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인정하기 싫어도, 관계의 끝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그 모습은 이미 저만치서 해가 떠서 사물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그 형체를 드러내는데,
때로는 진짜로 너무 어려서, 때로는 인정하기 싫어서 어리광부리는 마음으로, 눈가리고 아웅한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리지도 않고(정말?) 어리광부리기에는 그닥 귀엽지도 않으니. 
저어기 드러나기 시작하는 관계의 바닥을 응시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세네카같은 사람은 그러한 절망도 미리미리 예상해둔다면 막상 그 상황이 닥칠 때를 대비할 수 있겠다고 했다.
(그러니 죽음에 그렇게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처했지만 존경스럽지 않다. 이 사상으로 똘똘 뭉쳐 가르쳤던 네로황제가 제 스승에게 명령한 죽음이었거든. 이 사상이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네로황제가 초기에 다 숙청해버린건 이 사상의 영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를 선생으로 둔 불행한 이여,,) 
관계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끝나기 전까지 미리미리 준비를 해둔다면 이별통보의 상황을 의연히 견딜 수 있을까-
미리미리 울어두고, 미리미리 추억을 정리해두고, 미리미리 나락에 떨어져본다면.
난 그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과연 멋지고 쿨하게 참아낼 수 있을까. 
아 그런 상황은 오지 않을거야. 라며 평소처럼 무조건적인 낙관을 백치처럼 들먹이고 싶은 욕구. 

진짜로 절망했을 때 난 술을 마실 수가 없다.
술을 마시면 우울과 좌절 속에서도 언뜻 판도라가 상자에 실수로 남겨둔 헛된 희망이 보이는데, 난 그게 견딜 수 없다.
낯선이들의 위로는 독이지만, 미치도록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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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까지 내가 좀 요리를 잘하는 줄 알았다. 

뭐, 먹을만은 했으니까 (이럼 동생들이 들고일어날까) 잘하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냥 그럭저럭인줄 알았으나.. 

어제부터 왠지 부침개가 계속 먹고싶어서 집에 오는 길에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놨다. 

'엄마우리김치부침개해먹자' 

그러나 매일 나가놀던 애가 일주일내내 집에 바로바로 기어들어오는게 드디어 지겨워지셨는지, 무참히 씹는다! 

집에오니 역시나 야옹이만이 날 반겨주고,

혼자서라도 해먹어야지, 왜냐면 나는 요리를 잘하는데다가 김치부침개는 2번이나 만들어봤으니까- !!

뭐,, 꽁꽁 얼린 오징어(엄마가 토막내놓은)를 녹이기 귀찮아서 덩어리째 반죽안에 넣었을 때까진 괜찮았다.  괜찮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쁘지 않았는데, 왜냠 반죽속에서 의외로 빨리 녹아서 금방 흩어지던데;;; 

근데.... 대충 반죽 휘저을 땐 괜찮았던 거 같은데.. 후라이팬에 올리자 반죽이 보글보글보글보글...... 끓는다 ㅜㅜ;;;; 

물이 너무 많아서라고 생각하고 부침가루를 좀 더 넣고, 싱거워질까봐 김치 좀 더 잘라넣고, 오징어는 계속해서 뿔고,
반죽은 우리 온가족이 모여 앉아 먹어도 삼일밤낮을 먹을만큼 많아졌다! 

게다가.. 끈덕진 반죽은 조각조각 나서 오징어따로, 김치따로, 부침가루따로 난장판.   

요기 인증샷-

(이건 세번째 작품이라 그나마 많이 나은거다)

옆에 다 흘리고 난리났음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맛있어보일 수도 있는데 진짜로 맛은 좀 있다. 나도 좀 놀랐는데;
아니, 이리 망해도 이렇게나 망할까!!!라며 좌절했는데 맛은 있어서 신기했다 :) 호호호
 

* 맛있는 부침개 만드는 방법 

크고 넙적한 그릇에 부침가루를 붓는다. 주의할 점은 대충 부어야한다. 물도 알맞게 대충 붓는다. 김치도 '색깔 봐가면서' 적당히 넣는다. 얼린 오징어(토막낸 조각들이 뭉쳐있어야함)를 넣는다. 녹으면서 물이 생겨서 후라이팬에 바로 넣으면 끓을지도 모르니까 부침가루를 좀 더 넣는다. 싱거우니 김치를 더 넣는다. 굽는다. 명심할 점은 뒤집을 때 조각조각 나야한다. 끈적끈적해서 뒤집개에 덕지덕지 붙으면 금상첨화 ^-^b  

* 생각해보니 과거에 2번 만들어봤던 경험은 내가 만든게 아니라 그냥 누가 만들 때 옆에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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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09-04-16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근 3개월간 본 짤방중에서 최고였어요. 요 짤방의 포인트는 세 부분으로 나뉜 부침개의 기하학적 모양에 있는 게 아니라 (저랑 부침개에 대한 미학적 관점이 매우 다르시군요!) 가공할 면적을 가진 오징어의 크기라고 봅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조언드리자면, 더욱 모이스춰한 반죽과 세밀한 커팅이 필요하겠군요.

Forgettable. 2009-04-17 09:15   좋아요 0 | URL
영광이에요, 유러머스한 말미잘님의 인정이라니! (__)
근데 더욱 모이스춰한 반죽이라니!! 물이 너무 많아서 떡이 된 저 반죽이 진정 안보이십니까ㅠㅠ 아침에 엄마한테 혼났어요, 무슨 물을 이렇게 많이 부었냐고 ㅋㅋㅋ 더욱 모이스춰해지면 김치부침국이될걸요;
그러나 오징어 충고는 대단히 감사합니다. 오징어를 이로 쪼개서 먹으면서도 전 그 문제점을 간파하고 있지 못했었어요. ㅋㅋ 사진보니까 진짜 대단하군요! ㅋㅋ

꿈꾸는섬 2009-04-16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양과 상관없이 먹고 싶어요. 다음엔 잘 하실 수 있을거에요.ㅎㅎ

Forgettable. 2009-04-17 09:17   좋아요 0 | URL
네, 요리는 하면 할수록 느니까요! ㅋㅋ 근데 제 떡볶이는 왜 매번 랜덤인지 모르겠어요. 하아..

아침에 엄마가 업그레이드한 반죽으로 하나 부쳐줬는데.. 이제 절대 부침개갖고 어쩌네저쩌네 투정안하기로 했어요! ㅋㅋ

[해이] 2009-04-17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오징어넣은 부친개를 먹었었는데 ㅋ

Forgettable. 2009-04-17 09:20   좋아요 0 | URL
앗, 역시 습한 날엔 밀가루가 땡기나봐요- ㅋㅋ
직접 해서 드셔보면 얼마나.. 멀쩡한 부침개가 감사한 것인지 새로 알게 되실거에요 ㅋㅋㅋ

paintsilence 2009-04-17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침이 생각보다 어려운 것같아요. 그래서 저는 절대 안해요. ^^
사진은 정말 맛있어보이는데....

Forgettable. 2009-04-17 09:22   좋아요 0 | URL
네, 진짜 맛있었어요. 정말 의외지만 ㅋㅋㅋ
외국에 있을 때 간편하게(?) 재료를 구해서 만들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과정이;;
멀쩡한 부침개를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부침가루와 김치를 버려야 할까요 ㅠㅠ
 

요즘은 책을 읽는다고 읽는 편인데, 리뷰보다는 잡담만 끼적이게 된다.
뭐랄까, 깊이 있게 생각하질 못하고 단순하게 그냥 표면만 대강 훑으며 살고 있는 것 같다. 뭔가 쏟아내고 싶기는 한데 그닥 안에 차 있는 게 없어서 괜시리 꾸질꾸질한 기분. 

아마 일주일 전이었나,
꽤나 단호하게 이번 달에는 책을 사지 않겠어! 라고 말했던 것 같다.
월요일 부터는 누군가의 초비웃음을 사면서 당당히 가계부를 작성하기 시작했으나..  

 

 

 

 

 

  

 

   

 

 

 

 

 

  

 

무슨 삼일 연속으로 신들린 것처럼 계속해서 산다.  
이 외에도 화장품이며 선물이며 등등을 사서 간신히 골드등급으로 내려온 거 플래티넘 어게인. 
나 아무래도 쇼핑중독일까...  

가장 기대되는건 뭐니뭐니해도 [나는 누구인가]이다. 철학입문서라는 소개와는 달리 정말 작가의 기량이 놀라울 따름이다.
서점에서 몇 챕터 읽어봤는데, 엄청 흥미롭다!
독일어 배우기에는 실패했지만 난 역시 독일인의 성정이랑 잘 맞는 것 같다-
어제 브라운 신부 전집 2 [지혜]에서 발견한 독일인들의 캐릭터는 있다가 집에가서 적어두어야지. ㅎㅎ

   
  허쉬 박사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윤택한 프랑스식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기질적으로는 프랑스인과는 달리 온화하고, 몽상을 즐기는 매우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또한 무신론적인 체계를 신봉하면서도 약간은 초월주의자 같은 면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그는 프랑스인이라기보다는 독일인에 더 가까웠다.   
 

허쉬 박사의 결투 中

커트 보네거트는 왠지, 잘 모르는데 요새 자꾸 눈에 들어온다.
책 테스트에서 등장하기 전에도 이벤트에서 [나라 없는 사람]노트를 [콧수염]작가로 착각해서 받기도 했다.
어쨌든 약간 궁금해서 구입- 

브라운 신부 전집은 정말 매혹적이다.
한권씩 사는 묘미가 있는 듯.

  
어제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생각해봤는데,
나 정말 노는 거 좋아하는 것 같다. 하루종일 집에만 있으면서 쌓아둔 책도 읽고 TV랑 영화만 보면 어떨까.. 

 

 

 

 

 

 

  

- 어제 본 책들

아니, 난 로마인이야기 베스트셀러에도 오르고 그래서.. 이렇게 딱딱할 줄 몰랐다.
그냥 [ROME]을 보기 전 배경지식에 참고하려고 6권까지 질러놨는데 1권을 지금 몇달째 깨작깨작 읽고 있다.
그래서 '롬'도 못보고 있다. 엉엉
이런 드라마는 정말 예의를 갖춰서 봐줘야 하는건데!! 

나머지 두권을 휴일을 휴일답게 만들어준 매력적인 작가들의 작품- 헤헤  

간만에 원서도 보자 해서 마르케스의 단편집도 집어들었는데 나..... 영어.... 이제 좀 못하는 것 같다..........;;
점점 잃는 것 같다. 엉엉

한동안 무지 뜸하다가 요즘 즐찾이 한명씩 는다. 하하하하호호호호레레레레 
숫자는 논리이며 이성의 작용입니다 - 넘버스 中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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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5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16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ty 2009-04-16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에 지다는 정말정말정말 강추하는 작품입니다.
저거 읽다가 전철에서 꺼이꺼이 울어서 정줄 놓은 여자 취급을 받은 적이 있어요 ㅠ_ㅠ

Forgettable. 2009-04-16 09:09   좋아요 0 | URL
사실 어디선가 그 책에 대한 키티님 댓글 보고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거 같아요 ㅋㅋ
지금쯤 벌써 비행기 타셨나요?!!!
잘 다녀오세요 ㅠㅠ 부럽다아아아ㅏㅏㅏㅏ~~

paintsilence 2009-04-16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의 초비웃음.... 공감 팍..... 그게 제 생활이라...ㅎㅎ

Forgettable. 2009-04-16 09:10   좋아요 0 | URL
으하하;; 솔직히 저도 좀 비웃음 살만한 것 같습니다.
지금 일주일 내내 쇼핑중이에요- 큰일 났음 ㅋㅋ
 

요즘들어 자조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중에 하나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다- 는 것이다.  

이 말을 할 때의 나는 꽤나 씁쓸해보이는데, 혹은 씁쓸해보이도록 노력하는데,
왜냐면 나는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걸 참 좋아한다. (그러고 보면 했다. 인가.)
근데 요새 보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워서 새로운 만남자체가 두려워진다. 

다시 말하자면,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하는 내 자신이 낯설달까..  

학교다닐때는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그렇게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몰랐었다.
지금은 어째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 실패다.  
툭툭 격없이 내뱉는 말에 상처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지.  

나와 한참 다자이 오사무와 하루키를 이야기하다가,
내 바로 앞에서 그녀의 환심을 사고 싶다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내가 한 이야기까지 자기의 생각인 양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어떤가..
 

웃자고 한 농담이라며 형편 없는 첫인상을 그대로 뱉어버리는 사람은? 

별거 아닌 이따위 사상처 받는 는? 

그렇다고 내가 그들에게 만나기 '좋은' 새로운 사람인가 하면 또 그게 자신이 없다. 
내가 사람을 걸러내는 기준이 편협해지는 만큼 나 역시 타인의 눈에 들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막강해진다. 

어떻게 보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싶은 것 같다. 
요샌 약간 쿨해져서 쿨해지고 싶어서 내게 올인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냥 나가떨어져도 그만이고, 마음 쏟는게 좀 힘들고 귀찮고, 그래도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는 사람은 만나고 싶고.
이거 참 나 무서운 사람 같다. 

아마 지금까지 실망시켰던 적이 많아서 더 이상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겠지.
허나 노력하면 할수록 더 실망을 살텐데.
난 또 그 사실을 아는데 어찌하나.. 
그래서 계속 거짓말하고 비밀은 쌓여간다.  

결국, 어쨌든 정말 무서운건
상처받는 것보다 내가 상처줄까봐, 쟤 좀 나랑 안맞아- 란 섣부른 판단의 대상이 될까봐, 그게 두려운것 같다. 

좀전에 친구에게 소심하다고 놀리며 '난 요즘 좀 쿨해.'라고 말했는데 이 페이퍼는 무슨 소심병 환자인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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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silence 2009-04-16 0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힘들어요, 관계라는게 제일. 상처도 젤 많고.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04-16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키티님 서재에서 글을 보고, 나도 여기저기 까페를 돌아다니며 탈퇴하고 정리하다가 이 강의록 발견.
문장이 참 거칠다- 그래도 내용을 기억할 수 있어서 좋다.
희미해졌던 기억이지만 한글자 한글자 읽을 수록 다음글자, 다음 문장이 생각나며 원래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진기한 경험. 

다시 공부하고 싶다. 주성치 닮은 우리 훈남 유선생님도 보고싶다. ㅠㅠ 

 

2007년 5월 9일 강의록

국어국문학과 임성희


지난주 프로토콜을 보며 대안학교가 공식적으로 인정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 의견들을 나누었다. 발표자는 개인적으로 대안학교를 지지한다며 발표를 마쳤다. 선생님께서는 대안학교가 생긴 이유는 공교육에 극단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대안으로 제시된 학교로써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모델은 아니라고 하셨다. 다음으로 우리는 사학에 대한 자료들을 보면서 해방 이후 사학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사실을 확인했다. 선생님께서는 그 당시에 학교를 세울 수 있었던 사람들이 과연 누구였는지 의문을 제시하셨다. 또한 사립학교의 재정 개요를 살펴봤는데, 과연 사립학교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정부보조금이 너무 많았다.

특수목적고 중에서 민족사관학교가 있는데 이 학교의 교육목적은 학생을 민족의 지도자로 육성하는 것이다. 민사고에서는 민족주체성을 기르기 위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효(孝)와 전통예절 교육을 실시하고, 전통문화를 계승하여 교육과정에 반영한다. 실제로 한복을 입고 공교육을 시행하는 학교보다 훨씬 한국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이 전통과 한국적이라는 것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는데 민사고의 수업에서는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각이나 생활방식이 서구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한 학우는 민사고와 한국전통은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선생님께서는 전통문화를 살리는 것은 좋지만 이제 와서 민족주의는 약간 문제가 있다고 하셨다. 이름만 해석하자면 민족사관고등학교는 민족주의를 주창하는 병력을 기르겠다는 뜻이 된다. ‘사관’이라는 용어가 군대에서 쓰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민족의 사표가 되시는 표상인물로서는 이순신 장군과 정약용 선생이 있다. 이순신 장군은 민족을 수호했고 정약용 선생 역시 실학을 통해 백성을 잘 살게 하고자 했다. 이들은 백성을 잘 살게 하는 것이 임금을 섬기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정약용 선생은 한국 실학의 대표자로 실사구시를 주창했는데 이 사상은 전통에서 벗어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와 연관 지어서 민족 사관학교 역시 영어를 통해 세계 선진 기술 문명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전통교육이 주체가 아닌 세계 선진 기술 문명을 한국화 하는 것이 핵심목표다. 하지만 이는 ‘민족사관’과 잘 매치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경쟁력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효(孝)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21세기의 패러다임은 서구문명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전통에서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충(忠)을 살펴보자. 옛날에는 왕이 공동체의 중심이었다. 충은 공동체를 한 마음으로 모으는 것이다. 이를 현대의 회사 안에서 찾아보자. 회사 자체의 경영이 회사원에게 돌아가야 한다. 한 방법으로 주식이 있다. 그래야 구성원이 자기 회사라고 느끼며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이것이 충의 현대판 해석이다.  

그렇다면 효는 어떻게 적용시켜야 하는가. 농경문화에서는 경험이 지식이었고 부모에게 불복종하는 것은 당장 농사에서 손해를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자식이 더 똑똑하다. 입신양명을 하는 것이 효일 수 있다는 의견과 적어도 부모님은 삶의 지혜를 갖고 계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결혼의 예를 드시며 결혼이 집안과 집안의 만남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하셨다. 이는 경제적으로 자식이 부모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부모자식간의 긴밀한 관계는 점차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되면서 멀어질 것이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 지원할 여유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자식은 점차 각자 개인이 될 것이고 더 이상 긴밀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효(孝)란? 김미옥 학우는 부모자식의 관계는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로 서로 나누고 배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선생님께서는 전통 중에서 사라져서 아쉬운 것은 세계적으로 볼 때 사랑이라고 하셨다. 그 중에서도 사랑의 마지막 보루는 부모자식간의 관계다. 각박해지는 사회에도 불구하고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효를 사랑의 개념으로 바꾸면 미래에서도 중요해질 수 있다. 오히려 부부관계는 합리적이고 이해 타산적이다. 부부는 얼마든지 헤어질 수 있다. 부모가 우리를 사랑하듯 우리도 부모를 사랑해드리는 것이 효다. 전통개념은 미래에서 충분히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개념이다.

다시 교육평준화 문제로 돌아와서 김미옥 학우는 평준화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문제가 많기 때문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고교 등급제 문제에 있어서 선생님께서는 국공립학교는 평준화를 하되 사립학교는 서열화를 하는 것이 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국가 재정비 중에서 교육비는 4%이하이다. 이렇게 적은 돈으로 사립학교까지 지원하려니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이제 FTA의 영향으로 학교가 시장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다워야 한다. 지금의 사립학교는 사립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사립학교의 재정화가 꼭 필요하다. 그래서 사학법은 꼭 필요하다.

지금 한국에는 민중이 기댈 수 있는 지도자가 없다. 지도자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학교(특히 대학교)를 통해 그 가능성이 열린다. 세계의 명문대에는 있는 나름의 지도자관이 우리도 필요하다. 한국은 대학 교육과정이 기본(80%이상)이다. 효용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오히려 장점이 있다. 미래학자 폴 케네디는 한국의 교육수준이 경제발전 제 1의 원인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심각한 문제는 한국의 엘리트에 대한 불신으로 엘리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회주의자들이 나라를 잡고 있다. 대선 때마다 당이 해체되고 다시 생긴다.

모든 사립학교가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사립고는 큰 문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사립학교가 좋냐, 좋지 않으냐는 이사장에 달려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다. 학교의 민주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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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4-10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방후 급격히 늘어난 사학에 대한 각주:
해방 이후 교육에 대한 국민적 욕구는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당시의 빈약한 국가재정으로는 그 욕구를 충족시킬 만큼 새로 학교를 세우기가 어려웠다. 남은 방법은 민간자본을 학교에 대거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순수하게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사재를 아낌없이 내놓을 사람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 이승만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사립학교 재단을 설립하여 자기 토지를 재단의 재산으로 등록하면 그 토지는 토지개혁의 대상에서 제외해준다'는 유인책이었다. 이 유인책은 대단한 효과를 발휘했다. 토지개혁으로 재산을 잃을까 걱정하던 대지주들이 너도 나도 '이게 길이다'싶어 사립학교를 세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지주가 많았던 평야지대에 사립학교가 많이 세워졌다. -garino7님의 블로그(김진경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