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진 힘의 원리가 뭔지 아니, 다마야? 보님기관을 촉매로 이용해 운동에너지를 전이하는 거란다. 의지만으로 산을 움직이는 게 아니야. - P125

"우리는 훈련을 한다." 샤파가 거듭 말한다. "셈셰나가 그런 것처럼 우리는 조산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배우고 익히고 그 지식을 너희들을 막는 데 사용한다. 우리는 네 종족들 중에서 미살렘이 될지도 모르는 자들을 감시하고 제거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아끼고 보살피지." - P129

다마야의 손을 쥔 샤파의 아귀힘이 점점 강해진다.
"네 능력은 인지된 위험이 강하든 약하든 똑같은 방법으로 너를 보호하려 든다. 네가 얼마나 운이 좋은 아이인지 알아야 한다, 다마야. 많은 오로진이 가족이나 친구를 죽인 후에야 자기가 무엇인지 깨닫는다. 보통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법이거든." - P134

"나한테 절대로 싫다고 하지 마라." 다마야의 살갗 위로 느껴지는 그의 말이 뜨겁다. 샤파가 몸을 바짝 붙이고 귓가에 속삭인다. "오로진은 싫다고 말할 권리가 없다. 나는 너의 수호자다. 네게서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네 손은 물론이요, 네 온몸의 뼈를 낱낱이 부러뜨릴 거다." - P137

오늘날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종에는 산제인의 피가 섞여 있다. 산제 제국은 수 세기 동안 고요 대륙을 통치했고, 그러기 위해 수많은 수단을 동원했으며 그게 항상 평화로운 방법이었던 건 아니었다. 그래서 아무리 고립된 지역에 사는 민족이라도 그들의 조상이 원했든 그렇지 않든 산제인의 특질이섞여 있기 마련이다. - P154

너는 동족을 알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오로진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냄새를 맡듯이 개처럼 동족을 추적하지 못한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수호자뿐이며, 그나마 로가가 무지하거나 수호자에게 흔적을 흘리고 다닐 정도로 멍청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 P157

노드는 상급 오로진이 근역의 결함층이나 열점을 억제하기에 적절하다고 선정한 지점에 세운 일종의 감시소다. 대륙 전역에 걸쳐져 있는 이 감시소에는 펄크럼에서 훈련받은 오로진이 상주하는데, 이들의 유일한 임무는 해당 지역의 흔들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 P164

"노드에 가 본 적이 없군.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이건 또 뭔 삭아죽을?
"없죠. 내가 뭐하러 그런 델 가요?"
"그래야 하니까. 로가라면 반드시 거길 가봐야 한다."
시에나이트는 흠칫 놀란다. 아주 약간이지만 그가 말한 로가라는 단어 때문에, 펄크럼에서는 그 단어를 입 밖에 내면 벌점을 받기 때문에 거의 들은 적이 없다. - P165

"사람들이 우리를 죽이는 건 돌의 가르침이 우리가 사악하고 불길한 존재라고 가르치기 때문이야. 아버지 대지의 수족,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괴물들."
"하지만 돌의 가르침을 바꿀 순 없잖아요."
"돌의 가르침은 항상 바뀐다, 시에나이트" - P172

오로진은 힘을 합쳐 조산술을 행할 수가 없다. 그건 이미 오래전에 증명된 사실이다. 두 명의 오로진이 하나의 지진에 동일한 영향력을 미치려고 시도한다면 둘중 더 강하고 정확한 통제력을 지닌 사람이 우선권을 갖게 된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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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술의 작동 원리는 이상하다. 주변의 열과 생명을 거둬 이를 집중력인지 촉매인지 아니면 반쯤 예측 가능한 가능성이라는 뭐라 정의하기 힘든 과정을 통해 증폭시킴으로써 대지의 움직임과 열기, 그리고 죽음을 이끌어 낸다. 힘을 투입해 힘을 발생시킨다. - P110

너는 식량이 가득한 자루와 몸을 지킬 무기라곤 칼 한 자루밖에 없는 홀로 여행하는 여자다.(물론너는 그런 무력한 존재가 아니지만 악당들이 진실을 알 즈음이면 너무 늦었을 테고, 너는 오늘은 더 이상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다.) - P111

그들은 불가사의한 존재, 연금술의 산물이다.
연금술은 조산술과 비슷하여 조산술이 산(山) 그 자체를 다룬다면
연금술은 물질의 미세한 구조를 조종하고 부린다. 그들은 인류와
일종의 인척 관계에 있으며 대부분 우리가 아는 석상 형태로 출현하지만
이는 동시에 그들이 다른 형태를 취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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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얼음 조각과 산산이 분해된 화살 파편이 만들어 낸 소용돌이 속에 우뚝 서 있다. 네 발 주위의 흙바닥 위로 50센티미터 크기의 하얀 얼음서리 원이 생겨난다. 피어오르는 바람을 타고 네 머리타래가 부드럽게 나부낀다. - P83

제국 오로진, 검은 옷, 죽여서는 안 되는 자들, 또는 그 외에 뭐라고 부르든간에, 펄크럼 오로진은 항상 깍듯하고 사무적이고 이성적인 태도로 일관해야 한다. 펄크럼 오로진은 남들 앞에서 반드시 굳건한 자신감과 전문성만을 내비쳐야 하며, 절대로 감정이나 분노를 표출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둔치들이 불안해하니까. - P91

시엔은 소문을 들은 적이 있고, 드디어 그 소문이 사실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열 반지는 건물의 한 층 전체를 독차지하고 있다. - P96

그제야 시엔은 이해한다. 펄크럼은 늘 애매모호한 여지를 남겨놓는다. 심지어 펠드스파마저 ‘네 임무는 그 남자와 1년 안에 아이를 생산하는 거야.‘라고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 P100

펄크럼은 지켜야 할 명성과 평판이 있고, 오로진은그 일부다. 그래서 그들은 훈련을 받고, 제복을 입고, 끝없는 규칙을 준수한다. 번식도 그러한 책임 중 하나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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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을 명심하라. 한 이야기의 꿈은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모든 일은 전에도 있었던 일이다.사람은 죽는다. 옛 질서는 무너진다.
새 사회가 탄생한다. "세상이 끝났다"는 말은 대개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행성은 변함없이 존재하기에
하지만 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다.
완전히. - P7

먼저 세상의 종말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빨리 끝내고 더 재미있는 부분으로 넘어가야 하니까. - P11

여기 ‘고요‘가 있다. 평온하고 화창한 날에도 결코 고요하지 않은 땅.
땅이 들썩이며 파문이 일고, 굉음이 울리고, 대격변이 발발한다.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균열이 대륙의 적도를 따라 기이할 정도로 깔끔한 직선을 그리며 쏜살같이 달려 나간다. 균열의 근원지는 유메네스다. - P19

너는 그녀다. 그녀는 너다. 너는 에쑨이다. 누군지 기억나지? 아들을 잃은 여인 말이다.
너는 지난 10년간 티리모라는 작은 마을에서 살아온 오로진(조산인, 造山人)이다. 이 마을에서 네 정체를 아는 사람은 단 세 명뿐이고 그중 둘이 네 배로 낳은 자식들이다. - P29

어쨌든 그것은 우체가 누워 있는 집을 무너뜨릴 수 있었고, 그래서 너는 그것을 가로막았다. 너의 의지와, 흔들 그 자체로부터 빌린 운동에너지를 결합해 일종의 방파제를 세웠다. 그런 일을 할 때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갓난아기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물론 어린애는 그렇게 깔끔하게 처리하지는 못하겠지. 흔들은 두 갈래로 갈라져 계곡을 피해 돌아 멀어져 갔다. - P36

"마을 사람 중 절반은 몸서리를 치고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지자가 잘했다고 생각해요. 왜냐고요? 겨우 세 살짜리 어린애라도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유메네스에서 강력한 흔들을 일으킬 힘을 갖고 있을 게 당연하거든요!" - P42

보육학교에서 다마야는 아주 먼 곳에 있는 기울어진 돌들의 도시에서 어린아이들을 사고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 P44

모든 향은 아무리 어렵고 힘든 때에도 가급적 많은 내항자를 보유하길원한다. 역병이 들거나 기근이 올 경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 P47

다마야는 이제껏 자신이 큰 착각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남자를 올려다본다. 어머니는 다마야를 팔아넘기는 게 아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녀를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녀를 싫어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다마야를 두려워한다. - P53

"펄크럼 오로진은 세상을 위해 봉사한다. 지금부터 네게는 쓰임새명이 없다. 왜냐하면 너의 쓸모는 단순히 혈통으로 이어지는 적성이 아니라 네 존재의 본질에 달려 있으니까. 오로진은 태어나자마자 흔들을 멈출 수 있다. 너는 훈련을 받지 않아도 오로진이다. 향에 속해 있든 그렇지 않든, 너는 오로진이다. 하지만 훈련을 받고 다른 숙련된 펄크럼 오로진들의 지도를 받는다면 너는 하나의 향이 아니라 대륙 전체에 유용한 존재가 될 수 있지."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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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엥겔만은 버림받았을 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체온은 28도로 떨어졌고 심장박동은 느리고 불규칙했다. 그녀의 귀에는 멀어져가는 발소리도, 울부짖는 폭풍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P330

그녀는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살아서 여기를 빠져나가면 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어." 얼마나 내려갔을까, 저쪽에 두 개의 실루엣이 보이자 그녀는 더욱 힘이 났다.
이제 난 안전해!
마침내 안전해졌어! - P333

"리스베트 당신이 순네르스타 외곽의 숲에 있는 그들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그를 산 채로 불태워 죽이겠대요! 그 일대에서 경찰이 한 명이라도 보이거나 당신이 조금이라도 수상한 짓을 하면 그는 끔찍한 죽음을 맞을 테고 당신과 그의 주변 사람들도 가만두지 않을 거래요! 당신이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 이상 끝까지 그럴 거래요! 맙소사, 리스베트, 끔찍해요!" - P353

"대답해!" 카밀라가 소리쳤다.
"리스베트가 말했어…"
미카엘은 숨을 쉬기 위해 거칠게 헐떡거렸다.
"뭘?"
"살라가 밤마다 찾아와 널 데려간 이유를 깨달았어야 했는데 자신이 어머니를 보호하는 데만 몰두해서 그러지 못했다고." - P362

이반은 들것 위에 축 늘어져 있는 미카엘을 내려다보았다. 참으로 지독한 자였다. 이렇게 꿋꿋이 고통을 견뎌내는 자를 보는 것도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기자는 죽어야 했다. - P369

리스베트의 모습이 그녀가 바라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카밀라는 완전히 박살나서 겁에 질린 리스베트를 보고 싶었다. 팔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 그녀는 그지없이 더럽고 깡말랐지만 금방이라도 펄쩍 튀어오를 고양이처럼 느껴졌다. - P392

다리미로 한 남자에게 화상을 입힐 수도 있었고, 또다른 남자의 배에 거대한 문신을 새길 수도 있었고,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굴 수도 있었는데, 자신의 자매에게는 차마 총을 쏠 수 없었다. 거기에 자기 목숨이 달려 있는데도.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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