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자조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중에 하나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다- 는 것이다.
이 말을 할 때의 나는 꽤나 씁쓸해보이는데, 혹은 씁쓸해보이도록 노력하는데,
왜냐면 나는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걸 참 좋아한다. (그러고 보면 했다. 인가.)
근데 요새 보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워서 새로운 만남자체가 두려워진다.
다시 말하자면,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하는 내 자신이 낯설달까..
학교다닐때는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그렇게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몰랐었다.
지금은 어째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 실패다.
툭툭 격없이 내뱉는 말에 상처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지.
나와 한참 다자이 오사무와 하루키를 이야기하다가,
내 바로 앞에서 그녀의 환심을 사고 싶다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내가 한 이야기까지 자기의 생각인 양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어떤가..
웃자고 한 농담이라며 형편 없는 첫인상을 그대로 뱉어버리는 사람은?
별거 아닌 이따위 사사건건에 상처 받는 나는?
그렇다고 내가 그들에게 만나기 '좋은' 새로운 사람인가 하면 또 그게 자신이 없다.
내가 사람을 걸러내는 기준이 편협해지는 만큼 나 역시 타인의 눈에 들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막강해진다.
어떻게 보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싶은 것 같다.
요샌 약간 쿨해져서 쿨해지고 싶어서 내게 올인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냥 나가떨어져도 그만이고, 마음 쏟는게 좀 힘들고 귀찮고, 그래도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는 사람은 만나고 싶고.
이거 참 나 무서운 사람 같다.
아마 지금까지 실망시켰던 적이 많아서 더 이상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겠지.
허나 노력하면 할수록 더 실망을 살텐데.
난 또 그 사실을 아는데 어찌하나..
그래서 계속 거짓말하고 비밀은 쌓여간다.
결국, 어쨌든 정말 무서운건
상처받는 것보다 내가 상처줄까봐, 쟤 좀 나랑 안맞아- 란 섣부른 판단의 대상이 될까봐, 그게 두려운것 같다.
좀전에 친구에게 소심하다고 놀리며 '난 요즘 좀 쿨해.'라고 말했는데 이 페이퍼는 무슨 소심병 환자인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