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정은 아침도 아니 먹고 대낮을 밤중삼아 늘어지게 잠을 잤다. 보우가 어디서 왔는지 옆에 와서 누우려고 하는데 원형에게 들킬 것을 염려하여 일어나라고 말하는 중에
"중놈이 개 같은 중놈이."
하고 호령하는 원형의 목소리가 들리며 원형이 칼을 들고 들어서서 보우의 목을 찍으려고 하였다. - P277

경복궁 중수가 이태 만에 끝이 나서 대왕대비가 북궐 안에서 재를 올리느라고 보우를 불러들인 뒤로 보우는 다시 터놓고 궐내에 들어와서 거처까지 하게 되었는데, 한 달에 절반쯤 봉은사에나가서 있는 것이 전날과 다를 뿐이었다. - P289

회암사 중들이 가까이 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본 까닭으로 말소리는 듣지 못하나마 모양으로 늙은 중이 꾸짖고 보우가 사죄하는 것은 짐작들 하였다. 나중에 그 늙은 중이 짚고 섰던 지팡이를 들어서 보우의 등을 두세 번 때리고 나서 상투바람의 속인을 손짓하여 가지고 나는 것같이 동구길로 내려갔다. - P293

"나는 보우의 모가지를 돌려앉히고 올 줄 알았지요."
"그자가 아직도 십년 운수가 남아 있는 것을 억지로 어떻게 하나." - P295

그 늙은 중을 함흥 양주팔이로 알아볼 사람이 없고, 또 동소문 안 갖바치로 알아볼 사람이 드물다 하더라도 출가한 이후에 만나본 사람들이 병해대사로 알아보기는 쉽지마는 꺽정이는 떠꺼머리가 상투 된 것보다도 수염이 얼굴을 딴판으로 변하게 하여 십여년 전쯤 만난 사람들은 선뜻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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