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님 서재에서 글을 보고, 나도 여기저기 까페를 돌아다니며 탈퇴하고 정리하다가 이 강의록 발견.
문장이 참 거칠다- 그래도 내용을 기억할 수 있어서 좋다.
희미해졌던 기억이지만 한글자 한글자 읽을 수록 다음글자, 다음 문장이 생각나며 원래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진기한 경험.
다시 공부하고 싶다. 주성치 닮은 우리 훈남 유선생님도 보고싶다. ㅠㅠ
2007년 5월 9일 강의록
국어국문학과 임성희
지난주 프로토콜을 보며 대안학교가 공식적으로 인정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 의견들을 나누었다. 발표자는 개인적으로 대안학교를 지지한다며 발표를 마쳤다. 선생님께서는 대안학교가 생긴 이유는 공교육에 극단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대안으로 제시된 학교로써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모델은 아니라고 하셨다. 다음으로 우리는 사학에 대한 자료들을 보면서 해방 이후 사학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사실을 확인했다. 선생님께서는 그 당시에 학교를 세울 수 있었던 사람들이 과연 누구였는지 의문을 제시하셨다. 또한 사립학교의 재정 개요를 살펴봤는데, 과연 사립학교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정부보조금이 너무 많았다.
특수목적고 중에서 민족사관학교가 있는데 이 학교의 교육목적은 학생을 민족의 지도자로 육성하는 것이다. 민사고에서는 민족주체성을 기르기 위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효(孝)와 전통예절 교육을 실시하고, 전통문화를 계승하여 교육과정에 반영한다. 실제로 한복을 입고 공교육을 시행하는 학교보다 훨씬 한국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이 전통과 한국적이라는 것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는데 민사고의 수업에서는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각이나 생활방식이 서구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한 학우는 민사고와 한국전통은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선생님께서는 전통문화를 살리는 것은 좋지만 이제 와서 민족주의는 약간 문제가 있다고 하셨다. 이름만 해석하자면 민족사관고등학교는 민족주의를 주창하는 병력을 기르겠다는 뜻이 된다. ‘사관’이라는 용어가 군대에서 쓰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민족의 사표가 되시는 표상인물로서는 이순신 장군과 정약용 선생이 있다. 이순신 장군은 민족을 수호했고 정약용 선생 역시 실학을 통해 백성을 잘 살게 하고자 했다. 이들은 백성을 잘 살게 하는 것이 임금을 섬기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정약용 선생은 한국 실학의 대표자로 실사구시를 주창했는데 이 사상은 전통에서 벗어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와 연관 지어서 민족 사관학교 역시 영어를 통해 세계 선진 기술 문명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전통교육이 주체가 아닌 세계 선진 기술 문명을 한국화 하는 것이 핵심목표다. 하지만 이는 ‘민족사관’과 잘 매치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경쟁력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효(孝)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21세기의 패러다임은 서구문명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전통에서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충(忠)을 살펴보자. 옛날에는 왕이 공동체의 중심이었다. 충은 공동체를 한 마음으로 모으는 것이다. 이를 현대의 회사 안에서 찾아보자. 회사 자체의 경영이 회사원에게 돌아가야 한다. 한 방법으로 주식이 있다. 그래야 구성원이 자기 회사라고 느끼며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이것이 충의 현대판 해석이다.
그렇다면 효는 어떻게 적용시켜야 하는가. 농경문화에서는 경험이 지식이었고 부모에게 불복종하는 것은 당장 농사에서 손해를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자식이 더 똑똑하다. 입신양명을 하는 것이 효일 수 있다는 의견과 적어도 부모님은 삶의 지혜를 갖고 계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결혼의 예를 드시며 결혼이 집안과 집안의 만남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하셨다. 이는 경제적으로 자식이 부모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부모자식간의 긴밀한 관계는 점차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되면서 멀어질 것이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 지원할 여유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자식은 점차 각자 개인이 될 것이고 더 이상 긴밀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효(孝)란? 김미옥 학우는 부모자식의 관계는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로 서로 나누고 배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선생님께서는 전통 중에서 사라져서 아쉬운 것은 세계적으로 볼 때 사랑이라고 하셨다. 그 중에서도 사랑의 마지막 보루는 부모자식간의 관계다. 각박해지는 사회에도 불구하고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효를 사랑의 개념으로 바꾸면 미래에서도 중요해질 수 있다. 오히려 부부관계는 합리적이고 이해 타산적이다. 부부는 얼마든지 헤어질 수 있다. 부모가 우리를 사랑하듯 우리도 부모를 사랑해드리는 것이 효다. 전통개념은 미래에서 충분히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개념이다.
다시 교육평준화 문제로 돌아와서 김미옥 학우는 평준화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문제가 많기 때문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고교 등급제 문제에 있어서 선생님께서는 국공립학교는 평준화를 하되 사립학교는 서열화를 하는 것이 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국가 재정비 중에서 교육비는 4%이하이다. 이렇게 적은 돈으로 사립학교까지 지원하려니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이제 FTA의 영향으로 학교가 시장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다워야 한다. 지금의 사립학교는 사립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사립학교의 재정화가 꼭 필요하다. 그래서 사학법은 꼭 필요하다.
지금 한국에는 민중이 기댈 수 있는 지도자가 없다. 지도자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학교(특히 대학교)를 통해 그 가능성이 열린다. 세계의 명문대에는 있는 나름의 지도자관이 우리도 필요하다. 한국은 대학 교육과정이 기본(80%이상)이다. 효용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오히려 장점이 있다. 미래학자 폴 케네디는 한국의 교육수준이 경제발전 제 1의 원인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심각한 문제는 한국의 엘리트에 대한 불신으로 엘리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회주의자들이 나라를 잡고 있다. 대선 때마다 당이 해체되고 다시 생긴다.
모든 사립학교가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사립고는 큰 문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사립학교가 좋냐, 좋지 않으냐는 이사장에 달려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다. 학교의 민주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