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리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둘 다 아닙니다. 단지 당신에게 물어보려고 했던 것뿐입니다. 패스톨프 박사는 당신을 중상모략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인간형 로봇의 작동을 중지시킬 만한 능력이나 지식이 모자란다고 굳게 믿기 때문에, 잔더의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베일리가 아마디로의 자존심을 건드려 혼란에 빠뜨릴 셈이었다면 그건 헛수고였다. 아마디로는 얼굴에서 웃음기 한번 걷지 않고 그런 조롱을 다 받아들였다. "그건 옳아요, 베일리. 패스톨프 그 사람을 빼고는, 죽은 사람까지 포함해서 어떤 로봇공학자도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은 없소. 그렇게 말하지 않던가요? 우리 겸손하신 최고 중의 최고께서 말이오." "네, 그랬습니다." - P117
"자랑스럽고 건강한 개인주의라 할지라도 결점은 있는 법이오. 걸출한 석학들이 몇 세기 동안 홀로 일하다 보니 자신의 연구결과를 서로 교환하기를 꺼리게 됐고, 그러다 보니 빠른 진보가 가로막히는 거요. 지난 1세기 동안, 과학자들간에는 동료 과학자가 이미 해결책을 연구해 놓았는데,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전전긍긍하거나 심지어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일이 비일비재했소. 이 연구소는 적어도 로봇공학 분야에서만이라도 공동체 의식을 갖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소." - P121
쓸모라고는 별로 없는 신세계들의 다양성을 나는 원치 않소. 나는 다수의 오로라를 원하는 거요. 셀 수 없이 많은 오로라 말이오. 그래서 나는 인간이 가기 전에 로봇들이 오로라처럼 틀이 잡힌 신세계를 건설해 놓길 원하는 거요. 어쨌든 그래서 우리를 ‘세계주의자‘ 라고들 하지요. 우리는 우리의 세계 오로라에만 관심이 있을 뿐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 없소. - P124
하늘에서는 빗줄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베일리는 하늘에서 눈부시게 밝은 한 줄기 빛이 번쩍 하고 비쳐오는 걸 바라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우르르 하는 울림이 다시 한 번 들려왔다. 이번에는 벼락치는 소리와 동시에 불빛이 번쩍 했다. 하늘이 찢어지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우르릉 하는 소리가 뒤따랐다. 베일리는 어린애처럼 화들짝 놀라 자기가 왔던 길로 도망쳐 들어갔다. - P148
다닐이 말했다. "의장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만, 그의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지금과 같은 정치적인 상황에서 만일 그가 강력하게 패스톨프 박사를 지지하고 나선다면 패스톨프 박사는 아마 다시 입법부에 복귀할 수 있게 될 겁니다." - P156
지스카드가 불쑥 말을 꺼냈다. "차량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 . . 지스카드가 말했다. "컴프레서가 새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샙니다. 그런데……… 이건 보통 펑크가 아닙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긴 거야? 지스카드?" 베일리가 물었다. "아마도 에어포일이 행정부 건물 밖에 있을 때 누군가 고의로 손상을 입힌 것 같습니다. 아, 누가 우리를 미행하고 있습니다. 추월하지 않으려고 아주 조심하는군요." - P162
인간 전체의 운명이 네게 달려 있어. 내 걱정은 하지마. 난 그 중 한 명에 불과하니까. 넌 수십억의 인간을걱정해야 해. 다닐, 제발! - P164
사건의 전모는 명명백백했다. 아마디로는 베일리도, 다닐도, 지스카드도 모두 속였다. 그러나 당초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들을 다시 붙잡아오기 위해 그들을 폭풍우 속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그건 효과가 있었다. 특히, 다닐! 바로 다닐이 문제의 열쇠였다. - P170
베일리는 아직도 생각할 여력이 남아 있는 것을 내심 만족하고 있는 자신에 대해 일종의 양심의 가책 같은 걸 느꼈다. 만약 이 로봇이 특별명령을 받지 않았다면, 어떤 행동을 취하기 이전에 병색이 완연한 베일리에 대해 먼저 반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로봇에 대해 먼저 물어봤다는 것은 두 로봇의 중요성을 우선 순위에 두는 특명이 있었다는 걸 의미했다. - P171
그는 땅바닥에 엎드린 채 손가락으로 차가운 진흙을 움켜쥐고 있었다. 숨을 쉴 수 있도록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렇게 있는 게 차라리편했다. 더 이상 걸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다릴 수 있었다. 지스카드는 자기를 찾아낼 것이다. 분명히 그럴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스카드는 그를 찾아내야만 한다. 왜냐하면… 기억이 깜빡거리면서 그 이유는 그의 기억 속에서 나가버렸다. 뭔가를 잊어버리긴 이번이 두번째다. 잠들기 전에 그랬다. 매번 같은 것을 잊어버리는 걸까? 같은 것을... 상관없다. 다 잘 될 것이다. 모두 다. 그가 폭우 속에서 의식을 잃고 나무둥치 아래 홀로 쓰러져 있는 동안에도, 폭풍우는 끊임없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 P179
"지스카드!" 그가 속삭였다. 그 순간 폭풍우 속을 뚫고 비행을 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지스카드가 제일 먼저 도착했던 것이다. 다른 로봇이 그를 발견하기 전에 그가 먼저 베일리를 발견했다. 그는 만족스러웠다. ‘내 그럴 줄 알았어.‘ - P182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두 번씩이나……… 한 번은 어젯밤, 지금처럼 막 잠이 들려고 하던 때였고, 또 한 번은 폭풍우가 휘몰아치던 오늘 초저녁 나무 밑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을 때였다. 그것은 그 문제의 베일을 벗겨줄 것만 같은 깨달음이었는데, 마치 어두운 밤하늘을 환히 밝히며 쏜살같이 지상으로 내딛는 전광석화처럼 불현듯 베일리의 뇌리를 스치며 지나갔던 그 무엇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 번개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 P196
"상관없어요, 일라이저. 지구에 가면 난 당신들의 병원균에 감염이 될 거고, 나도 빨리 늙지 않겠어요?" "왜 당신이 그런 고생을 사서 합니까? 게다가 나이가 드는 건 감염 때문이 아니오. 감염이 되면 나이가 드는 게 아니고 그저 아프기만 하다가 죽어버리는 거요. 글래디아, 다른 남자를 찾아봐요." "오로라인을 말이에요?" 그녀는 비웃듯이 말했다. "가르치면 돼요. 이제 당신은 주고받는 법을 알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주고받는 법을 다 가르쳐줄 수 있을 거요." - P225
"그가 제일 먼저였다‘, ‘그가 제일 먼저였다‘……… 이젠 잊어버리지 않겠어요, 글래디아. 정말 고맙소." 글래디아가 말했다. "지스카드가 당신을 맨 먼저 발견했다는 말에 뭐 중요한 단서라도 있나요? 정말 지스카드가 당신을 제일 먼저 발견했어요. 그건 당신도 알지요?" "그게 아닐 거요, 글래디아. 틀림없이 나도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어요. 하지만 그건 내가 긴장을 완전히 풀었을 때만 의식 속에 떠오른다오." "그렇다면 그건 무슨 뜻이었죠?" "나도 잘 몰라요. 하지만 그게 내가 한 말이라면, 분명히 무언가를 의미하고 있었을 거요. 그걸 생각해내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거요."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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