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아빠랑 정말 핏대세우면서 정치적 싸움 토론을 했었다.
한 서너번의 저녁을 보내며 정치를 넘어서선 인신공격까지 하다가 서로를 초토화시키며 얻은 결론은,
내가 변할 수 없는 것처럼 아빠도 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빠도 나보다 훨씬 많이 살았으니, 이걸 아셨겠지.
그래서 우린 그 이후로 절대 네버 서로에게 정치의 p자 얘기도 하지 않는다. 

어제는 퇴근길에, 연습장에서 골프치고 있다는 엄마를 억지로 불러내서 함께 투표를 하러 갔다.
명색이 고딩학생 엄마면서 투표안하는게 말이 되냐고 했더니,
투표율도 그렇게 낮은데 뭐하러 투표하는지 모르겠단다, 애들 학교까지 놀리면서- 인력낭비라고. 
그러면서 잠깐 후보 얘기를 했는데 교수 부인인 누구네 엄마가 4번찍으라고 했단다. 
2번은 전교조이고, 일제고사를 보면 선생님들이 더 열심히 가르칠 것이고 어쩌고.. 

 
아주 유명하지만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어느 철학자는 인간이 대자존재- 자신을 결정적으로 근거지을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단다. 시선을 좀 넓혀 보면 나의 욕망이 타자의 욕망이란 말도 있고, 뭐 자유따위는 없다 어쩌고.  

지금까지 난 민주주의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 뭐 이를테면 각 개개인의 자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어제 선거를 하며, 

(사실 어제 투표는 일생일대 첫 국가적 객관적 (???)투표였다.
 학생회장 선거도 해봤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디까지나 이건 아는 사람 도와주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으니,,
 이제 정치라면 그냥 너무 회의적인 느낌이다. 라서 투표를 하지 않은건 아니고 절묘하게 나이가 되지 않았거나, 요상하게 매번 외국에 가있었거나 그래서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 

과연 이 행동에 자유의지라는게 개입이 되긴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든다. 

누가 몇번 찍으래- 라던 엄마를 무시할 수 없었던 건 나역시 누가 몇번 찍으래- 의 영향을 받고 후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동생을 비롯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지인들이 씹는 MB를, 타도하는 입장에 서 있는 후보라는 영향이 더 컸던 것 같기도 하다. 

진정한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필요없는 건 괄호를 쳐서 일단 배제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의사들이 인체를 사물로 대할 수 있는 능력같은것.
그러나 어떻게 나처럼 나약한 인간이 사회적, 자연적 인과성을 배제하고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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