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고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르 클레지오의 소설을 읽으면서, 지루하고, 묘사 투성이에, 프랑스 특유의 멋부림이 들어있는 것 같아서 내스타일이 아니라고 단정지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책이 르 클레지오의 책이 맞았는지 싶기도 하고 가물가물이다.  

'추억에 질식사하겠다' 

라는 구절이 있는 책이었는데 이 구절을 빼고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제목도,작가도, 내용도- 뭔가 항해를 했었는데... 

지금은 좀 지겨워져서 안가지만 한때 자주가던 블로그주인이 헤세와 마르케스의 팬이어서 책 스타일좀 비슷한가 했는데 그분이 르 클레지오의 광팬이어서 궁금해서 [황금물고기]를 고르게 됐다. 내가 기억하던 그 '르 클레지오'가 아니길 바라며- 

책을 처음 펴들었을 때의 느낌은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중반부에는 황석영의 [바리데기] 정도였다. 문장도 아름답고 심장떨리는 구절들이 많아서 내가 생각했던 책이 르 클레지오의 책이 아니었나봐- 라고 생각했으나, 중반부부터 힘이 급속도로 떨어져간다. 난 다시 생각한다. 역시 르 클레지오의 책이었군. 

* 라일라는 도대체 얼마나 아름답길래 모든 남자들의 욕망이 되는걸까? 

그녀는 모든 남자들의 욕망의 대상이다. 강간 한번, 강간미수 몇번, 성추행 및 성희롱 일주일에 한번꼴 -_- [아름답다]라는 영화의 주인공의 모티브가 그녀였을까, 아니면 뿌리없는 흑인에게 인격을 부여하지 않던 그 당시의 문화였을까. 맹목적으로 그녀만 보면 달겨드는 남정네들을 보며 난 이렇게 마초같은 소설이 있나 싶었다. 

* 방랑 

언제 한 번 그녀가 주체적이었던 적이 있을까.
항상 누군가에게 끌려서, 혹은 누군가가 떠나야 하니까, 아니면 도망치듯 이리저리 떠돈다. 그렇게 떠밀리듯 살다가 결국 아주 나중에서야 고향이라고 하는데를 찾아서 엄마같은 할머니를 만나며 평화를 찾는다고 한다. 
뭐 주인공을 위한 주인공 캐릭터라고 해야 하나.

현대인들이 모두 이런 삶을 살고 있다고 해서, 이런 비참한 삶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풀어놨다고 해서,
이 작품이 훌륭하여 노벨상까지 받았다면
난 반댈세. 

난 보통 노벨상 받은 작가들에게 어느 정도의 신뢰를 느끼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다. 

비참한 삶은 있는 그대로 비참하게, 혹은 그 나름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게 예술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비참한 삶을 있는대로 비꼬아서 더욱 더더더더 비참하게, 혹은 왜곡된 미로 비틀어버리는 것은 예술가의 실수라고 생각한다.  

이 사람은 작가의 권한으로 라일라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는데까지 망가뜨려놓고 또 그걸 아름답게 한껏 포장할려고 애를 쓴다.
진실된 눈을 가장한 허풍이고, 가식이다.
어느 누구든 라일라의 성정을 가진 이에게 실제로 라일라의 인생을 살아보라고 해 보아라. 그녀는 그 삶을 견디기엔 너무 나약했고, 난 성장기가 아니라 한 인생의 체념기를 읽는 듯 했다. 잔인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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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4-13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씨의 말에 따르면 황금은 단단하지 않다고 합니다.
따라서 제목하나는 기가막히게 잘 지은 것이죠-

이상 순도 백프로 황금으로 된 장신구를 접해보지 못한 빈민의 오류 정정이었습니다.

위에서 뭔가 항해를 하는 소설은 [우연]이다.
우연히 서점탐험하다가 발견, 엄청 궁금해했었는데 발견해서 다행이다ㅋㅋㅋ
그러고보면 이사람 밀항에 로망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