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여행에서 팔 하나를 잃었다. 왼팔이었다. - P8

케빈은 진흙을 잠시 바라보다가 내 얼굴을 보았다. "당신이 얼마 동안 없어졌는지 알아?"
"몇 분 정도 길지 않았지."
"몇 초였어. 당신이 사라졌다가 나타나서 내 이름을 부를 때까지 기껏해야 십 초에서 십오 초밖에 흐르지 않았어."
"아니, 아니야......."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 모든게 몇 초 만에 일어날 순 없어." - P21

첫 번째 여행은 아이가 안전해지자마자 끝났다. 딱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시점에서 끝난 것이다.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나는 그런 행운이 언제나 따르지는 않으리라는 점을 깨달았다. - P29

아이에게 다 들어야 했다. 내가 이곳에 발이 묶인 신세라면, 가능한 모든 것을 알아내야 했다. 나를 쏠 수도 있는 남자의 집에 머무는 것은 위험했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밖을 헤매는 건더 위험했다. - P31

"강에서 말이야. 물속을 걷고 있었는데 구멍이 있었어. 나는 구멍으로 떨어졌고, 바닥을 찾을 수 없었어. 당신이 방 안에 있는 모습을 봤어. 방이 일부 보였는데, 사방이 책이었어. 아빠 서재보다 더 많았어. 당신이 남자처럼 바지를 입었고...... 응, 지금도 그러네. 나는 당신이 남자인 줄 알았어." - P33

사실상 나의 여행은 거리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가로지른다는 뜻이다. 또 한 가지 사실. 내여행의 중심은 그 아이였다. 어쩌면 여행의 이유일지도. - P37

루퍼스는 감당하기 힘든 곤경에 빠지면 나를 끌어당기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했는지는 몰랐다. 본인은 자기가 그렇게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모양이었다. - P41

나는 루퍼스의 말을 믿었다. 정말로 믿었다.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내가 시간을 가로질러 여행했다는 사실은 진작에 받아들였다. - P43

루퍼스에게는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했다. 내가 살려면, 다른 사람들이 살려면 이 아이가 살아야 했다. 감히 시간 패러독스를 시험해볼 수는 없었다. - P47

"여동생은 사내놈같이 입었군!" 남자의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다. "도망자 동생이라. 네년 값은 얼마나 되려나."
나는 공포에 빠졌다. - P71

나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나를 저주했다. 기회는 사라졌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나의 결벽은 다른 시대에 속한 것이었건만, 그시대의 예민함을 버리지 못했다. - P73

"난 감히 당신 말을 믿지 않는다는 식으로 행동할 수 없어. 어쨌든 당신이 여기서 사라질 때는 어딘가로 가겠지. 그곳이 당신이 생각하는 곳이라면, 그러니까 전쟁 전의 남부라면 우리는 그곳에 가 있는 동안 당신을 지킬 방법을 찾아야 해." - P82

"그럼・・・・・・ 루퍼스가 느끼는 죽음의 공포가 나를 불러가고, 내가 느끼는 죽음의 공포는 나를 집으로 데려온다는 거네."
"그런 것 같아." - P89

다시 가게 되면 루퍼스의 시대에 더 오래 갇힐까 봐 겁이 났다. 첫 번째 여행은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고, 두 번째 여행에는 몇 시간이 걸렸다. 다음에는 얼마나 있게 될까? 며칠? - P104

"검둥이는 백인과 결혼할 수 없어!" 루퍼스가 말했다.
나는 얼른 케빈의 팔에 손을 얹고 그가 하려던 말을 막았다. - P109

우리에게 일어난 일 자체가 말이 안 돼. 하지만 난 사실 그대로 말하고 있어. 우리는 미래의 시공간에서 왔어.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오는지는 나도 몰라. 오고 싶지도 않아. 우리는 이곳에 속해 있지 않으니까. - P112

세라의 눈동자에 깃든 표정은 어느새 슬픔에서 분노로 바뀌어 있었다. 조용하지만 무서운 분노였다. 남편이 죽고, 자식 셋이 팔려가고, 넷째에게는 장애가 있는데 그녀는 그 장애를 두고 신에게 감사해야 했다. - P140

"루퍼스를 가르칠 때 내가 최대한 돕게 해줘. 루퍼스가 자기 아버지의 복사판으로 자라지 않게 하려면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나 알아보자. " - P150

"그 여자가 얼마나 도덕적인지 알고 싶어?"
케빈의 말투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무슨 뜻이야?"
"그 여자가 날 조금만 더 열심히 쫓아다닌다면 우리 둘이 그 여자가 읽는 성경책 한 장면을 찍을 판이야. 보디발의 아내와 요셉의 장면‘으로." - P157

루퍼스는 진지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난 계속 당신이 집으로 가버릴 거라는 생각을 해. 어느 날 누군가가 와서 당신과 케빈이 사라졌다고 말하겠지. 당신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여기에 있다가 다치는 일도 바라지 않아." - P167

시간이 흘러갔다. 케빈과 나는 점점 더 이 집의 식구가 되어갔다. 친근해졌고, 서로를 받아들였다. 그런 생각을 하면 또 마음이 심란해졌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환경에 순응하는가. - P182

"수월함 말이야. 우리나, 아이들이나.... 노예제도를 받아들이도록 훈련시키기가 얼마나 수월한지 전에는 몰랐어." - P191

와일린은 나를 조금 더 끌고 가더니 세게 밀쳤다.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졌다. 나는 채찍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보지 못했고, 첫 번째 타격이 오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채찍은 떨어졌고, 달군 쇠처럼 내 등을 내리쳤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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