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침묵도 하나의 의견일 수 있지." 미시카는 혼잣말을 했다. "침묵도 저항의 한 형태일 수 있지. 생존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수 있어. 또한 시의 한 유파일 수도 있어. 나름의 운율과 비유와 관습을 보유한 시의 유파일 수 있다고. 연필이나 펜으로 쓸 필요 없이, 가슴에 들이댄 총부리를 앞에 두고 영혼에 쓰는 시 말이야." - P426
미시카의 표현을 빌려 말하건대, 그 후유증은 무엇이었을까? 미시카의 발언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당국에 보고되었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그의 발언 전체가 고스란히 기록되었다. 8월에 그는 신문을 위해 레닌그라드에 있는 엔카베데의 사무실로 소환되었다. 11월, 그는 사법 절차를 뛰어넘는 권력을 가진 당대의 트로이카 중 한 사람 앞으로 불려 나왔다. 그리고 1939년 3월, 미시카는 시베리아행 열차에 실려 반성의 영역으로 떠나갔다. - P428
우리는 결코 확실히 알 수 없겠지만, 짐작건대 니나에 대한 백작의 걱정도 틀리지 않은 듯했다. 니나는 그 달에도, 그해에도, 아니 영영 메트로폴 호텔에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 P428
소피야가 호텔에서 지낸다는 사실이 들키게 될 거라는 백작의 걱정 역시 틀리지 않았다. 아이의 존재가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소피야가 도착한 지 2주도 안 되어 크렘린의 행정 사무실로 편지 한 통이 발송되었기 때문이다. - P429
소피야를 아는 사람 누구에게나 그 애에 관해 얘기해보라고 하면, 사람들은 소피야가 공부를 열심히 하며 수줍음이 많고 행동이 얌전한 아이, 한마디로 ‘착실한 아이‘라고 말할 것이다. - P446
"안녕, 아빠." 소피야가 고개를 들지도 않고 말했다. - P448
미시카의 모습에는 단순히 세월이 할퀴고 간 흔적만 남은 게 아니었다. 거기에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한 시대가 그 시대의 산물에게 새겨놓은 자국들이 선명했다. - P454
"내가 권총 얘기를 꺼내서 널 불안하게 했구나, 사샤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난 아직 할 일이 있다고. 사실, 그게 바로 내가 이 도시로 들어온 이유야 내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작은 연구 과제를 위해 도서관엘 좀 가려고…………." - P459
"그 옛날 너에게 평생 메트로폴을 떠날 수 없다는 연금형이 선고되었을 때, 네가 러시아 최고의 행운아가 되리라는 걸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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