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면 이사를 가기 때문에 슬슬 짐정리를 하고 있다. 내가 아니라 엄마가;; 
예전에 내가 호주에 있을 때 이사를 덜컥 해버렸다고 내가 징징댄 적이 있었는데 지금으로선 그 때 홀랑 이사 해버린게 감사할 뿐. 이사는 엄청난 스트레스다. 특히나 나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더 스트레스..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책.. 은 아니다. 나는 책을 구매하기 시작한지 1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부담스럽지 않다.
하나는 '피아노'인데, 치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이사 때마다 팔자는 여론이 무성하다. 지금은 베란다에 처박혀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상태. 이번에는 강력하게 주장해서 방에 놓기로 했다. 돈이 많이 들더라도 제대로 조율하고 닦고 보듬어서 이제 애지중지 해줄테다. 다시 한 번 모짜르트를 치는 그 날을 위해 건배- (오늘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만)

또 하나는 편지다.
이것이야말로 애물단지인데 버릴 수도 없고 갖고갈 수도 없다. 그래서 라면박스에 들어있는 쪽지까지 하나 하나 다 읽어보며 선별해서 조금 더 작은 상자에 담았다.
- 예전 남친에게 받은 앨범... 그의 어렸을 적 사진이 가득 들어있는데, 돌려준 줄 알았는데 안돌려줬나보다. 아 정말로 진심으로 돌려주고 싶다;;
- 유효기간이 한달 지난 만원짜리 문화상품권!!!!!!!!!!!!!!!!!!!!!!! 악 이거 사용 못한단다.. ㅠ_ㅠ
- 수많은 러브레터들... 뻥같지만 러브레터가 많다;;; 나도 놀랐음. 귀여운 것이 대부분, 마음이 아린 것도 몇장 있었다.
- 난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던가보다. ㅎㅎㅎ 중고딩 때 쓰는 편지가 다 그렇겠지만 온갖 질투와 우정, 사랑의 정점에 서 있더군. 다시 자존감을 회복해 보자규-
- 미친 중딩 일기장..... 얼굴이 정말 빨개져요. 으악!!
- 막내동생에게 쓴 편지와 답장. 이것이야말로 오늘 최고의 수확이다. ㅋㅋㅋ

 k야, 안녕? 나 큰누나야. 편지 받고 놀랐지? 난 k가 좋은데 넌 왜 나를 싫어해? 맨날 누나 혼나는 거 좋아서 다 이르잖아. 그치? 누나도 사정이 있을 수도 있는데 다 이르면 누나는 너가 누나를 싫어하는 줄 알고 누나도 너 싫어할 수도 있어.. 하!하! 컴퓨터게임 너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 나는 못하겠던데. 답장은 쓰고싶으면 서. 그럼 안녕..♡ 큰누나가. 
P.S 혼자봐야되!!!

to 성이. 누나 안녕?! 누나 누나가 나를 좋아하면 결혼도 나랑 결혼할거야? 내가 누나를 싫어하는게 아니라 누나가 잘못했잔아. 나는 누나처럼 공부를 잘하고 싶어. 또 답장써 누나 안녕! 혼자바! 안보면 죽어! 

 정리를 하다가 알았다. 내가 블로그를 하는 목적. 나는 글을 안 이후로 계속해서 편지와 쪽지를 써왔다. 습관처럼 편지와 쪽지를 쓰듯이 지금 블로그에다 주절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친구나 애인에게 편지를 쓰던 것을 못하게 되자 블로그에 쓴다. 일기랑은 조금 다른 것. 이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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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2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2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2 1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2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YLA 2009-11-12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내동생에게 편지쓴거 몇 살 때에요? 진짜 사랑스럽다...

Forgettable. 2009-11-12 09:59   좋아요 0 | URL
전 당연히 초딩때일 거라 생각했는데.......
나이를 계산해보니 중학생인 것 같습니다;;;;;; ㅠㅠ 악 부끄러워!!
동생이랑 8살 차이가 나거든요;; 동생이 사용한 문법 수준과 글씨를 봤을 때 적어도 7~8살 정도는 된 것 같은데.. 제가 중학생 때 저렇게 유치했다니!!! -_-

그래도 나름대로 당근과 채찍 기법을 사용한 게 보이지 않나요 ㅎㅎㅎ

조선인 2009-11-12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정말 귀여워요. 그리고... 저에게 편지를 써주는 사람이 있다니 무척 행복해집니다.

Forgettable. 2009-11-12 10:01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귀여워요;; 동생도 너무 귀여워져서 이젠 2pm같아진 동생에게 달려갔다가 왠지 슬퍼졌다능;;
제가 올리는 페이퍼는 조선인님께 보내는 편지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1-12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랑스런 뽀님 ㅎ 이만한 내공이 어려서부터 있기에 지금 이리 글을 맛나게 쓰는구려.
그 옛남친 앨범 꼭 돌려주십시요. 본인도 돌려받고 싶지 않으까요? ㅋㄷㅋㄷ
피아노! 전 어머니의 반대를 무릎쓰고 제가 중학교때 팔아버렸는데,(예능엔 무능하나 이재에 능한 휘 --;;)
아~~ 어머니가 피아노 나가는날 어찌나 우시던지. 요즘 늙으막에 다시 피아노가 치고 싶다는~~
뭐든지 버리지 않는데 성공하시기를 빕니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는 고사를 막 들이미십시요 ^^;;)
그럼 뽀 행복한 하루 보내고 이사도 잘하고 그래요~
(전 쓰는게 몽땅 다 잡담인데, 당신은 잡담은 따로 기표를 해야하는군.. 아 훌륭한 블러거 같으니라고~~)

Forgettable. 2009-11-12 10:13   좋아요 0 | URL
제가 한 번 돌려줄려고 시도는 했었어요. 기억을 더듬어보니 돌려주려고 했다가 거절당했던 것 같네요. 너 준거니까 가지라고;;;;; 아 지금 생각해도 미안한 사람- 연락이 끊겨서 돌려줄래야;
지금 침대를 포기하고 책장과 피아노를 지키려 협상중입니다. 이거야 원 울 부모님처럼 고집쟁이들께는 협상이 잘 안통해서 문제지만;;

저도 대부분 잡담인데 얼마 전 읽은 글에서; 인터넷에 올린 글에 대한 책임에 대한 걸 읽고 이제부턴 잡담이라고 미리경고를 하기로-_-;;

머큐리 2009-11-12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들여다보는 옛날 기록들은 정말 재미있지요...저는 모조리 없애버려서..그런 즐거움은 이젠 안녕입니다.
어렸을때 여친에게 받은 노트(거긴 시와 사진, 그 친구 프로필등이 형혀색색으로 씌여 있었지요)가 생각나요
그 친구 결혼한다길래 돌려 주었었는데...ㅎㅎ
그래도 책이 이사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니 다행입니다. 전 이사할 때마다 책때문에 눈총을 받아서 이사하기 싫어요
ㅠㅠ

Forgettable. 2009-11-12 10:16   좋아요 0 | URL
전 친했었는지도 몰랐던 친구들과 엄청 주고받은 편지를 보고 약간 놀랐어요. 의외의 인물들과 소풍 가서 찍은 사진도 있고 -_- ㅎㅎ '러브장'같은걸 머큐리님도 받으신 적이 있었군요. 저도 딱 한번 써본적 있는데 ㅎ
근데 생각해보면 별로 돌려받고 싶지 않네요. 추억으로 간직해줬으면 해요. ㅎㅎ 그래서 저도 앨범을 그냥 갖고 있으려구요;;;;

대부분의 알라디너들이 책 때문에 이사할 때 고충을 겪으시더라구요. 전 아직 괜찮아요! ^^

푸하 2009-11-15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누나군요?(전에 물어본 거였다면 죄송.ㅠㅠ)
그럼 3형제자매 이상이겠군요?
그래서 그렇게 배려심이 많으셨던 듯...
저도 집에서 누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데..ㅎㅎ~

Forgettable. 2009-11-16 09:23   좋아요 0 | URL
하하 배려심은요 무슨^^;;; 처음 보는 분들은 다 막내같다고 하시는걸요 ㅎㅎ
칭찬은 칭찬으로 갚는다..인가요? ㅋㅋ

여동생,남동생이 하나씩 있어요. 저와 극도의 애증관계에 있는 여동생은 이사때마저 도움이 안되서 지금은 증오에 근접해 있답니다 ㅎㅎ

2009-11-15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피아노 부럽네요. 어릴 때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그러시듯이, 자식이 혹 예체능 분야에서 숨겨진 능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싶어 피아노 학원에 등록해주셨는데, 결과는 억지로 억지로 다니다 바이엘 떼고 그만둬 버렸어요. 지금 생각하면, 끝까지 배울걸 싶긴 한데... 학원에서 치고 나면 끝이라, 별 재미를 못 느꼈어요. 학교 학생회관의 푸른샘이라는 곳에 피아노 한 대가 있거든요, 거기서 가끔 잘 치는 분들이 혼자 폼 잡으면서 치면, 저도 그렇게 치고 싶어서 너무 부러워요. 뭔가 고독한 남자의 멋이 느껴지는 것 같다능-_-
그리고 남동생 귀엽네요 ㅎㅎ 제 동생과 저의 관계는 늘 투쟁 영역의 확장인지라 그런거 없어요; 누나나 여동생이 있으면 어땠을까 싶긴 한데, 친구들 보면 별로 좋은 것 같진 않더란-_- 전 형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사실 다시 태어날 때 정할 수 있다면 막내가 되고 싶기도 하구...

Forgettable. 2009-11-16 09:27   좋아요 0 | URL
어제 이사했는데, 방에 피아노를 들이며 책장을 포기했거든요. 제 책은 모두 동생방에.. ㅎㅎㅎ
그렇지만 엄청나게 뿌듯해요. 피아노 열어봤는데, 어디 하나 상한데도 별로 없어보이고 완전 행복합니다. 악보 사야겠어요!!
수많은 여성분들이 피아노 잘 치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더라구요. 저역시 [피아노의 숲]이라는 만화책을 보며 그 로망을 달랬다능; 이만큼 칠 수 없다면 나도 네게 빠지지 않을테야.. 라며 보통의 피아니스트에게는 사랑에 빠지지 않는답니다. 으흐흐

제 동생에게도 "누나가 있어서 좋지?" 라고 물어도 형이 있었으면 좋겠대요. -_- 흥

순오기 2009-11-16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아노 지키셨군요~ 잘했어요.^^
동생과의 편지, 평생 간직하시길!
서울, 인천 잘 다녀왔어요~^^

Forgettable. 2009-11-16 14:26   좋아요 0 | URL
네, 다른 편지들이랑 꽁꽁 싸매두었답니다 ㅎㅎ

다락방 2009-11-19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엄청 귀여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왜 내 남동생은 나한테 편지를 안쓰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Forgettable. 2009-11-19 17:08   좋아요 0 | URL
먼저 써야 답장을 써주겠죠?
오늘은 남동생에게 먼저 쪽지를 건네보아요. (훈훈하군뇽ㅋㅋㅋㅋ)

제 동생 되게 멋지고 귀여워요. 히히

바밤바 2009-11-22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인의 해바라기를 보니까 소피아 로렌의 해바라기란 영화가 생각 나네요. 고3 때 봤던 영화인데 화면 하나하나가 너무 좋았어요. 근데 위 사진의 해바라기는 너무 밝네요~ㅎ

Forgettable. 2009-11-22 17:10   좋아요 0 | URL
바밤바님! 이건 국화종류라규요~ ㅎㅎ