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는 지도에서 눈을 떼고 양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나 다른 승무원들이 그들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건 아무런 문제도 아니야. 책임자는 나고 결정도 내가 내린다. 만약 저 여인이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면 착륙 후 여섯 시간 이내에 우린 모두 죽고 말 거야." - P164

"당시뿐 아니라 지금도 있어. 하지만 다닐은 단순한 로봇이 아니었어. 그는 우주인과 아주 흡사한 우주인 로봇이었지. 잘 생각해보게, 니스, 자네와 싸웠던 우주인이 누구였는지…"
그러자 니스의 눈이 등잔만하게 커지면서 얼굴이 벌개졌다.
"그렇다면 그 우주인이 로봇…"
"그가 R. 다닐 올리버라네." - P184

DG는 포토큐브를 한쪽으로 밀어놓고는 몸을 앞으로 굽혔다.
"제1원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알고 있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어떤 행동을 묵과함으로써 인간이 해를 입도록 해서는 안 된다‘, 맞지? 하지만 그것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되지. 우리는 바로 그 원칙 때문에 로봇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물론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이 잘못된 확신이라면 정말 큰일 아닌가? R. 다닐은 니스에게 해를 입혔어. 그러고도 그 로봇은 제1원칙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에 괴로워하는 기색도 전혀 없었네." - P188

DG는 가능한 한 오로라 귀족풍의 말투를 흉내내어 점잖게 말했다.
"마담, 이 영지의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 여자는 한동안 DG를 쏘아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 말씨는 아주 투박한 솔라리아 방언이었는데 한껏 혀를 굴리며 발음하는 모습은 코미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당신은 사람이 아니야."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가 어찌나 재빨리 움직였는지, 10미터 정도 뒤에 있던 글래디아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아채지 못했다. 단지 살짝 움직이기만 한 것 같았는데 이미 DG는 뒤로 나가떨어져 꼼짝도 못하고 있었고, 그 여자의 양 손에는 그의 무기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 P205

다닐의 손가락이 랜드리의 손에 의해 억지로 벌려졌고, 블라스터는 랜드리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순간 글래디아가 몸을 날려 다닐을 가로막았다.
"설마 인간인 나를 해치지는 못하겠지!"
랜드리는 블라스터를 글래디아 쪽으로 향한 채 이렇게 말했다.
"마담, 당신이 지금 가로막고 있는 것은 사람과 흡사하지만 절대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그러한 존재들을 보는 즉시 죽여버리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 P211

그 감독의 경우, 인간인지의 여부를 판별하는 핵심적인 특성은 언어였습니다. 솔라리아 억양은 아주 독특하거든요. 감독은 인간의 외형을 가졌더라도 솔라리아 사투리를 쓰지 않는 인간은 인간이 아닌 걸로 간주하여 가차없이 파괴시키도록 입력된 겁니다. 그런 인간을 싣고 온 우주선도 마찬가지겠지요. - P223

지스카드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는 방금 벌어졌던 일들을 승무원에게 알리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담이 놀라운 용기를 발휘하여 싸움의 주도권을 빼앗았다는 사실을 승무원들에게 강조한다면, 마담에 대한 승무원들의 불신을 완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담 덕택에 모두가 생명을 건진 셈이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필경 하급 선원들이 제기했을 반대를 무릅쓰고 이번 여행에 마담을 동승시킨 당신의 통찰력이 얼마나 탁월한 것이 었는지를 입증할 수도 있을 거구요." - P225

박사는 지난 이백 년간 지구에 대한 반감은 한시도 감춘 적이 없었지. 아마디로 박사가 상당한 숫자의 인간형 로봇을 만들었는데 그들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면 그 로봇들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 P236

우리는 무사히 솔라리아를 빠져나왔습니다. 솔라리아의 위험이 무엇인지도 밝혀냈구요. 더군다나 군(軍)의 비상한 관심을 끌 만한 특수한 무기를 손에 넣기까지 했습니다. 마담은 이제 곧 베일리 행성의 영웅이 될 겁니다. 우리 행성의 고관들은 이미 사건의 개요를 보고받고 두 팔을 활짝 벌려 당신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 P242

옆문이 미끄러지듯 열리자 DG가 좌석을 옆으로 돌린 다음 먼저 차량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는 글래디아를 부축하기 위해 한 손을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다.
"곧 행성 의회에서 연설을 하셔야 할 겁니다. 이제 모든 정부 고관들이 머리가 터지도록 몰려들어오겠지요."
글래디아는 DG의 손을 잡으려고 손을 뻗다가 고통스럽게 얼굴을 때리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자 움찔 뒤로 물러났다.
"내가 연설을 해야 한다고요? 그런 얘긴 하지 않았잖아요?"
DG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당신이 당연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줄 알았습니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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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카드는 특히 군중들의 의식에 주의를 기울였다.
군중들의 의식은 너무나 두터운 것이어서 지스카드는 한 사람 한사람 일일이 식별할 수 없었다. 집단의식은 한데 뒤엉켜 거대한 회색물질로 용해되어 있었다. - P85

지스카드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야기를 계속했다.
"다닐,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내게 그만한 대가를 요구한다네. 난 항상 끊임없이 딜레마 속으로 내팽개쳐지고 있어. 인간에게 해를 입힐 수 없도록 금하고 있는 로봇공학 제1원칙은 통상 눈으로 볼 수 있는 육체적인 위해를 말하지. 그것은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고 판단을 내리기도 어렵지 않다네. 하지만 내겐 인간의 감정과 그 인간이 짓고 있는 마음의 표정이 읽힌다구. 그러니 훨씬 포착하기 어려운 교묘한 위해들을 외면할 수가 없는 거야. - P98

제 생각엔 우리의 선조 베일리는 더 이상의 글래디아를 원치 않았던 것같아요. 어떤 복제인간도 필요없는 오직 하나뿐인 글래디아, 유일무이한 글래디아를 원한 겁니다. 그분이 더 이상의 일라이저를 원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일 겁니다. - P121

설사 솔라리아인들이 정말 한 사람도 남지않고 모두 떠났다 하더라도 그 행성은 비어 있지 않을 겁니다. 그 행성에는 약 2억 이상의 로봇들이… 주인없는 로봇들이 있습니다. 그중 일부는 은하계에서 가장 진보된 로봇들이지요. - P128

"굳이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텐데요, 마담. 그 행성을 떠난 솔라리아인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로 가버렸습니다. 물론 그 행성에 솔라리아인들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들은 이미 우리의 적이 됐습니다. 솔라리아를 제외하고 솔라리아 태생의 우주인이 살고 있는 우주인 행성은 한 곳도 없습니다. 당신 말고는요. 제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솔라리아인은 오직 당신뿐입니다. 은하계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존재지요. 내가 반드시 당신과 함께 가야 하고 당신이 반드시 가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겁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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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디아는 론 안락의자에 앉았다. 접촉부를 건드리자 의자는 반쯤 누운 자세가 되었고, 다시 한번 건드리자 반자성 자장이 생겨나 그녀를 더할 나위 없는 안락함 속으로 이끌어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론 안락의자의 표면 위로 1센티미터 가량 떠 있는것이다.
정말 따뜻하고 상쾌한 밤이었다. 행성 오로라에서 맞이할 수 있는 최고의 밤! 별들은 아름답게 반짝였고 공기는 향기로웠다. - P11

이제 그녀의 생각은 다닐에게로 옮아갔다. 그녀가 그를 안 지는 2백 년이나 되었지만, 그가 ‘그녀의 것‘이 된 건 작년이었다. 한 패스톨프 박사는 임종시에 모든 것을 에오스 시(市)에 헌납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것은 일반적인 관례였다. 그러나 그는 두 가지를 글래디아 앞으로 넘겼다.
그 중 하나가 다닐이었다. - P16

"사람이라면 할 수 있지. 네 두뇌를 모두 깨끗이 비워버린 다음에중요한 기억만 다시 채워넣는 거야. 가령 10분의 1 정도만………. 그렇게 되면 수세기 동안 더 기억을 저장할 수 있게 되겠지. 그런 작업을반복하면 무한히 저장할 수도 있을 거고………. 비용이 엄청나게 들겠지만 네 가치를 생각해볼 때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
.
.
"왜지, 다닐?"
다닐은 목소리를 낮추더니 천천히 대답했다.
"그 과정을 담당할 처리자의 오판이나 부주의로 인해 잃어버리고싶지 않은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별들이 뜨고 지는가 그런 것? ・・・・・・ 용서해. 농담을 하려던 건아니었어. 도대체 어떤 기억이지?"
"그건...….… 한때 제 파트너였던 지구인 일라이저 베일리에 대한 기억입니다."
글래디아는 그 자리에 선 채 굳어버렸다. - P18

글래디아는 일라이저 베일리라는 이름을 먼 과거로부터 기억해냈다. 그러자 의식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속삭임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다닐이 당신을 돌보아 줄 거요. 단순한 보호자가 아니라 친구로서 말이오. 나를 생각해서라도 그와 친구처럼 지내요. 그리고 지스카드를 조언자로 삼아요.‘ - P19

다닐은 고통스러운 듯 천천히 말했다.
"자네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자네가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건 자네를 왜곡시키고 종국에는 자네를 파괴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생각이라구. 난 생각만 해도 가슴아파. 자네 스스로 중지할 수만 있다면 그 일을 당장 그만두도록 하게."
지스카드는 고개를 돌리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럴 수가 없네, 다닐, 또 그럴 생각도 없고… 오히려 나는 3원칙 때문에 그 정도밖에 인간의 마음을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네. 난 마음껏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지만 나로서는 인간의 마음을 깊이 조사할 수도 없고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도 없다네, 혹시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 P29

맨더머스는 눈을 아래로 깔았다. 알듯 말듯 당황한 기색이 그의 얼굴을 스쳐갔다.
"그러시다면 다시 저를 소개하지요. 제 이름은 레뷸러 맨더머스입니다. 당신의 5대손이지요. 그러니까 저는 샌트릭스와 글래디아 그레미오니스의 손녀의 증손자인 셈입니다. 당신은 제 5대조 할머니구요." - P38

맨더머스는 얼굴을 붉히며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례하게 굴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무슨 진실?"
"저는 당신의 5대손입니다. 그것은 족보상으로 명백히 드러납니다. 하지만 제가 샌트릭스의 자손이 아니라 지구인 일라이저 베일리의 5대손일 가능성도 있다는 걸 모르십니까?" - P40

"전해줄 말이 있소, 글래디아."
.
.
.
"당신의 옛 친구 소식이오."
"제게도 옛 친구가 있다니 정말 멋진 이야기로군요."
그녀의 대답은 사뭇 진지했다.
"일라이저 베일리에 대한 소식이오."
갑자기 5년이라는 세월이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휘몰아쳐오는 추억앞에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그는 잘 있나요?"
족히 1분이 넘도록 벙어리가 되었던 그녀가 반쯤 목이 졸린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 잘 있지요. 더 중요한 사실은 그가 아주 가까이 와 있다는 거요"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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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쟁점은 은하계의 탐사와 정착이라는 문제요. 그것을 오로라 단독으로 독자수행할 건지, 아니면 다른 우주 행성과 공동추진할 건지, 그것도 아니면 지구인에게 맡길 건지의 문제인 거요. 아마디로 박사와 세계당 사람들은 오로라가 그 부담을 떠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패스톨프 박사는 지구인에게 맡길 것을 주장하고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그 로봇의 문제는 민사법정에 이관할 수 있을 거고 이 지구인의 행위에 대한 판단도 거기서 토의하게 될 거요. - P241

그는 베일리가 방 안에 있다는 걸 의식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기왕에 이곳에 얼마간 머물고 있는 바에야…"
그는 마치 패스톨프에게 확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듯 말을 멈췄다. 그러자 패스톨프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말했다.
"수사가 시작된 지 오늘로 사흘째입니다, 의장님."
"그렇다면?"
의장이 물었다.
"이 수사를 종결시키기 전에, 이제까지 무슨 중요한 발견이라도 있었는지를 먼저 물어보는 것이 공평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패스톨프는 말을 멈추고 베일리 쪽을 쳐다보며 슬쩍 고개짓을 해보였다.
베일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의장님, 의장님께서 질문을 하지 않으시면 어떠한 관찰결과도 제출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질문을 받은 겁니까?"
의장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베일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지구인 베일리에게 어떤 중요한 발견이라도 했는지 질문하는 바이오." - P246

그들은 나에 대해 물어보기 전에 내 로봇에 대해 먼저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아픈 나를 내버려두고 내 로봇들을 찾으러 갔습니다. 그들은 틀림없이 그 로봇들을 찾으라는 매우 엄중한 명령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한 인간이 아픈 것을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렇게 무시할 수가 있겠습니까? 사실, 나는 그들이 찾는 것이 내 로봇들이란 걸미리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멀리 보내버린 겁니다. - P250

그의 계획은 이러했던 것 같습니다. 그의 로봇들로 하여금 우리를 뒤쫓게 한 다음, 오도가도 못하게 된 우리의 에어포일이 발견되는대로 그 즉시 모두를 연구소로 다시 데려오게 하려는 거지요. 나에게는 아마도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는 구실을 붙였을 거고...... 하지만 실제로는 패스톨프의 두 로봇을 가지려 했던 게 목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P252

인간형 로봇이 알고 있는 것 또한 사실 아니겠습니까? 아마 의식적이지는 않지만, 또 그 문제에 대해 명령을 내릴 만큼은 되지 못하겠지만….… 하지만 그 정보는 분명히 그 안에 입력되어 있을 것 아니겠습니까? 인간형 로봇에게 적절한 질문을 한다면, 그의 설계와 제작방법의 비밀을 밝힐 수 있는 대답과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 P254

"의장님. 질문할 게 아직 한 가지 더 남아 있습니다. 딱 한 가집니다. 몇 마디면 됩니다. 그런 다음에 정말 끝내겠습니다."
.
.
.
"아마디로 박사가 글래디아의 남편이 잔더였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어떻게 되겠습니까?"
"뭐라고?"
의장은 놀라서 그의 무성한 흰 눈썹을 치켜올렸다. - P260

"아마디로 박사는 왜 자기가 잔더와 글래디아의 관계를 안다고 시인하는 걸 저렇게 애써 피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는 그것이 사건과 무관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자기가 그런 관계를 알고 있었으며, 자기도 그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 것일까요? 나는 그것이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동시에 아마디로 박사는 자신의 자백이 자신의 범죄행위를 입증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 P264

"마지막으로 한 가지 점만 덧붙이면, 전 정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겁니다. 그가 잔더를 시험하고 조사하면서, 우발적이었든 아니면 어떤 고의에 의해서였든 간에 잔더를 동작불능 상태에 빠뜨리고, 그리하여 로봇 살해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아주 다분하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그러자 아마디로가 미친 듯이 소리질렀다.
"아니야! 절대 아니야! 내가 그 로봇에게 한 짓으로는 그의 동작을 멈추게 할 수 없어!" - P267

패스톨프가 말했다.
"나는 남을 짓밟고 승리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나는 다시금 오로라, 다른 우주 행성들, 그리고 지구 모두를 위한 타협안을 제시하겠습니다. 모두가 은하계에 자유롭게 정착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대신, 나는 기쁜 마음으로 로봇공학연구소 팀에 합류하여 내 인간형 로봇에 대한 지식을 전수하여 아마디로 박사의 계획에 협조하겠습니다. 단 그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앞으로 지구에 반대하는 모든 생각을 단념하겠다는 아마디로 박사의 엄숙한 동의가 먼저 있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이를 문서화하여 우리와 지구를 쌍방으로 하는 조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 P269

"고마워, 지스카드. 그리고 지난밤에 날 구해준 것…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그는 그 로봇을 쳐다보았다.
"네게 고마움을 표하는 방법을 모르겠군."
"고마워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나는 단순히 제1원칙을 따랐을 뿐이니까요. 그건 당연한 겁니다."
"어쨌든 나는 네 덕에 생명을 구했어. 내가 고마워하고 있다는 걸 네가 알아주면 좋겠군. 지스카드, 이젠 내가 뭘 해야 하지?" - P284

"그래,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출발했지. 나는 패스톨프 박사를 믿고, 또 그의 짓이 아니라는 것도 강하게 확신하고 있어."
"그렇다면 로봇 살해사건이 어떻게 있을 수 있습니까?"
"패스톨프만큼 로봇에 대해서 많이 아는 자가 또 있었을 거야, 지스카드."
베일리는 양 무릎을 모아 세우고 두 손을 그 위에 올려놓았다.
"누가 그럴 수 있습니까?
지스카드가 물었다.
드디어 결정적인 지점에 도달한 것이다! 그는 천천히 말했다.
"너야, 지스카드." - P285

베일리가 말했다.
"네가 어쩐지 내 마음상태를 간파하는 것 같단 말야. 문을 사이에 두고도 내가 어떤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걸 알아낼 정도로… 간단히 묻겠어. 너는 독심술을 할 수 있지?"
"예, 그렇습니다."
지스카드가 조용히 말했다. - P288

베일리는 신기한 듯 물었다.
"너는 미래도 내다보나?"
"아닙니다. 하지만 마음을 연구하는 중에, 나는 로봇의 행동을 지배하는 로봇공학 3원칙처럼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법칙들이 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원칙들로 인간의 미래를 어느 정도 다룰 수 있는 날이 올 지도 모르지요. 언젠가는요.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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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리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둘 다 아닙니다. 단지 당신에게 물어보려고 했던 것뿐입니다. 패스톨프 박사는 당신을 중상모략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인간형 로봇의 작동을 중지시킬 만한 능력이나 지식이 모자란다고 굳게 믿기 때문에, 잔더의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베일리가 아마디로의 자존심을 건드려 혼란에 빠뜨릴 셈이었다면 그건 헛수고였다. 아마디로는 얼굴에서 웃음기 한번 걷지 않고 그런 조롱을 다 받아들였다.
"그건 옳아요, 베일리. 패스톨프 그 사람을 빼고는, 죽은 사람까지 포함해서 어떤 로봇공학자도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은 없소. 그렇게 말하지 않던가요? 우리 겸손하신 최고 중의 최고께서 말이오."
"네, 그랬습니다." - P117

"자랑스럽고 건강한 개인주의라 할지라도 결점은 있는 법이오. 걸출한 석학들이 몇 세기 동안 홀로 일하다 보니 자신의 연구결과를 서로 교환하기를 꺼리게 됐고, 그러다 보니 빠른 진보가 가로막히는 거요. 지난 1세기 동안, 과학자들간에는 동료 과학자가 이미 해결책을 연구해 놓았는데,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전전긍긍하거나 심지어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일이 비일비재했소. 이 연구소는 적어도 로봇공학 분야에서만이라도 공동체 의식을 갖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소." - P121

쓸모라고는 별로 없는 신세계들의 다양성을 나는 원치 않소. 나는 다수의 오로라를 원하는 거요. 셀 수 없이 많은 오로라 말이오. 그래서 나는 인간이 가기 전에 로봇들이 오로라처럼 틀이 잡힌 신세계를 건설해 놓길 원하는 거요. 어쨌든 그래서 우리를 ‘세계주의자‘ 라고들 하지요. 우리는 우리의 세계 오로라에만 관심이 있을 뿐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 없소. - P124

하늘에서는 빗줄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베일리는 하늘에서 눈부시게 밝은 한 줄기 빛이 번쩍 하고 비쳐오는 걸 바라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우르르 하는 울림이 다시 한 번 들려왔다. 이번에는 벼락치는 소리와 동시에 불빛이 번쩍 했다. 하늘이 찢어지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우르릉 하는 소리가 뒤따랐다.
베일리는 어린애처럼 화들짝 놀라 자기가 왔던 길로 도망쳐 들어갔다. - P148

다닐이 말했다.
"의장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만, 그의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지금과 같은 정치적인 상황에서 만일 그가 강력하게 패스톨프 박사를 지지하고 나선다면 패스톨프 박사는 아마 다시 입법부에 복귀할 수 있게 될 겁니다." - P156

지스카드가 불쑥 말을 꺼냈다.
"차량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
.
.
지스카드가 말했다.
"컴프레서가 새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샙니다. 그런데……… 이건 보통 펑크가 아닙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긴 거야? 지스카드?"
베일리가 물었다.
"아마도 에어포일이 행정부 건물 밖에 있을 때 누군가 고의로 손상을 입힌 것 같습니다. 아, 누가 우리를 미행하고 있습니다. 추월하지 않으려고 아주 조심하는군요." - P162

인간 전체의 운명이 네게 달려 있어. 내 걱정은 하지마. 난 그 중 한 명에 불과하니까. 넌 수십억의 인간을걱정해야 해. 다닐, 제발! - P164

사건의 전모는 명명백백했다. 아마디로는 베일리도, 다닐도, 지스카드도 모두 속였다. 그러나 당초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들을 다시 붙잡아오기 위해 그들을 폭풍우 속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그건 효과가 있었다. 특히, 다닐! 바로 다닐이 문제의 열쇠였다. - P170

베일리는 아직도 생각할 여력이 남아 있는 것을 내심 만족하고 있는 자신에 대해 일종의 양심의 가책 같은 걸 느꼈다. 만약 이 로봇이 특별명령을 받지 않았다면, 어떤 행동을 취하기 이전에 병색이 완연한 베일리에 대해 먼저 반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로봇에 대해 먼저 물어봤다는 것은 두 로봇의 중요성을 우선 순위에 두는 특명이 있었다는 걸 의미했다. - P171

그는 땅바닥에 엎드린 채 손가락으로 차가운 진흙을 움켜쥐고 있었다. 숨을 쉴 수 있도록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렇게 있는 게 차라리편했다. 더 이상 걸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다릴 수 있었다. 지스카드는 자기를 찾아낼 것이다.
분명히 그럴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스카드는 그를 찾아내야만 한다. 왜냐하면…
기억이 깜빡거리면서 그 이유는 그의 기억 속에서 나가버렸다. 뭔가를 잊어버리긴 이번이 두번째다. 잠들기 전에 그랬다. 매번 같은 것을 잊어버리는 걸까? 같은 것을...
상관없다.
다 잘 될 것이다. 모두 다.
그가 폭우 속에서 의식을 잃고 나무둥치 아래 홀로 쓰러져 있는 동안에도, 폭풍우는 끊임없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 P179

"지스카드!"
그가 속삭였다. 그 순간 폭풍우 속을 뚫고 비행을 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지스카드가 제일 먼저 도착했던 것이다. 다른 로봇이 그를 발견하기 전에 그가 먼저 베일리를 발견했다.
그는 만족스러웠다. ‘내 그럴 줄 알았어.‘ - P182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두 번씩이나……… 한 번은 어젯밤, 지금처럼 막 잠이 들려고 하던 때였고, 또 한 번은 폭풍우가 휘몰아치던 오늘 초저녁 나무 밑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을 때였다. 그것은 그 문제의 베일을 벗겨줄 것만 같은 깨달음이었는데, 마치 어두운 밤하늘을 환히 밝히며 쏜살같이 지상으로 내딛는 전광석화처럼 불현듯 베일리의 뇌리를 스치며 지나갔던 그 무엇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 번개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 P196

"상관없어요, 일라이저. 지구에 가면 난 당신들의 병원균에 감염이 될 거고, 나도 빨리 늙지 않겠어요?"
"왜 당신이 그런 고생을 사서 합니까? 게다가 나이가 드는 건 감염 때문이 아니오. 감염이 되면 나이가 드는 게 아니고 그저 아프기만 하다가 죽어버리는 거요. 글래디아, 다른 남자를 찾아봐요."
"오로라인을 말이에요?"
그녀는 비웃듯이 말했다.
"가르치면 돼요. 이제 당신은 주고받는 법을 알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주고받는 법을 다 가르쳐줄 수 있을 거요." - P225

"그가 제일 먼저였다‘, ‘그가 제일 먼저였다‘……… 이젠 잊어버리지 않겠어요, 글래디아. 정말 고맙소."
글래디아가 말했다.
"지스카드가 당신을 맨 먼저 발견했다는 말에 뭐 중요한 단서라도 있나요? 정말 지스카드가 당신을 제일 먼저 발견했어요. 그건 당신도 알지요?"
"그게 아닐 거요, 글래디아. 틀림없이 나도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어요. 하지만 그건 내가 긴장을 완전히 풀었을 때만 의식 속에 떠오른다오."
"그렇다면 그건 무슨 뜻이었죠?"
"나도 잘 몰라요. 하지만 그게 내가 한 말이라면, 분명히 무언가를 의미하고 있었을 거요. 그걸 생각해내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거요."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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