 진실에 부합한다는 것을 알게 된 데서 오는 위안이었다. - P675

우리 둘 다 숨을 내쉬었다.
"자, 그럼 네가………?" 나는 손짓으로 다이얼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게 뭐지? 아니야, 네가 해."
"좋아." 내가 두 손을 비비고 싶은 유혹을 참아내며 말했다. "비밀번호를 알려줘. 그럼 내가 해볼게."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울리가 진심으로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비밀번호?" 그가 물었다.
그 말에 나는 웃었다. 콩팥이 아플 때까지, 눈에서 눈물이 쏟아질 때까지 웃었다. - P689

"우린 젊을 때 우리의 악과 분노, 시기심, 자존심을 억누르는 것의 중요성을 우리 자신에게 가르치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내가 보기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결국 생각과 달리 미덕에 의해 저해되는 것 같아." - P698

침대로 돌아온 울리는 조그만 갈색병에 들어 있던 조그만 분홍색 알약들을 협탁 위에 다 쏟았다. 그는 그 알약들을 손가락 끝으로 밀어서 손바닥 안에 넣으며 읊조렸다. 감자 하나, 감자 둘, 감자 셋, 넷, 감자 다섯, 감자 여섯, 감자 일곱, 더 많이. 그런 다음 그 알약들을 물과 함께 꿀꺽 삼킨 후 다시 편안한 자세로 누웠다. - P706

이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네브래스카주에서 온 어린 소년이 점잖은 태도로 사무실에 나타나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것은 가죽 장정의 책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언어로 쓰인 서사시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었다. 기록 보관소나 도서관 서고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삶 자체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 P714

빌리는 조심스럽게 빛이 카펫을 향하도록 - 형을 깨우지 않도록 - 겨눈 채 손전등을 켰다. 그런 다음 애버네이스 교수의 『영웅, 모험가 및 다른 용감한 여행자 개요서』를 꺼내서 25장을 펼친 후 연필을 집어 들었다. - P716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25장을 펼친 뒤 연필을 손에 들고 몸을 기울인 빌리는, 에밋의 모험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은 형이 원장의 차 앞좌석에 앉아 설라이나에서 집으로 돌아오는그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 P721

"알았어. 대학도 아니고 우체국도 아니라면, 그럼 뭘 하고 싶어?"
"군대에 들어갈까 생각하고 있어."
"군대?" 에밋이 놀라며 물었다.
"그래, 군대." 타운하우스가 마치 그 소리를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안 될 거 없잖아. 지금은 전쟁이 없어. 보수도 괜찮고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해. 운이 좋으면 해외에 배치되어 세상의 다른 어떤 것들을 볼 수도 있을 테고."
"넌 막사로 되돌아가려 하는구나." 에밋이 지적했다.
"난 그런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는데." 타운하우스가 말했다.
"집합……… 명령 복종… 제복 착용…………." - P731

에밋이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겪은 모든 일을 고려하면……… 빌리와 내가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둘이 함께 새 출발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 빌리와 나 둘이서만." - P744

에밋은 끔찍한 예감을 느끼며 침대로 다가갔다. 울리의 이름을 부른 후 부드럽게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에밋의 손에서 느껴지는 그의 몸은 뻣뻣했다.
"오, 울리." 그가 맞은편 침대에 앉으며 말했다. - P756

크게 놀라서 당황한 사람은 그런 식으로 남을 비난하는 법이니까. 그런 사람은 손가락질을 한다. 누가 됐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모임을 이루는 방식의 본질상 그런 사람은 적이 되기보다는 친구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 P770

빌리는 망을 친 문을 통해 지금 에밋 형이 끓어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형은 벌게진 얼굴로 더치스의 멱살을 잡고 소리질렀다. 신탁자금은 없다고, 유산은 없다고, 금고에 돈은 없다고 소리 질렀다. 그런 다음 더치스를 땅바닥으로 밀쳤다.
이건 틀림없어, 빌리는 생각했다. 이것은 틀림없이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필수적인 나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내가 있어야 하는 시간과 장소인 거야. 그래서 빌리는 망을 친 문을 열고 형에게 금고안에는 돈이 있다고 말했다. - P784

에밋이 창고방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자 더치스는 빌리를 복도로 밀어붙이며 나아갔고, 에밋이 두드리는 행동을 멈추자 더치스는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경찰과 캘리포니아에 짓게 될 집에 대해서 얘기했다.
갑자기 빌리는 전에 여기에 있었던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치스의 꽉 쥔 손아귀와 다급하게 얘기하고 있는 태도가 빌리로 하여금 어둠에 잠긴 웨스트사이드 고가철도에서 존 목사의 손에 붙잡혀 있었던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게 한 것이었다. - P785

에밋은 다시 걸음을 옮겨서 둘 사이의 거리를 좁혀갔다.
"에밋," 더치스가 예상대로 유감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널 쏘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네가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면 너를 쓰게 될 거야." - P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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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타운하우스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더치스는 머릿속에 뭔가 이상한 생각을 품고 있긴 하지만 한 가지 것에 대해선 그가 옳았어."
"그게 뭔데?" 에밋이 물었다.
"걔를 때리고 나니까 기분이 한결 좋아지더라." - P539

화려한 가구, 유화, 옷을 제대로 입지 않은 여자들,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요소가 에밋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에밋을 놀라게 한 것은 피아노를 치고 있는 사람이 더치스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빳빳한 흰색 셔츠를 입고 머리에는 중절모를 뒤로 젖혀서 쓰고 있었다. - P555

로비에 들어섰을 때빌리는 긴장되고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믿기지 않는 듯했다. 제멋대로인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 P572

빌리는 그 조그만 황동 명패로 눈을 돌리더니 손가락을 뻗어 거기에 새겨진 글자를 소리 내어 읽었다.
"애버커스 애버네이스 교수(현대어문학협회, 박사) 사무실."
놀란 표정으로 울리에게 눈을 돌린 나는 울리의 얼굴에 나타난 동정 어린 표정은 빌리를 향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표정은 나에게 지은 것이었다. 다시 한번 내 꾀에 내가 당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 P575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상황이 신중하게 꾸민 계획을 망치는 쪽으로 흘러갈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가능한 한 빨리 공을 가로채는 것이다. - P575

"자, 말해보렴, 빌리." 교수가 우리 모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편안하게 자리를 잡았을 때 말했다. "뉴욕에는 무슨 일로 온 거야?"
교수의 말은 대화의 전형적인 서두였다. 뉴욕 사람들 누구나 자연스럽게 한두 마디의 대답을 기대하면서 방문객에게 묻는, 그런 종류의 질문이었다. ‘이모를 만나러 왔어요‘나 ‘공연 티켓이 있어서요‘ 같은 의례적인 대답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 아이는 빌리 왓슨이었고, 그래서 교수가 듣게 된 대답은 한두 마디가 아니라 장황한 설명이었다. - P579

교수는 시간이 돈이라거나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또는 제때 한 시간을 아끼면 나중에 아홉 시간을 벌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상대를 재촉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도 아니었다. - P591

"빌리가 율리시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처럼 나도 아내와 자식을 다시 만날 운명을 가졌을지 모른다고 말했을 때, 나는 마음속에서 동요가 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교수님의 책에서 그 부분을 내게 읽어주었을 때, 난 마음의 동요가 훨씬 더 강렬하게 이는 것을 느꼈답니다. 마음의 동요가 너무도 강렬해서 나는 감히, 이 오랜 세월 동안 온 나라를 혼자 떠돌아다니는 고생을 한 후 마침내 나는 다시 희망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 P597

"무한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 하나는, 무한이란 것은 정의에 따라 모든 것이 하나씩 있는 것뿐 아니라 둘씩 있는 것, 셋씩 있는 것도 다 포함해야 한다는 거예요. 사실, 우리 자신의 분신 같은 존재가 인간의 역사에 드문드문 산재해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 그런 존재가 전혀 없다고 상상하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덜 이상해요."
교수는 다시 율리시스에게 눈을 돌렸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삶이 율리시스 왕의 삶의 메아리가 될 수 있으며, 그리하여 10년 후에는 아내와 아들과 다시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예, 나는 그걸 확신합니다." - P600

에밋이 스튜드베이커 문제로 이미 얼마간 화가 나 있었으므로 나는 채리티와의 밤을 제공함으로써 에밋에게 보상하고 싶었지만, 그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게 분명했다. 울리의 약이 그렇게 강한지 내가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런 데다 설상가상으로 이집 주소를 남기는 것을 깜빡했다. - P619

더치스는결백한 아이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설라이나 소년원으로 보내진 사람이었다. 타운하우스와 울리는 차를 훔쳐 탔고, 에밋 왓슨 자신은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앗았지만 말이다.
자신이 무슨 권리로 더치스에게 그의 잘못을 속죄하라고 요구하겠는가? 자신이 무슨 권리로 누군가에게 잘못을 속죄하라고 요구하겠는가? - P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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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기 다른 죄를 저지르고 각기 다른 형기를 보내기 위해 각기 다른 지역에서 왔어. 그러나 공동의 시련에 직면하면, 우리에게는 한마음으로 뭉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가 - 흔치 않은 소중한 기회가 - 주어지지. 우리는 운명이 우리 발 앞에 내려놓는 것을 회피하면 안 돼. 우린 그걸 깃발처럼 들고서 난국을 뚫고 나아가야 해. - P427

"자네 표정을 보니 다른 사람으로 사칭하는 건 자네 성미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겠어. 하지만 젊은이, 이 스타틀러 빌딩에서는 자신을 거짓으로 꾸며서 표현하는 데 능숙한 사람이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사람이라네. 그걸 생각하며 용기를 내게." - P448

주님은 우리를 고독하고 망각된 존재로 느끼게 함으로써 우릴 일어서게 하는 거야. 우리가 정말로 버림받았다는 걸 알았을 때에만 우리는 다음에 일어날 일은 우리 손에, 오직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지. - P471

방치된 채 죽어갔다. 그것이 바로 존 목사의 상태였다. 그는 오른쪽 무릎 힘줄이 찢어지고, 뺨의 살갗이 벗겨지고, 오른쪽 눈이 부어올라 감긴 상태로 덤불과 가시나무 사이에 누워 자신의 죄를 사해달라고 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죽어가는 바로 그 순간에 주님이 선로 옆에 있는 그를 발견하셔서 그의 팔다리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으셨다. - P475

그곳으로 가까이 다가간 존 목사는 무한한 지혜를 지니신 선한 주님께서 자신을 인도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그 흑인과 아이의 얼굴을 비춰줄 목적으로도 모닥불을 피우셨다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그 불은 존 목사의 존재는 그들에게 보이지 않게 해주었다. - P476

설교자는 동전이 든 양철통을 찾는 동안 배낭에서 빌리의 소지품을 꺼내 땅에 던지며 흥분한 목소리로 호텔이니 굴이니 여자와의 친교니 하는 얘기를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가 그러고 있는 동안 율리시스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드디어 설교자 바로 뒤에 이르렀다. 설교자가 그 배낭을 어깨에 걸치고 몸을 왼쪽으로 기울였을 때 율리시스는 삽을 내리쳤다. - P484

우리가 바닥에 앉아 아침을 먹을 때면 그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얘기하기보다는 나의 미래에 대해 물어보곤 했다. 어디를 가고 싶은지, 뭘 하고 싶은지 다 얘기하게 했다. 그것은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의 오래된 방식이었다. - P498

"마르셀린 아저씨?" 내가 말했다.
그가 대답하지 않자 나는 문을 끝까지 다 열었다. 그러나 내가 발견한 것은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은 없고, 의자는 방 한가운데에 넘어져 있고, 마르셀린은 천장 선풍기에 매달려 있다는 사실이었다.
삐걱거리는 소리는 침대 스프링에서 난 소리가 아니었다. 앞뒤로 천천히 돌면서 움직이는 그의 몸의 하중에서 비롯된 소리였다. - P499

아버지는 시신의 옷을 뒤져 그 시계를 훔치려고 나를 프런트로 내려보낸 것이었다. 그런데 그 후 참견하기 좋아하는 이웃 입주자가 시계에 대해 언급하자, 아버지는 몸수색을 당하기 전에 시계를 내 호주머니에 넣으려고 내 어깨에 팔을 걸치며 몇 마디 말을 건넨 것이었다.
"오, 더치스." 아버지가 몹시 실망한 어조로 말했다.
한 시간도 안 되어서 나는 경찰서에 있게 되었다. - P501

"세라 누나." 내가 말했다.
그녀가 돌아서서 왜, 하는 표정으로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녀는 내가 그녀의 가운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조그만 갈색 병을 꺼내는 모습을 방금 전과 똑같은 소리 없이 놀라는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내 말 들어요." 내가 말했다. "이건 누나에게 아무 도움이 안 돼요."
그런 다음 그녀가 부엌을 나갔을 때 나는 그 병을 향신료 선반 바닥에 올려놓았다. 그날의 두 번째 선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P503

아주 멋진 대화를 하고 있는 중에 누가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겠지. 그러면 다음 순간, 우린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알게 돼. 대개의 경우, 이 새로운 길은 우리를 엄청 기분 좋은 곳으로 인도할 테지만, 때로는 새 방향이 아니라 이미 가고 있던 방향으로 갔더라면, 하고 바라는 수도 있어. - P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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