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들은 영리 목적으로 이런 짓을 한 게 아녜요. 위험천만한 광신자들이라고요. - P402

"왜 내가 여전히 그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느냐고? 왜냐하면 레즈비언이나 게이 팀원이 포함된 모든 프로젝트가 왜 하나도 빠짐없이 시드니 연구소 밖에 있는 부서로 전출되었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 문이야. 그게 순전히 우연인지, 아니면 우연이 아닌지를 확인하고 싶 었던 거지." - P411

마틴 입장에서 마르디 그라 축제에 참가한다는 행위는, 누가 보아도 동성애자이지만 그 사실을 아예 감추지 않는 탓에 편협한 차별 행위에 더 자주 직면해야 했던 게이 남성들에 대한 연대감의 표명인 것이다. - P427

나는 수술실 천장에 줄지어 매달려 있는 수술실 전등의 먼지로 뒤덮인 등갓을 내려다보고 있다. 금속 등갓의 회색 페인트 칠이 된 표면에는 깔끔한 손 글씨가 쓰인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스티커는 누르스름하게 변색했고 글씨도 조금 희미해진 데다가 한쪽 모서리가 떨어져 나간 상태였지만 말이다. 스티커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체외 이탈 경험을 하셨다면 137-4597로 전화하십시오. - P441

침착하게 나의 기이한 시점에 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자기 몸밖으로 나와 있는 듯한 느낌은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겪는 현상이라고 들었지만... - P442

말을 할 때마다, 나는 아래쪽에 누워 있는 나의 후두가 떨리고 입술과 혀가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내가 저 몸 위에서 나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감각은 여전히 확고하게 남아 있다. - P449

언젠가는 머리에 총을 맞게 될 것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는 돈을 과도하게 벌었고 운도 과도할 정도로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늦든 빠르든 인생의 균형추가 움직이면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 P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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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젤라가 자기 자신이 찌부러질 경우-최대한 완만하게 진행되겠지만, 마지막에 가서 압사할 것이 거의 확실한-의 이점에 관해 고찰하고 있었을 때, 전령이 그녀의 전용 홈스케이프에 출현했다. - P309

내가 여기 온 건 자네들의 동기를 음미하기 위해서지. 자네들의 기계를 구경하기 위해서가 아니거든."
"우리 동기라고요?" 기젤라는 혹시 번역 오류가 난 것이 아닌지 의아해했다. "우린 시공의 구조에 관해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동기가 아니라면, 블랙홀에 다이빙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 P334

폭발은 몇백 미터나 떨어진 건물들의 창문까지 박살 냈지만, 화재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나중에 매쿼리대학의 지진계에도 이 폭발의 충격이 기록되었다는 사실이 판명되었는데, 그것에 따르면 폭발 시각은 정확히 오전 3시 52분이었다. - P377

"계속해 줘. 이제 넌 갈색 눈이나 검은색 머리, 또는 왼쪽 오금에 점이 있는 걸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것처럼, 게이인 걸 딱히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할 거잖아."
나는 항변했다. "맞는 말이잖아. 왜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걸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는 거지? 난 그게 자랑스럽지도 않고, 창피하지도 않아. 난 단지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야.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 가장행렬 따위에 참가할 필요도 느끼지 않고." - P389

연구소가 폭파된 지 나흘째 되는 날, 새로운 실마리를 찾지 못해서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재닛 랜싱의 전화가 걸려 왔다.
연구 프로젝트의 유전자조작 세포계 백업 샘플들이 전멸했다는 소식이었다. - 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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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 은회색 머리카락과 겨울 하늘색 눈동자를 지닌 날렵하고 강인한 소녀. 아무도 그녀가 몇 살인지 몰랐고,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때리는 건 괜찮은 나이지만, 데리고 자기에는 아슬아슬한 나이였다. - P345

"그래서 내 어머니는 누구냐고!" 그녀는 외쳤다. "말해준다고 했잖아."
그는 어깨 너머로 웃음을 보냈다. "땅의 아들을 묶어놓을 만큼 강한 자가 누굴까? 바람의 여신 말고 없잖아." 그는 어둠 속으로 멀어졌다. - P351

이것은 불꽃족 루시가 북극성이 된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달에 일어난 일이다. -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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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나뭇잎과 잔가지들이 발밑에서 으스러진다. 버스럭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되돌릴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손상을 받았을 때에나 나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마치 이곳을 지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냉엄한 사실을 나의 뇌리에 각인하려는 듯한 느낌이다. - P251

과거로 도망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난 미래를 향해 살아갈 거야. 여기서도 기필코 살아남고야 말겠어. 하지만 어떻게? 카터는 무자비하며 매수도 불가능해 보이므로 힘으로 제압하는 수밖에 없다. - P258

‘환생‘은 존재하지 않아. 다시 태어날 영혼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언젠가는 순전한 우연으로 인해서 지금의 너를 정의하는 모든 것을 포함한 누군가가 태어날 수는 있어. - P263

네 육체가 살아온 인생을 한 사람의 인생으로 보는 행위야말로 환상이야. ‘너‘라는 존재가 너 자신이 태어난 이래 일어난 모든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은 편리한 픽션에 불과해. 그런 건 사람이 아니라 합성물, 모자이크라고. - P265

혼자서 영원히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 P277

나의 진짜 고민은 유아론이 제기하는 본질적인 의문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 그런 고민을 했을 때부터, 나를 둘러싼 외부세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방법 따위는 없단 사실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 P277

만약 타인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들은 자기 자신의 존재를 어떤 식으로 인식할까? 어떻게 경험할까? 다른 인간이 경험하는 의식이 어떤 것인지 타인인 내가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 P277

샤안은 통신 엔지니어였다. 나는 홀로비전 뉴스 에디터였다. 우리는 금성에 테라포밍 나노머신이 파종되는 과정을 생중계했을 때 처음 만났다. - P280

육체 교환 테크놀로지가 실용화되어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이런저런 방식을 모조리 시험해 보자고 제안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샤안이었다. - P285

내가 지금 여기서 존재하는 것은 샤안을 위해 신기함을 만끽하고, 마이클을 위해 의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다. 때가 오면 기꺼이 두 갈래로 나뉘어서 내가 기억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두 삶을 다시 살아갈 것이다. - P300

우리가 서로를 용서할 수 없었던 이유는 용서할 일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녀도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행동을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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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입구>가 실체화할 때마다 몇백 명은 어떤 식으로든 목숨을 잃는다. <흡입구> 러너들은 그 안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들을 10명에서 20명까지 구출한다. - P151

폴라가 바늘로 엄지손가락을 찌른 다음 그 피를 서로의 혈관에 넣어 섞자고 제안한 것은 우리가 9살이었을 때의 일이었다. - P181

실험에 쓰인 박테리아는 생존에 적합하도록 인위적으로 조절된 실험실의 환경 밖에서는 (이론상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했지만, 박테리아의 생존률을 낮추기 위해 삭제된 유전자들의 빈틈을 채운 바이러스가 실험실 밖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기어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 P187

1주 뒤에 폴라에게서 전화가 왔다. 검사 결과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했다. 백혈구 수치가 증가했고, 적혈구 수치는 낮아졌다고 했다. - P197

가장 끔찍했던 것은 폴라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던 이유를 갑자기 이해했을 때였다. 나도 자기처럼 죽어가고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함께 죽는 것 말이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동떨어져 있었다고 해도,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함께 죽는 것. - P201

제약 공장의 생산 라인에서 약품을 제조하는 로봇들을 제어하는 이 파일은, 모든 생산 라인에서 나오는 모든 약병에 위약이 아닌 치료 약을 담으라고 지시할 것이다. - P213

"어떤 이행몽들을 꾸게 되실지는 저희도 모릅니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고객님이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리라는 점입니다." - P219

나는 말을 이었다. "결국 이행몽이 뭔지는 알 수 없다는 거로군?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고? 그게 존재하는 건 수학적으로도 거의 확실하다고 했지?"
"예."
"하지만 내가 그걸 기억 못 하리라는 점도 같은 정도로 확실하다는 건가?"
"예." - P229

도대체 나의 뇌 속에 갇혀 있는 어떤 끔찍한 망상이, 혼수상태의 인간에서 혼수상태의 기계를 향해 흐르는 데이터의 흐름 속에서 미친 듯이 날뛸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단 말인가?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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